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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Jun 25. 2022

나의 이웃

소중한 선물

"매실 엑기스 만들어 볼래요?"

"아.. 한번 만들어 볼까요?"

"그래, 만들어 봐요. 내가 매실 줄게~"

"정말요? 그럼 저도 만들어 볼게요."

"내가 벌써 다 씻어 놓았으니께 어서 와서 가져가요."

"네~ 감사합니다."


이전에 살던 집의 아랫집 어머니께서 매실을 가져가라고 전화를 걸어오셨다. 시절이 벌써 매실 수확을 하는 가 보다.

어머니 덕분에 설탕도 사고 유리병도 샀다. 늘 친정 엄마로부터 받아먹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내 손으로 만들어서 북카페에 오시는 손님들에게도 대접해야겠다.


우리가 이사를 온 후로도 아랫집 어머니께서 종종 전화를 주신다. 상추도 가져가고, 열무김치도 가져다 먹으라 부르신다.

나는 당연히 감사한 마음으로 냉큼 달려가 손 내밀어 받아먹는 여전히 초보 시골 아낙이다.


이사하기 전 날, 아랫집 어머니께서 부르셔서 잠시 들렀었다. 내 손을 꼭 잡아주시며 복을 빌어주시던  정 많은 어르신이다.


"고마워서 그래. 딸 같고...

그동안 이런 늙은 이 상대해줘서 고마워요. "

"아니에요. 자주 놀러 올게요. 저희 집에도 놀러 오세요. "

"다 늙은 사람이 거길 뭐하러 가."

"꼭 오세요. 기다릴게요. "

"응, 이사 가서 좋은 꿈 꿔요."


이사를 나가는 우리를 못내 보내기 아쉬워하시며, 그날도 밥하기 힘드니까 끼니 해결하라 하시며 물김치를 한 통 가득 담아주셨다.


어제도 겉절이 김치를 버물리고 전화 주신다 더니 정말로 전화를 주셨다. 그래서 난 또 얼른 달려가서 막 버무린 겉절이 김치를 받아와서 저녁밥을 해치웠다.


어르신은 내게 겉절이를 건네시며, 예쁜 사랑꽃으로 풍성해진 큰 화분을 가리키며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작년에 내가 만들어 드린 화분을 겨울 동안 무거워서 그냥 내버려 뒀는데 봄이 되어 이렇게 꽃이 피고 살아났다시며 너무 기뻐하셨다.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살았지 뭐여."

"그러게 말이에요.  너무 예뻐요."


생명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보는 나에게도 그 놀라운 힘이 전달되어 오는 듯했다.

위대한 생명의 힘이다. 그나저나 새로운 연한 잎이 나고 꽃이 가득 피어서 어르신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꽃들로 가득한 북카페 화단

한 때, 닭 사건으로 마음고생도 하고 괜한 오해(?)로 잠깐이지만 닭 사체를 마당에 묻었다는 누명도 썼던 아픈 시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참 소중한 공간이었다.

살다가 이런 일 저런 일 다 있지만, 마음 중심을 지키며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를 또 한 번 다짐해본다.


어제, 또 하나의 기쁘고 감사한 일이 더 있었다.

패랭이꽃님이 제주도에서 직접 수국을 문 하셔서 이곳까지 택배로 보내주신 것이다.


제주도에서 비행기 타고 온 알록달록 수국을 꺼냈다. 얼른 시들기 전에 수돗가 옆 화단에 줄을 세워 심었더니 꽃밭의 격이 순간 업그레이드가 된 듯했다.

한결 더 예뻐진 수국  꽃밭

몸이 지치고 아파서 며칠 고생을 하다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렇듯 얼굴도 모르는 나를 위해 따스한 이웃이 되어 주셔서 사랑의 선물을 멀리서 챙겨주신 패랭이꽃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북카페에서 사용하라시며 책이랑 꽃씨도 챙겨서 보내시며, 밑반찬까지 보내주셔서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이제 북카페 오픈하는 날을 일주일 남겨두고 있다.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니 이제 고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숨이 차오르더라도 참고 끝까지 목표 지점을 향해 달려보자.


나 힘든 거 주님이 아시고는 이사 온 이곳에도 따스한 동네 이웃들을 주셨다.


새 김치와 겉절이, 상추, 배추, 떡까지 들고 와서 내 연약한 육체를 채워주신다. 나를 일으켜 세워주신다.

고맙고 고맙다.

배웅하는 울 강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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