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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벨 Dec 10. 2020

물멍 생활

집콕은 이렇게


살랑이는 봄바람에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계절부터, 옷을 여미는 손이 제법 바빠 보이는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괜스레 추워지는 계절까지 나는 집콕을 하고 있다.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라 생각하고, 덜 벌면 덜 쓰면 된다는 생각으로  집에서 지낸다. 돈을 들여 손으로 뭔가를 만지며 나름의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고 여겼던 취미생활은 진작에 정리했다. 홀가분하다. 집에서 그냥 책을 읽는다 거나. 이렇게 글을 쓰는 게 전부가 되었다.


나는 이런 생활에 길들여진 사람이라 다른 것은 필요 없지만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나야 하는 귀여운 꼬맹이들은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키워 봤던 새우를 다시 키우기 위해 장비를 준비하고 새우를 데려왔다. 이때다 싶었던 남편은 새우를 20마리나 사들고 왔다. 3만 6천 원 치. 그 아이들 볼 때마다 어찌나 3만 6천 원이 맴돌던지. 새우가 그렇게 비싼 거였나. 비싼 새우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멸하였다. 하나둘씩 드러눕더니 흔적이 사라졌다. 전우를 먹다니. 니들 잔인해. 


모두가 죽은 줄 알았던 곳에서 살아남은 두 마리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 등에 올라타 번식을 해주었다. 아이는 덤덤히 짝짓기 중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알을 낳아 숨겼다고. 내가 “재밌는 놀이를 한건 아닐까?” 하고 물어도 정색을 하며 “짝짓기 중이에요. 번식을 해야 살아남거든요. 동물들은 원래 그래요.”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하더니 정말 며칠 후엔 먼지 같은 새끼를 보여주었다. 무려 13마리. 알을 숨기는 과정부터 먼지 같은 새끼까지 아이는 어항 앞을 떠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보았다. 작고 번잡스러운 손인지 발인지 모르는 것들을 힘차게 구르는 그 모습이 알을 숨기고 있었다니 너무나 신기하다. 아직 아가라 움직임이 적었던 새우가 아쉬워 어항을 하나 더 만들어 물고기도 데려왔다. 기억은 안 나지만 새우보다 조금 더 저렴했다. 사람 손에 따라 먹이 줄 것을 기대하는 제법 활발한 아이들은 우리의 움직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아이들을 더 즐겁게 해 주었다.  


우리의 물 멍 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딸깍하고 아침부터 환한 조명을 켜주면 물속 환경이 환히 드러난다. 물고기 꼬리의 흐느적 거림, 자꾸 보아도 신기한 몸에 있는 무늬들, 어쩜 이렇게 예쁜지 감탄하게 되는 물고기의 색깔들 매일 같이 보아도 새롭다. 산소 방울이 보글보글 아래서 위로 오르는 모습도 일정하게 흐르지만 괜히 멍하게 보게 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우리 집에 온 아이들이 이곳에서 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아이들의 불편함을 살피기도 한다. 누구 하나 먹이를 덜 먹은 아이가 없는지 신경 쓴다. 성질 더러운 물고기에 쫓길 때 숨을 수 있는 피난처도 세세히 살핀다. 괜히 심술부리던 물고기에게 손가락질하며 나름의 혼을 내주기도 하고. 쫓겨난 아이가 먹이를 더 많이 먹어 몸이 더 커지길 기대하기도 한다. 매일의 똑같은 하루이지만 똑같은 멍은 아니다. 생각 있는 멍을 할 때도 있고 흐르는 물결에 평온함을 얻어오기도 하고. 우리 가족 모두 쪼그려 앉아 작은 어항에 시선이 빼앗길 때 우리는 각자 다른 멍의 세계로 떠나지만 우리 모두 하나가 된 듯하다. 물 멍 생활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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