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그 이후, 장군이의 누명을 벗기다

청계 닭 사건 재구성

by 샨띠정

이웃집 청계 닭 네 마리가 죽고 난 후, 장군이가 억울한 누명을 홀로 뒤집어쓰고 떠난 것을 알게 되었다. 가슴이 찢어지고 아픈 돌이키기 어려운 슬픈 현실이다.

이웃 어르신이 장군이의 목줄이 풀렸고, 닭이 죽었는데 모든 게 바로 장군이의 짓이라고 하셨을 때.

나는 그렇게 아무 의심 없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엉엉 울면서 잘생긴 우리 울보 장군이를 멀리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고 말았다.


옆집 어르신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집에 도착해보니 장군이는 목줄이 풀린 채로 마당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너무 그리운 장군이...

그 순간 나도 어쩔 수 없이 장군이가 닭을 죽였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큰 오해였다.


몇몇 분이 내게 물었었다.

"장군이가 물어서 죽이는 것을 봤어요?"

"닭털이 마당에 있어요?"

"장군이 입이 어땠어요?"


나는 대답했다.

"아니요. 장군이 목줄이 풀려 있었어요."

그러자 그분들은 내게 반문했다.

"그렇다고 어떻게 장군이가 범인이 될 수 있어요?"


심지어 수탉 한 마리는 닭장 안에서 죽은 채로 남아 있었다. 닭장 문을 열고 들어가 죽은 닭을 꺼내며 남편이 내게 몇 번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장군이가 닭장 안에 있는 닭을 죽일 수 있지?"

"그러게 말이에요. 진짜 신기하네요."


그저 앞집과 옆집의 어르신들이 장군이가 죽였다고 하시니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두 마리 닭의 사체를 흙을 파서 묻어 주었다.

청계 닭

그 러 나...

오늘 추리와 수사를 통해 장군이가 범인이 아님을 확실히 파악하게 되었다.


사건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수사 일지)


담이 없는 옆집 마당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닭장 안에는 네 마리의 청계 닭이 살고 있었다.


며칠 전, 수요일 밤, 한밤중에 들고양이가 닭장에 침입했다. 닭장을 살펴보니 고양이가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여러 곳 발견되었다. 고양이는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았다. 닭장 안에는 수탉 한 마리가 죽은 채 누워 있었고, 암탉들의 깃털이 바닥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원래 들고양이들은 닭을 죽여서 본인들의 은신처로 죽은 닭을 물고 가서 새끼 고양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닭의 내장을 꺼내어 나눠 먹는 다고 한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암탉 사체 두 마리만 찾다

분명히 닭이 네 마리가 있었는데, 우리가 찾은 닭은 사체는 닭장 안의 수탉 한 마리와 우리 집 뒷마당에서 발견된 암탉 한 마리가 전부였다. 두 마리가 사라졌다. 우리는 내내 그 두 마리가 어디로 갔을지 궁금하던 터였는데, 바로 들고양이가 두 마리를 물고 가버린 것임을 알게 되었다.


증인 그리고 제보

우리의 가까운 이웃사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장군이가 떠났고 닭을 죽였다는 소식까지 듣고는 왜 장군이가 죽이는 것을 보지도 않고 보냈느냐고 안타까워했다.

1시경 그 집 창문 앞 쪽에 있는 옆 집 닭장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와 닭들이 파닥거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이다. 범인이 바로 장군이가 아닌 '들고양이'라는 것이다.


닭의 내장을 먹는 들고양이

그러면, 왜 들고양이는 두 마리의 사체만 가지고 사라졌을까?

바로 우리 장군이가 여기서 등장한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든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보면, 개가 고양이로부터 닭장을 지키고, 들고양이가 닭을 죽여서 물고 은신처로 도망가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 장군이가 닭을 지켰다.

들고양이가 자주 우리 집 뒷마당에 나타나고 그 길을 이용하곤 했다. 그럴 때면 우리 집 강아지들이 고양이를 향해 짖어대곤 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들고양이가 사체를 먹기 위해 가져 가던 길에 장군이를 만난 것이다.


장군이 목줄이 끊어진 이유

그날 밤, 들고양이가 닭장을 덮치고 청계 닭을 죽이며 야단법석일 때, 우리 장군이가 그 광경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세게 있는 힘을 다해 힘껏 몸을 세차게 움직였으면, 목에 걸고 있던 목줄이 끊어졌겠는가? 닭들이 죽어가는 광경과 들고양이가 닭을 죽이는 것을 봤으니 장군이가 그냥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라진 암탉 사체 두 마리의 행방

두 마리의 암탉 사체를 들고양이가 옮겨가고, 수탉은 덩치가 커서 닭장 안에서 못 꺼내고 그냥 둘 수밖에 없어 포기했을 것이다. 그리고 남은 암탉 한 마리를 물고 가다가 우리 장군이에게 걸려서 결국 우리 집 뒷마당 입구에 사체를 떨어뜨려 놓고 장군이가 지키고 있으니 못 가져간 것이다.


