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벨 Feb 20. 2021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몇 년 전 유치원 ‘졸업 음악 발표회’ 때 이야기이다.



선생님께선 빠듯한 졸업 일정 탓에 아이들이 조금 더 빨리 배울 수 있는 악기로 개인의 수준에 맞게 악기를 정해주셨다. 우리 아이는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맡은 ‘트라이 앵글’에 대해 잔뜩 신이 나서 이야기를 했다. 어떤 소리가 나는지. 자신이 어떤 타이밍에 이것을 ‘쨍’하고 내려쳐야 하는지.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와 나란히 앉아 같은 악기를 연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까지. 아이는 행복해 보였고 설레는 마음을 가득 품고 있었다. 나 또한 자신의 맡은 악기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대견스러웠다.


문제는 유치원 단톡 방이었다.

서로의 악기를 묻는 말부터 시작해, 왜 고작 자신의 아이가 ‘캐스터네츠’나 ‘트라이앵글’이나 치고 있느냐는 듯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소수의 인원만 할 수 있는 ‘’이나 ‘멜로디언’을 할 수 없냐는 이야기였다. 음악발표회의 수준이 낮다는 것과 작년과 대비된다는 글들이었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우리 아이는 트라이앵글이지만 아이가 좋아하니, 또한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에 나는 귀엽더라’라는 이야기를 한 줄 올렸더니. ‘둘째라 그런가 보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둘째라 별 신경을 안 쓰나 보다’. ‘둘째라 아무거나 해도 되나 보다’라고 느껴졌다. 심기가 불편했지만. 무슨 얘기를 한들 마음이 불편한 그들에게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 않아 그만두었다.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는 ‘멜로디언’을 연습한다고 했더라면, 아이는 빠듯한 일정에 엄청난 노력을 해가며 ‘발표회’를 즐기지 못했을 수도 있다. 부모의 성난 감정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부모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맡은 악기 앞에 ‘고작’이라는 말이 붙었음을 알 것이다. ‘고작’이라는 이름이 붙은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와 작은 악기라도 자신의 맡은 악기가 ‘중요한’ 부분임을 인지하고 있는 아이는 연주하는 마음가짐부터 다르고, 그것을 즐기는 마음도 다를 것이다.



부모의 이기심으로 인해 아이들의 연주회가 욕심으로 얼룩 졌던 걸로 기억한다. 특별한 자리에서 칭찬을 받고 자란 아이와 어느 자리에서나 자신의 몫에 열심을 다하는 아이의 삶은 다를 것이다. 다수의 자리에 있더라도 누군가가 만들어줘야 하는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나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내 글이 서너 번 ‘브런치 추천글’이 된 적이 있었다. 다음 메인과 톡 메인에 오른다는 건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리곤 메인을 겨냥한 ‘자극적인 제목’을 달기도 했었다. 한번 맛을 보니 끊을 수가 없었다. 자극적인 제목일수록 클릭수가 늘었고, 나는 더 자극적인 제목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리곤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악플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는 글이 될수록 그들의 입맛에 맞게 이러쿵저러쿵 하는 개인적인 소리도 들어야 함을 깨달았다.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글을 쓰는 목표가 바뀌었다.


 '보여주는 글이 아닌, 나를 위한 글을 쓰는 것'


찬찬히 적어 나가는 생각들이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을 때 아이를 바라보는 생각이 변화됨을 느꼈다.


나는 글을 그다지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좋아하는 글을 쓰며 책을 내는 작가가 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나는 글을 쓰며 얻는 것이 많은 사람이다.


‘사춘기의 섬’을 쓰며

내 안의 자아와 이야기를 나눴다.

나와 나의 대화지만 그 안에서 해답을 얻기도 했다. 답답한 현실에 아이에게 쓴소리를 퍼부을 수 없어, 해결을 하고 싶어서. 나와 나의 자아에게 이야기를 건넸더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후련했다. 아이를 이해하는 마음도 생겼다.


나는 글을 쓰며 나를 이해하고 아이를 이해하며

사춘기의 아이에게 쓴소리를 퍼붓지 않게 됨에 감사하다.

고립된 시기에 누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어려운 시점에,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나는 앞으로도 누구를 위한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나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물멍 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