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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May 13. 2022

개 풀 뜯어먹는 소리(?)

풀 뜯어먹는 강아지들

마당에 딸기밭을 만들었다. 하얀 딸기 꽃이 피어나더니 어느새 꽃이 서서히 지면서 꽃이 진 자리에 아주 작은 아기 딸기가 조롱조롱 맺히기 시작했다.

얼마나 예쁜지, 조만간 크기가 자라나고 색이 빨강으로 물들어가는 딸기를 볼 생각에 입꼬리가 실룩 올라간다.

딸기밭

그런데 이 딸기밭을 드나드는 손님이 있다.

꽃순이와 퍼지는 꽃밭에 절대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칭찬을 한 바가지 해 두었는데, 꽃순이가 딸기밭을 들락거리는 게 아닌가?

가만히 살펴보니 딸기 잎사귀를 뜯어먹고 있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 하고 있네~'


보통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속담처럼 '개 풀 뜯어먹는 소리 한다'는 이와 비슷한 의미로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할 때 주로 사용되고 있다. 즉, 말이 안 되는 말을 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개는 풀을 뜯어먹지 않는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어, 진짜로 개가 풀을 뜯어먹는다. 꽃순이가 딸기 잎을 따먹는 게 아닌가?


"꽃순아~ 너 채식주의견, 베지테리언이야?"

꽃순이와 퍼지

너무 신기해서 먹지 말라고 야단을 치면서도 호기심이 생겨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사실 호랑이나 사자 같은 육식동물은 풀을 먹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프리카 초원에서는 야생의 육식 동물들이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인도에 있을 때, 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연한 잎사귀를 맛있게 따서 씹어 먹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원숭이는 그렇다 치고 호랑이, 사자, 심지어 개도 풀을 뜯어먹다니....


오늘은 장군이와 꽃순이를 데리고 동네 산책을 나갔다. 오랜만에 산책을 나온 거라 강아지들은 초록 잎들과 예쁜 꽃들의 냄새를 맡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참 동안 산책을 하더니 장군이가 풀숲에 멈추어 서서 풀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장군아~ 너도 풀을 뜯어먹는구나~~ 맛있어?"


내가 지금 개를 보고 있는 건지,  염소가 풀을 뜯어먹고 있는지 내 눈이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한참 동안 배불리 신선한 초록 잎사귀들을 뜯어먹고 나서는 그제야 자리를 뜨는 강아지들.

꽃순이도 덩달아 같이 따라서 조금 뜯어먹는다.


가만히 살펴보니 연하고 몸에 좋은 허브 종류를 뜯어먹는다.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 절대로!!

장군이가 열심히 아주 맛있게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의 의미가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개도 풀을 맛있게 뜯어먹는다."


꽃순이도 사과는 먹지 않지만, 노란 달콤한 바나나는 잘 먹는다. 물론 고구마와 감자도 좋아한다.

요즘은 사료와 간식만 먹는 반려견들이지만, 야채도 가끔 삶아서 주면 영양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 풀 뜯어먹으러 자주 산책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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