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도르프 TDAI-3400
네트워크 플레이어(DLNA/UPnP) 되나요? 됩니다.
ROON 되나요? 됩니다.
인터넷 라디오 되나요? 됩니다.
블루투스 되나요? 됩니다.
멜론이나 벅스뮤직 되나요? 됩니다.
TIDAL, 스포티파이 되나요? 됩니다.
HDMI 되나요? 됩니다.
USB Audio 되나요? 됩니다.
USB 메모리/ USB HDD 재생 되나요? 됩니다.
DSD128 되나요? 됩니다.
DXD 그리고 384kHz/32bit 되나요? 됩니다.
Airplay 되나요? 됩니다.
광/동축 디지털 연결되나요? 됩니다.
ROOM Correction (공간 음향 보정) 되나요? 됩니다.
EQ 기능 되나요? 됩니다.
더 필요한 것 있으신가요? 아니오.
이것으로 끝이다. 리뷰로써 더 알려줘야 할 내용들이 필요할까? 이 놀라운 몬스터급 브레인을 자랑하는 신개념 앰프의 주인공은 덴마크 업체, 링돌프 오디오(Lyngdorf Audio)의 TDAI-3400(이하 3400) 디지털 인티 앰프이다. 흔히 인티 앰프 내지는 앰프 시스템이라 하면, CD 플레이어나 셋톱 박스 또는 턴테이블 같은 외부 소스 기기에서 신호를 받아 스피커로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제어하는 컨트롤러이자 음량을 증폭해주는 파워 앰프의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오늘날, 음악을 즐기는 방법은 스마트폰, 스트리밍,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음악 파일 그리고 텔레비전의 각종 방송들 및 유튜브 같은 영상들이 이 시대의 음악 소스이다. 음악 소스와 컨텐츠의 전달 방식이 바뀐 만큼 오디오 기기들 또한 소스에 맞춰 바뀌기 마련이다.
결국 현대의 앰프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최신예 음악 소스(스트리밍이나 음악 파일)들을 얼마나 쉽게 즐길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런 새로운 음악 ‘컨텐츠의 음질을 얼마나 퀄리티 있게 재생하는가’가 중요한 선택 포인트가 되었다. ‘출력이 몇 와트’라든가 ‘아날로그 입력이 몇 개’ 같은 것은 요즘 시대에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링돌프 오디오의 3400 인티 앰프는 그러한 시대적 흐름과 고객의 원하는 기능 그리고 가격에 이름에 걸맞은 음질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단 하나의 앰프 속에 모두 집어 넣었다. 소위 장사꾼들 말로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제대로 만든 물건(!)’ 이다.
이처럼 놀라운 재능을 갖춘 앰프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져 우리 앞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회사의 이름처럼, 이 회사의 오너이자 창업자인 피터 링돌프(Peter Lyngdorf)는 오디오 업계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덴마크 출신의 이 오디오 그루는 본래 엔지니어라기 보다는 사업가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디오에 취미가 있었고, 학창 시절 오디오 업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오디오 유통업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발판 삼아 북유럽에서 오디오 유통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업가이다. 오디오 유통업에서 확보한 자본으로 NAD를 인수하여 성공적인 회사로 키웠고(이후 되팔아 큰 차익을 남겼고 여전히 그의 유통 체인에서 판매도 하고 있다), 덴마크의 유명한 스피커 제조사인 달리(Dali)를 설립하여 세계적인 스피커 업체로 만들었다. 또한 넉넉한 자본력으로 그리폰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에 투자하기도 했었다. 분명 사업가로서 시장을 보는 눈이 탁월한 인물인데, 사업 수완 못지 않게 오디오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1990년대 초에 미국의 스넬 어쿠스틱이 DSP 기술을 활용하여 공간의 음향을 보정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하자 이 회사에도 투자를 했다. 이후 공간 음향 보정 기술을 만든 엔지니어와 의기투합하여 별도로 설립한 DSP 및 음향 보정 기술 회사가 택트 오디오(TacT Audio)였다. 또한 90년대 중반에는 같은 덴마크의 한 업체가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으로 소리를 증폭하는 디지털 앰프 회로를 발명하자 피터 링돌프는 이 회사의 기술력에 투자를 했다. 당시 토카타(Toccata)라는 디지털 앰프 벤처에 투자하여 회사를 인수하고 택트 오디오 덴마크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미국의 택트 오디오는 음향 보정 기술을 자랑하는 Tact RCS(Room Correction System)을, 덴마크의 택트 오디오는 독자적인 특허 디지털 앰프 회로로 만든 택트 밀레니엄(Tact Millenium)이라는 디지털 앰프로 90년대 말 디지털 음향 및 증폭 기술에서 큰 명성을 누릴 수 있었다.
