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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Mar 04. 2024

삼수는 절대 생각 없고, 올해 무조건 끝내야해요.

49_다른 사람의 눈에도 바뀐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9평 이후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했는데, 학습과 성적이 아닌 수시 6장에 대한 상담이 중점이었다.


“선생님, 지난번에 이야기해 주신대로 수시 원서를 쓸게요.”

“그래?”

“네. 그리고 제가 원하는 학과로 수능 최저 점수를 맞추었을 때, 일정이 겹치지 않는 학교를 추가로 알 수 있을까요?”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내 고집을 꺾고 담임 선생님의 의견을 참고했다.

전에는 무조건 수시는 상향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높은 대학교만을 골랐지만,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을 보니 이러다가는 진짜 망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담임 선생님 말대로 내가 수능을 잘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아니 솔직히 그 누구도 확신을 가지기란 어려울 것이었다.


그 때의 나를 생각하면 철 없고, 어이가 없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수시 6장은 1장은 수능 이전의 B대 논술을 쓰기로 했고, 5장은 수능 이후의 논술을 쓰는 거네. 그럼 네가 선호하는 학과가 이 쪽이니까 이렇게 추천할게.”


담임 선생님은 수능 이후 논술 일정을 확인하고 총 8개의 대학교를 추천해주었다.

내 평균 성적을 기준으로 3장은 무난한 수능 최저 점수로 들어갈 수 있는 대학교, 2장은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수 있는 대학교, 3장은 상위의 대학교였다. 


이 중에서 3개의 대학교가 겹쳐 있는데 지원하는 학과에 따라 논술 날짜와 시간이 달라 선택지를 남겨두었다.

최종적으로 8개의 대학교 중에서 나와 부모님이 5개의 대학교와 학과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논술은 수능 최저 점수를 맞춰야 볼 수 있다. 지금 수시 쓰는 대학교는 서브라고 생각하고, 정시로 높은 점수를 맞아 네가 원하는 대학교에 가야한다는 마음으로 공부하면 좋겠다.” 


수시로 인해 내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을 걱정하며 담임 선생님은 상담을 마무리했다.

그렇지 않아도 낮은 9평 점수로 더 이상 바닥으로 떨어질 수 없다는 위기감이 들고 있기에, 무조건 성적을 올리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런데 마음과 달리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하아, 집에 갔다와서 잘 해 보자.”


9평의 후유증을 벗어났고, 이제 공부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자습실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 머리는 공부 해야 한다고 지시를 내린다.

바로 일주일 뒤에 있을 9월 정기 외출을 떠올리면 마음이 붕 떠 도저히 손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딱 이 기간이 수시 원서 접수 기간으로, 기숙학원에서 원수 접수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담임 선생님의 말로는 초반에 원서 접수를 하고 더 이상 보지 않는 학생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끝까지 경쟁률을 보고 지원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몇몇 대학교를 선정해 놓고 마지막까지 저울질하다가 원서를 넣는 경우도 있고, 계속 부모님과 통화하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기숙학원에서 쓸 수 있는 컴퓨터와 전화기는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

그럼 부모님과 연락하며 원서 접수 현황을 확인하려면 핸드폰을 확인할 수 밖에 없는데, 기숙학원에선 핸드폰을 담임 선생님이 보관하고 있어 수시 원서 접수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면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기숙학원에서는 아예 수시 원서 접수 기간에 정기 외출을 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이었다. 덕분에 집에 간다는 들뜬 마음과 어떤 대학교에 원서 접수 해야 할 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굉장히 괴롭혀 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도저히 결정을 못 내리겠네.”


일단 수능 보다 급한 일정이 수시 원서 접수였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한 8개의 대학교와 학과를 비교하며 어떻게 5장을 골라야 할 지 머릿속에 떠 다니며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럴 바에야 B대 논술 공부를 하자!”


그 동안 9평 공부를 위해 미뤄두었던 B대 논술책을 꺼내들었다.

아직 이 책을 1/3도 보지 않아 충분히 공부해야 할 분량이 많았다.


“시간표를 다시 짜서 공부해야 한다.”


정기외출을 가기 전까지 일주일의 시간동안 학원 수업과 수업에 대한 복습을 하고, 남은 시간에는 B대 논술에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시간표를 짜니 하루에 3시간의 시간을 쓸 수 있었다.


덕분에 이렇게 공부 방향을 바꾸니 그래도 손이 움직여 틈틈히 B대 논술을 준비했다.


-



정기외출 시기가 되자 집에 왔고, 그 날 저녁에 부모님이 퇴근하자마자 바로 수시 접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부터 수시 원서 접수 기간인데, 대학교마다 원서 접수 기간이 달라 오늘 확정을 해야 내일부터 접수를 할 수 있었다.


집에 오기 전에 나는 B대를 제외하고 담임 선생님이 골라 준 8개의 대학교 중 5개를 확정해서 부모님에게 말했다.


“그래. 이 중에서 골라 지원하자. 당신 생각은 어때?”

“괜찮아요. 담임 선생님 말대로 삼수는 절대 생각 없고, 올해 무조건 끝내야해요.”


부모님은 내 판단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더불어 미리 부모님은 담임 선생님과 사전에 통화해서 어떻게 상담한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골라 준 대학교에 부모님 의견도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었다.


특히, 부모님은 절대 내년까지 공부를 시킬 생각이 없었다.

올해 다시 한 번 공부를 해 보고 싶어해서 시키기는 했지만 수시에서 다 떨어지면, 정시에서 성적이 떨어져도 어떻게든 그 성적에 맞춰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나 몰래 골고루 수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부탁했고, 담임 선생님도 동의하여 이렇게 6장을 원서를 쓸 대학교를 고르게 되었다..


“이제 끝났다.”


다음 날, 9시가 되자마자 컴퓨터를 틀어 바로 B대를 포함하여 총 6개의 수시 원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미리 응시 원서에 쓸 사진을 준비해 놓았고, 결제도 캐시를 적립해 놓아 결제도 순식간이었다. 남은 캐시는 정시 지원할 때 쓰거나 나중에 출금 신청을 하면 된다.


“이제 B대 논술에 진짜 집중해서 해 보자!”


B대 논술 응시 날이 약 16일 정도 남았는데, 정말 이 곳에 붙고 싶은 마음에 모의고사 외부 컨설팅도 받기로 했다.

처음에 부모님은 긴가민가 했지만, 정말 하고 싶다는 의지와 공부한 것들을 보여주자 허락해주었다.


당연히 실력과 운이 함께 있어야 하지만 B대 논술은 수능 최저 점수 없이 논술만 잘 보면 합격할 수 있기에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기회라고 여겼다.


덕분에 지금까지 정기외출을 나와서 한 번도 공부한 적이 없었는데, 일부로 독서실을 잡고 그 곳에서 B대 논술을 준비했다.


“애가 진짜 단단히 결심했나보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지켜봐요.”


이 모습을 본 부모님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감탄하며 바뀐 내 모습에 대견해하는 눈치였다.

이렇게 정기외출 기간에 공부와 휴식을 적절히 병행한 후 다시 기숙학원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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