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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Mar 11. 2024

어쩌면 논술 합격할 것 같아.

51_희망은 계속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내일은 B대 논술이 있습니다. 이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내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시간 맞춰서 버스에 탑승할게요.”


시간은 상대적으로 흐른다.

누군가에게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겠지만, 나에게는 엄청 눈 깜빡할 새 지나갔다.


담임 선생님은 우리 반에서 따로 B대 논술을 응시하는 학생들을 모아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B대 논술은 오전에는 자연 계열, 오후에는 인문 계열로 나누어 응시하게 된다.

오전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평소 기상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서 가야 하지만, 오후 시험인 우리들은 평소처럼 일어난 뒤 수업 중간에 가면 되는 것이었다.


기숙학원에서는 혹시라도 중간에 길이 막힐 것을 고려하여 시험장 입실 1시간 전에는 B대에 무조건 도착할 수 있게  넉넉하게 버스 출발 시간을 배정했다.


더불어 학원 점심 시간은 12시인데, 버스 탑승 시간은 11시 40분이다. 그래서 B대 논술을 보러가는 학생들은 11시에 점심 식사가 제공되어 밥을 먹고 11시 40분까지 버스에 탑승해야 한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들 중에서 한 명이 인솔 선생님으로 같이 가는데 논술 응시 후 학생들이 버스 탑승 장소를 찾지 못하거나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어 학교에 도착하면 핸드폰을 준다는 이야기를 듣자 애들이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논술 시험 중에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감독관에게 핸드폰을 제출해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신났다.


“와,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3교시 끝나면 바로 나가야 하네.”

“그보다 난 핸드폰 받는 게 너무 좋다!”

“자자, 조용. 지금 나눠주는 건 여러분들의 수험표와 약도 그리고 논술 응시에 대해서 주의 사항을 프린트 했으니 읽어보고 내일 꼭 챙겨갑니다.”


오리엔테이션을 끝내며 담임 선생님은 미리 준비한 서류 봉투를 우리들에게 건넸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에 B대 논술 응시하는 학생들을 개별로 불러 컴퓨터를 사용하게 했었는데, 그 때 프린트했던 수험표로 그 때 주면 혹시 잃어버릴까 싶어 전날에 주는 눈치였다.


“저녁 자습한 뒤 오늘 푹 자고, 좋은 컨디션으로 내일 논술 잘 보세요! 그리고 공부한 것 이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평소와 똑같이 잤는데, 컨디션이 나쁘지 않네?”


항상 모의고사 보는 날이면 일찍 잤음에도 긴장해서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그 때보다 잠을 적게 잤음에도 긴장이 덜 되서인지 상태가 괜찮았다.


약 보름 정도를 남들 보다 열심히 논술 공부를 했다고 자신할 수 있어 불안감이 없다.

확실히 어떤 시험이든 충분히 공부해 놓으면 불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진리를 이번 시험을 통해 깨달았다.


덕분에 평소와 똑같이 3교시까지 수업에 참여하고, 식사를 한 뒤 버스에 탑승했다.


“인원 체크 할 테니 본인 이름 부르면 대답합니다.”


인솔 선생님으로는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이 배정되었다.

그러고보니 인문 계열 B대 논술 보러 가는 학생들 중에서 우리 반 애들이 제일 많았다.


이렇게 인원 체크를 하고 이상 없자 버스는 바로 출발했다.


‘여기선 바로 자자.’


학원에서 B대까지는 약 2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차 안에서 책 보면 멀미 나는 스타일이라 바로 눈을 붙혔다.  

신기하게도 바로 잠이 들었고, 나중에 담임 선생님이 일어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차가 막혀서 예정 시간보다 30여분 정도 늦었습니다. 지금 딴 길로 세지 말고 바로 고사장으로 갈게요.

차에서 내릴 때 이름 말하면서 핸드폰 가져가는데, 제 연락처 모르는 학생 있으면 물어보고 받아갑니다. 버스는 계속 여기 있을 테니 시험 끝나면 이 쪽으로 옵니다.”


출발할 때 미리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놓았던 터라 길이 밀리더라도 문제 없었다.

애들이 내리는 것이 보이자 서둘러 정신 차리고 짐을 챙기고, 담임 선생님에게 핸드폰을 받고 약도를 확인했다.


“고사장이 인문관 3층 301호이면 여기로 가면 되겠다.”


B대에서도 오늘이 논술 시험 날이기에 곳곳에 안내문을 붙여 학생들이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셋팅해 놓아 바로 고사장에 도착했다.


‘빡세게 공부 마무리 하자.’


고사장에 입실하고 나서 시험을 보기 전까지는 약 1시간이 남아 있어, 정리할 시간이 충분했다.

B대 논술의 특징들을 떠올리며 그 동안 풀었던 모의고사 원고지를 살펴보니 어떻게 시험을 이끌어야 할 지 머릿속으로 정리되었다.


“필기구를 제외하고 모든 짐을 정리합니다.”


어느 덧 감독관이 들어와 시험을 준비하라는 말에 괜히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긴장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고사장에는 같은 기숙학원 단체복을 입은 학생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들을 보며 조금 긴장이 풀렸다.


“방송으로 종이 치면 인문 계열 논술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부정 행위를 하면 바로 고사장에서 강제 퇴출이니 성실히 응시하세요.”


순식간에 원고지와 문제지가 나눠졌고, 종이 울렸다.

그 순간 모든 학생들이 고개를 숙인 채 문제지를 펼쳤다.




“나쁘지 않아. 어쩌면 논술 합격할 것 같아.”


120분이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인문 계열의 B대 논술은 인문 제시문과 영어 제시문을 읽고 글을 쓰는 것과 수리 통계 문제를 풀이하는 것이 중점이다.


인문과 영어 제시문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수리 통계가 중간에 해메긴 했지만 무난하게 잘 써서 합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됐다.

더불어 불간


“아, 맞다!! 엄마, 아빠!”


그리고 얼른 핸드폰으로 부모님에게 연락을 취했다.

오늘 B대 논술을 본다는 것을 부모님도 알고 있는데, 어떻게 잘 봤는지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부모님은 잘 봤다는 내 말에 기뻐하시며, 앞으로 공부도 잘 해보자고 격려해 주셨다.

이렇게 전화하며 걸어가니 아까 학원에서 타고 온 버스가 보였다.


“진수야. 고생했다.”

“네. 감사합니다.”


버스로 가니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햄버거 세트를 받았다.

지금 시간이 오후 5시 30분이 살짝 지난 시간으로 학원에 가면 저녁 식사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나올 시간에 맞춰 담임 선생님이 근처의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 세트를 사가지고 온 것이었다.


“이야, 이게 얼마만이냐?”


아직 애들이 오기 전까지는 시간이 있다고 하여 버스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자주 먹었던 햄버거이지만, 외출 나가면 다른 음식들을 먹느라 먹지 않았던 햄버거였다.

물론, 학원 식사 메뉴에서도 종종 햄버거가 나오지만 그 것과는 차원이 틀렸다.


먹어보니 익숙한 맛에 감동이 밀려 들어와 역시 아는 맛이 제일 무서웠다.

감자튀김도 순식간에 먹어 치웠고, 포만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중에 B대 논술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오늘 논술 시험을 보러 온 것이 나쁘지 않았고 좋은 결과로 보답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기숙학원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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