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k Dec 24. 2018

아스텔앤컨 & JH Audio Diana

Rock Never Dies

  아스텔앤컨은 브랜드의 시작과 동시에 공격적으로 사업 파트너를 물색했다. 신생 브랜드였음에도 오랜 전통의 독일 헤드폰 제조사 베이어 다이나믹, 커스텀 이어폰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리 하비의 JH Audio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반열에 오른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급속도로 헤드파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현재 아스텔앤컨은 어느덧 파트너 브랜드들의 명성에 전혀 뒤지지 않는 세계적인 DAP 제조사로 성장했다.


  오늘은 아스텔앤컨의 파트너 중 JH Audio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JH Audio 입장에서도 아스텔앤컨과의 만남은 브랜드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되었다. 아스텔앤컨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커스텀 전문 브랜드에서 첫 유니버설 이어폰을 선보였으니 말이다. 레일라(Layla), 록산느(Roxanne) 등 1세대 세이렌(Siren) 시리즈를 시작으로 그 동안 선보인 이어폰만 어느새 10개가 넘는다. 초기 고가 제품에만 치우쳤던 라인업은 로지(Rosie)를 기점으로 점차 가격대를 낮추면서 최근 빌리진에 이르러 보급형 라인까지 확대된 상태이다. 


  새롭게 등장한 다이애나(Diana)는 한동안 보급형 제품에 힘을 쏟던 JH가 다시 한 번 고급형 이어폰을 향해 눈을 돌리는 데 있어서 첫 번째 단추 역할을 맡았다. 벌써부터 항간에는 빌리진의 스펙에서 유닛 당 하나의 BA 드라이버를 추가하는 대신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필자 역시 최근 상향 평준화된 이어폰 시장에서 다이애나가 소위 돈값을 하는 이어폰인지 궁금하긴 마찬가지이다.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부터 함께 꼼꼼이 따져보자.



메이드 인 코리아, 돌아온 풀 메탈 재킷(Full Metal Jaket)


  세이렌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당시의 일이다. 1세대 세이렌 이어폰은 이어폰 전면을 카본으로 마감 처리했다. 알다시피 카본은 탄소 섬유 재질로 성형은 자유롭지만 깨끗이 마감하는 것이 굉장히 까다롭다. 어느 한 부분 카본 물결 무늬가 휘어진다든지, 약간의 흠집 혹은 굴곡이 발생한다든지 등 품질에 대한 기준이 높은 국내 유저들의 눈에는 불량으로 보일 법한 제품이 판매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1세대 레일라의 경우 구매 후 그 자리에서 제품을 개봉하여 마감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화될 정도로 마감 불량에 의한 교환이 잦아 소비자와 딜러 모두 곤혹을 겪는 헤프닝도 벌어졌다.



  2세대 세이렌 시리즈부터는 ‘풀 메탈 재킷(Full Metal Jaket)’이라는 이름 아래 문제가 되었던 카본 마감은 플레이트 부위로 최소화하는 대신 유닛 전체를 금속 재질로 가공했다. 플래그십인 레일라는 티타늄으로, 나머지 이어폰들은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는데 이번에는 금속 표면의 스크레치가 문제였다. 이어폰 좌우 유닛이 부딪히면서 생기는 스크레치는 물론이고 신품 표면에서 제작시 발생한 자잘한 스크레치들이 발견되면서 다시 한번 마감 불량으로 인한 교환 사태가 일어났다. 연이어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인해 JH Audio는 국내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게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마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인지 다이애나는 아예 제품 생산 라인을 국내로 옮겼다. 까다로운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는 품질로 직접 생산함으로써 애초에 마감에 대한 이야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JH Audio측 역시 반가워하지 않았을까 싶다. 리뷰를 위해 대여받은 다이애나를 이리저리 꼼꼼이 둘러봐도 제품 마감 면에서 흠잡을 곳이 없다. 유닛 두 파트의 결합 부분은 단차 없이 매끄럽게 결합됐고 도장 역시 깔끔하다. 제품 사용 중 AS를 받아야 할 때 미국으로 보내지 않고 국내에서 바로 처리가 가능하여 AS 기간이 훨씬 줄어든다는 부수적인 장점도 있다. 물론 국내는 제품 생산을 담당할 뿐 이어폰의 사운드 튜닝 및 최종 검수는 제리 하비의 컨펌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하니 혹시나 이름만 따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고이 접어두어도 된다.

