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우리 집토끼가 이제는 아랫집의 아랫집 마당에서 유유히 풀을 뜯어먹고 놀고 있다는 제보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토끼 장을 나간 뒤, 우리 집 뒤뜰에 터를 잡고 살던 쵸코는 멀리 가지 않고, 아랫집 어머니댁 마당과 윗집 어머니 텃밭에 종종 출현해서 허리가 굽으신 어르신들의 마음을 바쁘게 만들곤 했다.
할머니와 잡기 놀이를 펼치는 토끼 쵸코다.
"나 잡아봐라~~"(토끼 쵸코)
"내가 잡아보려고 했는데, 어찌나 빠른지 못 잡았어."(아랫집 어머니)
"토끼가 애완 토끼인가 봐?"(아랫집 어머니)
"고양이가 잡으려고 지키고 있어서 나도 얼마나 걱정이 되든지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그래도 고양이한테 안 잡혀갔어."(윗집 어머니)
요즘 종종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우리 집토끼 쵸코에 대한 제보 내용이다. 가끔씩 오레오에 대한 소식도 듣는다. 이제 많이 자라서 고양이한테 안 잡혀 먹힐 거 같아 다행이라고, 얼마 전 오레오를 목격한 지니 엄마가 전해 준 소식이다.
아무튼 나는 아래 아랫집으로 달려갔다. 할아버지는 마당 한편에서 텃밭을 정리하고 계시고, 할머니는 밭에서 뽑아오신 총각무를 다듬고 계셨다. 그리고 그 옆에 천연덕스럽게 쵸코가 풀을 뜯어먹고 앉아 있었다. 급한 마음에 떨리는 손으로 카메라를 들어 쵸코를 담았다. 두 어르신과 나는 쵸코를 잡아보려고 했지만, 깡충깡충 바로 눈앞에서 폴짝폴짝 어찌나 빠르게 뛰는지 도무지 잡을 수가 없었다. 마당 한가운데 소나무 아래로 숨더니 한참을 있다가 다시 유유히 마당으로 나와 풀을 뜯어먹는 쵸코!!
토끼 쵸코가 나타났다.
"쵸코야, 집에 가자~"
속삭이며 쵸코를 달래 보려 했지만, 그저 풀만 뜯어먹고 잡으려 하면 요리조리 빠져나가서 잡을 수가 없었다.
"요새 저기 우리 저온 창고 밑에 들어가서 자는 거 같아."
쵸코가 어르신 댁 저온 창고 밑에 굴을 파고 들어가 잠자리를 마련했단다. 우리 뒤뜰에서 보금자리를 옮겼다. 아무래도 장군이가 얼쩡거리는 쵸코를 보면 얼마나 짖어대는지 아무리 대담한 쵸코라 해도 아마 강아지가 없는 아래 아랫집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이사를 한 모양이다.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쵸코
오늘에야 생각이 떠올랐다. 토끼는 꾀돌이다. 머리가 상당히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으니 내가 옆에서 동영상과 사진을 찍고 있어도 얼마나 맛있게 토끼풀을 뜯어먹고 있는지, 귀엽기도 하고, 어처구니없기도 하며,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맛있게 냠냠 먹다가 잡으려 하면 폴짝 뛰고, 폴짝 뛰기를 반복하여 오늘은 쵸코를 야외 보금자리에서 푹 쉬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딸아이가 쵸코를 데리러 오자 저온 창고 아래 구멍, 토끼굴로 쏙 들어가더니 나오지 않았다.
"쵸코야, 조만간 집으로 돌아오자~~!"
상사병이 난 장군이와 콧대 높은 꽃순이
딸아이가 곤히 자다가 잠이 깨어 짜증을 냈다.
"엄마, 장군이가 너무 시끄러워서 못 자겠어. 왜 자꾸 늑대 소리를 내는 거야?"
요즘 꽃순이가 발정기다. 아직 차마 둘 다 중성화 수술을 안 해주고 있었는데, 지난 5월에 이어 정확히 6개월 만에 꽃순이의 두 번째 발정기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생리를 하면서 고생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꽃순이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거의 죽어가서 병원에 데리고 가서 피검사를 받고, 영양 주사를 맞고, 억지로 꽃순이 입을 벌려 치아에 내 손가락으로 약을 발라주며 살려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사히 그렇게 첫 발정기를 지나고, 다시 두 번째 생리를 하는 꽃순이는 이제 좀 더 의젓해 보이기까지 하다.
콧대 높은 꽃순 양
강아지의 생리 기간은 사람과 달리 임신이 준비되었다는 의미이다. 즉 이 기간은 임신 가능한 가임기이다.
마당 양쪽 끝에 멀리 떨어뜨려서 장군이와 꽃순이를 목줄에 묶어두었다. 가끔 꽃순이만 풀어줘서 장군이와 마당에서 놀게 해 주는데, 두 마리가 심상치 않다. 장군이는 오매불망 꽃순이만 쳐다보고 늑대 울음소리를 내며 사랑의 노래를 불러대지만, 꽃순이는 전혀 아예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장군이가 꽃순이 곁에 가서 냄새라도 맡고 가까이 가려고 하면, 평소와 다르게 꽃순이는 으르렁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얼마나 무섭게 경계를 하는지 장군이가 감히 곁에 다가가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 꽃순 양은 그 와중에 장군이 밥도 먹고, 물도 마시고, 장군이 집에도 들락거리면서도 장군이는 곁에도 못 오게 하니 장군이의 속은 얼마나 타겠는가?
애가 타는 장군이
꽃순이가 마음을 줘버릴까 봐 내심 걱정을 하면서도, 애를 태우는 장군이가 안쓰럽게도 보인다.
아무래도 조만간 장군이 중성화 수술을 먼저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군이에게 미안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장군이를 위하는 일일지도 모르니까. 우리까지도 장군이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늑대 울음소리를 내는 장군이를 더 봐주기가 너무 힘들다.
강아지의 생리 기간은 2-3주가 되니,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끝나갈 거 같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기로 하자.
그럼 우리 장군이의 상사병도 조금 완화되고, 꽃순이의 높은 콧대도 꺾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