47_점점 시간이 다가온다.
“이게 얼마만의 핸드폰이냐?”
핸드폰을 사용한 건 3일 전이었지만, 단체 통화 시간이 아닌 시간에 핸드폰을 받자 모든 애들이 들떠 흥분하기 시작했다.
“제가 여러분들의 메일로 학원에서 찍은 증명 및 여권 사진을 보냈으니 이 것부터 확인하고 폰에 저장할게요.”
4월 쯤에 학원에서 사진사를 불러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다.
작년에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거나, 너무 오래된 사진은 올해 수능 원서 접수 할 때 쓸 수 없기 때문에 사진이 필요한 학생이 있다면 찍었었다.
그리고 학원에서 찍을 경우 밖에서 사진을 찍는 것보다 사진 수를 많이 주고 수능 원서 접수 기준에 맞춰 파일을 담임 선생님을 통해 준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만약 밖에서 찍었는데 사진 보정이 되어 있거나 규격이 맞지 않을 경우 다시 외출을 나가야 해결해야 하는데, 학원에서 찍은 사진이 잘못된 경우라면 여기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와, 진짜 이게 내 모습이네.”
“역시 밖에서 찍는 게 나을 지도....”
“근데 잘못되는 것 보단 낫지.”
나는 학원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반에서 몇몇은 외출 나갔을 때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의 우려대로 사진을 잘못 찍은 학생들이 있었고, 이들은 다시 외출 기간에 해결하고 와야 했다.
더불어 수능 원서 접수 시 필요한 사진은 포토샵으로 보정하면 원서 접수에서 반려될 수 있기에 정말 최소한의 수정만 된 채 전달되었다.
“사진 확인했으면 각자 평가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원서 접수할게요.”
핸드폰은 받은 이유는 수능 원서 접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학교에서 원서를 작성하고, 사진을 제출하면 끝이었는데 모교가 아닌 교육청을 하는 터라 은근히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특히, 현역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원서 접수 방법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학교에서 수기로 원서 접수를 했었는데, 교육청 접수는 미리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사진을 등록하고 응시 과목 신청과 신상 정보를 기입하여 원서 접수를 하는 것이었다.
방법은 미리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여러 번 이야기를 들어 어렵지 않게 원서 접수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캡쳐해서 담임 선생님에게 전달했다.
담임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받은 캡쳐본을 기반으로 수능 원서 접수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교육청 방문 2일 전에 미리 핸드폰으로 원서 접수를 한 뒤, 학원에서 교육청 방문하기로 한 날과 시간이 되자 순서에 맞춰 버스를 타고 근처 교육청으로 이동했다.
‘진짜 수능 접수를 하는구나.’
우리 반은 수업 없는 날의 오후에 교육청 수능 접수를 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수업을 빼지 않고 원서 접수를 할 수 있었다. 요즘 수업이 너무도 중요해서 하나라도 빠지기가 싫었는데 굉장히 운이 좋았다.
“와, 여기 엄청 높은 건물들이 많은데?”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진짜 기숙학원이 외곽에 있던 게 맞구나.”
차로 30분을 이동했을 뿐인데,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시내 건물들이 창 밖으로 보였다.
그런데 주변에서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번화가면 교육청 주변에 편의점이 있을지 않을까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여긴 진짜 아무것도 없네.”
“아, 망했다!”
재밌게도 용인 교육청의 주변에는 공공기관들과 회사 건물들로 가득해서 놀거리들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버스가 용인 교육청 입구에서 내려주기 때문에 도망쳐도 바로 눈에 띈다. 덕분에 몇몇이 몰래 탈출(?)을 꿈꿨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버스에서 내리면 이름순으로 필요한 서류 봉투를 제게 받아가고, 원서 접수증을 받으면 다시 봉투에 넣어 제출합니다.”
서류 봉투 안에는 미리 제출한 고등학교 졸업장을 비롯하여 주민등록초본, 수능 원서 접수비가 들어있었다. 이를 미리 나누어주면 담임 선생님 입장에선 편하지만 가끔 분실하는 학생들이 있어 보관하고 있다가 교육청에 들어가기 직전에 주는 것이었다.
순번대로 줄 맞춰 교육청 안으로 들어서 수능 원서 접수를 하려고 하니 교육청 직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접수하려는 N수생들도 원서 접수를 하고 있었다.
“용인외고 나진수 학생 맞나요?”
“네.”
“수능 볼 과목은 국어 언어와 매체, 수학 확률과 통계, 영어, 한국사, 사회 탐구의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맞나요?”
“네. 맞아요.”
교육청 직원은 미리 핸드폰으로 접수한 원서의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하며 지원한 과목이 맞는지 체크했다.
그리고 사진과 내 얼굴을 대조한 뒤 접수비를 제출하자 원서 접수증을 발급해주었다.
“나중에 수능 수험표 받을 때 원서 접수증이 필요하니 잘 보관하세요.”
“알겠습니다.”
의외로 별 것 없이 빠르게 수능 원서 접수가 마무리되었다.
앞에서 담임 선생님이 말했던대로 원서 접수증은 다시 서류 봉투에 넣어 제출했고, 곧바로 버스에 올라탔다.
‘정말 수능 접수를 한 게 맞나?’
너무 허탈해서 기분도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이제 9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인강 선생님들의 사설 모의고사 위주로 풀어 시간 안에 문제를 푸는 스킬들을 연습하고, 실전과 기출 문제들을 풀어 부족한 부분들을 하나둘씩 채워 넣었다.
더불어 중간중간 막히는 개념들과 문제들이 있으면 학과 선생님들을 찾아가 질문하거나 태블릿을 통해 인강 선생님들에게 질문해서 해결하기도 했다. 또한 플래너 습관도 확실히 손에 익어 담임 선생님에게도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엔 약의 도움을 받아보자!”
평소 수능 시간에 맞춰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볼 때면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청심환을 복용해보기로 했다.
앞서 7월과 8월 모의고사 때 먹어보니 확실히 긴장이 덜 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껴서 이번 9월 평가원 모의고사 때도 좋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며 준비했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전날에는 어떻게 시험 운용을 할 것인지 과목 별로 계획을 짜며 나름 철저하게 대비했고, 마무리 노트를 만들며 부족한 공부들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대망의 9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맞이했고, 학원 분위기도 평소와 달리 굉장히 가라앉아 있었다.
다른 학생들의 얼굴에선 긴장이 가득한 가운데, 나는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치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시험 시간이 되자 펜을 들어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