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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Feb 15. 2024

이 것이 최고의 휴가다!

44_6박 7일의 정기외출은 꿈결처럼 지나간다.


“첫번째로 교과와 학종을 지원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학원 홈페이지와 원서 지원 사이트에 고등학교 학년별 성적을 모두 입력합니다. 여러분들이 지원하는 대학교 별로 성적 산출 방법이 틀리기 때문에 학원과 사이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더불어 학종을 지원할 계획인데 생기부를 제출 안 한 학생은 이번 정기외출 복귀 다음날까지 제출하거나 제 메일로 보냅니다.”


교과로 지원하면 성적을 학교별로 계산하면 끝이지만, 학종은 생기부 검토가 필수였다.

특히 학종으로 지원했을 때 교과 성적이 애매모호할 경우 생기부 내용이 좋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지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생기부를 제출 안 한 상태에서 학종 상담한다고 하면 저는 그냥 돌려보냅니다. 교과 성적 미입력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가 1, 2명 상담하는 게 아니라 저희 반 48명을 상담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 부모님 상담도 같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 성적과 생기부를 보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데, 어떻게 안 보고 어떻게 교과와 학종 상담을 하나요? 혹여 나중에 준비를 못해서 일정이 맨 끝으로 미뤄져도 저를 원망하지 마세요. 

매 정기 외출 때마다 성적 입력과 생기부 제출은 안내문을 통해 이야기 했고, 준비를 안 한 건 여러분 잘못입니다. 이 부분은 부모님에게도 분명히 전달할 겁니다.”


그랬다. 나는 교과와 학종으로 수시 지원을 하지 않을 거라 상관 없었지만 성적 입력과 생기부 제출에 대해서는 3월 정기외출 때부터 담임 선생님이 우리들 귀에 박히도록 이야기했던 부분이었다.


“두번째로는 반드시 부모님과 지원할 대학교를 어디로 할 건지 사전에 이야기하고 옵니다. 몇몇 부모님들과 상담하면 우리 애가 이야기를 안 했다고 혹은 애가 알아서 한다고 합니다.

전자인 경우 부모님이 아무것도 몰라 상담을 못하기 때문에 부모님 상담이 맨 끝으로 미뤄버립니다. 후자인 경우에는 그냥 상담을 안 하기도 하지만 보통 정말 밑바닥에서부터 상담하는 일이 많아 그냥 학생과 연락하게 한 뒤 상담 일정을 미룹니다.

그리고 순번이 맨 끝이 될 수록 상담 시간이 짧아지고 급하게 마무리하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선생님, 왜 나중에는 상담 시간이 줄어드는 건가요?”

“초반에 여러분이 완벽하게 준비해 오는 만큼 자세히 상담할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의 관리와 자습 및 정숙 지도도 해야 하고, 나중에는 추가 상담 신청하는 학생들로 인해 나중엔 제 스케줄이 굉장히 꼬여 급하게 마무리하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충분히 공감 되는 말이었다.

평소 모의고사를 보고 성적 건으로 상담할 때도 이야기가 길어져 쉬는 시간이 되면 담임 선생님은 정숙 지도를 한 뒤에 다시 상담이 진행되곤 했다. 그런만큼 뒤로 가면 갈 수록 나중에 담임 선생님도 지쳐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부터 제가 준비한 진학 자료를 볼 텐데, 이걸 보면서 어떻게 수시를 쓸 지 생각해 봅니다. 참고로 지금 보여주는 자료는 정기외출 전날에 부모님에게도 전달합니다.”


말과 함께 담임 선생님은 진학 자료를 보는 방법을 비롯하여 수시 6장을 어떻게 쓰는 것이 효과적인지,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지 등 수시 지원에 필요한 내용들을 풀어놓았다.

덕분에 우리들은 이야기에 집중하며 어떻게 수시를 써야 할 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 진짜. 신청하지 말 걸. 이게 뭔 고생이야!!”


집 근처 고등학교 시험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7월 정기외출을 나왔음에도 사관학교 시험을 본다는 압박감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기출 문제집에 구멍이 뚫어져라 보며 출제 유형들을 살피며 문제들을 풀었다.


그리고 시험 날이 되자 다시 왜 사관학교 시험을 응시했는지 후회하며 투덜거렸다.

이 시간이라면 집에서 자고 있을 시간인데 이 시험으로 인해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와 나와야 했다.


이렇게 불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보러 온 이유는 이상하게 기분이 이걸 못 보면 웬지 수능 점수도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과 찝찝함이 있었다.


‘괜히 사서 고생하는구나.’


덕분에 시간에 맞춰 고등학교 시험장에 도착해 지정된 시험 교실로 들어가자 수험표와 신분증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 마지막으로 문제집을 보며 시험 난이도가 쉽기를 바랬다.


‘어? 나쁘지 않은데?’


사관학교 국어 시험은 독서와 문학만 보고, 영어는 듣기 시험이 없다. 

총 국어 50분, 영어 50분, 수학 100분으로 시험을 보고 점심 시간 없이 시험이 끝난다.


국어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비문학인데, 이 것이 빠지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영어는 단어가 헷갈리긴 하지만 감으로 잘 찍으며 문제를 풀었다.

수학의 난이도는 꽤 어려웠는데 평소 공부한 부분에서 나온터라 어렵지 않게 풀었던 것 같다.


이렇게 반나절 동안 고생해서 시험을 보니 마음은 후련하긴 하다.


“점수는 나중에 채점하자. 지금은 갈 때가 있으니까!!”


무사히 사관학교 시험을 본 뒤, 학교 앞으로 나오자 부모님이 차를 끌고 대기하고 있었다.


“고생했다. 시험은 잘 봤니?”

“네. 잘 봤어요.”

“그럼 얼른 가자꾸나.”


바로 휴가를 즐기는 일이었다.

운이 좋게도 부모님이 가게를 쉬고 여름 휴가를 가는 날짜와 학원 정기외출의 시기가 맞아 3박 4일의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었다.


목적지는 제주 서귀포로 호캉스를 즐기기로 계획되었다. 물론 여행 기간 동안 호텔에서 계속 지내는 것이 아니라 2일은 계속 제주도 관광지를 돌아다닐 것이었다.


“이 것이 최고의 휴가다!!”


이렇게 바로 공항으로 이동해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하여 관광지들을 돌아다니고 호텔에서 즐거운 시간을 즐겼더니 3박4일의 휴가는 순식간에 지나갔고, 남은 2일은 집에서 쉬었는데 눈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지나가 굉장히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부모님과 어떻게 수시 넣을 지 이야기했고, 원서 접수 준비도 다 했나?”


복귀 전날에 기숙학원으로 돌아가기 전 빼 먹은 것이 없나 점검했다.

수시 상담 준비는 어려울 것이 없었다. 일단 부모님과는 수시 6장을 논술로 쓸 계획이고 이야기해두었는데, 혹시 학종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미리 담임 선생님 메일로 생기부를 보내놓았다. 


더불어 이번에 학원으로 돌아가면 교육청 원서 접수도 해야 했다. 필요한 준비 서류는 이번 달 안내문에 기입 되어 있었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도 적혀 있어 시간을 따로 내기만 하면 어려울 것이 없었다.


이렇게 길고 긴 6박 7일간의 정기 외출이 끝나고 학원 버스를 타고 기숙학원에 오자 또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과 함께 다음 정기외출 전까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복귀 날부터 담임 선생님이 수시 상담과 교육청 원서 접수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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