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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Dec 18. 2023

기숙이든, 통학이든 혼자 다니는 게 최고다.

27_재수를 하는 이상 눈에 띄면 소문은 어디서나 따라붙는다.


“진짜?”

“어떻게 보면 이게 최선의 방법 일지도.”


바로 GV반의 유아성의 퇴소 소식이다.

상벌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퇴소하면 공고문이 학원에 붙지 않는다. 근신을 서게 되면 애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왜 서는지 소문이 퍼지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말해 바로 퇴소하고 다른 학원에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더불어 다른 기숙학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집 근처 재수통학학원으로 결정되었고, 이번주 주말에 부모님이 오셔서 짐을 빼기로 했다.


“그래도 정기외출 때 나가서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겠네.”

“여기서는 공부만 잘하자.”


이 소식을 접한 윤성이는 풀이 죽은 모습이다.

먼저 근신을 서 본 건우가 여러 가지 팁을 주었고, 힘내서 같이 공부할 수 있게 위로해 주었다.

그런데 윤성이의 생각은 달랐다.


“나도 퇴소하고, 아성이 따라서 간다.”

“뭐?!”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하려고?”

“괜찮아. 부모님은 내 편이야! 이미 아성이와 이야기했어.”


여기에 미친놈이 있었다.

어두운 표정으로 힘 없이 있길래 많이 힘들어하는 줄 알았는데, 머릿속으로 퇴소 파이프라인을 짜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길로 윤성이는 담임 선생님에게 가서 근신 서기 전에 퇴소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며칠 동안 계속 학원 전화를 붙들고 살며, 막무가내 불도저처럼 퇴소를 밀어붙였다.


우리들은 윤성이가 말해줘서 알고 있지만, 담임 선생님의 눈에도 퇴소하는 여학생 따라서 가는 것이 빤히 보였다. 당연히 담임 선생님은 윤성이의 부모님에게 관련 이야기를 했지만, 부모님은 애가 이렇게 원하는데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퇴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 성적을 반드시 올리겠다는 약속을 했으니 믿어본다고 한다.


이렇게 주말이 되자 윤성이와 아성이는 짐을 싸서 퇴소했고, 바로 다음날부터 같이 다닐 수 있는 재수통학학원을 등록했다고 한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라는 말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다닐 때는 몰랐는데, 한 명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덕분에 깨달은 것이 우리가 공부하기 위해 모이긴 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 혹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상기됐다.


윤성이의 퇴소를 보니 한편으로는 나도 여기서 퇴소하고 새로운 기숙학원에 간 뒤, 혼자 생활하면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게다가 기숙학원들은 스케줄이 거의 비슷해 여기서 적응한 만큼 그곳에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망상이다.”

“네?”

“불가능하니까 여기서나 잘해!”


마침 담임 선생님과 플래너 검사 및  상담이 잡혀 있어 겸사겸사 물어보니 바로 답변이 나왔다.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학원들이 굉장히 좁다.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선생님들이라 연락해 보면 퇴소한 학생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있어. 어느 학원에 다니는지, 행실은 어떤 지 말야.”

“그, 그게 가능한가요?”

“당연하지. 우리 반에서 윤성이 말고 퇴소한 애들 몇 명 있잖아. 내가 알지 않으려고 해도 너희들끼리도 정보가 돌아서 몇몇 애들이 나한테 알려주기도 하는데.”


그 말과 함께 몇 명 학생들의 이름과 학원을 이야기하는데, 자신이 들은 내용과 동일했다.


“잘 생각해 봐. 외출 때 대학 간 친구들과 연락하기보단 여기 다니는 애들하고 연락하지 않니? 지금 핸드폰 사용할 때도 밖에서 재수 학원 다니는 애들하고도 자주 연락할 거고. 그러면서 각자 학원에서 있었던 소문이나 재밌는 일들을 이야기할 텐데?”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서 소름 돋는다.

실제로 핸드폰을 받았을 때 중학교 친구이자 재수통학학원을 다니는 종현이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학원 생활과 공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외출 나갔을 때도 주로 학원 애들하고 연락하는 편이다.


자신도 이렇게 하는 만큼 다른 애들도 거의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을 것이었다.


