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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Jan 25. 2024

너네 반에서 담배와 절도 사건이 터졌어!

38_꼬리가 길면 언젠가 잡힌다.


3일 째의 근신은 무난하게 보냈다. 오히려 앞서 힘들었던 1, 2일보다는 편했다.

아무래도 마음가짐의 차이가 컸다.


솔직히 근신을 서는 것에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말 내가 해야 할 것이 공부라고 생각하자 이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주변에서 수군거리며 보긴하지만, 그들이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냥 주변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 떠든하고 생각하고 공부하니 오히려 집중이 되었다.


“고생했습니다. 오늘 부로 근신 종료할게요.”

“네.”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앞으로는 좋은 일로 보면 좋겠습니다.”


근신 종료 시간이 되자 오늘도 학원 실장님에게 반성문과 플래너를 가지고 검사 받으며, 약간의 격려를 받았다.


“고생했다. 진수야.”

“선생님...”

“몸이 꽤 아플텐데. 괜찮니?”

“네. 버틸 만 해요.”


자습실로 돌아가는 길에 담임 선생님과 만났다.

3일이라는 근신 기간 동안 은근히 담임 선생님이 많이 챙겨주었는데, 정신적으로 도움이 됐다.


“힘들어보이는데 표정은 밝네.”

“네. 근신 서며 고민거리들이 사라졌어요.”

“잘 됐다. 어휴.”


그런데 담임 선생님의 말과 달리 표정은 어두웠고, 자신도 모르게 한숨 쉬고 있었다.


“퇴실하기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 자습실에 가서 마무리 공부하고 들어가자. 나는 회의가 잡혀 있어서 가 봐야겠다.”

“알겠습니다.”


일단 대답하고 자리를 떴지만, 머릿속에 회의라는 말이 남았다.

지금 시간이 저녁 10시 30분이었다. 이 시간이 일반적인 회의가 열린다는 건 불가능했고, 급히 열리는 회의가 아닐까 싶었다.


‘누군가 사고 쳤구나.’


담임 선생님이 회의에 참석하니 분명 우리 반 학생들 중 한 명이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과는 관계 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으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기숙사에서 룸메이트인 진성이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너희 반 담임 미치겠더라. 당연히 사전에 어느 정도 정보를 들은 것도 있겠지만 오늘 사건들이 한 번에 터질 줄은 아무도 몰랐지.”

“대체 어떤 일인데?”


그 동안 조용히 찬혁이도 궁금함에 은근슬쩍 다가와 귀를 기울였다.


“너네 반에서 담배와 절도 사건이 터졌어!”

“뭐어?”

“게다가 그 당사자가 동준이와 세영이야.”

“와... 정말?”

“내가 너희들한테 거짓말 해서 뭐하냐!”


진성이의 말에 나는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다.

평소 두 사람과 친하게 지냈기에 더욱 충격이 컸다.


솔직히 담배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곳은 금연 학원이라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에겐 고역인 장소였다.

그래서 초반에 반에서 몇 명은 흡연 욕구를 참지 못해 담배가 허용하는 학원으로 이동했었고, 몇 명은 참았다가 외출 했을 때 마음껏 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절도는 진짜 이해되지 않았다. 그건 정말 사회적인 도리에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학원에서도 절도라는 명분으로 상벌 위원회를 연다면 정말 확실한 증거가 있었을 것이고, 무조건 퇴학 처리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찬혁이가 두 사람에 대해 누군지 몰라 고개를 기웃거리자 바로 진성이가 말해주었다.


“둘 다 GA반 학생들인데 진수와 친하게 지내던 애들이야.”

“와. 이렇게 사건이 연달아 터질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신기하다는 거야. 한편으로는 이걸 잡아 낸 애네반 담임 선생님도 대단하고.”

“네?”

“정확한 건 아니지만, 둘 다 제보는 있었다고 해. 그런데 명확한 증거는 없어서 대응을 할 수 없었지만 담임 쌤이 끈질기게 찾아내서 적발했다는 말을 들어서.”

