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궐 Feb 22. 2024

수능에서 성적 잘 나온다는 보장이 있어?

46_내 현실을 모른 채 무조건 잘 될거라는 착각을 한다.


“뭐야? 이게 정말 내 성적이야?!”


8월 사설 모의고사 성적이 너무 잘 나왔다.

등급으로 환산해보니 국어와 수학 2등급, 영어 1등급, 사회 문화 2등급, 생활과 윤리 1등급이었다.


이 정도 성적이 수능에서 나와주면 작년 9월 평가원 모의고사보다 높게 나와 상당히 높은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직 8월이다. 3개월을 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았기에 성적을 더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물론 이번 모의고사의 난이도가 쉬운 것도 한 몫 했지만 어찌되었든 내 성적이 오른 것이 확실하여 기분이 굉장히 좋다.

그리고 이 타이밍에 맞춰 수시 상담이 이어졌다.


“어, 진수야. 여기 앉아라.”


담임 선생님의 호출로 담임실이 가니 두 개의 모니터 화면 중 하나에는 내 생기부가 띄어져 있었고, 다른 화면에서는 지금까지 보았던 모의고사 성적들이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지금 학종과 논술로 수시를 쓸 계획이니?”

“네. 원래 논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수시 쓸 때 생기부 내용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서요.”

“그래. 네 말대로 생기부는 선생님들이 그 동안 잘 써 주었고, 영어영문과 쪽으로 초첨이 잘 맞추어져 있어. 근데 1학년 때의 성적과 내용이 걸리네.”

“아....”


작년에 학교에서 입시를 담당하는 선생님과 진학 관련하여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 똑같은 이야기를 담임 선생님도 똑같이 하는 것이었다.


“물론 여러 가지 변수는 있지만, 보통 학종으로 수시 지원을 할 경우 모교의 입결에 따라 거의 움직인다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런데 입시를 담당하는 선생님이 학종으로 넣는 걸 추천하지 않았던 걸 보면 어렵다고 판단한 거겠지. 나도 생기부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랬다. 보통 외고를 다니게 되면 정시보다는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하게 된다.

하지만 내 경우엔 1학년을 대차게 말아 먹었고, 교과 성적이 좋지 않아 2학년 떄부터 내신과 생기부는 정말 최소한으로 챙긴 채 정시를 준비 했었다.


“학종은 쓰지 말고 논술로 6장을 채우는 게 좋을 것 같다.”


최종 결정은 고등학교 3학년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 말에 더 이상 학종 지원은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학종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렸다.


“그럼 어떻게 6장을 채우는 게 좋을까요?”

“그 전에 수능 이전에 논술을 볼 생각은 있니?”

“B대는 고려하고 있어요.”


B대는 논술로 쓸 수 있는 대학교 중에서 네임벨류가 가장 높은 대학교인만큼, 논술로 합격하기가 엄청 어려웠다.

게다가 수능 최저 점수가 반영되지 않고, 논술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는 곳이라 다른 대학교들보다 논술 지원율이 굉장히 높았다.


“B대는 수리 논술과 영어를 본다는 걸 알고 있니?”

“네. 영어는 자신 있고, 수리 논술은 지금부터 준비하려고 합니다.”

“내가 보기엔 수리 논술을 하기엔 수학 실력이 아슬아슬해서 걱정이다. 최근 수학 성적이 오르긴 했지만, 문제 난이도가 쉬웠던 것도 있고.”

“걱정 마세요. 잘 할 수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B대 논술을 본다는 것에 약간 부정적이었지만, 내가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쪽으로 말을 돌렸다.


“수능 이전에 M대는 쓸 생각이 없니? 만약 네가 여길 쓰면 안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거긴 컷이 낮아서 나중에 수능을 봤을 때 가볍게 붙지 않을까요? 이번달 성적도 좋았고요.”

“아니. 지금 모의고사 성적이 네 수능 점수라고 생각하면 커다란 착각이다. 내가 볼 땐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이 가장 현실적인 점수 같구나. 그래서 이 대학교들을 논술로 써 보는 걸 추천할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향과 안정 그리고 안정적인 대학교들을 섞었다. 그런데 6평 성적을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러졌다.

그만큼 그 때의 성적은 최악이었다.


‘이 사람은 나를 대학교에 보낼 생각이 있나?’


더불어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어차피 재수를 하면서 특정 점수 라인 대학교 밑으로는 갈 생각이 없기에 오히려 커트라인이 높은 대학교를 대학교를 진학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왜 낮게 지원을 하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애들이 많이 착각하는 게 수시는 무조건 상향 지원을 하더라. 왜냐면 정시가 남아았으니까. 근데 수능에서 성적 잘 나온다는 보장이 있어? 그럼 네가 쓰고 싶은 대로 써도 돼.”

“......”

“반대로 수능 성적이 못 나오면 삼수 할 거니? 그건 또 아니잖아. 그래서 수시는 상향 지원이 아니라 나중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 지 모르니 골고루 분산해서 쓰는 것을 추천하는 거다.”


차분하게 담임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는데, 담임 선생님은 내가 보지 못하는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있었다.

더불어 지금 재수를 하는 것도 부모님에게 부담인데 삼수를 하겠다고 하면 그 것 만큼 불효가 없었다.


그리고 종종 공부하는 지금의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운데, 이를 다시 하는 것도 미친 짓이나 다름 없었다.


결정적으론 담임 선생님 말대로 수능 성적이 잘 나올 거라고 믿지만 무조건적인 믿음을 가지고 상향 지원을 할 마음가짐이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수능 최저 점수를 분산해서 수시 지원을 하면 나중에 수능 끝나고 논술 공부해야 하는 학교들은 2~3개 정도고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거야. 

근데 만약 네가 수능 이전에 B대를 보고, 5개 대학교 논술을 상향 지원 해서 모두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 공부할 수 있겠니?”


곰곰히 생각해보니 불가능했다.

보통 목요일에 수능을 보면 토요일과 일요일에 바로 몇몇 학교들의 논술 시험이 있고, 일주일 후에도 연달아 논술 시험이 잡혀 있다.


물론 하고자 하면 할 수 있으나 깊게 공부를 하고자 한다면 1개 대학교의 논술 시험 당 3, 4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내 고민을 읽은 담임 선생님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수시 상담을 이렇게 한다고 해서 무조건 이렇게 쓰지는 않아도 된다. 다만, 네 상황을 고려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이니 충분히 생각해보고 지원하면 좋겠다.”


이후에는 B대 논술 응시는 확정으로 빼 놓고, 총 8개의 대학교 논술 일정을 체크하며 어느 학과를 지원할 지 담임 선생님과 이야기했지만 쉽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수시 지원은 9월 정기외출 때 집에 가서 지원해야 하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정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최종 결과는 그 때 하기로 했다.


더불어 아직 9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보기 전이기에 이 때, 점수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수시를 어떻게 지원 할 지 생각해봐도 괜찮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렇게 수시 상담을 마치고 9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기분 전환이 주어졌다.



이전 15화 내가 사관학교 시험에 붙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