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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Sep 02. 2021

젊음이 파워(힘)가 되는 세상을 살아가며

나이 듦을 희망으로 바꾸다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어 타인의 눈은 나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아니 현실에서 진실과 만나는 시간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조금은 더 시원해 보이는 세상을 선호했고, 어쩌면 나는 눈을 자극하는 햇볕의 따가움를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내에서 조차도 쓰고 있을 수 없으니 결국 선글라스를 벗어내야 하는 것처럼 현실과 마주해야만 하는 순간은 분명히 오게 되어 있다.


어느새 신세대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문득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에 스스로 화들짝 놀라서 눈을 감았다.  내가 나를 바라보던 시각은 어쩌면 내 주관적인 해석이 곁들인 것이리라.  그것도 무한 긍정의 마음으로 마냥 젊다는 착각을 사실로 믿고 받아들이는 또 하나의 신념를 붙잡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랜 해외 생활로 한국 텔레비전을 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내겐 껑충 뛰어넘는 세월의 간격이 있다.  그러다 보니 오래전 내 기억 속의 드라마에 나오던 연기자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 있는 모습은 사뭇 어색하기도 하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마치 그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을까? 어떻게 격려하며 일으켜 세워줄 수 있을까?


젊음이 파워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나이 듦과 어른이 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그리 큰 덕목이나 우대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되어 간다고 말해도  크게 반기를 들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때는, 그 시절에는, 나 때는, 내가 다닐 때는,...

우리는 얼마나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은가? 특히 젊은 친구들과 세대를 아우르며 경험담과 무용담을 함께 나누고픈 마음 간절하지만, 어느새 '꼰대'나 '라떼'라는 용어가 우리 자신을 옭아매고 말았다.


더 이상 기성세대들이 지난 과거와 경험을 마음껏 떠들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그냥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미덕이 되는 사회가 우리 눈 앞에 와 버린 듯하다.


우리도 나름 그때 그 시절, 멋진 시대를 살아온 게 분명하다. 우리도 예뻤고, 아름다웠으며, 용감했고, 젊었다.

돌사진과 6학년 시절의 사진들

앞으로를 어떻게 살아갈까? 최근 고민을 많이 했다.

해외에서 긴 세월을 지내다 한국에 와서 보니 나는 중년 여인이 되어버렸다. 뭐가 중년이냐며 결코 아직 중년이 아니라고 노려보기라도 하듯 따지며 세상을 향해 묻고 싶기도 하다.


해외에 있다 보면 오히려 내 이름이 불려지는 게 더 자연스러웠고, 인도에서조차도 하다못해 '맴'이나 '마담'으로 불려지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 보니 40을 넘어 50대에 접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아줌마'라는 호칭이 어색하듯, 중년을 지나고 있는 나 자신이 어설프기도 하면서 그 사실을 받아들이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 나는 아직 마음은 20대인 늙은 청춘이다.


엊그제 건축 설계 일을 하고 있는 사촌 여동생과 통화를 했다. 셋째 이모가 시집을 안 간다고, 갈 생각도 안 한다며 걱정이 태산인 윤*주와 통화하며 나는 희망을 보았다.

그동안 나이도 잊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윤*야, 몇 살이지?"

"응, 언니. 마흔한 살이야."

"와... 그렇구나."

"너무 많이 먹었지?"

"세월이 진짜 빠르다. 그런데 난 그 나이가 젤 부러워."

"진짜요? 아닌 거 같은데..."

"응, 난 그때가 젤 예쁘고 아름다운 거 같아. 정말이야."


나의 진심이다. 풋풋한 20대도 조금은 성숙한 느낌이 드는 30대도 예쁘지만, 40대 초반의 그 시간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 갈 때의 내 나이가 그즈음이었으니까...(인도에서 40대를 보냈다.)

왜 항상 지나고 나서 그걸 깨닫게 될까? 그 시절은 너무 젊고 예뻤다.

인도에 들어갈때 찍은 가족사진

전화 통화를 하며, 윤*도 결혼할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아직 얼마나 젊고 아름다운 시기인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좋은 사람을 열심히 찾아봐야 할 거 같다.)


나도 용기를 다시 내어본다. 비록 젊음이 파워(힘)가 되는 세상이지만, 나이 듦도 파워(힘) 될 수 있다는 걸 나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어졌다.

천국 가는 그날까지 내게 주어진 나의 길을 늙었다고 한탄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젊은 마음과 현명한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을 유지하며 남은 날을 살아내고 싶은 소망 한 스푼 내 몸에 넣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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