  다이애나는 이어폰 플레이트까지 메탈로 처리한 진정한 풀 메탈 재킷을 걸치고 태어났다. 확실히 보급형으로 제작된 빌리진에 비하면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이밖에 디자인도 기존 제품들과는 다르게 각을 살린 부분이 눈에 띄지만 제품 속은 이제껏 JH Audio가 중요시하던 기술들이 그대로 들어있다. 멀티 드라이버 이어폰에서 각각의 드라이버에서 생성된 신호가 청자에게 전달되는 타이밍을 맞춰주는 Freqphase는 이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JH Audio의 핵심 기술이다. 드라이버에서 노즐까지 이어지는 보어의 길이를 조절하여 위상차를 없애고 타이밍을 맞추는 방식인데, 다이애나는 세 개의 BA 드라이버 중 베이스와 미드가 하나의 보어를 공유하고 하이가 별도의 보어를 통해 노즐까지 이어지는 구조이다. 


  빌리진부터 새롭게 적용된 어쿠스틱 챔버 사운드 보어 디자인(Acoustic Chamber Sound Bore Design)도 다이애나에 그대로 적용됐다. 어쿠스틱 챔버 사운드 보어 디자인은 보어가 노즐 끝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즐과 보어 사이에 일정한 공간을 만들어 각 보어를 통해 전달된 사운드가 청자에게 전달되기 전 미리 뒤섞이며 자연스러운 울림 효과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여, 청각상으로는 보다 넓어진 공간감을 기대할 수 있겠다.



정성 들인 액세서리


 최근 헤드파이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 넓지 않은 시장인 대신 유저들의 마니아화가 일어난 결과일 것이다. 이제는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어와 발음체 외에 부수적인 요소들이 음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신경을 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맞추어 국내 청음샵들도 커스텀 케이블이나 이어팁 등 액세서리들의 품목을 늘리고 적극적으로 홍보 중이다. 


  미리 밝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액세서리는 액세서리일 뿐이다. 아무리 액세서리에 공을 들인다 해도 본체의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별다른 의미가 없다. 다시 말해 액세서리는 어느 정도 소리가 완성된 뒤 세부적인 수정을 위해 활용할 만한 부분인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액세서리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상 액세서리의 선택은 소리의 완성 단계에서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다. 적어도 이제까지 필자가 구입해서 사용한 이어폰들에서는 그랬다. 비교적 고가의 이어폰임에도 구성품으로 포함된 케이블의 품질이 이어폰의 급에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한 경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케이블을 빼고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춰서 판매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다만 본인의 시스템에 맞는 액세사리의 선택 과정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주요 기기들과는 달리 액세서리의 성향을 알려주는 정보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더러 해당 글은 곧  특정 시스템과의 매칭 결과를 알려주는 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작 본인의 환경에서는 물려보지 않는 이상 결과를 알 길이 없는 것이다. 마니아들이야 그 또한 하나의 재미라 하겠지만 일반 유저의 입장에서는 애초에 제조사 측에서 액세서리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서 제품을 제공하는 쪽이 당연히 효과적이다.


  그런 면에서 다이애나의 구성품은 세심하다. 케이블은 이번 아스텔앤컨 신제품 시리즈에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주문 제작했다고 한다. 케이블의 피복 색은 다르지만 다이애나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베이어 다이나믹과의 협업 제품 AK T5P 2nd Generation은 동일한 케이블을 사용했다. 8심으로 짜여진 케이블은 각각 은선 4심, 7N 단결정 동선 4심의 하이브리드 구조로, 제품 제작 과정에서 제품의 소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재 조합을 여러 차례 찾은 끝에 만들어진 조합이라고 한다. AK와 JH Audio에서 의도한 다이애나의 사운드 튜닝은 해당 케이블을 기준으로 제작되었다는 뜻이다. 마치 킴버 케이블을 연상시키는 지오메트리는 다소 두꺼운 8심임에도 부드럽게 구부러지며 이어폰과 함께 사용했을 때에도 불편함이 없다. AK답게 2.5 밸런스 단자를 기본 단자로 채택하는 대신 3.5 변환 미니 케이블을 동봉하여 범용성은 유지했다.


  소리의 미세 조절 과정에서 케이블만큼 신경써야할 부분이 이어팁이다. 올초 아즈라 호라이즌의 출시 당시 주인공인 아즈라 호라이즌보다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조연이 있었으니 바로 세드나(Sedna) 이어팁이다. 아즈라의 타겟 시장이었던 일본에서 시작된 세드나 이어팁 열풍은 곧바로 국내까지 이어지며 이어팁 품절 사태라는 진귀한 광경을 연출했다. 의료용 실리콘 소재를 사용한 국내 제작품 세드나 이어팁을 구성품에 포함시킬 시 일반 실리콘 이어팁 대비 약 10배 가깝게 단가가 상승된다고 한다. 이어팁인 만큼 실제 액수는 그리 크지 않겠지만 유저를 배려하는 제조사의 마음씨는 크게 느껴진다. 



