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라나시(Varanasi) 인도 기차 여행

인도 여행

by 샨띠정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면적이 넓은 인도 땅을 여행할 때의 교통수단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기차를 이용한다. 우리가 살던 델리에도 인도 전역으로 뻗어가는 기차를 탈 수 있는 기차역이 여러 곳이 된다. 목적지에 맞는 기차역으로 가야만 머나먼 기차여행길에 오를 수가 있다. 행여라도 델리 역, 그러니까 뉴델리 역으로 기차를 타러 무작정 나갔다가는 낭패를 보기가 쉽다. 나도 인도에서 기차여행을 하며 세 군데나 되는 역을 이용했다. 뉴델리 역과 올드델리 역 그리고 니자무딘역이었다.

인도의 기차역에서는 인생을 볼 수 있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기차역의 플랫폼은 수도 없이 많아서 찾기도 어렵다. 오르락내리락 복잡한 길을 따라 기차를 타야 하는 플랫폼을 찾아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거기에다가 수많은 인파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이나 많다. 집에서 기차역으로 가는 택시에 짐을 싣고 도착한 정류장에서 여행 가방을 내리는 그 순간부터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택시 정류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여러 짐꾼들 중에 믿을만한 한두 사람을 선택하면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 우선 짐꾼에게 가야 할 목적지와 기차 시간, 플랫폼 번호를 알려주면 택시에서 가방을 내려 어깨에 메고는 길을 앞장서서 우리가 타야 할 기차 플랫폼으로 안내해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도 방심하면 금물이다. 잘못했다가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짐을 들고 가는 짐꾼을 놓쳐버리기라도 하면 엄청난 낭패를 보게 된다. 가방도 잃고 기차 여행도 물 건너갈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은 짐꾼들이 대체로 친절하고 앞뒤를 살피며 승객을 안내하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큰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심지어 인도에서 기차 여행은 48시간, 36시간, 24시간, 12시간 등 긴 장거리 여행이 대부분이기에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갖지 않는다면 여행할 때 기차를 선택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인도 미타이

여러 극복해서 넘어야 할 어려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인도에서 기차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도를 더 깊이 알기 원한다면 기차 여행은 놓칠 수 없는 필수 코스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차를 타고 인도를 여행하는 일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며, 외국인이라면 쉽게 아무나 시도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기차에 올라타면 흥미롭고 재미있는 경험이 되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뿐 아니라 두고두고 이야기할 인생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우리의 첫 기차 여행은 델리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침대칸 기차였다. 1등급 기차 티켓으로 에어컨이 나오며, 2층 침대가 있는 비교적 조용하고 안전한 것이었다. 기차표에 적혀있는 1등급 2AC(First Class 2AC)의 의미이다. 보통 기차요금에 비해 몇 배 비싸지만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의 특급 기차의 수준이 결코 아니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출발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가방과 귀중품을 스스로 잘 관리해야만 한다. 보통은 가방을 자물쇠로 채워서 기차 의자에 묶어둘 수 있는 쇠로 된 체인으로 감아두어야 한다. 침대칸에 탔을 경우 잠이 든 사이에 가방을 잃어버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외국인으로 장거리 기차 여행을 할 때는 반드시 일반 칸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


인도의 기차는 보통 기차의 길이보다 3배는 더 길어 보였다. 기관실에서 기차의 마지막 칸까지의 거리는 족히 1킬로미터는 되어 보일 정도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인도의 기차의 위엄은 대단하다.

