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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Aug 01. 2021

달라야 제 맛

성격

누굴 닮았을까?

내 성격은 아무래도 아버지를 좀 더 많이 닮은 거 같기도 하다. 아버지는 유머러스하셔서 늘 분위기 메이커가 되셔서 주변 분위기를 유쾌하게 해 주셨고, 느긋하시며, 과묵하면서도 수다 떠시는 것도 좋아하신다. 물론 용기도 있으셔서 꽤 용감하시고, 고집도 상당히 세다.


엄마는 얌전하시고, 꼼꼼하시며, 패션 감각이 뛰어나시며, 감정 표현을 잘 못하시는 편이다. 낯 간 지려 워 못하신단다. 스스로 말주변이 없다고 하시는데, 그 정도면 똑 부러지게 잘하신다고 인정해 드리고 싶다. 그리고 성격이 급하고 아주 부지런하시다.


아무튼 두 분을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보아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부모님의 성격은 완전 반대다.


달라야 제 맛이랄까?

달라서 알콩달콩 재미나게 지금까지 살아오셨으리라 짐작한다.


성격이 다른 두 분은 자주 토닥토닥거리며 다투는 일도 많으셨다. 그런데 어린 시절 내 기억엔, 두 분은 욕실에서 같이 샤워를 하시곤 했다. 그러고 보면 부부가 금슬이 좋은 게 분명했다.  


주로 엄마는 아버지의 털털한 성격과 느긋하시, 옷 입는 패션에 신경을 안 쓰는 것을 두고 잔소리를 많이 하셨다. 그 잔소리는 큰 딸인 내게도 똑같이 내려오고 말았다. 내가 아버지의 성격을 닮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엄마는 딸이 더 예쁘고 세련되길 바라셨고, 남편이 더 멋지고 근사하길 바라셨을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와 나는 편안하고 수수한 옷차림을 선호했고, 옷 입는 것에 대해 그리 중요하게 생각을 안 하는 좀 털털한 성격이었다.


가끔 아버지는 면도하시는 걸 잊고는 양복을 입으시고 교회에 가실 때도 있었고, 색상을 안 맞추고 셔츠를 양복 안에 입으실 때도 종종 있으셨다.


나도 멋 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신경을 그리 쓰지도 않을뿐더러 그저 깨끗하고 단정하게 입고 다니는 게 제일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래서 덕분에 주일날 교회에서 엄마와 부딪히거나, 성가대 좌석에 앉아있는 딸을 유심히 살펴보신 엄마는 내게 폭풍 잔소리를 쏟아 내시곤 했다.


"옷이 왜 그러니? 화장을 좀 해야지. 립스틱을 예쁘게 발라야지...." 등등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마다 엄마의 사인을 받고 나서야 현관문을 나서곤 했다.


영국에서 살다가 인도에서 살며 해외에서 지낸 시간이 많다 보니, 나의 이런 털털하면서도 캐주얼한 스타일과 잘 맞아서 오히려 내겐 편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한국에 귀국을 하고는 이젠 시어머니께도 불려 갔다.


"얘, 아범이 만나는 사람들이 그래도 다 내로라하는 사람들인데 옷 좀 신경 써서 챙겨줘라. 신발도 왜 항상 똑같은 거만 신는지 모르겠다. "


"아.. 어머니, 외국에서 살다 보니 자꾸 편한 옷을 입게 되고, 청바지도 자주 입게 되는 거 같아요. 좀 더 신경 쓸게요."


니는 학창 시절에는 새 학년이 되어 새로운 학급에 올라갈 때마다 내 인상이 차가워 보인다는 얘길 듣고, 친구들이 처음에 다가오기 어려웠다는 얘길 줄곧 하곤  했다. 한참 일할 때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다는 둥, 냉정해 보이는데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라는 얘길 듣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넓고 깊어서 어떤 것이든 다 품어줄 수 있는 사람 같다고들 하며, 심지어 예수님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어떤 게 진짜 내 성격인지 모르겠다.  


남동생이 결혼 전에 이상형이 누나 같은 사람이라고 했던 적이 있다. 즉 활달하고 명랑하며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때, 나 스스로도 내가 그런 사람인가 하고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였다.


부모님께서 나의 아주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실 때마다, 당시 깜찍하고 인형처럼 예뻐서 사람들이 나를 보며 예쁘다고 많이 하셨단다. 그런데 나는 그때마다 누가 "예쁘다"라는 말만 하면 울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그 정도로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다.


초등학교 때 있었던 일도 있다.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내게 일어나서 책을 읽으라고 하셨는데, 나는 책을 들고일어나서 읽으려고 했지만,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얼마나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느껴졌는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픈 심정이었다.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런 나의 성격은 분명히 내성적인 거 같은데,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수업을 할 때는 외향적으로 잘하는 편이다.


가끔 용기도 있어서 용감하기도 하며, 적극적인 편이다. 이러한 성격 덕분에 오랜 해외 생활을 나름대로 잘 적응하며 잘했으리라 생각한다.



달라야 제 맛인 부부 관계나 부녀, 모자, 형제, 자매,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의 성격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성격에 매력을 느껴서 가까워지고, 또 그 다른 성격이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성격이 서로 달라야 물감을 칠해 아름다운 풍경화와 수채화가 그려지듯 더 감칠맛 나게 되는 거 같다.


물론 현실 속에서 너무나 다른 남편과의 성격으로 애를 태우고 화를 가라앉히느라 애쓰고 심호흡을 해야 할 때도 많지만, 다른 성격이어서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어 감사하다.


세상 모든 부부와 여러 관계 속에서 서로 다른 성격으로 인해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는 삶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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