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천이백 원짜리 아메리카노

시골 생활의 매력에 빠지다.

by 샨띠정

율곡마을 ' 입구에는 편의점과 중국집, 만두가게가 있다. 널찍한 주차장은 먼 시골길을 운전하는 이들에게 쉬어 가고픈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는 듯하다.

호숫가 마을

근처에 MBC 드라마 세트장이 있어서 가끔 연예인들이 들르기도 한다고 한다.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긴 하지만 말이다.
매일 아침 딸랑구가 편의점이 있는 곳에서 학교 통학버스를 탄다. 장군이와 딸랑구를 배웅하고 난 후, 잠시 모닝커피를 위해 가끔 편의점에 들르곤 한다.


한 번 마셔 보고 난 후 따뜻한 핫아메리카노의 고소하면서도 살짝 쓴 맛에 반해버렸다. 이렇게 맛난 커피가 1200원이다. 가격도 착하고 맛도 좋고... 아침 산책 길에 마시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이 주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아침마다 주머니에 백 원짜리 동전 2개와 천 원 한 장을 챙겨 주머니에 넣는다.


세븐일레븐, 일본에 처음 갔을 때 들러 봤던 편의점이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편의점이 없을 때라...
참 신기하면서도 부럽기까지 했던 세븐일레븐이다.
그 후로 가끔 한국에 올 때마다 변하는 한국의 트렌드를 읽을 수가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편의점이다.
편의점을 보면서 왠지 더 선진국으로 발전해가는 느낌이랄까 뭔가 기분 좋은 변화다.

재작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딸랑구랑 편의점 체험을 해보기도 했다. 컵라면도 골라서 먹어보고 , 소시지와 바나나우유는 기본이다. 그때만 해도 편의점 커피가 그리 인기가 없었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커피 맛이 달라졌다.


처음 한국에 와서 광교호수로 산책을 나갈 때도 CU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 들고 커피와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작은 행복이 내 영혼을 살게 해 주었다. 시골로 이사 와서 이젠 그런 소소한 즐거움은 포기해야 하나 했더니만, 이 곳엔 세븐일레븐이 날 기다리며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길 가에 서서 손님들을 맞는다.

어느 날 아침, 딸랑구를 보내고 장군이와 산책을 하기 전 아메리카노가 고파서 들른 편의점에서 우연히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내어 연락처를 남기고 왔다.


오후에 연락이 왔다.


"혹시 면접 보시겠어요?"
"네, 보고 싶어요. 그런데 저 완전 초보예요. 경험이 전무한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경험의 유무는 크게 상관없으니 괜찮습니다. 이력서 하나 주시겠어요? 그리고 혹시 지금 면접 가능하실까요?"
"네, 준비해서 가겠습니다. 그런데 이력서를 프린트해야 하는데 어떡하죠?"
"그냥 오세요."


사장님은 안면이 있는 분이셨다. 좀 어색했지만 평소와 다르게 명색이 면접이라 재킷을 걸치고 갔더니 처음엔 사장님께서 날 못 알아보셨다.


동네에 살고 시간이 있어서 경험 삼아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본인 소개도 하시며 갑자기 주말에도 가능한지 물으신다.


"제가 주말에는 어려워요. 그런데 주중에 아이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괜찮아요."
"1 주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


한국에 와서 나의 첫 면접이다.
시골에 와서 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이런 면접도 해보고 새로운 도전에 잠시 마음이 들떴다.
그렇게 나는 시골길 가에 있는 편의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 자신에게 어때를 토닥이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따듯한 아메리카노 한 잔

난 나의 상쾌한 아침을 위해 가끔 1200원을 기꺼이 투자한다.
"쭈르르륵....."


커피 머신에서 컵을 가득 채우며 내려오는 아메리카노가 날 미소 짓게 한다.
낯선 남자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기다리는 내 얼굴에서 행복 바이러스가 뿜어 나갔는지 내게 묻는다.


"그게 뭐예요?
"아.. 핫아메리카노예요~"
"그래요? 처음 봤어요. 거기 있는 줄도 몰랐는데.."
"그러세요? 정말 맛있어요. 1200원이에요."
"다음에 나도 마셔봐야지. 나는 맨날 이것만 마셨는데..."


그 남자의 손엔 바나나우유가 들려 있었다.
'나도 바나나우유 좋아하는데...저분도 나처럼 핫아메리카노로 갈아타시겠군.'

편의점에서 나왔더니 바나나우유를 드시며 나를 기다리고 있던 장군이와 놀고 있는 그 남자...
또 한 번 말을 걸어온다.


"진돗개예요?"
"아니요, 믹스견이에요. 골든 레트리버와 진돗개요."
"개가 순하네요."
"네.. 순해요. 감사합니다 ~"

이렇듯 시골 생활의 매력에 빠져든다.
아무도 말 걸어주지 않고 자기 길만 가던 도시 사람들과
별별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주는 동네 사람들....
이제 균형, 발란스가 필요한 시기가 왔다.

대장금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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