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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Aug 30. 2021

나의 콤플렉스 극복기

이젠 그저 좋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의 외모와 성격, 강점과 약점들이 하나도 같은 사람이 없고, 각각 다르다는 사실은 놀랍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텃밭에 열린 토마토만 보아도 그 모양과 색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비슷한 거 같으면서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각 붉게 물들어가는 토마토는 신비하리만큼 다양하다. 보통 때 토마토의 모양은 다 거시서 거기라고 생각했던 것은 큰 오산이었던 셈이다. 창조주의 놀라운 솜씨와 능력에 감탄과 감사가 절로 나온다.


나는 한 때, 콤플렉스 때문에 마음 힘들어하며, 얼굴을 붉히고 눈물짓기도 했다. 이 세상에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로 인한 조화로운 하모니를 미처 깨닫지 못했던 시절이다.


우리 엄마는 오래전부터 소문난 부잣집의 둘째 딸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 대지를 다 빼앗기고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진 외가에서 엄마의 꿈을 다 펼치시진 못했지만, 엄마는 늘 앞서 가시고 주도적인 현명한 여인이셨다.


나는 그런 엄마 덕분에 많은 혜택을 누리며 자랐다. 그중에 하나가 초등학교 때 나를 피아노 레슨을 받도록 해주신 것이다. 나는 피아노를 전공하는 음대는 꿈도 꾸지 않았다. 부잣집 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단념을 했지만, 나는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문학의 밤

그래서 교회 행사, 문학의 밤이나 성탄절 때 피아노 발표를 하기도 했다. 그 후로 성인이 되어서도 줄곧 교회에서 성가대와 찬양팀, 어린이 성가대 지휘 등을 쉬지 않고 기쁨과 감사함으로 해왔다. 옛날에는 피아노나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마음속에 콤플렉스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주변에 음대에서 전공자들이 나오면서  나의 역할은 성가대 부 반주자, 부지휘자였다. 나는 늘 두 번째 세컨드(Second)였다. 그것이 싫었다.


반주자나 지휘자가 급한 일로 못하게 되면 나는 아무 예고도 없이 부 반주자와 부지휘자의 자리를 대신해야만 했다. 문제는 그럴 때마다 아무 준비나 연습도 없이 하다 보니 삑싸리가 나고, 틀리고, 제대로 못 따라가는 상황이 펼쳐지곤 했다.  얼굴은 화끈거리고 도망치고 싶어 지며, 심지어 평소에 연습해두지 않은 자신을 미워하기까지 했다.  

나의 이런 콤플렉스는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어쩌면 나의 이런 콤플렉스는 인도에 가서 해결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피아노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반주자가 없는 인도 교회에서 반주로 섬길 수도 있었고, 인도 학생들에게 피아노를 치면서 한국 노래를 가르쳐주며 내 생애에서 정말 행복하고 보람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때야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작은 재능과 기술도 누군가와 함께 나눌 때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전공을 하고 안 하고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조금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칠 수 있었기에 나는 반주자가 없는 곳에서 예배 반주를 했고, 한국과 음악을 사랑하는 인도 학생들에게 피아노에 맞춰 노래를 가르쳐줄 수 있었다.


지금도 나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콤플렉스는 없다. 목소리가 내가 원하는 대로 제대로 발성이 안 되고, 내가 더 멋진 반주를 못하더라도 찬양할 수 있는 그 순간이 너무 좋고 감사하다. 찬양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내가 좋아하는 찬양을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는 그 자체로 기쁘고 좋을 뿐이다.


내게 피아노 레슨을 받도록 이끌어주신 우리 엄마에게 마음 깊이 감사한다. 우리 엄마는 정말 멋지신 분이다!!


비록 잘 못하지만, 지금도 교회에 가서 성가대로 봉사하고 싶다. 너무 오랫동안 해외에 머물 다 와서 내가 설 곳이 없어서 아쉽다. 코로나 19도 끝이 나고, 교회 문도 활짝 열려서 성가대로 봉사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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