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탱이 곰 같은 양석형(김대명) 교수가 이렇듯 노래를 감미롭게 부르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그래서일까? 노래의 선율이 가슴을 파고 들어온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가 시작되고 시간이 한참 흘렀다. 그동안 목요일마다 줌으로 위기 디브리핑(CISD) 수업을 듣느라 제대로 못 보다가 이제야 조금씩 챙겨보기 시작하며 발견한 노래 김대명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가 내 귀를 동여매고 있다. 도저히 노래에서 귀를 뗄 수가 없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는 원래 1994년도의 윤도현의 첫 앨범에 실렸던 노래인데, 알고 보니 그 이전에 윤도현이 데뷔 전에 활동했던 밴드 김현성의 원작 사곡이었다고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최애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첫 시작 부분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그리고,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또,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이 노래는 아마도 김대명이라는 배우가 불러서 더 그러한 듯하다.
가수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발성 공부를 한 전문가도 아닌 배우가 그것도 '슬의생'의 곰탱이 양석형(김대명)이 불러서 더 꾸밈없고 맑은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어 더욱 깊이 가슴을 만지며, 잠자는 감성을 깨워주기 때문일 것이다.
양석형(김대명) 교수
돌덩이 같은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사는 양석형(김대명)의 가슴에서 나오는 노래이기 때문일까? 그 목소리가 절절하며 애절하기까지 하다.
곰탱이 같은 그의 곁에서 '석형바라기'를 하고 있는 추민하(안은진)에게 불러주는 노래이면 더 좋겠다.
추민하(안은진) 전공의
내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더 좋은 이유는, 99즈의 '미도와 파라솔' 밴드 때문이다. 5명의 99즈가 밴드로 모여 각각의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아름답다.
미도와 파라솔 밴드
나도 거의 10 년 가까이 교회에서 밴드 활동을 했다. 엄밀히 말하면 교회 찬양팀이었다.
나는 신디사이저 그러니까 양석형(김대명)처럼 키보드 연주를 맡았다. 나도 가끔 채송화(전미도) 교수처럼 보컬이 되고 싶어 했었지만, 10년 동안 줄곧 키보드 연주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추어에 실력이 그리 좋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하라고 하면 더 잘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부끄럽지만, 그때 그 시절엔 그 시간이 참 즐거웠다.
밴드 안에서는 슬의생과 같은 흥미진진한 연애사도 당연히 있었다. 나름 나를 좋아했던 두 명의 눈먼 남자도 있었고, 사랑이 이루어져 결혼한 커플도 있다. 피아노를 담당했던 후배의 연애 상담을 해주고, 이익준(조정석) 교수처럼 사랑의 큐피드가 되어 결혼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며 스스로 생각해도 내 생애에서 참 잘한 일들 중에 하나이다.
그립다. 그 시절 그 사람들....
함께 노래하며 행복했던 그 순간이 지금의 나를 이끌어 온 건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