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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Feb 01. 2024

따지고 잴 거면 하지 마세요.

40_때로는 계산하지 않고 해야 할 것들이 있다.


“경찰대학은 앞서 모집이 끝났고, 사관학교 모집 기간이 돌아왔습니다.”

“사관학교요?”

“네. 육군, 해군, 공군, 국군간호. 총 4곳에 지원 가능합니다.”


담임 선생님이 반 학생들에게 공지 사항으로 사관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수시와 정시를 준비하는 여러분들에겐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사관학교는 수시 지원할 수 있는 6장에 해당되지 않아 1장을 더 추가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어, 재수를 선택하기 전부터 사관학교를 쓰려고 했던 학생들이 있을 겁니다.”


그 말에 몇 명의 남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관학교는 총 1차 필기 시험과 2차 체력 시험으로 나누어지는데, 1차에서 점수가 커트라인 안에 들어와야 2차 시험에 응시 가능합니다. 운이 좋으면 2차 시험 후 합격해서 수능을 보지 않는 학생도 있습니다.”

“오오오!!”

“와, 대박이다!”

“그리고 2차 시험에서 떨어지면 수능 점수를 반영하여 다시 합격자를 발표합니다. 더불어 수시 지원했을 때 한 대학교에 합격하면 그 대학교에 무조건 가야하지만, 사관학교는 합격 후 지원 포기가 가능합니다.”

“선생님이 보기엔 쓰는 게 좋나요?”


이야기를 하던 중 한 학생이 조심스레 물었다.


“전 추천합니다. 일단 필기 시험이 7월 말에 있어 9평을 보기 전에 마음이 흐트러질 수 있는 것을 막아주니까요. 그리고 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만 보니까 평소와 같이 공부하다가 시험 며칠 전에 사관학교 기출 문제들을 풀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물론, 사관학교를 제대로 지원한다면 그 쪽 공부를 더 하면서 2차 체력 시험 준비도 틈틈이 해야 하고요.”


그 말에 학생들이 지원을 할까말까하는 기색들이 보였는데, 담임 선생님이 쇄기를 박았다.


“그리고 작년 학원에선 1차 합격한 학생들에게 10만원 문화상품권을 지급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아마 별다른 사항이 없다면 올해에도 똑같이 시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몇몇 학생들의 눈이 빛났다.

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돈을 준다는 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학원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결정이다. 학생들이 사관학교 1차 시험에 합격하면 그 기록들이 학원의 실적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경찰대학과 사관학교의 시험 일정은 동일하여 중복 지원이 불가하며,시험 장소는 지역 별로 고사장이 만들어질 것이기에 인터넷으로 원서 접수할 때 집 주변으로 신청하면 됩니다.”

“학원에서 인솔해서 안 가나요?”

“사관 학교 시험 날은 여러분 정기 외출 다음 날입니다. 강의실 보드판에 신청 명단을 게시할태니 사관 학교의 지원을 원하는 학생은 이름에 체크해주세요.”


이렇게 사관학교에 대한 공지사항이 끝났지만 여파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시험 한 번 보고 10만원이면 괜찮은 것 같은데?”

“근데 되게 귀찮겠다.”

“한편으로는 쌤 말대로 그 시기되면 풀어질 것 같아서 걱정이긴 해.”

“괜히 시험 본다고 스트레스 받는 거 아닐까?”


학생들은 사관학교 시험을 보는 것에 대해서 찬반이 갈렸다.

학원에서 보는 시험과 공부만으로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사관학교 시험까지 볼 필요가 있는건지, 9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보기 전에 흐트러지지 않게 사관학교 시험을 보는 것이 옳은 건지 말이다.


솔직히 진수도 갈피를 잡지 못해 찬혁이에게 조언을 구했다.


“따지고 잴 거면 하지 마세요.”

“네...?”

“제가 생각하는 공부는 힘들더라도 그냥 해야 하는 겁니다. 계산하는 순간 내가 편한대로 생각해서 답을 도출할 테니까요.”


머리에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그러고보니 사관학교 시험을 볼까말까 고민하는 이유는 내가 이득이 되는 쪽을 계산하기 위함이었다.


솔직히 밖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포기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만약 사관학교 시험을 안 보면 마음 편하게 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 반에서 기숙학원을 나가겠다는 친구들의 이유를 떠올렸다.


“기숙학원에서 생활 패턴을 확실하게 잡았으니까 밖에서도 잘할 거야.”

“여긴 너무 빡세서 독재 가서 열심히 알아서 공부한다.”

“잠이 너무 부족해서 잠 좀 편하게 자고 싶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과연 환경이 바뀌면 혹은 편하게 생활하면서 힘든 공부를 계속 이어하는 것이 가능할 지 의문이었다.


결론은 찬혁이 말대로 계산하지 말고 공부하는 것이 답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냥 해야 하는 거구나.”


덕분에 사관학교 시험을 치기로 결정했다.




“와, 진짜 좋다. 천국이 따로 없네.”


시원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배가 부른 채 쇼파에 누워있으니 안락의 끝이었다.

게다가 눈 앞의 TV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내용이 재미없어 손에 든 리모컨으로 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 돌리기 시작했다.


“집이 이렇게 좋다는 걸 왜 몰랐을까?”


기숙학원에 있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 모르지만, 집에 갈 수 있는 정기 외출 날짜는 정확하게 세고 있다.

그리고 기다리던 6월 정기 외출을 맞아 집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더욱이 5월 정기 외출은 학원에서 6월 평가원 대비 한다고 잔류했던 터라 제대로 쉬지 못해서 이번에는 집에서 푹 쉴 생각이었다.


그리고 집에서 뒹굴거리며 늦잠 자고, 쇼파에 누워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며 기숙학원에서는 먹을 수 없었던 음식들을 편하게 냉장고에서 꺼내 먹으니 좋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의 자신이었다면 PC방을 가거나 술을 마시기 위해 밖으로 나갔을 것이나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 조용히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좋았다.


“시간 진짜 빨리 간다.”


이렇게 뒹굴뒹굴거리며 지내다가 시계를 보니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부모님 가게로 나갔다.

집에 나왔지만 부모님 얼굴을 보기 위해 가게를 방문하기로 했다.


부모님은 식당을 운영하는터라 일반적인 저녁 식사 시간을 맞이해야 했기에, 식사 시간이 빠른 편이다.


“진수야, 왔니?”

“잠깐만 기다리렴.”


부모님은 직원들과 식사 준비를 하고 있어 같이 돕기 위해 움직였다.


“오랜만이다. 진수야. 공부는 잘 돼니?”

“네.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 이번엔 좋은 대학교에 합격해보자.”

“알겠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알고 있던 직원들과 가벼운 인사도 나누었다.

이렇게 식사 준비가 완료 되자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정말 우리 애가 맞나?’


진수의 부모님, 두 사람은 밥을 먹는 진수를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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