이후 미국의 택트 오디오와는 특허 관련 분쟁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계열 분리를 했고 이후 택트 오디오 덴마크 위주로 회사의 모든 것을 재편했다. 그리고 2005년에는 회사의 이름을 바꾸어 ‘링돌프 오디오’라는 이름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여 디지털 앰프와 디지털 음향 보정 알고리듬을 모두 링돌프 오디오 산하의 기술로 재편했다. 그리고 2007년에는 세계적인 피아노 제조사인 스타인웨이-선스(Steinway-Sons)와 계약을 맺고 공동 브랜드인 새로운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인 스타인웨이-링돌프(Steinway Lyndorf Audio, 이하 SL Audio)를 설립, 럭셔리 하이엔드 오디오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이와 같은 역사적, 기술적 배경을 갖고 있는 링돌프 오디오는 SL Audio로 대변되는 럭셔리 하이엔드부터 링돌프 오디오 브랜드로 생산되는 고급 하이파이 기기들까지, 시장의 가격과 니즈에 맞는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링돌프 오디오의 제품들은 앞서 언급했던 지난 20여 년 첨단 디지털 알고리듬과 회로 토폴로지의 역사가 낳은 결과물들이다. 아주 저렴하지는 않지만 가성비가 뛰어난 라이프스타일형 하이엔드 오디오들을 표방한 제품답게 뛰어난 음질과 놀라운 기능성 그리고 최첨단 기술력을 자랑한다. 특히 그 중에서도 모든 기술의 결정판으로 탄생된 제품이 바로 리뷰 제품인 3400 디지털 인티 앰프이다.
신작인 3400은 전작이자 아랫 모델인 TDAI-2170과 외형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스펙도 약간 출력이 높은 정도의 차이 밖에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부분들일 뿐, 실상 내부에 설계된 회로와 기술 그리고 프로그램을 완전히 다른 울트라급(!) 진화를 거친 모델이 신작 3400이다. 그 진화의 핵심은 바로 디지털 파워이다. 3400이 지닌 디지털 파워란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1. ARM Core 프로세서와 리눅스 기반의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2. 강력한 DSP 유닛과 공간 음향 보정 소프트웨어
3. 입력부터 출력까지 완벽한 디지털 펄스 증폭 회로, EQUIBIT 테크놀로지
이 세가지 기능 그리고 기술은 모두 디지털에 기반을 둔 결과물이다. 고속 마이컴 내지는 CPU 같은 하드웨어 프로세서 기반 위에 리눅스나 자체 알고리듬의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을 소프트웨어로 제작하여 구동하는 방식의 설계를 갖고 있다. 덕분에 특정 포맷이나 기술에 한정된 제품이 아니라, 끊임없이 신기술 및 새로운 포맷에 대응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방식의 제품 개선이 이루어지는 진화형 설계로 완성되었다. 실제로 초기 발매 상태의 3400 이후에 서너 차례의 펌웨어 업데이트가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ROON 을 비롯하여 다양한 스피커 설정 메뉴와 외부 스트리밍 및 디지털 신호 처리 기능이 추가되었다. 또한 DSP 신호 처리의 개선으로 음질 개선 또한 꾸준히 진행하여 지속적인 성능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3400의 또 다른 장점이자 링돌프 오디오의 디지털 파워가 제공하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 디지털 파워의 특징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3400이 제공하는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 네트워크 플레이어, USB, 블루투스 등과 같은 모든 미디어 재생 기능은 암(Arm)의 Cortex-A9 프로세서와 리눅스 O/S로 동작하는 마이크로 컴퓨터가 담당한다. 쉽게 말해 아이폰 같은 컴퓨터가 3400 속에 들어있다는 말이다. 내부를 보면 마치 컴퓨터의 램 처럼 생긴 가느다란 보드가 바로 암 코어 기반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이다. 흔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로, 리눅스를 메인 O/S로 동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리눅스 기반의 OS는 본 기사의 맨 처음에 소개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어플리케이션으로 동작하도록 프로그램 작업이 이루어져있다. 덕분에 ROON Ready를 비롯하여 DLNA UPnP 렌더러 동작이 기본 제공이 되고, 인터넷 라디오나 각종 미디어 재생 기능이 소프트웨어적으로 디코딩 및 재생이 이루어지고 있다.
