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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스페인 1년, 글쓰는 아빠가 되다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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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Hidi Oct 05. 2024

행복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행운이 찾아왔다.

스페인 1년 살기 도전 중

행복을 느껴보니,

내 삶에 변화가 찾아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스페인에서 생활한 지 벌써 9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스페인 공항에 도착하여 춥고 힘들고 배고프게 첫째 날을 보낸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이곳에서 이뤄진 소중한 기억들이 참 많다. 길을 걷다 예쁜 하늘을 바라보고, 자주 가는 카페 직원과 안부인사를 나누고, 아이와 함께 잔디밭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주변에 관심을 가져보니 차츰 스페인 생활이 즐겁다. 그리고 일상 속 여유가 가져다주는 행복과 그 소중함을 깨달은 뒤부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있다.

지금처럼 행복을 누리기까지 항상 즐거운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현지인과 간단한 의사소통도 안되어 당황하기도 했고,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거나, 세워둔 차가 견인당해서 난감해하기도 했다. 또한 불친절한 식당에서 바가지를 쓰기도 했고, 관공서 업무를 여러 번 거절당하기 했다. 스페인 생활 초반에는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조바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많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안정을 찾기가 어려웠고 가족과 다툼도 있었다.

난 성장하며 삶의 전환점을 찾았다.

그동안 이곳에 정착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이 차곡히 축적되어 삶의 노하우가 풍부해지고 있다. 그리고 일상의 행복을 자주 만끽하다 보니 내 마음속에는 여유와 평온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느 때와 달리 눈앞에 나타난 문제를 예전보다는 차분하고 담대하게 마주한 채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느끼고 깨달은 소중한 삶의 지혜들이 쌓여 가면서 예전보다 나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아간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성장시켰고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어도 주변에서 불어오는 유혹이나 거센 바람으로부터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거나 삶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바꿔 놓은 스페인 1년 살기는 앞으로 내 삶의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달라지고 있는 중이다.'

옛 기억을 떠올려 보면 돈을 많이 벌거나, 직장에서 남들보다 빨리 성공하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하며 좇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마음은 답답하고 불안해졌고, 남과 비교하는 버릇 때문에 매일 긴장과 걱정 속에서 피곤해야 했다. 그리고 이유도 모른 채 화려하고 반짝이는 행운만 바라본 채 나의 에너지를 쥐어짰지만 나에겐 주어지지 않았다. 마치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희망 고문과 같았다.

이제는 막연한 행운을 바라기보다는 그 순간에 주어진 현실 속에 있는 소소한 행복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면서 값진 인생을 살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예전에 그토록 바랬던 행운이 저절로 나를 찾아와 원하는 만큼 부를 모을 수도, 원하는 위치에 오를 수도, 꿈꾸던 것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나의 생각이 틀려도 괜찮다.

'어차피 행복을 즐기며 살고 있지 않는가!'

좋아하던 것을 했을 뿐인데,

생각지 못했던 행운이 나에게로 왔다.

스페인 1년 살기를 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기록들은 먼 훗날 나이가 들었을 때 행복하고 생기 넘치는 이 순간을 회상하며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때론 힘든 시련이 찾아왔을 때 오늘 이 순간을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처럼 일상에서 잠시 쉼을 선택하고 싶은 분들에게 용기를 주거나, 해외살기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글을 적다 보니 어느덧 기록들이 쌓였고, 나의 글을 읽는 분들이 많아졌다. 얼마 전부터 블로그에 광고가 붙었다. 어느 날엔 수입이 하나도 없다가, 많을 땐 몇 백 원씩 아주 적지만 소득이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나에겐 수익이 얼마가 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고 희망이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N잡러가 되고픈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일상 속 행복을 즐기다 보니, 멀게만 느껴졌던 행운이 다가왔다.

