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라는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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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몫(Angel's Share)
-증류주는 오랜 숙성과정에서 알코올이 증발되면서 자연스레 양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 증발된 무게를 양조업자들은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 부른다.
우린 흔히 인생을 성장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의 상실, 노력의 배신... 구르고 깨지기를 반복하는 게 인생이지만, 다 지나고 보면 성장의 밑거름이었더라 하는 식의 일직선적 사고방식은 신화처럼 강력하게 우리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모든 시련과 경험이 성장의 밑거름이었는가에 대한 내 대답은 'NO'다. 많은 순간 그랬지만, 적지 않은 순간에는 그렇지 않았다. 어떤 기억들은 몇 년이 지나도 '차라리 없었으면...'하고 바라게 된다.
우린 누구나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저마다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린다. 뛰어놀기 바빴던 유년 시절일 수도 있고, 세상은 착한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확신일 수도 있고, 가족만은 언제나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일 수도 있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건들과 맞닥뜨리면서, 가슴속 뭔가를 영영 잃어버리면서, 아이는 어른이 된다. 그래서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란 표현에는 어딘가 시린 구석이 있다.
밑거름과 상실은 다르다. 고통스러운 경험들도 지나고 나면 다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될 거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을 저하시킨다.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모를 누군가에게 '지나고 나면 다 약이야.'라고 쉽게 단정 짓게 만든다.
뭔가를 상실한 채 절망한 친구에게 필요한 한 말은 '결국 다 잘될 거야'라는 섣부른 위로가 아니다. 절망한 자에게 필요한 건 언제나 진심 어린 위로와 공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