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1년 살기 도전 중
스페인에 오기 전까지 난 타인의 눈치를 자주 보았고, 남과 비교하는 삶을 살았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행동하다 보니 내 마음속 자유를 잘 누리지 못했다. 항상 비교와 경쟁 속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나를 채찍질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또 주변에서 많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만 뒤처지고 제외되는 것 같은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에 휩싸였다. 그 때문에 평소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회사 업무 걱정을 하거나, 그저 헛되이 흘려보낼 때가 많았다.
일상 속 작은 행복을 느껴보니,
내면의 소리에 집중한 채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해 열정을 쏟게 되었다.
난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쉬어본 적이 없었다. 처음 쉼을 선택하기까지 여러 번의 망설임이 찾아왔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걱정 속에 파묻혀 있었다. 마침 '스페인 1년 살기'를 위한 자금이 모아졌고, 얼떨결에 용기 내어 예매해 버린 항공권 덕택에 스페인에 올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몇 달간의 준비과정을 끝으로 스페인행 비행기에 올랐다. 2024년 1월 말 우리 가족의 목표였던 스페인 1년 살기를 시작했다. 시간은 흘려 어느덧 만 9개월에 다다랐다.
기대했던 스페인 생활은 특별할 것 같았다. 그러나 평소 내가 살던 일상의 패턴과 비슷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주변의 풍경과 언어, 일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 생활을 통해 지금껏 누려보지 못한 기쁨을 느꼈고 많은 것을 이루었다. 동시에 삶에 필요한 진정한 여유를 만끽하면서 내면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 가족은 모두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마음에 품고서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달라지게 했을까 생각해 본다.
삶에는 쉼이라는 뜸이 들 시간이 필요하다.
쉼은 나의 생각과 마음의 변화를 이끌어 주었다. 지금껏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행동했다. 비교와 성급함 때문에 우리 곁에 있는 작은 행복들을 바라보거나 느껴보지 못한 채 지나쳤고, 나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했다. 때론 운이 좋아 그토록 원하던 행운을 가져보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영원한 만족감이나 즐거움은 주지 않은 채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뒤 무의미한 또 다른 경쟁 대상이 나타났다. 이런 삶은 끝없이 되풀이되었고 도돌이표 같은 일상은 언젠가부턴 참된 나의 모습은 잃어버린 채 남의 시선에 이끌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용기 내어 삶에 잠시 쉼을 선택해 보니 내 마음엔 다시 평온함이 찾아왔고, 일상 속 소소한 행복들의 소중한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긴 시간을 살아가야 할 우리의 인생을 생각하면 그 속엔 참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하며, 내 마음이 이끄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죽기 전 잘 살았다는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돌보는 시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결국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쉼이라는 뜸이 들 시간이 필요하다.
떠나보니 알겠다.
이것이 나의 삶의 전환점이 될 거란 걸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힘들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내와 나는 '스페인 1년 살기' 꿈을 가졌다. 그리고 용기 내어 떠나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다란 삶의 소중한 가르침과 긍정의 에너지를 얻었다.
남을 위하거나 이롭게 하는 이타심의 가치를 깨달았고,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작은 기쁨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여태껏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과 깨우쳤던 교훈들이 하나둘씩 쌓였다. 또한 희망을 향한 도전과 용기들이 모여지면서 내 삶의 방향은 보다 긍정적이고, 매력적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긍정의 효과는 옆으로 펴졌고, 언젠가부터 가족들 모두가 자신이 되고 싶어 하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고 주도적으로 행동하게 되었다. 좋은 방향으로 삶이 전환되면서부터 우리 부부가 그동안 가졌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지고 이제는 설렘으로 가득 차오른다.
홀로 변화의 큰 파도에 맞선 5살 어린 딸아이는 드넓은 대양으로 나아간다.
엄마, 아빠 따라 스페인에서 적응하며 성장하고 있는 딸아이를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5살 딸아이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 부부가 느꼈던 것보다 더 크고 강한 파도를 홀로 맞서야 했다. 새로운 유치원, 처음 들어보는 언어, 다른 모습의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났다.
딸아이는 스페인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두려움과 외로움에 홀로 맞서야 하는 용기를 가져야 했고, 주변 상황의 눈치를 보면서 적합한 행동을 찾아야 했다.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고, 견디기 힘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주변 선생님과 마음씨 따뜻한 친구들의 도움을 받다 보니 다행스럽게도 안정을 찾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였다. 아홉 달이라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혼자 힘으로 적응하면서 자라난 딸아이는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하고 용감하게 성장하면서 스스로 많은 변화를 만들고 그 삶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
자신만의 꿈을 가졌고, 실현하는 중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가졌다.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새로운 언어를 구사하는 재미가 생겼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
이제 한국으로 되돌아간 후 시간이 흐르면 아마 딸아이는 스페인에서 웃고 즐겼던 일상을 잘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의 큰 파도에 홀로 맞섰던 용기와 삶의 지혜는 온전히 본인만의 것이다. 지금 스페인에서의 시간이 앞으로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을 무수한 성장통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거라 생각한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스스로 자신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곁에서 응원해 줄 것이다.
우리 가족에게 스페인에서의 삶은 이제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까?'
그동안 못하고 미뤘던 우리 가족의 작은 꿈들을 이루고자 한다. 노르웨이에서 오로라 보기, 런던에서 위키드 공연 보기, 이탈리아 폼페이 방문하기, 파리에서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하기, 포르투갈 소중한 인연 만나러 가기, 스페인 안 가본 도시 돌아보기 등 못다 한 여행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여행만 다녀도 시간이 부족한 느낌이다. 더불어 스페인어와 글쓰기 공부에 집중해보고 싶다. 또 다른 꿈을 위해 도전해보고 싶다. 생각하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겨난다.
'축제의 마지막을 열정적으로 살아보고 싶지만 과욕은 부리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다가올 앞날을 생각해 본다.
'일상으로 돌아간 뒤 나의 삶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