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이가 돌아왔다. 그런데 비밀이다
생쇼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그러한 생각도 들지만, 이번 기회에 더 많은 교훈을 얻게 되었다.
네 마리의 청계 닭을 죽인 범인이 장군이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장군이를 보내고 나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떠난 장군이에게 어떻게 보상을 해야 할지 줄곧 고민을 하며 마음만 아파하고 있었다.
우리 곁을 떠나보낸 장군이가 행복했으면, 가슴이 덜 아팠을 텐데...
장군이는 먹지도 않고, 밤새도록 울기만 했다고 한다. 걱정되어 장군이를 찾아가서 어루만져 주고 위로를 해준다고 했지만 그것도 소용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다녀간 후로는 장군이가 더 슬프게 밤이 새도록 울었다고 한다.
오늘 장군이를 다시 보러 갔다가 얼굴이 퀭하니 달라진 핼쑥한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장군이 얼굴이 왜 그러지? 장군이가 아닌 것 같아."
같이 따라 간 남편도 길에서 보면 장군이 못 알아볼 거 같다고 하며 눈빛과 얼굴이 너무 달라진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래도 데려와야겠어요."
"그래, 그게 좋겠어. 저러다가 장군이 큰일 나겠네."
장군이외 꽃순이 동물 중에서도 강아지들은 감정이 있고, 두뇌도 발달되었으며, 특히 사람을 얼마나 따르고 좋아하던가?
장군이와 꽃순이, 퍼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집을 나서는 아주 작은 신호만 보아도 빨리 나가자고 야단법석을 떤다.
"빨리 가야 해!"라든가,
"옷 갈아입어!",
"나가자!"와 같은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강아지들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들뜨고 행복해한다. 산책을 가든지, 같이 따라서 어디론가 바람을 쐬러 가고 싶다는 표현이다.
신기하게도 강아지가 집 밖, 마당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아도 느낌으로 작은 소리까지도 파악해서 반응을 보인다. 얼마나 영특하고 신기한 영물인지 알 수가 없다.
꽃순이와 퍼지그러한 강아지, 장군이가 우리에게서 버려졌다고 생각했다면 그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밥을 굶고 마음의 병이 난 장군이를 보고 있으려니, 도저히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지내었더라면, 우리의 마음이 좀 덜 괴로웠을까?
필요할 때, 예쁘다고 데려와서 가족이라고 사랑을 듬뿍 주며 늘 함께 했던 장군이다. 무엇보다도 첫 정이 들었던 우리 집 첫 번째 반려견이다.
분리 불안도 있고, 정도 많고, 스킨십을 좋아해서 심지어 꿀밤 주는 것도 좋아 죽는 장군이다.
그런 장군이를 낯선 곳에 보내버렸으니, 잘 지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내가 이대로 장군이를 내버려 두면, 평생 내 마음에 무거운 짐을 안고 살 거 같아요."
"그래. 그럼 데려와야지."
우리는 의논을 하고는, 학교에서 돌아온 샤이니와 함께 장군이를 데리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어찌 모든 게 우리 마음대로 될 수 있단 말인가?
장군이를 보낸 어르신께 전화를 드렸다. 다시 장군이를 데려오고 싶다고.
얼마나 어이가 없으시겠는가? 미리 예상을 했었지만, 어르신은 이번에는 그냥 보낼 수 없다고 하셨다.
장군이가 누명을 썼다고, 들고양이가 닭을 죽였다고, 장군이가 너무 불쌍하다고, 우리에게 장군이를 보내줄 수 있으시겠느냐고 사정을 말씀드렸다. 정말 하기 싫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어르신께서 장군이를 데려가려면 돈을 줘야 한다고 하셨다. 물론 우리도 당연히 사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르신은 꽤 많은 액수를 부르셨다. 잠시 고민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보다 많은 금액인데, 우리가 꼭 그렇게 해야 할까?'
가족이 모여 가족회의를 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조언도 요청했다.
잠시 후, 우리는 돈을 드리고 장군이를 데려오기로 결정을 내렸다. 샤이니는 자신의 저금통장을 들고 왔다. 장군이를 위해 쓰고 싶다고 했다. 얼마나 마음이 간절하면 그토록 아끼던 저금통장까지 들고 왔을까?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장군이를 우리 집으로 데려올 수가 없었다. 이웃 어르신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새로 건축한 집으로 이사를 하려면, 4월 초까지 아직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더 있어야 했다. 일단 우리가 이사를 가기 전까지 장군이가 거쳐할 곳이 필요했다.
그때, 떠오르던 한 곳이 있었다.
우리가 이곳에 와서 정말 마음을 열고 가깝게 교제하던 강 선생님 댁이다. 교직에서 은퇴하시고 더 조용한 곳에 살기 원하셔서 얼마 전에 괴산의 미루마을에 세컨드 하우스를 준비하시고 이사를 하신 분이시다. 물론 우리 동네에도 사시던 집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강아지가 살 수 있는 널찍한 개 집이 크게 지어져 있고, 지금은 비어 있었다.
우리는 강 선생님께서 봄에 농사도 지으시고, 볼 일을 보시러 괴산과 용인을 왕래하실 계획이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쭤보기로 했다.
역시 선생님께 전화를 드리고 의논을 드리니, 마음 좋으신 강 선생님은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저희가 4월 초에는 이사를 들어가니, 그때까지만 장군이가 이곳에서 머물게 해 주세요. 저희가 청소는 물론이고, 장군이 밥과 물은 매일매일 와서 챙겨줄게요."
"네, 그렇게 하세요~"
우리는 서둘러 장군이를 데리러 가서, 어르신을 뵙고 정중히 감사 인사를 드리고는 다시 장군이와 돌아왔다. 다행히 조금 액수를 줄여서 15만 원을 드리고 다시 장군이를 찾아올 수 있었다.
그제야, 우리가 챙겨주는 사료와 물을 장군이가 들이키며 먹는 모습을 보니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장군이의 옆구리는 그동안 먹지 않아 아주 홀쭉해져 있었고, 변비가 생긴 듯했다.
사료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저녁에 들러서 간식 한 봉지를 먹였더니 다 먹고도 더 달라고 입맛을 다시는 장군이를 보니, 이제 내가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에 오늘은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고 단잠을 자는 평안한 밤이 될 거 같아 행복하다.
15만 원이 누군가의 눈에는 어이없다 하고, 차라리 장에 가서 살림에 보태 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까운 돈을 지불하고 장군이를 데려왔다고 우리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값진 대가를 치렀다고 믿는다.
그리운 아기 꽃순이다시 집 안에 평화가 찾아왔다. 비록 현재는 우리 집 마당에 장군이가 없지만, 우리는 같은 동네에서 언제든지 장군이를 보러 갈 수 있고, 장군이도 마음이 편해졌으니 조금만 더 견디면 될 것이다.
샤이니에게 주의를 줬다.
"옆집 할머니랑 앞집 아저씨랑 이모한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거야. 알았지?"
"뭘?"
"장군이 데려온 거."
"왜?"
"혹시 알게 되면 마음이 안 좋을 수 있잖아. 당분간 비밀. 알았지?"
"응, 알았어. 쉿, 비밀!"
우리는 어쩌면 점점 동물 애호가가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