“늘 말하지만... 재미있는 건 다른 사람의 행실과 소문이다. 윤성이는 학원에 공고장이 뜨기 전에 퇴소했지만 이유를 아는 애들끼리는 다 알 거라고 본다. 그리고 여기서 넘어갔다는 말이 돌면 윤성이가 여기서 어떻게 지냈는지 거기 애들도 알겠지.”

“와.....”

“그래서 기숙이든, 통학이든 혼자 다니는 게 최고다.”


진짜 세상이 좁다는 것을 느끼며, 너무 놀라 감탄사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서 잘했으니까 다른 기숙학원에서 가서도 잘한다?’는 절대 없다!

네 말대로 기숙학원의 전체적인 시스템은 다른 학원들과 거의 비슷하지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사람이야. 크게는 반을 형성하고 있는 담임 선생님을 비롯해서 반 학생들과 분위기, 작게는 기숙사 룸메이트. 이 것들을 처음부터 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간부터 들어간다고 가정해 보면 대충 답이 나올걸?"

“으아아아. 끔찍한데요?"


말을 들어보니 다른 학원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문득 이 학원의 적응 기간을 떠올려보니 정말 보름 넘도록 힘들었고, 솔직히 지금도 종종 재수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나마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 어찌어찌할 수 있었는데, 지금 다른 곳에 가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포지션부터 시작한다. 그럼 의지할 수 있는 사람부터 찾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담임 선생님 말대로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리스크도 있다.


“솔직히 어느 학원에 가든 학원 관리, 시설, 수업 내용 등 모든 게 마음에 드는 곳은 없고, 한 번 이동하면 전에 있던 곳과 비교하며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

만약 모든 걸 만족하는 학원을 찾는다면 개인적으로 매끼 식사 주는 호텔에 머물며 과목별로 과외 선생님이 와서 수업받는 걸 추천하마.“

“제가 재벌이어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알면 열심히 해.”


기본 학원비를 비롯해서 개인적으로 사는 문제지, 간식, 특강 등 비용을 대략 계산하면 한 달에 400만 원을 쓰는 것 같다. 이 것도 아까워죽겠는데 이 이상으로 돈을 쓸 순 없었다.


“마지막으로 공부는 이대로 하면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계속 공부할수록 멘탈 잡기가 쉽지 않으니 스트레스 관리 잘하면서 열심히 하자.”

“혹시 멘탈 잡는 방법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두 가지가 있지. 하나는 너도 잘 알고 있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주변에 다른 애들도 많이 하고 있으니까 물어보면 잘 이야기해 줄 거야.”

“네. 알겠습니다.”




-안녕하세요. MB반 학과 담임 이호철입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들에게 이야기할 주제는 수학 공부법입니다.


멘탈 잡는 방법 중 하나는 아침 명상을 경청하는 것이다.

수업이 없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학원에선 정규 수업 전 아침마다 3분 이내의 명상 내용을 틀어준다.


명상은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방송하는데 맨탈 케어 방법부터 시작해서 공부 방법, 생활 패턴 등 다양한 내용을 이야기해 주는데 가끔은 프로젝트빔을 통해 학원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영상을 송출해주기도 한다.


평소 이 시간에는 영단어를 외우거나 다른 과목을 공부하느라고 신경 쓰지 않았는데, 담임 선생님 말대로 집중해서 들어보니 내가 맞는 방법으로 학원 생활과 공부를 하고 있는지 점검하며 많은 동기부여가 된다.


“얘들아. 멘탈 케어 수업 듣고 있어?”

“어. 나 하고 있어.”

“썜한테 추천받았는데 어때?”

“어. 진짜 나도 추천함.”

“말로 표현하기가 애매모호한데, 한 번 듣고 나면 일주일 동안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겨서 좋아.”


주변 애들에게서 또 다른 방법 중 하나인 멘탈 케어 수업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이 수업은 외부에서 강사를 초빙해서 진행하는 특강이다.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하며, 필요시에는 개별 상담도 할 수 있어 11월까지 공부하는데 심리적으로 흔들리거나 불안할 때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거라고 들었다.


정규반이 시작되는 2월에 멘탈 케어 수업의 오리엔테이션이 있었지만,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재수 공부를 하다 보니 솔직히 앞으로 성적이 잘 나올지, 무사히 학원 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이대로 해도 괜찮은지 불안한 마음이 크다.


더불어 멘탈 케어 수업에 대해서 친구들이 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니 궁금한 마음이 생겼고, 강사 선생님에게 허락을 구한 뒤 한 번 참석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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