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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Feb 12. 2024

학원에서 눈에 불을 키고 애들을 잡는다.

43_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내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내 성적이라고?!”


7월 모의고사를 본 다음 날, 가채점 성적표가 나왔는데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분명 열심히 공부했는데 국어 3등급, 수학 4등급, 영어 2등급이 나와 6월 평가원 모의고사 대비 성적이 떨어졌다.


영어는 공부를 소홀하게 한 터라 떨어져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공부한 과목이 국어와 수학인데 성적이 떨어지자 할 말이 없었다.


사회 탐구는 사회 문화와 생활과 윤리를 응시했는데 각각 2등급과 3등급이 나왔다.


‘이 상태로 수시를 어디다 쓰지?’


최소 논술로 인서울 대학교를 지원하려고 해도 2과목 합 5등급이 나와야 했다. 지금 영어가 3등급 정도 나와 영어와 사회 문화의 등급을 합치면 5등급이 된다.

하지만 이 성적이 수능 때 유지되거나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다. 아니 떨어질 수 있는 최악의 확률도 있다.


‘아직 시간은 있어. 끝까지 할 수 있을 때까지 해 보는 거야!!’


11월까지는 아직 4개월이나 남아 있어,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 이유는 공부한 사회 탐구의 2과목의 성적이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2월부터 강조했던 게 사회 탐구 과목들을 빨리 끝내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수업을 진행하는 학과 선생님들이 본인 과목들인 국어, 수학, 영어를 먼저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고 공부량도 이 3과목이 많다보니 사회 탐구는 뒤로 미뤘다. 그리고 사회 탐구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렇다보니 국수영, 3과목의 성적은 해도해도 오르지 않고, 사회 탐구의 공부는 최소한으로 하니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이후 찬혁이와 담임 선생님의 말대로 사회 탐구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더니 사회 탐구 과목들의 성적이 올라 지난 모의고사 결과들과 달리 마음의 안정이 조금이나마 더 찾을 수 있었다.


‘지금 내가 하는 방법이 틀리지 않으니까 이대로 믿고 하자’


성적이 계단식으로 차근차근 올리면 좋겠지만 그 동안 공부한 경험치가 쌓이고 쌓여 한 번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그 한순간이 수능임을 확신하며 공부 하는 것 뿐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공부를 할 뿐이다.


“근데 사관학교 시험 준비를 해야하는구나.”


정기외출 전까지 약 2주 정도가 남았는데 시험 날이 정기외출 다음 날인 만큼 사관학교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각 사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시험 문제들을 출력해도 되나 낱장으로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보기 힘들 것 같아, 책으로 된 사관학교 기출 문제집을 샀다.


이 기출 문제집에는 내가 보려는 해군 사관학교를 비롯해서 육군, 공군, 국군간호의 기출도 포함되어 있어 다양한 유형의 문제들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데?’


10문제 중에서 7문제는 쉽게 풀리지만, 3문제는 좀 꼬여 있어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었다.

이 정도 난이도로 나온다면 3과목의 점수를 합쳐서 1차를 합격할 수 있는 커트라인인 240점은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합격 커트라인 점수는 매해 달라지지만, 240점을 넘게 받으면 붙을 수 있는 점수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2차 체력 시험을 고려하면 1차 필기 시험에서 최대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유리했다. 만약 1차 필기 시험 점수가 낮으면 2차 체력 시험을 잘 보아도 수능 전에 합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목표는 1차 필기 시험만 합격하는 것이기에 이 합격 라인에만 들기 위해 집중해서 사관학교 기출문제들을 풀고 또 풀었다.




“아씨, 집에 가고 싶다!!”

“어. 어차피 일주일동안 쉬는데 조금 더 쉬고 싶어.”

“가족들과 여행가기로 했는데...”

“나도 가족들과 놀러가기로 해서 일찍 나갈 거다!”


7월 모의고사가 끝나고 일주일의 정기외출을 앞두자, 애들 분위기가 들뜨고 있었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참으로 단순하다.

이번 정기외출은 7월과 8월. 2개의 정기외출을 붙혀서 진행하기 때문에 나갔다오면 8월 모의고사와 수시 상담 그리고 9월 평가원 모의고사라는 큰 이슈들이 있다. 


그런데 일부러 외면하는 것인지 아니면 생각을 안 하는 것인지 눈 앞의 정기외출만 보이는 듯 했다.


만약 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보기 전이라면 솔직히 나도 들떠서 공부에 집중하지 않고 나가고 싶어 미쳐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정기외출 다음 날에 바로 사관학교 시험이 있어 일단 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약간 정기외출 생각이 뒤로 미뤄졌다.


‘걍 시험 보지 말까?’


잠깐 나쁜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사관학교 시험 응시료를 제출했고 공부한 게 아까워서 고민하지 말고 시험에 보기로 마음 먹었다.


“우와, 진짜 많이 걸린다.”

“학원에서 눈에 불을 키고 애들을 잡는다.”

“그냥 조용히 공부하는 게 답이다.”


다른 정기외출 때 보다 더욱 들뜬 분위기가 형성되어서인지 학생들의 남녀대화와 태블릿으로 딴 짓 하는 일이 많이 늘어나는 게 보였다. 그런만큼 학원 선생님들의 정숙 지도 및 자습실 관리 감독도 힘이 들어가서 평소보다 벌점을 받거나 근신 서는 학생들의 수가 단번에 늘어난 것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지난 태블릿 적발 사건 이후 정말 필요한 인강을 보는 것 외에는 사용하지 않기 위해 평일에는 반 보관함에 넣어두거나 주말에는 담임 선생님에게 맡겨두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주말에는 자습 시간이 많은 터라 나도 모르게 태블릿에 손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랬더니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닿을 수 없으니 확실히 딴 짓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이렇게 마음가짐을 전과 다르게 잡고 공부를 하니 좀 더 공부하기가 수월했다.  

그런데 집에 가기 며칠 전에 담임 선생님은 따로 저녁 자습 시간 중 1시간을 따로 빼서 학생들을 강의실에 불러 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곧 정기 외출인데, 무작정 밖에 나가서 놀고 오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학원에서 지내는 동안 잘 가지 못했던 병원에 가고, 미용실에서 가서 머리 커트하고, 필요한 교재가 있으면 알아보고, 부족한 공부가 있다면 하고 오는 것이 정기 외출의 목적입니다.

그러니까 재수생이라는 신분을 망각하지 말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컨디션을 최상으로 만들어서 옵니다. 그리고 사관학교 시험 보는 학생들은 끝까지 잘 보도록 하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여러분들이 나가서 꼭 하고 들어와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수시 상담 준비입니다. 여러분들이 정기 외출 복귀하면 여러분과 상담한 뒤에 바로 부모님과 상담을 할 겁니다.“


이 말에 들떠 있던 반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다들 얼굴에 살짝 긴장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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