거리를 걷다가,

공원에서 운동을 하다가,

가족과 여행을 다니다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들을 사진으로 찍기 시작했고 어떻게 하면 좋은 장면을 담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휴대폰을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가며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때까지 계속 찍었다. 그중에서 나름 괜찮은 사진들을 나의 글 속에 첨부시켜 부족한 글밥을 보완하다 보니 하얀색 모니터 화면은 나의 글과 사진들로 어느덧 보기 좋게 채워졌다.

어느 날 사진들을 판매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한 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내가 찍었던 사진들이 창작물로 판매 가능하다는 승인 축하 메일 받았다. 그리고 그 메일 안에 있는 하나의 단어가 내 마음을 설렘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크리에이터님'

일상 속에서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누리다 보니 꿈꿔보지 못했던 행운이 나를 크리에이터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기쁨은 나의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 예전 같았으면 모른 채 지나쳤을 것들이 하나씩 나의 눈에 들어왔고,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게 되었다. 소소한 것들이 가진 매력을 느껴보니 평범했던 일상이 보다 아름답게 변했다.

푸른 별들 바라보며 꿈을 떠올려 본다. - Hidi 作.

평소 느끼는 행복들을 글로 적고, 사진을 찍다 보니 나만의 책을 진짜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막상 나의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을 때쯤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브런치스토리'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 후 난 작가 등록 신청서를 며칠 동안 숙고한 끝에 제출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축하의 메일을 받았고, 난 '작가'가 되었다. 그 소식을 접하기 전날 밤 우리 가족은 스페인의 작은 마을을 여행 중이었다. 늦은 밤 아내와 난 발코니에 서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던 중 눈앞으로 커다란 별똥별 하나가 새까만 하늘을 가로지르며 기다란 꼬리와 함께 떨어졌다.

별똥별 하나가 눈앞으로 떨어졌고,
다음날 아침 난 '작가'가 되었다.

'우연이라고 해야 할까?'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이건 나의 꿈들을 이루어줄 행운이 나에게 찾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저 막연히 행운만 바라보며 쫓았을 땐 나에게 오지 않았다. 그러나 행운을 바라는 마음을 비운 채 그저 일상의 행복을 느끼고 열심히 준비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좋은 기운은 옆으로 펴져간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즐기다 보니 작가와크리에이터가 되었다. 이후 아내는 작곡을 시작했고, 딸아이는 그림을 그린다. 가족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난 좋은 에너지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옆으로 퍼져나가 더 커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기운은 옆으로 전달되고, 순환되어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는 항상 열정이 필요하다. 처음 가졌던 나의 열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식어갔다. 그때 나의 눈에 들어온 5살 딸아이의 열정을 보고서 다시 뜨거운 기운을 가질 수 있었다.

화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딸아이는 항상 스케치북에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유치원에 다녀와서, 그리고 잠자기 전에 꼭 2~3장씩 스케치북에 좋아하는 것을 그려낸다. 또한 집을 나설 때마다 직접 만든 작은 스케치북을 챙긴다. 외출했을 땐 어디라도 스케치북을 놓을 장소가 있으면 쪼그려 앉아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유치원 하원 시에는 수업시간 틈틈이 그렸던 예쁜 작품을 우리 부부에게 선물로 주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의 열정이 처음 잠깐 불타오르다 조만간 흥미를 잃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아이의 그림 그리는 연습은 멈추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딸의 그림 그리는 실력이 향상되어 가는 걸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

아이가 부모의 거울이 되었다.

우리 부부는 딸아이의 열정과 끈기를 본받아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아이로부터 받은 뜨거운 에너지로 우리 마음속에 식어가던 열정의 불씨를 다시 지펴볼 수 있을 거다.

주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먼저 나부터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려고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 한두 명씩 나를 지켜보던 사람들 마음속으로 선한 영향력이 전해져 차츰 변화가 나타난다. 그리고 서로 응원하며 함께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모두들 각자가 원하는 꿈을 이루게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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