“와... 그 선생님 능력도 대단하네요. 게다가 지금 상담 때문에 엄청 바쁠 텐데.”

“그치.”


밖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담임 선생님은 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원 안에서 보는 담임 선생님은 미치도록 바쁜 사람이었다.


기본적인 반 관리와 함께 입시를 담당하고 있어, 학원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에서부터 학습적인 상담까지 맡고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6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끝나고 학생들의 상담을 하고 있어 각 반 담임 선생님들은 정신 없어 보였는데, GA반 담임 선생님은 학원의 중대규칙을 어긴 두 학생을 잡았으니 더욱 일거리가 가중될 것이었다.


‘정말 미쳤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큰 사건 2개가 터질 줄 몰랐지만, 한편으로는 근신 때 생각했던 것처럼 혼자 다녀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다음 날 점심 시간에 친구들과 만나 어떻게 된 상황인지 당사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동준이는 부모님 몰래 고등학교 3학년 때 부터 담배를 폈었다.

아버지가 엄격해서 걸리면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주 피는 편은 아니지만 머리가 아플 때 종종 피웠었고, 학원에 와서는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모의고사 전날에 꼭 피웠었다.


그랬더니 조금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학원 생활에 도움이 됨을 느꼈다. 문제는 이 기숙학원이 금연학원이다보니 몰래 숨어 피워야했고, 주변 애들에게도 담배 핀다는 것을 숨겼다.

혹시라도 담배를 피고 난 뒤 냄새가 날까 봐 평상시 방향제를 뿌리고 다니는 것도 잊지 않았다.


며칠 전, 몸이 안 좋아 다른 반 선생님에게 허락받고 기숙사에 일찍 들어갔다.

다른 학생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 기분 전환을 할 겸 화장실에서 환풍기를 켜고 담배 한 가치를 폈다.


학원에서는 조기 입실을 한 학생 방을 기준으로 다른 학생들이 들어오기 전에 확인을 하는데, 문제는 환풍기를 틀어놓았음에도 담배 냄새가 다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기숙사 담당 선생님은 화장실에서 담배 냄새를 감지하고 바로 기숙사 방을 확인했고, 내가 가지고 있던 담배와 라이터를 발견해 걸리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어제 상벌위원회가 열렸고 근신 7일이 확정되었다.


“나는 내일 다른 학원으로 가기로 했어. 애들아. 잘 있어.”


당연히 근신을 서게 되면 부모님에게 이 사실이 전달된다.


이 때, 동준이는 부모님과 연락해서 담배가 허용되는 근처의 독학재수학원으로 바로 옮겨가는 걸로 확정되었다. 기숙학원에서 지내면서 스스로 생활 패턴이 고정되어 있으니, 이 기회에 독학재수학원으로 하고 잘 지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스스로 담배도 조절하지 못하는데 생활 패턴이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다.


“세영이는 벌써 간 거야?”

“진짜 아무런 말 없이 사라졌네.”


동준이와 함께 세영이의 절도 건에 대해서 상벌위원회에서 강제 퇴소라는 결과가 나왔다.

강제 퇴소가 나오더라도 학원에서는 다른 학원을 알아볼 시간을 주는데 본인이 쪽팔렸는지 바로 어제 저녁에 집에 연락해 갔다고 한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다른 친구들 말을 들어보니 학원 냉장고에 있는 간식들을 꾸준히 훔쳤다고 한다. 솔직히 학원 냉장고에는 많은 학생들의 간식이 들어가 있어 한 두번 없어지는 건 다른 학생이 실수로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것이 많은 학생들에게 반복해서 일어나자 의심이 있었다고 한다.


잃어버린 학생들이 알아보니 세영이가 의심되었고, 학원에 제보를 해서 세영이가 훔쳐갔다는 것을 CCTV로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세상에는 별의 별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닫는 계기였다.

그리고 지금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내가 친구들에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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