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 속의 질서, 인도의 거리

사이드미러 없이 운전을 한다.

by 샨띠정

'빵빵 빵빵, 뚜뚜 뚜뚜, 앵앵 앵앵'

인도의 거리에서 늘 변함없이 들리는 소리들이다. 볼리우드라 불리는 인도 영화시장 때문인지 종종 할리우드 영화에 인도가 배경이 되는 장면들이 눈에 띄곤 한다. 그러면 영락없이 인도가 등장하면이 자동차 경적소리와 오토바이, 오토릭샤들의 소리가 섞여 인도임을 알린다. 인도를 대표하는 소리이다.


이러한 인도의 도로에는 무질서 속의 신기한 질서가 숨겨져 있다. 무질서로 보이지만 엄연한 질서가 존재한다. 신비롭기까지 하다.


한국에 잠시 나왔다가 인도로 다시 돌아가면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이 온갖 교통수단이 내는 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신경질이 곤두서기도 한다. 뭔가 익숙한 소리에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고, 시끄러운 소음에 짜증이 나는 것이기도 하다. 후덥지근한 아니 뜨거운 공기와 마치 노래를 하는 듯 합창 소리를 내는 길거리 소리는 지금 서있는 이곳이 인도임을 확실히 알려준다.


처음 인도에 갔을 때는 왜 그리도 도로가 시끄러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토록 심하게 경적을 울리면 어떻게 정신을 집중하여 운전을 할 수 있을지 의아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인도의 도로가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그 이유를.

메인 주도로를 제외하고는 도로에 차선이나 신호등도 보기 어려운 인도에서 경적소리는 교통 법규와도 같았다. 도로는 1차선 도로가 어느 순간에 2차선, 3차선이 되었다. 2차선 도로가 4차선까지 차들이 늘어서서 주행하는 것을 보고는 경적소리가 아니면 수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할 거라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살짝만 스쳐도 접촉사고로 문제가 되지만, 인도의 도로에서는 살짝 부딪히거나 심지어 자동차 옆의 사이드미러가 부러지는 일이 있어도 그냥 유유히 사라진다.


우리도 처음에는 극심한 위험이 도사리는 전쟁터와 같은 인도 도로에서 운전할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운전기사를 채용하여 다니다가 어느 정도 인도 도로에 익숙해지고는 우리가 직접 운전을 하기로 했다. 오른쪽이 운전석인 인도의 자동차는 우리가 영국에서 거주할 때와 같은 방향이라 시도해 볼 만했다. 마침 우리는 영국 자동차 운전면허증도 갖고 있었다.

한국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가지고 가서 운전을 하다가, 마침내는 시험을 봐서 인도 현지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까지 했다. 사실 엄청난 도전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인도에서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위험한 도로 상황이었다.

인도의 흔한 풍경

사람들의 무단횡단은 일상이었으며, 도로 역주행도 어렵지 않게 마주하는 일이었다. 심지어 역주행하는 자동차가 경적소리를 크게 누르며 길을 비키라고 당당히 달려오는 광경을 수없이 목격했다.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역주행하는 차를 오히려 알아서 피해 가야만 했다. 액션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딸아이와 나는 길을 건너지 못해 인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건너고는 했다. 길을 건너는 일은 우리에게 엄청난 도전이고 모험이었다.


인도의 도로에서는 자동차 옆에 달려있는 사이드미러가 없는 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떤 차는 사이드미러가 있어도 아예 접고 다니는 차량도 많이 있다. 사이드미러 없이 어떻게 운전을 하는지 정말 신기할 노릇이었다. 그 복잡한 도로에서 사이드미러 없이 운전을 하다니 최고의 운전자들이 아닐 수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자동차 경적 소리가 필수가 아닐까?

인도의 거리(출처, 구글)

나도 자동차를 운전하기 시작하고 나서는 자동차의 사이드미러를 세 번이나 교체하고, 수리를 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인도의 도로 위에서 주행하는 기본 차간 간격이 30 센티 정도라면 얼마나 자동차들이 가까이 붙어서 도로를 달리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차도 주행 중에 트럭이 한 번, 템포 차량이 한 번, 자동차에 가까이 다가와 사이드미러를 밀어 떨어뜨리고는 그냥 쓱 가버린 적이 있다. 눈앞에 달아나는 차량이 보이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동네에서 누군가가 집 앞에 주차해 놓은 우리 자동차의 사이드미러를 확 밀고는 바닥에 떨어뜨려놓고 그냥 가버린 일도 있었다.

그제야 왜 인도사람들이 사이드미러가 없이 운전하는 지를 조금은 이해했다. 가까이 더 가까이 밀착해 오는 차량과 부딪히지 않기 위한 방책이었다. 정말 살벌하기도 하고, 스릴 있는 인도의 교통 상황이다.


거기에다가 도로를 운전하다가 소를 만나면 소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소를 치기라도 하면 경찰서에 가서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소를 신성시하고 경외하는 인도 사람들에게 소가 다 지나가기를 기다려주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도로 위에서 소의 사체를 보기도 했다.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만 했다. 인도에서 운전대를 잡고 운전했다면, 그 어느 곳에 가서도 문제없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을 것이다.

소들이 유유히 걸어다니는 흔한 인도의 거리

나도 무단횡단하던 인도 여인으로 인해 큰 곤란과 어려움에 처했던 고통스러운 경험이 있다. 그 일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미움과 용서를 배웠다.

내게는 감사한 일들도 여럿 있었다. 인도에서 처음 운전할 때는 내비게이션 없이 길을 찾아다녔다. 복잡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길을 찾아 나오는 게 고통스러웠다. 인도의 지도를 내비게이션으로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할 거라는 얘기도 있었다.


한 번은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집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캄캄하고 어두운 인도의 골목길을 계속 돌고 돌아도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동네를 순찰하던 인도 경찰이 있었다. 길을 잃었다고 길을 물었더니, 경찰차가 직접 나를 호위하여 내가 아는 큰 메인 도로까지 안내해 준 적이 있다. 얼마나 인도 경찰에게 감사하던지 고맙다는 인사를 수도 없이 하고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이야 인도의 인터넷 데이터 상황이 많이 좋아지고, 구글 지도도 많이 정리가 된 상태라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10시간을 훌쩍 넘는 거리를 운전하는 많은 기사들은 이정표를 보거나, 길을 물으며 길을 잘도 찾아 목적지에 도착한다.


신호등과 과속 카메라며 수많은 교통 법규에 갇혀 질서 있는 도로를 다니다가, 인도로 돌아갔을 때 느끼는 그 무언가 평안함이 있었다.


'무질서 속의 자연스러운 질서'


물 흘러가듯, 그 어지러운 교통 상황 속에서도 질서는 존재했다. 뭔가 자유로움을 느꼈다. 알 수 없는 편안한 자유로움. 가끔 그러한 자유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격식과 질서를 초월한 자유,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질서를 생각해 본다.

뒤엉켜진 온 우주 속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창조 질서를 상고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도에서 경험한 갑작스러운 화폐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