JH스러운, 하지만 조금은 밝아진


  이어폰 브랜드 중 브랜드 고유의 사운드 튜닝이 확고한 브랜드들이 있다. JH Audio는 본인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소리에 대한 기준이 명확한 브랜드에 속한다. 아마 사람들이 인정하는 메이저 브랜드들 중 가장 어둡고 진한 음색을 드러내는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호불호가 분명하다. 필자의 주변만 하더라도 도대체 세이렌 시리즈 이어폰이 왜 이렇게 비싼지, 그럼에도 왜 그렇게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인들이 여럿이다. 솔직히 필자 역시 토널 밸런스만 놓고 봤을 때는 JH스러운 과도한 어두움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이애나는 필자가 오랜만에 들어보는 세이렌 시리즈 제품이다. 리뷰를 위해 청음샵에 찾아가 다이애나 바로 전에 출시한 빌리진을 들어본 뒤 내심 놀랐다. 필자가 기억하는 세이렌 시리즈의 소리와는 전혀 다른 성향의 이어폰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진득함, 어두운 음색은 대폭 덜어내고 대신 고역에 상당히 힘을 준 듯했다. 제품 외관을 보지 않고 들었더라면 JH Audio에서 만든 이어폰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진 소리는 보다 대중적인 사운드로 튜닝되었지만, 한편으로는 JH만의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시중에는 수많은 이미 수많은 이어폰이 출시됐고 앞으로도 그보다 더 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유저들을 그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서 사용할 텐데 굳이 이제껏 자기가 쌓아온 이미지를 단번에 벗어던질 필요가 있었을까. 사람들이 JH Audio 제품을 선택하는 데에는 다른 소리가 아닌 JH의 소리를 듣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제품 판매 실적에 연연하지 않는 마니아적 입장이니 가능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빌리진과 비교하면 다이애나는 다시 자신의 옷장 속 예전 옷을 꺼내어 입은 제품이다. 이 정도의 진득함은 유지되어야 세이렌이라 부를 만하다. 여타 이어폰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두텁고 묵직한 저역 처리는 성향만 맞는다면 대체 불가능한 JH만의 특징이다. 



  다이애나의 청음은 코드 모조+폴리를 활용하여 진행했다. 다이애나라는 제품명은 빌리진에 이어 다시 한번 마이클 잭슨의 곡명에서 가져왔다. 당연히 이름을 따온 마이클 잭슨의 ‘Dirty Diana’부터 들어본다. 아니, 듣는 김에 마이클 잭슨 3집 <Bad> 전곡을 다 들어야겠다. 명곡 뒤에 명곡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앨범이니 말이다. 1987년 발매한 <Bad>는 수록곡 중 5곡이 빌보드 1위에 오를 만큼 전작인 <Thriller>에 마이클 잭슨을 팝의 황제 자리에 굳건히 앉게 해주었다. 그 중 ‘Dirty Diana’는 마이클 잭슨의 폭 넓은 장르적 스펙트럼 중 록적인 강렬함이 물씬 풍기는 곡으로, 전형적인 악녀이지만 도저히 떨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다이애나를 향한 마이클 잭슨의 절규에 가까운 보컬과 이에 어울리는 묵직한 일렉 기타 연주가 어우러져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확실히 평소 필자가 익숙한 사운드에 비해 톤이 확연하게 낮다. 과거 록산느만큼의 짙음은 아니지만 확실이 다이애나도 저역에 초점을 맞춘 이어폰이다. 제리 하비는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소위 원음을 추구한다든지 혹은 소리의 착색을 넣지 않았다든지 하는 문구와는 맞지 않는, 다분히 특정 입맛에 맞게 조절된 유형이라 하겠다. 헌데 괜히 이 곡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 아니라는 듯이 다이애나로 듣는 ‘Dirty Diana’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다소 강조된 일렉 기타 연주 소리는 곡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무게 중심이 아래쪽에 잡혀있음에도 예전처럼 꽉 막힌 듯한 고역 표현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고역의 존재감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빌리진에서부터 시도한 고역 튜닝이 다이애나에 들어서 적절하게 안착한 듯하다.