ROON에서 제공하는 기능에 따른 기능적 버전업이 손쉽게 소프트웨어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고, 마찬가지로 모든 기능은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동작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기능 개선과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수 있다. 최신예 네트워크 플레이어 및 스트리머로서 무한한 진화를 이룰 수 있는 기본기가 갖춰져 있는 셈이다. 게다가 컴퓨터 하드웨어 자체가 램 소켓 크기에 착탈식으로 설계되어, 언제든지 새로운 하드웨어로 교체도 손쉽게 가능한 구조다. 예를 들어, 더 빠른 프로세서로 더 많은 기능을 돌려야 할 경우 간단히 컴퓨터 보드 교체로 3400을 얼마든지 최신형 하드웨어이자 첨단 플레이어로 교체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방식의 장점 외에도 하드웨어적인 업그레이드까지 갖춘 미래지향적 설계가 완벽히 갖춰져 있는 셈이다.
링돌프 오디오는 과거 택트 오디오 시절부터 공간 음향 보정 기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초기 제품인 Tact RCS 부터 알고리듬을 꾸준히 진화시켜왔으며, 현재는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개념의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공간 음향 보정 기술인 RoomPerfect를 제공하고 있다. 이 20년 넘게 개발해온 공간 음향 보정 기술의 대가인 링돌프 오디오는 초기 스넬 어쿠스틱 시절의 라도미르 보조비치(RAdomir Bozovic)에 이어 2005년에는 B&O의 Beolab 5의 음장 보정 기술과 아이스파워의 개발에 참여한 얀 페테르센(Jan Petersen)에 이르기까지, DSP의 전문가들이 첨단 음향 분석 기술을 제품화시켜왔다. 덕분에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DSP 공간 음향 보정 기술인 RoomPerfect는 몇 차례의 테스트 톤으로 공간의 규모와 주파수 특성, 반사음 및 잔향을 완벽히 찾아내어 최적화된 음향 결과물을 3400에 입혀 놓는다. 이를 위해 내부에는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초고속 DSP 2개가 이 모든 연산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RoomPerfect로 잡아 놓은 공간 음향의 보정 결과물 위에 리스너가 자신 음악적 취향에 맞춰 음색을 조정하는 별도의 EQ 기능인 Voice 기능도 추가로 제공한다. 화면을 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주파수와 레벨을 마음대로 조정하여 원하는 음색을 만들 수도 있도록 다양한 음색 제어 기능이 숨겨져 있다.
