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벨 Sep 24. 2021

그래도, 사랑해.

사춘기의 너라도

감정이 휩쓸고 간 자리는 무엇으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할지 모르겠다. 그 감정의 이름을 뚜렷하게 알 수 없어서 이기도 하고. 다른 감정으로 덮어 봐도 자기 자리가 아니라며 곧 빈자리가 다시 드러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흔이 된 나에게도 알 수 없는 감정이 하루에도 수십 번 휩싸일 때가 있다. 아직 그 이유조차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이제 막 사춘기에 입문한 아이에겐 더없이 복잡한 감정의 세계가 펼쳐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닫혀 있는 아이의 방문과. 그간 좋아했던 것들에 이제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아이 마음에 찾아온 복잡 미묘한 감정이 보였다.


억지로 아이의 마음에 진입하기엔 아이를 보호하는 보이지 않는 막이 꽤나 두터워 보였다. 더구나 허락 없이 자신의 세계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은 아이를 불편하게 했다.


평생을 만나야 할 감정이라면 이제부터 세심하게 자신의 것을 둘러볼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다른 마음으로 대충 덮어 두고 살기엔 그 마음이 언젠가 아이를 다시 괴롭힐지도 모는 일이기도 했다.


언젠가 엄마에게 고마움을 잔뜩 표현하고 싶어서, 커서 갖게 될 모든 것들을 엄마에게 주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더한 마음을 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네가 더 크게 돼서, 과연 이 일을 해도 될까 하는 고민이 들 때 말이야. 엄마를 먼저 생각해줘. 엄마가 슬퍼할지. 기뻐할지 고민한 후에 엄마가 슬퍼할 일이라고 생각이 들면 그 행동을 하지 말아 줘. 그게 엄마를 위한 효도가 될 거야."


실수, 호기심, 충동이라는 이름으로 빠져나오지 못할 구덩이에 빠진 아이들을 간혹 보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잘 보듬고 안아줄 수 있는 아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혹여나 스스로의 마음을 지킬 수 없게 될지라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보게 될 때. 사랑받는 사람이 해서는 안될 일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받은 만큼 아이도 잘 자라 줄거라 믿는다.


그렇기에 우린 매일 아이의 예쁜 구석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아낌없이 사랑해줘야 한다. 그것이 사춘기 아이를 향한 최선의 삶이 될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