  다음으로 들어볼 곡은 클린 밴딧의 신보 <What Is Love>에 수록된 ‘In Us I Believe’이다. 수록된 다른 곡들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이지만 오디오파일이라면 한번 들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우선 음악적으로도 충분히 즐길 만한 잘 만들어진 곡이기도 하지만 곡 후반부부터 등장하는 다양한 리듬들의 협연은 본인의 시스템의 저역 타격감과 음장감을 확인하는 데에 매우 유용하다. 해당 파트가 제대로 재생되기 위해서는 무대의 좌우뿐 아니라 전후 깊이감 표현까지도 확실하게 구분되어 표현되어야 하는데, 사실 헤드파이에서 그 정도의 재생 능력을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빌리진과 다이애나 모두 어쿠스틱 챔버 보어 디자인이 사용됐다지만 빌리진의 무대는 다이애나에 비할 것이 못 된다. 다이애나는 상급기인 레일라가 들려주는 무대의 깊이감까지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좌우 폭만큼은 어느 이어폰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덕분에 곡의 후반부부터 펼쳐지는 다양한 리듬들이 여유롭게 분리되어 표현된다. 한 가지 더 장점을 언급하자면 다이애나의 소리가 묵직함에도 불구하고 스피드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역 비트의 치고 빠짐이 민첩하다. 다만 저역의 음선이 두껍다보니 저역의 빠른 비트 표현에서 조금은 더 음선의 경계가 분명하게 표현되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든다. 



  내친 김에 다이애나로 클래식 대편성까지 들어보자. 리카드로 샤이 지휘, 네덜란드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연주의 브루크너 교향곡 8번 2악장을 틀었다. 어딘가 모르게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떠오르는 주선율이 악장 전반에 걸쳐 반복되며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희망차게 연주된다. 모든 장르 중 대편성 클래식만큼 시스템의 밸런스가 재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장르가 또 있을까 싶다. 넓은 음역대, 이를 연주하는 수많은 악기의 다양한 음색과 질감 표현, 그리고 악기의 무대 배열까지 흔히 좋은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들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클래식 애호가에게 다이애나를 추천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한 악장을 듣는 데에도 희비가 교차한다. 어느 파트에서는 이어폰으로 듣고 있다는 사실을 까먹을 정도로 웅장하게 들려주지만 또 어느 파트에서는 저역의 악기들 소리가 너무 강해 다른 음역대의 연주들이 묻혀버린다. 총주에서는 굵은 음선 때문에 악기 소리가 깔끔하게 분리되지 않고 뭉쳐서 들리는 것도 문제이다. 메마르지 않은 적당한 울림은 음악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적어도 샤이의 브루크너에서만큼은 저역의 부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흡음 처리가 시급한 연주장에서 듣는 느낌이다. 




Rock Never Dies



  보헤미안 랩소디의 열풍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음악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관객 수 800만 명을 넘어섰다. 공중파에서는 1985년에 열린 콘서트 영상을 틀어줬고 다음날이 한주의 시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밤중에 방영된 라이브에이드 공연 영상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말 그대로 2018년 연말의 대한민국은 록에 푹 빠졌다. 


  그 시절 여느 남자들이 그랬듯 필자의 학창 시절 CDP에는 록클롤 앨범들이 쉴 새 없이 재생됐다. 나이를 먹으며 조금은 뜸해졌지만 최근 분위기를 틈타 오랜만에 록 음악들을 재생 목록에 올렸다. 퀸으로 시작해서 스키드로우를 거쳐 화이트스네이크의 최신 리마스터 앨범까지, 요 며칠 필자의 가슴 속에는 혼자만의 록스피릿이 충만했다. 그리고 그렇게 깊숙이 빠진 데에는 분면 다이애나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개성이 강한 이어폰들이 그렇듯 JH Audio 다이애나는 청자의 취향에 따라, 곡의 장르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만한 이어폰이다. 예전에 비하면 고역에도 신경을 썼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체적으로 고유의 입자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필름 사진의 거친 입자감이 주는 고유의 매력이 있듯이, JH Audio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사운드가 싫지 않다. 더군다나 다이애나는 기존의 색과 새로운 색이 적절하게 배합된 이어폰이다. 다이애나를 시작으로 앞으로 출시된 3세대 세이렌 시리즈들의 소리가 더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프리미엄헤드폰가이드 12월호에 기고한 리뷰입니다.

*리뷰에 삽인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아스텔앤컨 홈페이지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코드(CHORD) Hugo TT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