링돌프 오디오의 디지털 앰프 기술이자 3400의 파워 앰프 회로 토폴로지는 택트 오디오 시절 개발해낸 디지털 앰프의 특허 기술인 이퀴비트(Equibit) 앰프 회로이다. 링돌프의 디지털 앰프 기술인 이 이퀴비트는 타사가 이용하는 기존의 Class D 기술과는 다르게 아날로그 신호가 아닌 디지털 신호를 증폭하도록 개발한 디지털 앰프 회로다. 따라서, 광, 동축 같은 디지털 신호가 입력되면 내부의 DSP 회로에서 디지털 PCM 신호를 PWM 신호로 변환하여 디지털 펄스 상태에서 스위칭 증폭 회로를 거쳐 출력되는 전류가 스피커를 구동하는 기술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개념이지만, 쉽게 정리해서 알려드리자면 CD에 담긴 디지털 신호, 멜론이나 타이달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디지털 스트림 그리고 블루투스에서 받은 디지털 음악들이 DAC 같은 아날로그 변환 과정 없이, ‘1010..’으로 수록된 디지털 신호 자체가 그대로 스피커에서 아날로그 소리로 나오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D/A 컨버터 없이 앰프 회로 자체가 컨버터이자 증폭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링돌프의 Equibit 기술이다. 말 그대로 디지털 데이터가 그대로 스피커를 구동하는 방식이라 전체적인 재생 과정이 훨씬 더 직관적이고 깨끗하고 빠르며 다이내믹한 디지털의 장점을 그대로 살린 강력하면서도 순도 높은 소리를 내줄 수 있는 점이 3400의 디지털 앰프 회로 기술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택트 오디오 시절, 이 알고리듬과 회로 기술을 파악한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TI(Texas Instrument)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이 기술을 사들여 아예 디지털 앰프 칩셋이라는 반도체로 만들었다. 당시 계약 조건에는 이퀴비트 기술을 하드웨어로 제품화시켜 사용하는 권한은 오직 택트오디오(현 링돌프 오디오)만 사용하는 권리를 보유하도록 계약을 맺고 기술을 넘겼다. 따라서 이퀴비트의 풀 디지털 증폭 기술을 사용한 디지털 앰프를 만드려면 TI에서 공급하는 디지털 앰프 칩셋을 사용해야 하며, 3400 같은 별도의 하이엔드 앰프로 직접 제작하는 것은 링돌프 오디오 외에는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3400의 출력은 8옴 기준 채널당 200w, 4옴 기준 채널당 400w의 출력을 제공하며 이는 동생 모델인 2170의 8옴 기준 채널당 75w에 비하면 3배 가까이 출력이 보강되어 훨씬 다양한 스피커의 구동을 보장한다.
잠시 이 앰프의 기본 메뉴 구조를 살펴보자. 아래 그림을 보는 순간 아찔해질 것이다. 웬만한 첨단 A/V 리시버를 능가하는 엄청난 메뉴 구조를 자랑하니 말이다. 하지만 너무 어려워 할 필요는 없다. 이 모든 기능을 간편히 즐길 수 있도록 링돌프 오디오는 3가지 컨트롤러를 제공한다. 하나는 전용 앱이다. 안드로이드나 아이폰/아이패드에서 간단히 3400을 동작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웹이다. 네트워크에 연결 가능한 앰프인 만큼, 와이파이나 이더넷으로 3400을 네트워크에 연결하면 컴퓨터의 웹 브라우저에서 3400의 모든 기능을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그래픽 인터페이스로 손쉽게 그리고 즐겁게 앰프를 설정하고 동작시킬 수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유저들이라고 해서 이 앰프를 못 다룰 이유는 없다. 기본적으로 하드웨어 리모컨이 제공되기 때문에 모든 동작을 리모컨과 앰프의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도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다.
이 세가지를 모두 사용해 보면 각기 장단점이 있는데, 앰프의 초기 동작이나 음질 셋팅은 웹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스트리밍이나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은 전용 앱을 사용하는 것이 제일 쉽다. 마지막으로 단순 입력 선택이나 볼륨 조정만 할 경우에는 역시 전용 리모컨을 활용하는 편이 익숙하다.
제품의 설정 및 활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How To 기사를 통해 내용을 확인하길 바란다.
