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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벨 Dec 22. 2021

성공한 엄마와 성공한 사업가

방구석 셀러의 애환

나름의 사업자이지만 주요 본분은 주부이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도 차려야 하고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때론 아이들 공부도 챙겨야 한다. 그리곤 사업도 해야 한다. 할 수 있다는 마음만으론 역부족이었다. 일주일이 지나니 체력이 고갈되고 한 달이 되니 이도 저도 성공하지 못한 채 어중간한 엄마와 시작도 못한 사업자가 되어있었다.



아이들도 중요하고  사업도,  인생도 중요했다.

자랑스러운 엄마도 성공한 사업가도 놓칠 수가 없었다. 사실상 여러 곳의 쇼핑몰 입점은 불가능했다. 강한 한방이 아닌, 길고 튼튼한 사업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돈만 벌어다 주는 역할이 아닌 자랑스러운 엄마도 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두 달이 되고 세 달이 되니, 나는 사업가 기질이 없었다.

악착같이 벌려는 욕심도 없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상품이더라도 내가 쓰고 좋지 않다면 곧 상품을 내렸다. 깐깐하고 꼼꼼한 성격 탓에 아무 물건이나 파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저렴해 보이는 상품에 대한 가격도 크게 올리지 못하고 마진을 크게 남기지 못한 채 버는 일이 허다했다.



그만둘까.

세 달이 되니 그러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백만 원 치의 노력으로 고작 몇천 원을 벌고 있으니 한심하고 부질없어 보였다. 나 같은 사람들은 물건을 파는 일엔 소질이 없다는 결론이 머리를 지배했고 그러던 차에 아이들은 공부를 소홀히 하는 모습이 보였기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우선 아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몇 주 사업에 손을 떼니 걱정거리가 사라진 듯 마음이 후련했다.


본업으로 돌아와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살뜰히 챙기며 또 다른 보람을 얻었지만 나는 여전히 제자리였다. 몇십 년 후에도 제자리일 것이다. 집안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 보람을 안겨다 주는 것은 딱 거기까지 였다. 십 년 후 이십 년 후에 아이들을 잘 키웠다며 추억을 곱씹으며 살기엔 내 삶이 너무 안쓰러웠다. 너의 성공이 나의 성공인 것처럼 헌신하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들의 대학과 성적으로 내가 잘 살아왔음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다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반드시 탄탄한 회사를 차리고 싶다.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사업도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꼼꼼하고 깐깐한 성격이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했다. 우선 지치지 않기 위해 생활 루틴을 계획했다.


스토어관리가 필요한 날은 아침6시에 기상하고 저녁 6시에 정확한 퇴근시간을 두어 업무에서 해방되도록 했다. 그것이 지치지 않고 사업을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점점 내 가치관도 바뀌게 되었다.



학원 가기 귀찮네. 오늘은 쉬면 안 돼요?”

, 가지 마. 네가 원하면 보내주는 게 아깝지 않은데. 싫은데 억지로 가는 건 아깝네. 이제 그럴 필요가 없을 거 같아. 엄마가 며칠 일해보니 돈 버는 일이 여간 쉬운 일이 아냐. 엄마는 이제 열심히 배울 사람만 지원해주려고.”


말이 끝나자마자, 달라진 엄마의 태도에 화들짝 놀란 아이가 태권도복을 급하게 입더니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그렇다 사실 나는 몇천 원이 소중하다. 아이들이 쓰는 돈은 아깝지 않지만, 내가 사 먹는 커피 한잔은 아까웠다. 몇천 원을 벌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 쉽게 쓰기엔 너무 귀했다.


“한 가지만 해. 핸드폰을 보던지 공부를 하던지. 근데 그건 명심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너의 미래가 될 거야. 지금 핸드폰이나 끄적대고 있으면 십 년 후엔 큰 기대는 하지 마.”


협박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인생 선배의 충고였다. 공부를 하지 않고 티브이를 보아도 상관하지 않았고, 학원 시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해도 무시했다. 그리곤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지게 했다. 가끔 인생 선배의 따끔한 충고를 해주긴 했지만 아이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엔 다그치지 않았다. 아이가 보지 못하는 먼 미래에 대한 충고였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와 미래에 대한 계획과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이의 방향성을 대신 제시해주는 일은 없었다. 나의 구체적인 미래의 목표와 그로 인해 다음 주에 실천해야 할 계획 등을 먼저 이야기했다. 그리곤 아이의 계획을 들었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래서 어떤 고등학교, 어떤 대학교를 갈 것인지 그로 인해 당장 노력해야 하는 점들 순으로 열거되었다. 꿈같은 이야기는 사양했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이고 그래서 당장 해야 될 일 들을 들었다.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같이 찾아봐주고 서로의 계획을 응원하고 돕겠다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었다.


아이가 내 삶의 목표였던 나에겐 큰 변화였다. 스스로의 목표를 계획하고 서로 돕는 관계가 되는 것이 중학교를 올라가는 아이에겐 바람직했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부업으로 사업을 하는 엄마에겐 너무나 중요한 마인드였다.


하루를 마무리할 땐 사업가 일기를 썼다. 사업에 관한 생각은 주로 브런치에 글을 썼고 사업의 구체적인 진행 방향은 인스타와 블로그에 남겼다. 며칠이 쌓이니 성과가 없던 어제가 치열하게 노력한 어제로 다시 보였다. 성과가 다는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노력하는 오늘이 더 밝은 내일이 될 거라는 희망에 좌절하지 않았다.


내 인생의 내일은 더 밝게 빛날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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