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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Dec 21. 2023

집에 가면 좋겠는데. 꼭 잔류해야겠냐?

28_나는 오늘도 성장하고 있다.


멘탈 케어 수업을 들어가는 학생들을 보니, 파일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물어보니 매주 프린트들을 나눠주는 데 수업 시간에 활용하기 때문에 파일이 있으면 편하다고 한다.


게다가 수업은 일반 강의실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 시청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강의실이었다.

수업은 약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었는데 선생님의 말과 함께 영상으로 진행되었다.


“오. 괜찮은데?”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나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솔직히 굳이 돈을 내고 멘탈 케어를 받아야 하는 건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길고 긴 재수 공부를 하다 보니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수업 중간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심리검사 방법과 마음을 잡는 데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주어 확실히 좋은 수업임을 느낀다.


“나는 오늘도 성장하고 있다. 불안해하지 말고, 하나씩 최선을 다하자.”


선생님의 마지막 멘트가 뇌리에 강하게 남으며 공부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각인되었다.




지난 멘탈 케어 수업을 참관하고 나니 꼭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에게 연락해서 허락받고 수강 신청을 했다.


이 효과인지는 몰라도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든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에 정말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에 집중했다.


“진수야. 성적 진짜 많이 오른 거 아냐?”

“대단한데?”


지난 모의고사보다 성적이 많이 올라 6월 모의고사도 잘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이 정도만 유지하면 정시로 H대와 I대는 쓸 수 있겠다.”


아직 가채점 점수라서 등급은 어떻게 나올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이 점수를 가지고 백분위로 계산하니 270점이 나온다. 나중에 제대로 된 점수가 나오면 조금 변동이 있겠지만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점수다.


여기서 조금 더 성적을 올리면 현역 최고점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번 모의고사에서도 난이도는 쉬운 편이었지만, 수능 난이도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실력이 온전한 내 실력이라는 판단과 공부한 만큼 성적이 오르니 한편으로는 공부가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휴가 때는 집에 가지 말고 잔류할까?’


어느 정도 성적이 오르자 조금씩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같이 보인다.

이젠 현역 때의 실력을 충분히 되찾았고, 부족한 공부를 더 채워야 한다는 조바심도 생긴다.


5월 정기외출을 다녀온 후 열흘 뒤면 바로 6월 평가원 모의고사다.

지금까지 학원 모의고사는 사설 모의고사이지만, 수능을 평가원에서 출제하는 만큼 평가원 모의고사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더불어 수시 지원 대학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모의고사이니 3박 4일 동안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의 생각은 완전 달랐다.


-지금 6평을 앞두고 있으니까 집에 안 가고 잔류해서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많을 겁니다. 

잔류해 본 학생들은 알겠지만 절대 쉬운 것 아닙니다! 그동안 학원에서 공부하느라고 알게 모르게 피곤이 쌓였는데, 괜히 6평을 이유로 남아서 공부하려고 해도 제대로 못 합니다.

늘 말하지만 남들 공부할 때 공부하고, 남들 쉴 때 쉬어야 합니다. 6평 보고 나면 체력이 딸려 고생하는 경우가 많으니 3박 4일 동안 집에 가서 밀린 잠자고, 맛있는 거 먹고 오세요.


담임 시간에 애들에게 잔류하지 말 것을 선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애들이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잔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인적으로 물어보았다.


-학원에 남으면 좋을 것 하나 없으니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냥 집에 가라!!


담임 선생님은 학생 스스로 잔류해야 한다고 굳게 결정했다면 남고, 고민하고 있다면 무조건 집에 가라고 이야기한다.

솔직히 본인 선택으로 결정되어야 하며, 다른 사람이 남았다고 후회하면 그 사람만 원망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나 또한 굉장히 고민하고 고민하고 있다.

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보기 전에 무조건 해야 할 공부들이 엄청 많은데, 분명 집에 가서는 안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기외출 때 집에 가서 잠을 푹 자고, 맛있는 거 먹고, 게임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성적 향상을 위해 못 가게 되면 굉장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잘 지냈니?

“네. 엄마. 근데 이번 정기외출 때 집에 안 가고 학원에 잔류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요?”


도저히 스스로는 결정하지 못해 핸드폰 사용 시간에 엄마에게도 물어보았다.


-네가 공부하는 거니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하렴.


하지만 엄마도 결정을 내려주지 못했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사이 점점 정기외출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학원 버스를 타고 집에 가기에 학원에서 정한 기한 내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학원 버스에 자리가 없어 타지 못하는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었다.


덕분에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기한 마지막 날, 결정을 내렸다.




“진수야. 너 잔류 선택한 거 맞니?”

“네. 선생님.”


정기외출 학원 버스 신청이 마무리되고, 최종 명단이 나오자 담임 선생님은 확인 차 내게 잔류 여부를 물어보았다.

외출 날 아침에는 담임 선생님이 아무도 출근하지 않아 신청한 명단과 다를 경우 학생을 찾느라고 소란이 벌어질 수 있기에 예방하기 위함이었다.


보통은 이렇게 물어보고 가는데 담임 선생님은 말을 더 건넸다.


“쌤이 봤을 때 너는 집에 가면 좋겠는데.”

“네?”

“학원에 몸은 있는데 정신줄 놓고 엄청 스트레스 받으면서 후회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여. 실제 평소에 독하게 공부하는 애들이라도 잔류는 못 버티고 나갈 만큼 쉽지 않아.”


담임 선생님은 그동안 나를 보고 냉정하게 말했지만, 나는 오기가 생겼다.


“진짜 공부할 겁니다! 걱정 마세요.”

“후우, 알았다. 그럼 잔류로 결정한다.”


반드시 잔류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부족한 공부를 채우겠다는 욕심이 더욱 생겼다.

내 잔류 소식을 들은 반 친구들이 걱정하기도 했지만, 걱정 말라며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 했다.


‘괜히 안 간다고 했나?’


점점 휴가 날이 다가올수록 학원 전체가 들뜬다.

정말 불가피한 사정에 의해 집에 가는 애들을 보자 지금이라도 다시 바꿔야 할지 다시 고민이 생긴다.


전에는 나도 학원에서 정한 날이 되면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참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집에 못 간다는 생각에 더욱 우울함이 커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성적을 올려야 하는 목표를 다시 떠올리며 우울함을 떨쳐내기 노력했다.

지금 기숙학원에 비싼 돈을 내고 있는 이유는 재수해서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함이었다.


고작 3박 4일 동안 마음을 붙잡지 못하고 공부하지 못하면 망한다는 생각과 함께 정기 외출 전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멘탈 케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뇌리에 각인시키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게다가 앞서 2월부터 시간을 허투루 보낸 부분이 있었기에, 이를 메꾸기 위해서는 지금 많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눈앞의 책에 집중했다.


덕분에 지난 정기 외출 전에는 집에 간다는 생각에 대충 공부했었는데, 이번에는 평소보다 더한 집중력을 발휘해서 공부 양이 많이 늘었다. 이렇게만 하면 정기외출 기간에도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대망의 정기외출 날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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