뉴델리 기차역 풍경

보통 인도에서의 기차 여행은 밤에 출발한다. 침대칸 기차에서 잠을 청하고 밤을 보내며 시간을 아끼기에 좋다. 또한, 작렬하는 인도의 태양열 아래서는 기차도 달릴 힘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낮의 해를 피해 밤이 새도록 실컷 달려가는 인도의 밤 기차 여행의 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쉬지 않고 수다를 떠드는 승객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아무리 잠을 청하려 해도 잠이 오지 않아 거의 뜬 눈으로 기차 안에서 밤을 새우기가 일쑤였다. 더군다나 덜커덩거리는 기차 엔진 소리는 자장가 소리가 될 수 없으며, 들락날락 문을 열고 닫는 사람들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바람 소리와 삐거덕거리는 문소리는 어지간한 사람 외에는 잠을 청해 달달한 숙면을 취하기에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기차 여행에서 어린 딸아이도 비싼 기차표를 샀었지만, 아이를 혼자 재울 수가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이 기차표 하나만을 사서 탑승했던 인도 사람에게 표를 양보해 주었다. 나는 침대칸 커튼을 치고 같은 침대에서 아이를 안고 누웠다. 흔들거리는 기차 안에 누워서 밤을 지새웠던 그 고요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딸아이와 함께 인도에서 다시 장거리 기차여행을 떠나고 싶다.

기차에서 아침을 맞아 물티슈로 눈곱만 닦아 고양이 세수를 했다. 해가 밝게 떠오른 인도의 시골 아침 풍경을 보기 위해 눈을 비비고 창밖을 응시했다. 그 당시만 해도 차마 도저히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는 얼굴 붉히는 광경을 마주해야만 했다. 기찻길을 따라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인도의 시골 마을에는 변변한 화장실이 없었다. 아침에 기상한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기찻길 옆에서 앉아 볼일을 보고 있었다. 뒷모습이 아닌 앞모습을 보며 얼굴을 마주해 보는 게 쑥스러워서 이내 내 눈을 가려 버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기차에서 맞이하는 인도의 아침 풍경은 그리 상쾌하지 못했다. 그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이고 삶이었을 텐데, 그때는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서로 다를 뿐인 것을,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후에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마침내 바라나시에 도착해서 꼬불 꼬불 골목길을 돌고 돌아 바로 갠지스 강가에 있는 숙소를 찾았다. 머무는 동안 수천 년 역사의 도시를 돌아보던 그 여행길은 인도를 조금은 더 알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왜 그토록 사람들이 바라나시를 찾으며, 그곳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배를 타고 갠지스강을 건너보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나 갠지스강을 보고 나면 한 번쯤 인생을 돌아보며, 삶에 대한 애착과 인생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까지도 들게 하는 곳이었다.


바라나시 여행을 마치고 다시 델리로 돌아오는 기찻길은 훨씬 여유로웠다. 델리에서 바라나시로 출발할 때는 기차가 오지 않아 연착한 기차를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었다. 델리로 돌아오는 기차도 긴 시간 연착할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바라나시에서 오후에 출발하는 기차는 거의 제시간에 출발해서 델리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내 기억 속, 돌아오던 기차 안에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수다를 떨며 준비한 커피도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미리 준비해 간 끓인 물이 다 떨어져서 기차 승무원의 안내를 받아 기차의 부엌 칸에 가서 끓여준 물을 가져다가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기도 했다. 인도 기차 안에서 먹었던 따끈따끈하고 시원한 컵라면의 맛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참 고향의 맛이었다.


사실 인도 사람들은 장거리 기차여행에 휴대용 가스버너를 들고 다니며 기차 안에서 소띠를 구워 먹으며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길게는 3박 4일 기차를 타야 하니 도시락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렵다. 기차 안에서 간단히 요리하는 일은 끼니를 때우는 하나의 방편이 되지만, 가끔 기차의 화재 원인이 되는 경우를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은 가지가지이며 다양하다. 생존을 위해 애쓰는 모습도, 자신을 보살피는 방법도 어찌 보면 서로 다른 것 같아도 비슷하다. 우리도 여행 가는 곳곳마다 맥심 커피 믹스와 컵라면, 그리고 뜨거운 물을 항시 준비해서 다녔다.

바라나시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는 힘차게 달리는 밤에 눈을 감고 편안하게 잠을 청했다. 한참 잠을 자다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기차가 소리 없이 미끄러져 스르르 뉴델리 역에 도착하고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