테스트에는 스피커로 달리의 루비콘 8, ATC의 SCM40을 준비했고, 소스는 ROON 및 HD 급 음원들과 타이달 스트리밍 그리고 멜론, 벅스뮤직 등의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했다. 서브우퍼 체크를 위해 ATC의 C1 서브우퍼도 준비했다. 그리고 컴퓨터 재생 테스트를 위해 PC에서 Foobar와 J.River도 사용했다. 전반적인 사운드는 크게 2가지로 나눠서 설명해야 한다. 하나는 아무런 프로세싱을 걸지 않은 앰프의 기본 재생음이며, 다른 하나는 RoomPerfect와 Voice 기능이 적용된 공간과 스피커에 최적화된 재생음이다.
먼저 보정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아무런 DSP 모드를 적용하지 않은 순수 기본 재생음이다. 테스트에 사용된 두 스피커는 모두 플로어스탠딩 타입으로 달리는 90dB 수준의 높은 감도를, ATC는 85dB의 낮은 감도를 갖지만 두 스피커 모두 임피던스는 8옴~6옴 수준으로 구동이 어려운 편은 아니다. 다만 ATC의 낮은 감도 때문에 약간의 볼륨이 조금 더 올라가야 하는 차이는 있지만 3400이 이 두 스피커를 구동하는 데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저음의 타격감과 깊이감이다. 아무런 보정 기능이 없이 다이렉트로 구동한 3400은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에서 오르간의 스케일과 낮은 저음의 울림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며 현을 비롯한 오케스트라의 총주 연주에서 화려한 악기들의 다채로운 색채와 관악기의 뻗침도 시원스럽게 쏟아낸다. 특히 DSD나 HD 음원들이 갖는 음질적 우위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한 해상력과 정보량 높은 사운드로 탁월한 해상력과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달리에서는 높고 치밀한 고역의 뻗침이 인상적이고, ATC에서는 저음의 단단함과 흐트러짐 없는 음상 및 입체감의 구현이 탁월했다.
다음으로는 RoomPerfect를 적용하여 공간 특성을 보정한 상태에서의 재생음이다. RoomPerfect는 약간의 셋업과 보정 측정 시간이 필요한데, 테스트에서는 ATC의 SCM40만 RoomPerfect를 적용했다. 같은 녹음을 듣는데 확연히 달라진 소리에 놀라게 된다. 가장 큰 변화는 저음의 색채와 깊이, 밀도감이다. 약간 더 증가한 저음의 양감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과한 설정이 아닌가 싶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RoomPerfect가 가져다 준 음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자연스러운 공간 음향의 연출이다. 앞서 보정없는 다이렉트 구동에서는 높은 해상력과 저음의 깊이감, 구동력이 좋다고 느꼈지만 RoomPerfect가 적용되면 그런 하이파이적인 어조보다는 음악적인 색채, 악기들의 질감, 공간감 그리고 저역의 농밀한 밀도감과 단단하면서도 탄력넘치는 에너지가 강조된다.
더 쉽게 정리를 하자면 악기들의 소리 색깔이 진해지고, 전체 사운드의 산만함이 사라지며 더 유려하고 색채감 높은 사운드로 훨씬 음악적인 재생음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같은 녹음에서 오케스트라의 공간 분위기도 더 자연스러운 홀톤을 느낄 수 있으며 한결 따뜻하고 농밀해진 현악기과 전체 악단의 사운드는 음악과 물리적인 톤의 온도감이 한층 높아진 듯 느끼게 해준다. 소위 디지털 앰프라는 선입견이 주는 차갑고 건조하고 고역만 강조된 소리 같은 모습들이 일체 없으며 마치 트랜지스터도 아닌 진공관 앰프스러운 색채감을 부여해준다.
