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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Aug 12. 2021

우리의 그리운 리즈 시절

그리움

우리는 비슷한 또래의 젊은 청년들이었다. 피 끓는 20대에 만나 함께 꿈을 꾸며 비전을 키웠다. 서로를 통해 배우며 격려하고, 마음과 생각을 함께 나누었다. 두려움보다 용기가 컸다. 실패에 대한 소심함 보다는 도전을 택했고, 남들이 가는 길을 걷기보다는 다른 길을 걷고자 했고, 그런 서로를 응원했다.


함께 비행기를 타고 해외 단기선교를 떠났고, 어렵고 힘든 시간에는 수없는 대화를 나누며 같이 기도했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고, 겁나지 않으며, 마음이 부요하며 든든했던 우리의 리즈 시절이 있었다.


그동안 곳곳에서 흩어져 살았다. 중국과 콜롬비아에서, 뉴질랜드와 중국에서, 하와이와 한국에서, 그리고 나는 영국과 인도에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넷이서 함께 다 같이 모이기가 힘들었다.  한국에 나오는 일정이 다르다 보니 서로 엇갈린 시점을 지나야 만 했다.  


그렇게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르고 나서 우리는 20여 년이 지난 2021년, 8월의 여름날에 다시 만났다.


먼 콜롬비아에서 날아온 윤* 덕분에 이번에는 꼭 뭉쳐야 한다는 사명감이라도 가진 것처럼 서로의 얼굴을 보기 위해 모였다.


이제 모두 한 남편의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중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서로를 보며 웃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몸집은 불어났고, 아랫배가 주책없이 튀어나와 다소 많이 달라진 우리의 모습이었지만, 멀리서도 서로를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단 1초, 2초의 순간이 지나고서 우리는 20대 리즈시절의 말투와 웃음소리로 돌아가서 현재의 나이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까르륵까르륵 웃음소리를 멈추지 못하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지금이 가장 젊은 때니까... 찍어야 해."

"요즘 사진 찍는 거 싫어서 안 찍었는데..."

"지금이 젤 예쁘다니까, 찍어야 해."

중년 여성이 되어 다시 만났다.(촬영시에만 마스크를 벗음)

그동안 떨어져 있어도 꾸준히 연락을 해왔었지만,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시간은 더없이 특별했다. 가슴이 뭉클하고 깊은 평안이 몰려왔다. 어떤 말을 해도, 어떤 모습을 보여도 흉이 되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서로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돌아보면, 서로가 삐지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고, 젊은 청년 시절이었으니 연애 문제로 서로 얽히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역사가 쌓여 오늘의 우리가 된 것이 분명했다.  


그리움을 고이 꺼내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다. 코로나 상황이 어려운지라 일부러 오전 일찍 만나 시작된 그리움의 잔치는 6시 이후부터는 2인 이상 모임이 금지가 되어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얼마나 그리웠던가? 그동안 사느라고 얼마나 그리운지도 모르고 지나왔다. 그저 가슴에 묻고 그리움과 기다림을 친구 삼아 살아왔나 보다.


이제 앞으로 몇 년이 흘러야 다시 함께 모여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설마 60대에 만나지는 않겠지? 그렇게 되지 않길...그리움이 시간을 그리 오래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게 이런 리즈시절이 있었음에 감사하다.

이제 더 든든한 동역자로 튼튼하게 세워져 가길 바란다.

송도 해상 케이블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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