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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Feb 05. 2024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 뿐입니다.

41_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학원의 담임 선생님에게 태블릿으로 딴짓하다가 걸려 근신을 섰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숙학원에 보냈어도 생활이 쉽게 바꾸는 게 어렵고, 학원을 옮겨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더불어 5월 정기외출 때 집에 오지 않고 학원에 남아 공부하겠다는 말에 대견하다고 여겼으나, 근신 이야기를 들으니 믿음이 없어졌다.


“잘 먹겠습니다.”

“그래. 많이 먹어라.”


그리고 이번에 집에 와서 생활이 지난 외출 때와 똑같다면 크게 혼을 내려고 했는데, 저녁에 가게에 와서 밥을 먹고 집에서 조용히 지내는 모습을 보이자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참, 내일부터 사관학교들 원수 접수 기간인데... 해군 쪽으로 지원해보려고 해요.”

“응?”

“사관학교는 원래 계획에 없지 않았니?”


사관학교를 지원한다는 말에 부모님은 살짝 놀라며 되물었다.


“맞아요. 그런데 시험이 7월 말이라서 9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보기 전에 실력을 점검하기 좋을 것 같고, 해군사관학교가 다른 학교들보다 경쟁률이 낮더라더고요.”


말과 함께 담임 선생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래.  2차 체력 시험은 생각하지 않고 1차 필기 시험만 보면 좋은 생각인 듯 싶구나.”

“열심히 하렴.”


모든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은 동의하며 사관시험을 보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덕분에 다음 날, 아침 9시가 되자마자 바로 원서 접수를 했고 시험장을 집 근처의 고등학교로 선택할 수 있었다.


사관학교는 시험 보는 학교를 스스로 고를 수 있어, 늦게 시험 접수를 하게 되면 마감되어 원하지 않는 지역에서 시험을 칠 수 있었다. 그래서 사관학교 1차 필기시험은 빨리 접수하는 것이 유리했다.


이렇게 사관학교 접수까지 늦내고 남은 정기 외출 기간동안 푹 쉬고 다시 기숙학원으로 되돌아갔다.




정기외출 복귀 후 기숙학원 생활은 평온했다.

바뀐 점이 있다면 정기외출을 갔다오고 나서도 혼자 다닌다는 것이었다.


한 번 밖에 나갔다오니 애들은 끼리끼리 뭉치며 다녔고,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에 모여 떠드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이 굉장히 재밌어 보이기에 마음은 그 무리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힘들고 외롭더라도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다. 만약 학원 생활이 재미있으면 친구들과 너무 어울리며 지내고 있다는 걸 명심하자.


담임 선생님이 종종 해주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이러지 않을 거라고 코웃음쳤지만, 5월이 지나가면 이 말의 무서움을 절실히 느꼈다.


공부하기 위해 혼자 다니니 당연히 불편한 점이 많지만, 공부를 하는 것에는 불편함이 하나도 없어 반 친구들과는 거리를 두고 계속 혼자 다니고 있었다.


그렇다고 애들과는 완전히 안면몰수 하는 게 아니라 체육 시간이나 서로 필요할 때는 대화를 하기도 한다. 애들의 반응은 두 부류로 나누어졌는데 정기외출을 갔다오면 다시 자신들과 어울릴 줄 알았는데 혼자 다니며 생활하니 신기하다는 반응과 신경쓰지 않고 본인의 할 일을 하는 반응으로 나누어졌다. 


어찌되었든 기숙학원은 공부를 하러 왔으니 뒤에서 뭐라고 할 수 있으나 앞에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니 신경쓰지 않고 공부에 집중했다.


“와, 오늘도 들어오는 애들이 있네?”

“진짜 반수하는 애들이 많구나.”

“아냐. 몇몇은 통학 다니다가 기숙으로 오는 애들일 걸?”


5월까지만 해도 기숙학원에 입소하고 퇴소하는 애들은 몇몇 없었는데, 이제 반수를 하거나 학원을 옮기는 애들로 6월 정기외출을 시점으로 학생들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우리 반에도 정기외출 복귀 날에 8명이 들어왔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5명은 다른 학원을 다니다가 왔고, 3명은 대학교를 다니다가 반수하기 위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반에 있던 학생 3명은 아무런 말도 없이 정기외출 기간에 짐 정리를 해서 조용히 퇴소하기도 했다.

이렇게 주변 학생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눈에 보이니 공부를 하려고 해도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지금 6평이 끝나고 학원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여기에 휩쓸려버리면, 7월 말에 있는 정기외출 때까지 시간을 흐지부지 보내게 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담임 선생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봄에는 학원 적응과 개념들을 쌓느라고 정신이 없었다면, 여름에는 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실전과 기출 문제들을 풀고 헷갈렸던 개념들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근데 이 것을 안 한다? 그럼 봄에 공부한 것들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거죠.

게다가 7월부터는 날씨가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시기라 너무 환경에 신경쓰다보면 핑계 대면서 공부하기가 싫어질 겁니다. 정말 이제부터는 주변 환경에 신경쓰지 않고 여러분 스스로를 챙기며 집중해야 합니다.”


몇몇 애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약 3주 후에는 사설 모의고사가 있고, 5주 후에는 일주일짜리의 정기외출이 있습니다. 외출 기간이 긴 이유는 휴가 시기와 겹치기도 하지만 7월과 8월 정기외출을 한꺼번에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일주일 동안 밖에 다녀 오면 8월에는 교육청에 수능 원서 접수와 수시 상담이 연달아 있고 8월 말에 사설 모의고사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9월 초에는 9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보고 바로 수시 접수가 있죠. 이렇다보니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 뿐입니다.”


생각해보니 담임 선생님 말대로 시간이 없다.

정기외출을 다녀오면 밖의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2, 3일은 들뜬 기분이 남아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데 일주일 동안 나갔다오면 다시 학원 적응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교육청의 수능 원서 접수는 그냥 접수하면 되지만 수시 상담은 하기 전과 후에도 어떻게 지원을 할까 고민을 많이 할 것이기에 온전히 공부에 집중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가장 부담이 되는 건 8월의 사설 모의고사와 9월의 평가원 모의고사다.

이제 간신히 내 문제점을 찾고 공부하고 있는데, 이를 메꾸고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을 지 걱정되었다.


“그럼 지금 해야 하는 건 뭐냐?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공부에 집중하세요. 참고로 수시 상담 할 때 6월 평가원 모의고사을 메인으로 보지만, 사설 모의고사의 성적도 참고해서 대학교 라인을 정하니 7월과 8월 사설 모의고사에서 조금이라도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게 좋습니다.”


덕분에 학생들에게 확고한 목표가 세워졌다.

지금 그들의 목표는 모의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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