어쿠스틱한 음향의 오케스트라 녹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마커스 밀러의 <m2> 중 ‘Cousin John' 같은 녹음을 들으면 그 성향을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이 트랙의 주된 악기는 베이스 기타와 퍼커션인데 다이렉트 구동과 달리 RoomPerfect에서 훨씬 에너지와 밀도감이 넘치는 베이스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단순히 저역의 양감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베이스의 탄력과 임팩트가 확연히 개선된다. 베이스의 핑거링에서 찰진 밀도감과 물기가 적절히 섞여있는 저음의 현란한 변화를 들려준다. 흔히 구동력만 앞세우다가 정확하긴 하지만 딱딱하거 건조한 저음으로 듣기 불편한 저음과는 완전히 다른, 자연스럽고 에너제틱한 음악적인 베이스 연주를 맛깔나게 즐길 수 있게 된다.
시청의 대부분 ROON을 이용하고 3400을 ROON Ready의 엔드포인트로 시청하거나 DLNA/UPnP의 미디어 렌더러로 재생한 음을 평가한 것이다. 같은 음원을 갖고 PC에서 Foobar와 J.River를 통해 네트워크 재생을 시도해보았다. Foobar나 J.River 같은 소프트웨어에서 제공하는 DLNA UPnP 재생 기능을 통해 두 프로그램에서 모두 출력 장치를 DAC가 아니라 렌더러로 TDAI3400을 잡을 수 있었다. 네트워크를 통한 컴퓨터에서의 재생음 또한 ROON이나 일반 DLNA UPnP 서버/클라이언트 재생과 다르지 않았다. 여기서는 음질적인 차이보다는 편의성과 다기능성에 큰 점수를 주어야 할 듯 싶다. 꼭 서버와 클라이언트로 음악용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고 단순히 컴퓨터로 음악을 즐기는 PCFI 유저들에게도 3400은 별도의 DAC나 앰프, 플레이어 없이 바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커다란 장점이 있으니 말이다. 원할 경우 USB로 연결하면 USB Audio 재생도 가능하다.
그리고 3400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HDMI 입출력 기능이다. 하이파이와 오디오 애호가라면 굳이 ‘홈시어터도 아닌데 HDMI가 무슨 필요?’라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악을 즐기는 방법에 있어서 최근 대세는 스트리밍에 있고 그 중에서도 유튜브가 있다. 링돌프의 수입원에서는 3400에 크롬캐스트를 함께 제공해준다. 덕분에 초기 셋업에 크롬캐스트를 연결하고 HDMI 입력을 선택하면, 멜론과 벅스뮤직을 비롯한 국내의 모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3400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음질면에서 멜론으로 재생한 FLAC 음과 타이달로 재생한 FLAC 음 그리고 CD를 리핑하여 ROON으로 재생한 음질을 비교했을 때, 전체 음질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물론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긴 한데 사실 음원의 정체가 의심스러운 부분이었지 스트리밍 서비스와 재생 중의 프로토콜로 인한 음질 차이로 보긴 어려웠다. 그 만큼 크롬캐스트와 3400을 통한 재생음의 퀄리티는 상당히 훌륭했다.
또한 HDMI 입력을 통한 재생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유튜브였다. 각종 콘서트와 가수의 영상 자료가 많은 유튜브를 별다른 어려움없이 3400을 통해 직접 TV로는 영상을, 사운드는 3400의 하이엔드급 재생 퀄리티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즐거움이다. 리뷰 하는 동안 유튜브를 켜 놓고 한두시간은 아무 생각없이 수 많은 동영상(음악 라이브 공연과 역사적인 공연 실황)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기능을 활용하면 베를린 필하모니가 운영하는 디지털 콘서트 홀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베를린 필하모니의 모든 공연을 HD영상과 함께 이와 같은 하이엔드급 사운드로 간편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가장 굉장한 장점이자 즐거움이었다. 별도의 고음질 음원 같은 것은 찾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질 높은 공연물을 음반 이상으로 훌륭한 음질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3400의 HDMI가 지닌 강력한 장점이다. 그리고 HDMI 출력이 ARC 기능이 제공되므로 TV를 시청할 경우, 별다른 연결없이도 TV의 사운드 또한 3400을 통해 즐길 수 있다.