장군이의 행적과 비극 그리고 억울한 누명

앞집 어르신의 말씀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닭들이 죽고 나서 장군이가 안 보여서 뒤에 몽둥이를 숨기고는 장군이를 찾았더니 장군이가 뒷마당 쪽에서 죽은 암탉 사체를 지키고 있었단다. 장군이는 밤새도록 들고양이가 다시 와서 암탉을 물고 갈까 봐 보초를 서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어리석게도 장군이가 닭을 물어서 죽였다고만 생각했다.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군이를 야단치고, 결국은....


그렇게 결국, 이 일은 장군이의 비극으로 끝나 버린 것이다.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우리 사랑스런 장군이

오늘이 백암 장날이다. 장에 나가면 닭을 살 수 있다고 해서 장날을 기다렸다. 청계 닭을 사서 비어있는 옆집 닭장에 새로운 닭을 넣어드려야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배상은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의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 지 만...

오늘 청계 닭을 죽인 범인이 장군이가 아니라 들고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가슴이 미어졌다.

"우리 장군이 어떻게 해.... 이미 보내 버렸는데..."

배상을 하려고 했던 마음이 쏙 들어가 버렸다. 장군이가 누명을 쓰고 떠난 위자료를 청구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떻게 그런 억울한 누명을 쓸 수 있을까?


시간을 벌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웃사촌이 두 어르신들께 들고양이 짓이라고 설명을 드렸음에도 장군이 짓이라고 확신하며 들고양이는 그렇게 안 한다고 하시며 완강하게 부정하신다고 했다.

여전히 장군이를 범인으로 몰고 계신 것이다.


협상 전문가 피터님께 연락

너무 화가 나서 어떻게 가서 협상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협상 전문가 피터님이 생각났다.

용기를 내어 피터님께 전화를 드렸고, 감사하게도 기쁘고 반갑게 내 전화를 받아주셨던 피터님.


여차 여차 사정과 앞 뒤 사정과 사건의 개요를 말씀드리고 요점은 배상을 해주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너무 억울하고 장군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서 도저히 배상을 해줄 수가 없다고, 어떻게 하면 이웃과의 협상에서 이길 수 있을지 상의를 드렸다.


"제가 도저히 청계 닭을 배상해주고 싶지 않아요. 못하겠어요. 장군이를 생각하면 제가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절박한 나의 질문에 침착하게 베테랑 협상 전문가 피터님은 내게 200퍼센트 정확한 답을 내려 주셨다.

"그분들이 크리스천이세요?"

"아니요."

"그럼 우리가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요?"

"아, 그럴까요?"

"가서 여쭤보고, 비록 들고양이가 죽이 것이 맞지만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어요. 그분이 원하시는 대로 배상을 해드리는 게 어떨까요?"

나는 얼굴이 붉어지며. 뒤통수가 번쩍하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맞네요. 비록 장군이 때문에 너무 슬프지만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얻었어요. 제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셔서 감사해요."

협상 전문가 피터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후, 백암 장날이 오늘이라 서둘러 닭을 사러 장으로 나갔다. 마침 청계 닭 암탉 두 마리가 있어서 4만 원을 주고 두 마리를 사 와서 옆집 어머니 댁 닭장에 넣어 드렸다.

집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나오셨다.

화가 나셔서 우리를 안 보시겠다고 하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코로나 양성이라서 자가 격리를 하고 계셨단다. 바로 옆집 이웃인데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지낸 게 아닌가?

그래도 화가 나셔서 우리를 안 보신 게 아니라니 다행이고 감사했다.

두 마리가 닭장 속으로 들어가 꼬꼬댁 거리는 걸 보니 내 마음도 좋고, 어머니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어떠한 경우에든지, 악을 악으로 갚지 말며, 악을 선으로 갚고, 손해 보며, 우리의 착한 행실을 보고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알게 되길 바란다.

상할 대로 상한 내 마음이었지만, 조금은 누그러지고 편안해져서 감사하다.


장군이도 연락을 해보니 잘 지낸다고 한다. 얼마나 다행인지. 울면서 떠나간 장군이를 생각하며 눈물짓던 슬픔도 조금은 거두어진 듯하여 감사하다.

샤이니에게 장군이를 보고 싶으면 같이 보러 가자고 했더니 안 가겠다고 한다.


냐고 물었더니,

"장군이 보면 우니까...."라고 답하는 딸이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터득한 모양이다.

나라도 한 번 장군이 보러 다녀오려고 한다.


백암 장날 만난 예쁜 강아지들을 보며, 꽃순이를 장군이와 결혼시키면 어떨까 하곤 입가에 미소 지어 보았다.

딸아이도 내 마음을 눈치채고 말았다.

눈에 밟히는 백암 장날에 만난 귀여운 강아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