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PRECISION I1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는 스위스의 하이엔드 부티크인 CH Precision(씨에이취프리시즌, 이하 CH)은 다른 회사들처럼 10주년 기념 애니버서리 같은 특별한 모델을 내놓거나 기념 이벤트 같은 행사없이 조용히 넘어가고 있다. 10주년 기념은 아니지만, 올 하반기에 이 스위스 부티크가 내놓은 변화의 조짐이 몇가지 있기는 하다. 하나는 기존 C1을 C1 HD로 업데이트하면서 2세대 C1 D/A 컨버터/컨트롤러를 내놓은 점과 두 번째는 파워 앰프 A1과 M1의 중간을 메우는 새로운 파워 앰프 A1.5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변화는 CH 최초의 인티 앰프 모델인 I1의 발매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특별히 애니버서리 모델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은 아니지만 새로 발매되는 인티 앰프 I1을 10주년 기념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 신제품 I1은 지난 10년 동안 CH가 탄생시킨 다양한 디지털, 아날로그 기기들의 모든 기술들을 하나로 집약시킨, CH 기술력의 진정한 핵심만이 담겨있는 기술력의 총합체이기 때문이다. I1이 처음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이미 1년도 더 지난, 2017년 독일 하이엔드 오디오쇼에서 였다. 작년 하반기에 발매로 예정되었던 제품이지만, 옵션의 개선과 새로운 디지털 회로 및 프로그램의 추가 등으로 조금씩 발매가 지연되다가 드디어 창립 10주년이 되는 올해에 발매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완성작으로 등장하는 I1 인티 앰프는 어떤 특징과 성능을 자랑하는지 직접 살펴보기로 하자.
I1 인티 앰프가 기획되기 시작한 것은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고가의 인티 앰프들이 속속 등장하는 시점이자 CH로서도 소스부터 앰프까지 전체 라인업이 다 갖춰지던 시점이었고, 올인원 인티 앰프를 만들 기술적, 시기적 그리고 시장의 요청까지 맞물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발점으로 선택한 것이 파워 앰프 A1 이었다. 더 큰 앰프로는 M1도 있지만, 크기나 인티 앰프로서의 범용성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에 근접한 성능과 가격을 감안하면 A1이 CH 컨셉에 딱 맞는 제품이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911 시리즈만 보유했던 포르쉐가 카이엔을 내놓은 것과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리미엄의 모든 것을 보다 저렴하고 대중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만든, 대중적인(!)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앰프가 바로 I1이다.
하이엔드 앰프의 대중적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의 변신이라는 프로젝트에 맞춰, CH는 파워 앰프 A1을 그대로 두고 여기에 다른 옵션 카드를 추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I1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CH는 이미 C1, D1 그리고 P1 등, 디지털에서부터 아날로그까지 재생에 대한 모든 하드웨어적, 소프트웨어적 솔루션을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최근 보편화되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디지털 소스에 대한 완벽한 대응과 더불어, 부활이 이루어지고 있는 아날로그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아날로그 포노 앰프 기능까지 내장하여 모든 오디오 소스를 소화하는 올인원 앰프를 어렵지 않게 기획할 수 있었다. 대개 이런 식의 제품을 개발하다보면, 타사의 모듈이나 기타 솔루션등을 빌려다가 하나의 제품으로 패키지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CH는 거꾸로 모든 자사의 솔루션에서 새로운 I1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제품 개발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미 강력한 파워 앰프인 A1이 베이스로 잡혀 있기 때문에 인티 앰프 I1의 드라이빙 능력이나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딱히 흠잡을 만한 부분이 없다. 메인 전원부를 비롯한 각종 부품들 그리고 전원 회로 및 앰프 회로까지 A1가 100% 동일하다. 다만, 전원 트랜스포머와 출력단의 출력 한계에 다소 제한이 이루어져, 전원 트랜스포머는 1200W급 사양에서 1000W 급 사양으로 200VA 정도 줄었고, 출력단의 트랜지스터도 일부 축소되었다. 즉, 용량과 기능면에서 약간이 차이가 있는 셈이다. 출력 스펙도 A1과 거의 똑같다. 8옴 기준 채널당 100W, 4옴 기준 채널당 175W 사양은 A1이나 I1 모두 동일하다. 같은 회로로 인해 CH 앰프의 장점이자 특징인 피드백 조정 기능은 I1에서도 변함없다. M1이나 A1과 똑같이 글로벌 피드백과 로컬 피드백의 비율을 0-100%까지 20% 스텝으로 조정 가능하다.
다만, A1에는 없는 다양한 옵션의 추가와 인티 앰프라는 특성으로 인해 모노럴 모드나 브릿지 모드 같은 1채널 모노럴 앰프 동작 기능은 제공되지 않는다. 이 부분만 제외하면 입력부터 출력까지 모든 회로 및 기판까지 두 앰프는 동일하다. 대신, A1에 C1과 D1 그리고 P1의 각종 기능이 모두 투입함으로써 I1은 CH가 자랑하는 기술들의 총합체가 된 것이다.