멀티채널은 아니지만 거실이나 리스닝 룸에서 스테레오로 즐기는 홈시어터 또한 나쁘지 않았다. 특히 3400은 서브우퍼를 위한 별도의 설정 기능에 준비되어 있다. 설정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사를 통해 설명하겠지만, 3400은 어떤 주파수, 어떤 대역을 어느 정도도 레벨로 우퍼에 할당할 지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원하는 우퍼의 저역 재생 설정이 가능하다. 간단히 3400에 우퍼만 추가해주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테스트에서는 ATC의 C1 서브우퍼를 사용하게 되었다.
달리의 루비콘 8과 ATC의 SCM40에 대해 약간 다른 우퍼 설정을 할 수 있었는데, 두 스피커 모두에서 결과는 꽤나 흥미로웠다. 우퍼를 추가해주면 전체 사운드의 인상이 또 달라진다. 단순히 저음이 더 나오거나 덜 나오는 차이가 아니라 전체 사운드의 톤 컬러가 확연히 변한다. 오히려 우퍼의 추가는 순화된 고역, 더 자연스러워지는 중고역의 매끄러움을 자아낸다. 대역 밸런스가 개선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퍼를 추가하고 설정에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한층 넓고 광대역에 가까운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데, 테스트에서는 특히 달리 루비콘 8의 경우가 그러했다.
우퍼를 추가한 뒤 듣는 마커스 밀러와 생상스의 교향곡은 또 다른 분위기를 안겨준다. 더 농밀한 색채와 훨씬 높아진 온도감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고역의 디테일들이 더 윤기있고 거친 입자감이 사라진 느낌을 만들어낸다. 대역 밸런스가 만들어내는 훌륭한 효과다. 특히 우퍼를 추가한 뒤 즐기는 베를린 필하모니의 콘서트 홀과 일부 넷플릭스의 영화 재생은 굳이 멀티 채널 홈시어터에 대한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될 만큼 홀로그래픽적인 음장 형성과 다이내믹하고 힘이 넘치는 사운드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테스트는 가로, 세로 각각 7~8m 정도 되는 넓은 공간이었기에 특히 더 우퍼의 위력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ATC의 C1으로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만큼 보다는 C4 우퍼라면 어떨까하는, 고급 서브우퍼에 대한 갈증이 더 높아지는 결과까지 남겨주었다.
본 기사의 타이틀처럼 링돌프 오디오의 새로운 인티 앰프는 단순히 디지털 입력이 있는 평범한 앰프들과는 전혀 다른, 엄청난 잠재력과 놀라운 음질을 응축시켜 놓은, 진정한 수퍼 앰프의 탄생이다. 각종 스트리밍이나 DAC 기능 그리고 RoomPerfect를 비롯한 각종 공간 음향 보정 기능까지, 거기에 현존하는 앰프들 중 가장 완벽에 가까운, 아날로그 단계가 하나도 없이 스피커 구동이 이루어지는 진짜 풀 디지털 앰프 회로까지. 지금까지 시장에 존재하던 그 어떤 앰프에서도 즐겨보지 못한 새로운 신세계의 체험을 선사한다.
