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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세대 논술은 치열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옛 직장 동료들

by 은궐

매년 9월과 10월에는 수시 지원한 논술 시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 전에 있는 수시 논술은 지원하지 않는데, 혹시라도 수능 점수가 잘 나왔는데 이 점수보다 낮은 점수로 합격할 수 있는 대학교에 붙을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드물긴 하지만 수능 전 논술 시험에 응시하고, 수능 점수가 잘 나와서 수시 납치를 당하는 케이스가 있다.

그래서 수시 논술은 상향해서 쓰려고 하고, 정말 수능 전의 논술을 응시한다면 나중에 정시 지원을 했을 때도 점수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지원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조건을 무시할 수 있는 하나의 대학교가 연세 대학교다.

이 학교는 수능 성적과 상관 없이 논술을 잘 볼 수 있다면 합격할 수 있기에 경쟁율이 어마무시하다. 그 증거로 예비 1번은 추합 가능성이 반반이고, 거의 예비 2번까지는 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인터라 어느 정도 논술에 자신 있거나,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연세대 논술에 지원한다.

어차피 수시 6장 중 1장이라 크게 아깝지 않고, 교과 혹은 학종이 아닌 이상 논술로 5장을 쓰고 공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올해 연세대 논술에 응시하는 학생들의 인솔로 뽑혔다.




내가 인솔을 맡게 된 자연 계열 학생들의 시험은 오전 9시 30분이라 시험 30분 전인 9시까지 입실해야 한다.

그럼 대학교에는 8시에서 8시 20분까지는 도착해야 학생들이 충분하게 입실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학원에서는 6시에 출발해야 하므로 내 출근은 5시 30분으로 확정되었다!


덕분에 간신히 알림을 맞춰 놓고 일어났고, 밀린 잠을 차에서 자겠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챙겨 연세대학교로 출발했다.


5시 50분쯤에 출발했는데 토요일임에도 서울로 올라가는 차량이 많았고, 각종 행사로 서울 곳곳에 정체가 발생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날에 여의도 불꽃축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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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버스 노선을 타고 이동해서 8시 20분쯤에 대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고, 무사히 학생들을 학교 안으로 들여보낼 수 있었다.


이제 중요한 건 남은 시간을 카페에서 무사히 보내는 거다.

버스에서 살짝 자긴 했지만 약 4시간 자고 나온터라 꽤 피곤해서 카페인으로 잠을 이겨낼 계획이었다.


연세대학교 앞에 스타벅스가 있었고, 오픈런 해서 자리에 착석해 가지고 온 태블릿을 이용해 책을 봤다.


확실히 이 날이 대목인 것이 마땅히 시간을 보내기가 애매모호하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학부모들이 카페에 가득 했고, 정말 직원들은 정신없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은 연세대학교 주변 모든 카페가 동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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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시험이 끝나고 학생들을 만나기로 한 곳은 연세대학교 대운동장쪽이었다.

정문은 계속 사람들이 왔다갔다하고 있어서 시험이 끝나면 만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시험 종료 20분 전쯤에 대운동장 쪽으로 가니 다른 기숙학원의 인솔자들을 볼 수 있었는데 다 아는 사람들이었다.


워낙 학원 업계가 좁다보니 전에 일을 했었고, 종종 메신저나 전화를 통해 연락하던 사람들이었다.

평소에는 일하느라 얼굴 보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외부에서 만나는 것도 신기하다.


올해에는 다른 학원에서 온 사람들이 한 번씩은 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로 정말 학원 판이 많이 좁다는 걸 깨달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안부를 나누며 아프지 말고 잘 지내기를 바랬다.


곧 학생들이 나오자 서둘러 인원 체크를 하고 길이 막히기 전에 버스타고 탈출했다.

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간단히 식사하고 학원에 도착하니 딱 퇴근 시간이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올해 연세대학교 논술 난이도가 쉽지 않았고, 만만치 않았다.

결과는 12월에 나오겠지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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