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_그래! 열심히 해 보자!
"시험은 모두 잘 봤나요? 이제 밥 먹으러 식당으로 이동할 거고, 식사 후 19시 30분까지 다시 이 강의실로 모입니다."
쉬는 시간이 끝나자 바로 임시 선생님이 들어와서 기숙학원의 식사에 대해서 설명했다.
식당 의자는 흰색과 회색으로 남녀 구분이 되어 있다.
그리고 식사는 뷔페식으로 내가 원하는 만큼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는데, 몇몇 반찬은 수량이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
"학교보다 맛있고 좋은데?"
학원 식당에서 처음 밥을 먹는 나는 음식의 퀄리티에 만족했다.
보통 급식 식판은 4가지의 반찬을 담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지만, 여긴 6개의 반찬을 담을 수 있는 식판이었다.
그럼 기본 반찬인 김치를 빼면 5가지 반찬을 담을 수 있었고, 식판 말고 뷔페에서 음식을 담는 원형 접시로 밥과 반찬을 담을 수 있었다.
또한 입맛이 없는 학생을 위해서 항상 샐러드도 세팅되어 있고, 항상 고기반찬이 있다고 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양껏 밥과 반찬을 푼다는 거다.
학교에서는 매일 영양사 선생님이 반찬 부족하다고 투덜거렸는데, 여긴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게다가 식당 내부가 굉장히 조용하다.
보통 밥 먹을 땐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끄러울 거라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첫날이라 우선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다 혼자 밥을 먹고 있다.
나도 인생 처음으로 혼밥 한다.
"지난번에 둘러보긴 했지만, 진짜 크긴 크구나."
부모님과 왔을 때는 '설마 여기에 오겠어?'라는 생각에 자세히 보지 않았다가, 정작 오게 되자 앞으로 지낼 곳이니 꼼꼼히 둘러보고 있었다.
학원 안에는 수많은 강의실을 비롯하여 미디어 상영관, 식당, 매점, 헬스장, 강당, 휴게실 등이 있다.
그리고 기숙사는 강의동과 연결된 구름다리를 통해 이동할 수 있어 비나 눈이 오더라도 밖에 나가지 않고 모든 생활이 가능했다.
이렇게 둘러보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 강의실에 모일 시간이 되자 얼른 발걸음을 재촉했다.
"식사는 맛있게 했나요? 이제 반 편성이 확정되어 이동할 강의실 호실과 이름을 부를 테니 잘 듣습니다!"
우리들이 밥을 먹는 사이 빠르게 국어와 수학 시험 성적이 나왔고, 반 편성도 완료되었다.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자 나를 비롯하여 모든 학생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목소리에 집중한다.
곧 내 이름이 들렸고, 확인해 보니 지금 이 강의실에 배정되었다.
그리고 다른 애들도 자기 이름을 듣고 지금 강의실 호실인지, 다른 강의실 호실인지 체크한다.
"본인 이름을 못 들은 학생은 앞으로 나와서 확인하고, 본인 강의실로 이동합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절반 정도 되는 학생들이 일어나 우르르 밖으로 나갔고, 한 두 명씩 다른 학생들이 강의실의 빈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자리가 차자 이 강의실에 배정된 학생들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인원 체크를 마무리한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과 9개월 동안 함께 지낼 입시담임 한진성입니다. 반갑습니다."
짝짝짝짝!!
교탁에 선 선생님의 말에 곳곳에서 학생들의 박수 소리가 들렸다.
"여러분이 아는지 모르겠지만, 기숙학원 근처에 스키장이 있습니다. 옛날에 어느 부모님은 학생에게 스키장에 간다고 기숙학원에 몰래 데려왔던 적이 있었죠.
그때, 학생이 입고 옷은 스키복이었고 정말 공부할 책이나 필기도구, 옷은 하나도 가져오지 않은 채 부모님은 짐은 나중에 보내준다며 학생을 그냥 여기에 놓고 갔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곳곳에서 킥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느새 학생들은 선생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당연히 학생 입장에선 마른날벼락이었을 겁니다. 당장 가지고 있던 핸드폰으로 부모님에게 연락했고, 부모님은 받질 않았죠. 결국 학생은 학원에 집에 가고 싶다고 징징거렸고, 사정을 파악한 학원에선 학생 부모님에게 연락해 다음 날 집에 가게 했습니다.
