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 역행자
22년부터 교보문고에서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책.
어떤 책인지 알았지만, 주언규의 킵고잉과 더불어 읽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책.
읽지 않아도 어떤 이야기를 할지 예측 가능했던 책.
내게 있어 '역행자'가 가진 이미지였다. 반나절,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그가 추천해준 도서를 도서관 관심도서에 담아두기까지 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어 이 책을 읽었냐면, 정말 단순하게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을 찾다가 옆에 보였기 때문에 '아, 그 책이네?'하고 집어든게 다다.
그리고 빌린 책 중 가장 빨리 읽을 거 같아서 주말에 잠깐 시간내어 읽었을 뿐이고 유능한 사업가이자 유려한 수사법을 지닌 달변가인 그를 까내릴 의도도 없고 책을 읽고 정말 순수하게 든 생각을 가볍게 써본다. 내가 뭐라고 말이다. 그만큼 돈을 벌지도 못하는데.
그의 책을 읽으며 순수하게 동의하는 내용도 많았고,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그가 말한 내용은 분명 중요하다. 사업가에게 있어 학습력과 실천력과 메타인지는 근본 중의 근본이니까. 그리고 그가 읽은 수많은 심리학 서적과 인문서를 읽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글쓰기를 발굴하고 재능을 키워 온 점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분명 본받을 점이 있다. 그리고 나도 본받아서 그처럼 자동수익모델을 구축하여 월 3천, 5천, 억을 벌고 싶은 사람이다. 사람의 욕망은 비슷하니까.
다만, 조심해야할 부분이 있다. 특히 사회 경험이 전혀 없는 아이와 같은 뽀송뽀송한 초년생들 말이다. 그들에게 그의 말은 마치 성경이나 비법서 같은 힘을 가지고 그들을 홀릴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 책을 읽고 그에게 홀려 마치 공부를 안해도, 경험을 안해도, 그냥 블로그에 글만 몇번 올리고, 일단 사업자 등록을 내고 영업 3~4번만에 매출이 천만원 달성할 것만 같은 환상을 심어준다. 4번만에 안되면 몇 번만 더 하면 될걸? 하고 이책은 조금 무책임한 말을 하고 있다. 물론, 사업 아이템이 확실하고 그과 같은 천부적인 글솜씨를 가졌고, 마침 운도 따라준다면, 두, 세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모든 건은 실천하기 전엔 모르는 일이기에 그의 말이 전적으로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그는 실현했고 경험담을 책으로 냈고 자신의 방법론을 기반으로 책까지 추천해주니까 말이다.
사실 그는 훌륭한 분이다. 독서를 제대로 하고 실천을 했다. 그리고 운도 있었다. 그리고 운도 있었다가 정말로 큰 부분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무턱대고 덤벼들 무경험 예비창업자들에게 다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런 글을 적고 싶었다. 그의 말따나 내가 바로 그 자의식이 강한 사람일수도 있다. 난 오픈마인드니까 전혀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도 마케팅, 기획하며 카피쓰며 사람 낚는 글 좀 써봐서, 그의 수사법의 특징과 그의 액션에 기저에 있는 의도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버린 부분도 없지 않다. 그가 책에서 한 말은 큰 범주에서 틀린 말이 없지만, 일반론적이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실제로 다수의 자기계발서를 진지하게 읽어보면 비슷한 이야기는 참 많다. 다만 그가 쓰는 말과 문장에는 묘한 장치가 있다. 길든 짧든 단정-불안-의심-해답의 구성을 띄고 해답은 본인이 한 말이 맞다는 식이다. 일반론적으로 맞는 이야기니까 딱히 반박할 생각은 없지만, 불안과 의심이 바로 문제다. 그는 설득을 위해 상대방이 가진 불안을 자극하고, 의심을 증폭시킨다. 그리고 화두는 있으되 구체적인 과정은 없이 결론만 있다. 예를 들어, 돈을 버는 방법? - 그거 쉬워! 니들이 안할뿐.(단정) - 어짜피 말해도 안할걸?(단정) - 내가 지금 말하니까 니가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면 할테지. 다들 할걸? 안하는 너가 잘못된거야.(불안) - 그냥 계속 그렇게 살아.(단정) - 나? 난 이렇게 저렇게 했지. 너네도 이쯤은 할 수 있잖아. - 근데 안할거잖아 ㅎㅎ(단정) - 그건 너네 문제지.(의심) - 나도 했으니 너네도 할 수 있을지도?(의심) - 거봐 내가 정답이라니까.(해답) 이런식이다. 어떻게 보면 전혀 생각이 없던 사람의 마음을 콕콕 찌르며 본인이 정한 범주내의 답정너식의 수사법을 쓴다. 전혀 논리적이지 않지만 깊이 생각할 수 없도록 단정, 이런 증거, 저런증거(여기서 이런 증거와 저런 증거 사이엔 개연성이 전혀 없는 것이 포인트.), 의심 증폭 이런방식은 사실 광고 문구에도 꽤나 흔하다. 게다가 블로그 콘텐츠 키워드 광고글을 보면 다 이런식이다. (그분의 회사가 그 글들을 쓴 건 아니겠지???) 그러니까, 이 책이 틀렸다기 보다 이 책이 구사하는 화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 문제는 뭐냐면, 이 책은 하나의 광고다. (개인적으로 요즘 자기계발서를 안 읽는 이유기도 하다.) 그들에게 좋은 의미로 광고를 잘 한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는 저 책으로 회사에 지쳐 이 기회에 확 때려치고 창업해볼까 하는 회사원 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온라인 마케팅 어떻게 하나 사업 아이템 어떻게 만드나 고민하는 초보 창업자들의 신경이 쏠리도록 하고, 아직 사회 경험도 없고 순수한 어린 사회초년생들의 마음에 창업의 싹을 틔웠다. 그리고 이 책이 기준점이 되어 그는 아마 더욱더 돈을 벌었을거다. 그리고 기버(Giver)의 개념을 설명하고, 이 책으로 돈 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나한테 피(fee) 주세요!하고 당당하게 이야기 함으로써 후원금을 정정당당하고 쉽게 받을 창구(심리적 장치)도 마련해 두었다.(훌륭합니다....정말 배울만하다.)
이쯤 이야기하면 왜 저런 제목을 달았는지 어느 정도 감이 올 것이다. 다단계는 돈을 번다. 아주 잘. 하지만 다단계를 하는 모든 사람이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다. 그리고 그는 이 구조의 정상에 있다. 그는 그의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그리고 분명한 건 똑같이 그의 방식대로 우리가 돈을 번다는 보장이 없다. 돈을 못번다는 보장도 없다. 확률 게임과 같은 것이며 이는 네트워크 방식과 비슷하다. 22년에 책이 나오고 지금은 어떨까? 이미 시장에서는 그를 어설프게 흉내낸 다양한 유사업체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SNS나 유튜브로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그럴싸하게 홍보하며 틈새시장을 노리는 영악한 아이들도 있다. 치트키를 계속 복사하여 너도나도 쓰는 게임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