굳이 비슷한 부류를 찾는다면 아마도 드비알레의 앰프 시리즈가 링돌프의 3400과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비알레는 풀 디지털 제품이라기 보다는 아날로그적인 회로와 스위칭 출력단이 혼합된 하이브리드타입이고 풀 디지털 앰프가 아니라 출력단이 Class D 방식의 앰프이다. 그리고 드비알레에는 RoomPerfect 같은 공간 음향 보정 기능이나 각종 EQ 같은 디지털 필터 기능도 없다. 그리고 HDMI 연결이나 크롬캐스트를 통한 각종 스트리밍 재생도 3400 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스마트한 수퍼 앰프로서 3400은 드비알레를 충분히 압도한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다 되는 기능이 3400의 전부가 아니다. 그것은 3400에 눈길이 가는 매력 포인트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많은 종류의 소스를 얼마나 좋은 음질로 들려주는가 하는 점인데, 그 점에서 이 앰프의 구동력 그리고 RoomPerfect가 만들어내는 음질적 개선과 음악성 높은 따뜻하고 에너제틱한 사운드는 앰프로서 3400이 갖는 진정한 매력이자 강력한 구매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굳이 한가지 흠을 잡는다면 아직 MQA 기능은 제공되지 않고 있다. 물론 향후 MQA가 될 것이라는 보장도 아직은 없다. 하지만, 올해 초에 MQA와 링돌프 오디오 간에 개발 협정 계약 뉴스가 있었고 링돌프 오디오에서도 MQA 기기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있었다. 어쩌면 머지 않은 시간 안에 3400에 MQA 기능까지도 추가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MQA는 리스트에 빠져있다. 굳이 그것이 흠이 된다면 흠이 될 수 있을 법하다. 그 외에는 이 앰프가 갖고 있는 재능과 사운드 퀄리티는 분명 매력덩어리 그 자체다.
아직 국내에서는 링돌프 오디오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이지 않고 이제 새롭게 브랜딩 작업과 마케팅을 시작하는 단계다. 오히려 이런 시점에서 3400같은 앰프의 등장은 링돌프 오디오가 지닌 잠재력과 기술력 그리고 스타인웨이-링돌프를 통해 검증한 사운드 퀄리티를 제대로 펼쳐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열린 것이다.
더 이상 디지털이냐 아날로그냐 하는 것은 의미없다. 그냥 음악 그 자체의 재생음으로 음악을 즐기면 된다. 링돌프 오디오는 가장 음악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첨단 앰프의 현주소가 무엇인지를 선사한다. 역시나 가장 좋은 것은 직접 들어봐야 알 수 있다. 현 시대에 가장 알맞은, 강력 추천할 만한 놀라운 앰프의 등장이다.
제품 요약 : 2채널 인테그레이티드 앰프 / 오디오프로세서
파워핸들링 : 2×400 W RMS @ 4Ohm / 2x200W RMS @ 8Ohm
디지털 입력 : (비동기식): 1 x AES-EBU (≤192kHz/24bit), 2 x Coaxial (≤192kHz/24bit), 3 x Optical (≤96 kHz/24bit), 1 x USB B (≤384kHz/32bit, ≤DSD128, DXD)
아날로그 입력 : 2 x RCA (Max level: 4.0V = 0dBFS), 1 x 마이크 입력(RoomPerfect™ 캘리브레이션용)
HDMI 모듈 (in/out): 1 x HDMI 출력 / 3 x HDMI 입력 (PCM ≤192kHz/24bit), ARC (PCM ≤192 kHz/24bit), CEC integration, HDMI 2.0a support, HDCP 2.2, Resolutions requiring 600 MHz clock supported
출력 : 1 x Stereo Analog RCA, 1 x Stereo Analog XLR, 1 x Stereo Digital Coax, 1 x Headphone 3,5mm
주파수 응답 : ±0,5dB from 20 to 20,000 Hz,
THD: 0.05% max from 20 to 20,000 Hz,
THD-N 1w/8ohm 0,04% / THD-N 1w/4ohm 0,04%
미디어플레이어 : Roon Ready, Spotify Connect, DLNA Support (uPnP) Airplay, Local file playback (USB), 인터넷라디오 (vTuner)
무선 연결: 블루투스 (4.2 BLE), 와이파이 (802.11 n/ac)
기본구성 악세사리 : RoomPerfect™ 측정용 마이크, 마이크 스탠드, 케이블 & 미니잭, 리모컨(IR / BLE)
크기 (Wx H x D): 45 x 10.5 x 36 cm (including connectors)
무게 : 8.2kg
마감 : 매트 블랙
수입원 : ODE Audio (www.ode-audio.com) 02 512 4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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