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추억
기다림이 부모와 아이를 성장시킨다.
아이가 다닌 유치원에서 5살 가을 즘엔, ‘자전거 2종 면허’ 시험인 네발자전거 시험이 있었다.
어른인 내가 보아도 제법 어려운 필기시험부터, 정해진 코스에 출발부터 안전한 착지와 주차까지 신경 써야 하는 난도 높은 실기시험까지 합격을 해야 아이가 자전거를 멋지게 타고 있는 사진이 박힌 합격증을 받게 된다.
집 앞에서 제대로 된 안전교육 없이, 때가 되면 으레 타게 되는 자전거가 이렇게 대단한 시험을 거쳐야 한다니 의아한 부분도 있겠지만, 이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탄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필기시험의 합격을 거쳐, 고대하던 실기시험 날이 되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토닥임으로 아이를 노란 버스에 태운다. 며칠 후 아이가 걸고 오는 합격 목걸이는 그동안 안전 표지판의 명칭을 외우는 노력과 정해진 코스에 안전하게 안착하는 연습의 값진 결과이다. 자전거 면허시험은 아이라고 간단한 게 치르는 부분이 아니라서 그런지 합격 목걸이가 주는 아이의 성취감은 대단하다.
7살 가을 즘엔, 어렵다는 ‘자전거 1종 면허’ 시험인 두 발 자전거의 시험을 보게 된다.
벌써부터 두 발 자전거를 자유롭게 타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고, 면허를 취득하고자 미리 연습하는 아이들도 제법 있었다.
나도 아이와 1종 면허 시험에 도전하기 전부터 보조바퀴를 살짝 올린 자전거를 타게 해 보았지만, 기우뚱거릴 뿐 진전이 없었다. 제대로 된 연습을 하기 위해 보조바퀴라도 떼는 날이면 아이는 여러 번 땅에 넘어져 울고 아파할 뿐이었고, 그 뒤로 자전거는 쳐다도 보기 싫다며 운동장에 나가는 것을 꺼려했다.
드디어 자전거 시험을 알리는 안내문이 왔지만 여전히 아이는 자전거를 힘들고 아프게 하는 존재로만 생각해 부모와 선생님의 설득에도 시험에는 응시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아이의 추억상자엔 자전거 2종 면허 시험 목걸이만 들어있다. 잘 타는 아이들을 볼 때도 그 아이들을 부러워한다거나 시험을 보지 않는 걸 후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프게 하는 자전거쯤은 안타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
자랑스러운 '2종 면허증'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는 형아에게 네발 자전거를 물려받았다. 형아는 제법 큰 ‘산악용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되었기 때문이다.
형아가 친구들과 두 발 자전거를 탄다고 나가던 어느 날, 형아에게 물려받은 뒤 얼마 타지 않았던 네발 자전거를 꺼내 형을 쫓아가겠다고 했다. 걱정이 되었지만 말리지 않았고 혹여나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아이스크림 서너 개를 사들고 동생을 챙기느라 고생했다고 형들에게 건네주었더니 다시는 데리고 오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근처 할머니 집에 자전거를 타고 간다는 아빠의 이야기에 네발 자전거를 타고 자신도 가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를 달래주려 애를 먹었었는데 왜 형아만 되고, 자신은 따라갈 수 없냐며, 눈물 섞인 억울함이 두 발 자전거를 타야 억울하지 않거나, 형아와 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모양이다.
며칠 후, 두발 연습을 시켜주려 나간 넓은 공원 출발 점에서 “오늘은 꼭 타고 말 거야.”라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슬아슬하지만 넘어지지 않고 두 발 자전거의 페달을 밟아가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몇 번 더 연습을 거듭하더니, 자연스럽게 멈추고, 출발하는 모습까지 보여 주었다.
어떤 목적의 필요성을 비록 늦게 깨달아서 같은 유치원의 아이들보다 늦게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되었지만, 억지로 권유해서 갖는 목적보다 본인의 의지로 생기는 목적의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두 발 자전거를 자유롭게 타게 된 후, 형아들을 만나면 자신이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형아들도 “정말?” “대단한데?”라는 이야기를 건네니 아이에겐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자전거를 타는 일은 “나를 끌어당기는 중력의 힘을 이겨내는 느낌”이라는 말을 해준 적도 있다. 최상의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막혀 있던 부분을 노력으로 이겨낸 아이에게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맞는 건 행복한 일이 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엔, 7세 때 자전거 1종 시험을 포기했던 자신이 떠올라, 선생님께 자신이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는 전화도 드렸다.
당분간은 계속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맞는 것을 즐기게 될 것 같다. 아이가 스스로 갖는 목적의식과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보물이 되었다.
또한, 부모의 조급함과 걱정은 아이의 성장을 오히려 더디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