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텔앤컨은 명실공히 프리미엄,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포터블 오디오 브랜드입니다. 보급형인 노르마 라인조차 100만 원대에 육박합니다. 그럼에도 AK100 출시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풀안드로이드OS를 지원한 적이 없습니다. 유저들이 안드로이드OS를 원한다는 것을 아스텔앤컨이 몰라서 채택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저도 아스텔앤컨 관계자에게 몇 번을 물어보고, 또 건의도 해 봤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안드로이드OS를 사용하면 저희가 원하는 수준의 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렇듯 아스텔앤컨 기기의 최우선 목표는 '음질'입니다. 다소 불편함이 있지만 허용되는 환경 안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는 APK 자동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합니다. 사실 아스텔앤컨 입장에서는 이게 부담스럽고 또 번거로운 일일 겁니다. 빠르게 펌업되는 다수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체크하고, 테스트해서 자사 기기 펌업을 통해 제공해야 합니다. 이번 P1에서 보듯이 안드로이드OS를 지원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요.
액티보 P1은 고집스러운 아스텔앤컨이 브랜드를 나누어 본인들의 욕심을 조금 내려 놓고 만든 제품입니다. 안드로이드OS를 사용, 드디어 구글 스토어가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가격 역시 50만 원대로 아스텔앤컨치고는 대폭 낮추었습니다. 액티보가 아스텔앤컨의 하위 브랜드라는 사전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모르고 본다면 기존 아스텔앤컨 제품과 외적으로 드러나는 접점이 거의 없습니다.
가격이 가격인 만큼 섀시 일부분에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제가 봤을 때에는 그냥 사용하는 것보다는 추후 판매될 실리콘 케이스를 끼웠을 때 더 예쁠 만한 제품입니다. 기왕이면 케이스에 스트랩을 달 수 있도록 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기의 무게가 150g대로 상당히 가벼워서 목에 걸고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작 면에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아스텔앤컨 DAP의 조작 방식을 적절하게 섞어 두었습니다. 메인 화면 하단에 자주 사용하는 어플 세 개를 꺼내 둘 수 있고, 화면을 옆으로 스크롤하면 아스텔앤컨 뮤직 플레이어와 유사한 곡 선택 화면이 나타납니다. 구동 속도 역시 최신 스마트폰과 비교할 순 없지만 쾌적하게 사용할 만한 수준입니다.
이번에도 아스텔앤컨의 DSP 기능인 DAR(디지털 오디오 리마스터)을 지원합니다. 요즘의 아스텔앤컨 DAP에 항상 탑재되는 기능이지만 저는 이제까지 DAR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적은 없습니다. 체감되는 수준의 소리 변화를 가져오지만 그 변화가 저에게는 딱히 긍정적이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P1은 DAR이 필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리를 긍정적으로 바꾸어 줍니다.
DAR은 다시 PCM과 DSD 두 가지 모드로 나뉩니다. 이 중에서 저는 PCM 모드를 추천드립니다. P1의 소리는 다소 저역 성향에 소리가 앞으로 당겨져 있는 편입니다. DAR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는 음선의 경계가 다소 뭉뚱하고 저역 역시 퍼지는 느낌이 들어서 저역의 양감, 그리고 당겨진 음상이 그리 달갑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DAR PCM 모드가 많이 상쇄시켜 줍니다. 음선이 정돈되면서 전반적으로 음상들이 보다 타이트해지고, 또 명확해집니다.
P1을 리뷰하면서 본의 아니게 아스텔앤컨 제품에 대해 한 발자국 더 다가선 느낌입니다. 아스텔앤컨이 왜 반드로이드OS를 고집했는지, 그리고 DAR 기능이 상황에 따라서는 얼마만큼 효과적인지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P1의 포지션은 명확합니다. 가볍고, 편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서브 기기. 기존 마니아들에게 P1이 음질만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하기는 힘들 겁니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P1이 액티보가 아니라 아스텔앤컨의 노르마 기기를 대체하는 포지션으로 출시됐겠지요.
영상이 올라간 후 몇몇 분들이 댓글에서 P1의 편의성을 갖춘(아마 안드로이드OS를 말씀하시는 거겠죠?), 노르마 음질 수준의 SR45를 기대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되면 좋겠지만, 그리고 아마 엄청 잘 팔릴 것 같겠지만, 매우 힘들 것 같습니다. 그게 쉬웠다면 그 오랜 기간 원망을 들으면서도 반드로이드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요.
다시 시작하는 액티보 라인업의 첫 제품으로 P1은 나름 스타트를 잘 끊은 것 같습니다. 아스텔앤컨과 액티보가 극단의 음질과 활용 및 편의성이라는 다른 지향점을 가진 상태에서 각자의 방향에 맞게 발전해 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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