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시험지의 서술형 문제에서
선생님은 매번 ‘세모’를 표시해 주신다.
맞고 틀린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 - ‘세모’
선생님이 정하신 범위의 답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아이의 생각이 그리 틀리지 않았을 때 영락없이 ‘세모’이다.
아이가 매번 서술형 문제를 세모로 받아오기에, 어떻게 하면 세모가 동그라미가 될까 라는 연구도 해보았다.
하지만 아이의 세모는 동그라미보다 더 좋은, 예쁜 생각의 답으로 느껴졌다. 창의력을 요하거나 네 생각을 물어보는 것이 아닌 틀 안에 맞춰야 하는 문제에선 그에 맞는 답을 해줘야 맞겠지만, 창의력과 예쁜 표현을 더한 세모를 받은 문제에 더 없는 칭찬을 해주었다. 그래서 아이는 매번 서술형 문제에 세모를 받아온다.
‘동그라미’보다 ‘세모’의 답이, 맞다고는 할 수 없다. 세모를 동그라미로 바꿔 백점을 맞게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세모의 창의력이 넘치는 그 답에 ‘왜 이런 답을 썼냐고’ 따지는 부모는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 간 시험지의 평가가 성적에 포함이 될 땐, 세모의 답이 동그라미가 되기 위해, 너의 창의력을 접어달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까진 아이의 귀여운 세모의 답에 칭찬을 더할 생각이다.
최근의 나의 글은 ‘세모’였다.
틀린 건 아닌데, 어딘가는 부족해 보이는.
동그라미는 아닌 세모.
세모를 동그라미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내 글이 내 눈에만 못나 보이는 건지, 어설퍼 보이는 내 글이 나를 괴롭혔다.
괴로움에 다양한 글을 접했다. 에세이, 소설, 고전 문학. 모두 다른 느낌의 다른 사람이 지은 글 들.
이분들을 모두 모셔놓고 토론을 하게 된다면 재밌겠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각자의 생각과 단어와 문장들은 하나도 겹쳐지는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모두 존중받는 사람들이고 존경받는 글이다. 내가 썼으면 이상 할 법한 글도 이 분들이 썼기에 어떤 뜻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어색해 보이는 문장과 표현도 글쓴이의 의도처럼 느껴졌다.
어색한 문장에 어설픈 표현이라도 마치 내가 의도하는 글쓰기처럼 자연스레 써야겠다.
어차피 동그라미는 없고, 세모만 가득한 글쓰기니까.
틀리다의 표현이 없는 창의력의 영역이니.
이제 마음 놓고 표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