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_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아갈 때다.
“벌써 9월 중순으로, 수능을 보기 전까지 6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잘 해오고 있지만, 이제는 멘탈이 갈리는 시기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본인만의 중심을 잡고 공부해야 하며 주변에 신경쓰지 않길 바랍니다.”
정기외출을 복귀하자마자 담임 선생님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제가 심야 자습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본인이 버틸 수 있으면 하길 바랍니다. 대신 다음 날 오전 수업에 졸지 않을 학생들만 해당됩니다.
다른 학생들보다 새벽에 1시간 공부를 더 하고, 오전에 2~3시간을 졸면 손해이니 신중하게 생각하고 심야 자습을 신청할게요. 더불어 수업 방향도 이제부터는 조금씩 문제 풀이 위주로 전환될 것이니 신경써서 수업 참여하길 바랍니다.”
우리들은 담임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공부하고 있지만 여기에 너무 목 매지 마세요.
수능은 특별한 시험이 아니라, 누구나 보는 시험입니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계속 어려울 것이니 긍정적으로 쉽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이 공부입니다. 공부 계획을 세울 땐 너무 멀리 보지 말고, 단계적으로 목표를 세워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공감이 되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몇몇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를 절실히 느낀 것이 9월 평가원 모의고사였다.
공부를 하다보면 부족한 점들이 너무도 많이 보이는데, 정작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중요한 과목인 국어와 수학에 조급함이 있어 충분히 됐다고 여긴 과목들은 소홀하게 공부했다. 그런데 결과는 공부를 했든 안 했든 다 좋지 않게 나오니 멘탈이 완전 나가버렸다.
담임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내 최종 목표를 떠올려보니 너무 높아 다음 모의고사까지 단계적으로 맞춰보기로 생각했다.
“왔어요?”
“네. 그런데 정말 싹 정리해서 갔네요.”
“그러게요.”
퇴실 시간이 되어 기숙사에 들어왔는데, 3개의 침대 중 하나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옷장에도 기존에 있던 짐들이 하나 없이 다 빠져 있었다.
바로 오늘 룸메이트였던 GT반 박진성의 퇴소가 있었다.
정규반이 개강하고나서부터 서로 친하게 잘 지냈는데,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전부터 퇴소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정기외출을 나가서 부모님과 진지하게 상의한 뒤 복귀하는 날인 오늘 짐을 다 싸서 나간 것이었다.
“이번에 성적이 잘 나왔잖아요. 그리고 여기서 잘 한만큼 나가서도 잘 하지 않을까요?”
“정말 잘 되면 좋겠네요.”
퇴소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그 동안 나온 성적들과 비교했을 때 9평 모의고사에서 최고점을 찍었다.
가채점을 해 보니 탐구 1과목을 빼고 모두 1등급을 맞아 이 성적으로 정시 지원을 하면 학교를 골라 갈 수 있을 정도였다.
더불어 그 동안 기숙학원에서 지내면서 생활 습관도 잘 잡혔고, 성적도 이렇게 잘 나오니 밖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퇴원을 하게 되었다고 아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때, 진성이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퇴소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앞서 같은 반에서 지냈던 태영이 형이 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보고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퇴소했다.
그 뒤로 한 달 정도는 다른 애들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며 잘 지내고 있다며 연락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끊어졌다. 나중에 애들이 하는 이야기를 옆에서 들어보니 밖에 나가보니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가 힘들고 게임과 핸드폰을 중간에 놓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기숙학원에 들어오기 위해 담임 선생님에게 연락 했는데, 담임 선생님은 퇴소하면 다시 들어올 수 없는 학원 규칙을 언급하며 거절함과 밖에서 열심히 하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통학 학원이나 독서실을 다니면서 열심히 잘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데 자기 통제가 어려워 기숙학원에 들어와 강제로 하는 규칙적인 생활과 공부가 본인 의지에 의해 하는 거라고 착각하면 안된다는 것을 주변에서 나간 학생들을 통해 절실히 느꼈다.
‘나는 밖에서 하는 것보다 여기서 하는 게 맞다.’
수시 상담을 하며 이 사실을 간신히 깨달았다.
현역 때처럼 성적이 잘 나온다면 잘 나왔다면서 흐트러질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밖에서 공부하면 부모님이 일을 하고 계시기에 나를 잡아줄 사람이 없고,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일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데 기숙학원에서 공부하면 내가 챙겨야 할 것들을 담임 선생님이 이야기하며 챙겨보니 이 점에서는 불편함이 없었다.
그래도 불편함이 있다면 외부와의 연락이나 기숙학원 특성 상 어쩔 수 없음을 인식하고 감수하며 지내고 있다.
기숙학원에 있는 본질적인 목적은 공부 하나 뿐으로, 성적이 올라가야 여기에 온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운동은 계속 하는 건가요?”
“당연하죠. 전 꾸준히 운동해야 오히려 공부가 잘 되는 편이라서요.”
계속 존댓말을 하며 지내고 있는 룸메이트 찬혁은 사관학교 시험이 끝났음에도 열심히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었다.
아니, 개인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최근이 운동량이 더 늘어난 것 같았다.
찬혁이는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전에 2차 사관학교 시험에 응시했는데, 지원자들중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어쩌면 수능을 보지 않고 사관학교에 붙을지도 모르는데, 계속 수능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이유를 물어보았다.
“인생은 어떻게 될 지 모르잖아요. 사관학교에 합격해도 수능을 잘 보면 상위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니 그 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고요. 그리고 결정난 것은 아직 하나도 없고요.”
즉, 찬혁이는 긴장 풀지 않고 계속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말에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현역 때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면...’
은근히 찬혁이에게 배우는 것이 많았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9월 평가원 모의고사 때 최고점을 찍었었고, 이 성적이 유지된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에 소홀하게 공부 했었었다. 그 결과는 처참한 성적이었고 지금 재수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깨달았기에 어떤 핑계도 대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기로 마음 먹고, 실제로 집중하며 학원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수능 공부와 함께 자습 시간에는 당장 눈 앞에 닥친 B대 논술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