설마 이렇게 부모님에게 속아서 기숙학원에 온 학생은 없겠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말에 대답하는 학생은 없었다.
"오늘 처음 기숙학원에 와서 시험도 봤고, 낯선 환경에 있으려니 굉장히 힘들 겁니다. 기숙사는 방 배정이 되어야 들어가서 짐 정리를 할 수 있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이 시간 동안 여러분들에게 내일 일정과 간단히 몇 가지 이야기를 하도록 할게요."
내일은 수업이 없는 일요일이라서 오전에는 수업 관련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고, 오후에는 최종 수업 신청과 단체복 및 교재 배부, 저녁에는 학원 생활에 대한 오리엔테이션과 시간표 배부를 한다고 한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기숙학원에 온 이상 이 세 가지는 무조건 지키라고 합니다.
첫째는 제게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여기 있는 동안 성실하게 학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겁니다.
물론, 한두 번은 제가 속거나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거짓말이 반복되고 제가 속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저는 그 학생에게 큰 배신감을 느낄 거고 그 학생의 말은 믿지 못하게 될 겁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부득이하게 컴퓨터를 사용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은 학원 규칙을 어기는 일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럼 제가 이야기를 들어보고 학생이 규칙을 어기는 일이라도 컴퓨터를 써야 한다는 일이라고 판단되면 제 재량으로 할 수 있게 할 테니, 모든 일에 있어서 솔직히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인성에 대한 이야기다.
확실히 거짓말을 하는 것보단 솔직히 이야기하고 선생님의 도움을 얻는 편이 이득이다.
"둘째는 여기는 학교가 아닌 학원이라는 점을 인식합니다.
여러분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강의실과 복도에서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이 익숙합니다. 그리고 이 것을 가지고 학교에서는 아무런 제지를 안 했을 겁니다.
학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기본은 정숙 유지입니다. 반드시 건물 내부에서는 정해진 장소를 제외하고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만약 정숙 유지를 포함하여 생활이 불성실하거나 규칙을 어기면 여러 번 경고를 줄 것이고 나중에는 학원 절차에 따라 퇴원을 시킬 수 있습니다."
규칙에 대한 이야기다.
자세히 생각해 보니 이 건물은 강의실은 굉장히 많아 곳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었다. 만약 복도에서 떠든다면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는 매일 혼자 다니는 연습을 합니다.
대부분 초반 학생들은 기숙학원에서 혼자 생활하며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오는데, 나중에 보면 혼자 다니는 학생은 극히 일부로 대부분 무리를 지어 다닙니다.
이곳에선 친구들을 많이 만들면 학원 적응에는 좋지만, 나중에는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클 겁니다."
교우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데, 왜 친구를 사귀면 스트레스가 심한 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기숙학원에 온 본질적인 목적은 공부입니다. 그런데 점점 친구가 늘어나면 공부 시간이 늘어나기보단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나며 나중엔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게 되죠. '지금의 친구 관계를 끊어야 할까?', '끊으면 친하게 지냈던 애들과 어떻게 지내지?', '왕따 되는 거 아닐까?'라고 말이죠.
그렇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어떤 형태로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만드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에, 친구를 사귄다면 한 명이나 두 명에서 끝내길 권하고 가장 좋은 건 기숙사 룸메이트와 어울리는 겁니다."
기숙사 룸메이트는 다른 반 학생들과 배정된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이 친구들은 같은 강의실을 쓰지 않아 이 곳에서 함께 떠들 일이 없을 것이었다.
"내일부터 2주의 학원 적응 기간 동안 정신없을 겁니다.
이 기간을 무사히 버티는 학생은 앞으로도 계속 여기서 공부할 것이고, 적응 못하는 학생은 퇴원하여 다른 기숙이나 통학 혹은 독재로 이동하겠죠.
마지막으로 이 기숙학원은 여러분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돈과 시간을 허투루 날리며 의미 없는 학원 생활을 하지 않길 바라겠습니다."
이렇게 첫째 날의 일과가 끝나고 우리들은 각자 많은 생각을 하며 기숙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