I1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왕성한 소스 대응 능력이다. I1 기본 모델에는 아날로그 XLR과 RCA 입력 이외에도 C1 HD와 동일한 디지털 입력 보드가 제공된다. 따라서, 광, 동축, AES/EBU 및 CH-Link HD 입력이 기본 탑재되어 있다. C1 HD와 동일한 디지털 HD 입력 보드를 장착했다는 말은 내부에 C1 HD와 유사한 디지털 프로세싱 및 DAC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디지털 프로세싱 유닛은 C1 HD의 것과 동일한 알고리듬의 디지털 필터와 기능을 제공하는데, C1 HD와 다른 점은 C1 HD는 채널당 1개의 DSP와 1개의 FPGA로 프로그램을 돌리는 반면, I1은 똑같은 DSP 1개와 FPGA 1개를 사용해서 2채널을 처리한다는 점이다. 즉, 모노럴 프로세싱과 스테레오 프로세싱 같은 차이점이 있다. 한편 DAC 회로는 SACD/CD 플레이어인 D1의 아날로그 출력 DAC 보드의 회로를 그대로 이식했다. 그리고 최종 아날로그 출력 회로는 다시 C1의 출력 버퍼 및 볼륨 컨트롤 방식과 L1의 볼륨 방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회로가 그 뒤를 이어 연결된다. 한 마디로 C1 HD의 디지털 엔진에 D1의 아날로그 DAC 출력에 C1의 출력 및 볼륨 회로와 L1의 프리앰프 회로가 혼합된 C1, D1 그리고 L1의 하이브리드 회로가 바로 I1의 디지털 DAC 이자 프리앰프인 셈이다.
또한 I1의 디지털 옵션은 DAC 이외에도 C1 HD와 똑같은 옵션들이 추가로 선택 가능하다. 바로 스트리밍 보드와 클럽 입출력의 싱크 보드 그리고 컴퓨터 연결용 USB Audio 보드 등이 그 것이다. 스트리밍 옵션을 장착하면 최근 업데이트된 펌웨어를 통해 C1 HD와 마찬가지로 Tidal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CH 앱을 통해 제공되며, 이외에도 다양한 DLNA UPnP 기능이 제공된다.
(사진4. CH-Link HD에 대응하는 새로운 디지털 HD 입력 보드. C1 mono와 C1 HD를 위해 개발된 새로운 CH-Link HD에 대응하는 디지털 입력 회로이다. 새로운 커넥터와 인터페이스 및 신호 체계로 동작하며 이에 맞춰 새로운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기존 CH-Link 보다 더 빠르고, 지터가 줄어든 광대역 초저 지터의 디지털 신호 처리 및 전송을 제공한다.)
싱크 보드를 추가하면 클럭 시스템인 T1 연결이 가능해지고, 내장된 DAC를 비롯하여 D1 등을 연결하여 모두 T1에 의해 동작하도록 시스템 클럭 변경이 가능해진다. 당연히 훨씬 줄어든 지터의 높은 디지털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특별히 T1 연결을 하지 않더라도 싱크 보드를 장착하면 D1을 I1에 트랜스포트로 연결할 경우, CH-Link HD를 통해 D1과 I1이 동기화 모드로 동작하여 한층 지터가 줄어든, CH-Link HD의 높은 성능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물론 싱크 보드 없이 CH-Link HD 만 연결하더라도 과거의 CH-Link 보다 더 개선된 디지털 퍼포먼스를 누릴 수 있다.
(사진5. C1 HD 에서 가져온 DSP 와 FPGA 프로세싱 유닛. I1은 C1 HD에 사용된 DSP 와 FPGA 프로세싱 유닛을 그대로 가져왔다 덕분에 I1은 C1 HD를 위해 새로 개발된 스플라인 필터가 동일하게 제공되며 C1 HD와 마찬가지로 추후 MQA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USB Audio 입력 보드를 추가하면 컴퓨터를 비롯하여 다양한 컴퓨터 기반의 뮤직 서버 기기들을 USB로 연결하여 고해상도 및 고음질 음원 파일 재생을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된다. 특히 USB Audio 입력과 더불어 싱크 보드를 함께 연결하고, 여기에 T1 클럭을 연결해주면 컴퓨터나 뮤직 서버에서 음원을 재생하는 모든 과정이 T1 클럭이 마스터로 동작하게 된다. 즉, 컴퓨터나 뮤직서버에서 재생된 오디오 신호가 USB 회로를 통해 I1으로 입력되어 DAC를 통해 아날로그로 재생되는 전 과정의 디지털 동작이 컴퓨터가 아닌 T1 클럭 신호에 의해 동작되어, 지터가 거의 사라진 엄청난 음질적 개선을 누릴 수 있게 된다. T1과 싱크 보드를 I1에 추가해주면 최소 한 두 단계 이상의 성능적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I1의 DSP 엔진은 C1 HD의 엔진과 동일하다. 다만 그 하드웨어 사양이 스테레오냐 모노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기본적인 CPU와 동작하는 소프트웨어 코드는 C1 HD와 I1이 동일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I1의 디지털 회로는 C1 HD에 새롭게 추가된 HD 입력 회로를 그대로 사용한다. 덕분에 내부에 동작하는 디지털 필터와 소프트웨어 사양이 C1 레거시가 아닌, C1 HD와 동일한 디지털 필터 시스템이 동작한다. I1의 디지털 필터는 C1 HD와 동일한 스플라인 필터가 적용되었으며, 이에 따라 C1 레거시와 같은 미니멈 페이즈나 아포다이징 같은 필터의 선택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C1 레거시와는 레벨이 다른, 한 차원 높은 새로운 버전의 디지털 필터로 DAC 성능을 극대화시킨 사양이니 말이다.
C1 HD와 같은 I1의 디지털 엔진과 디지털 필터의 사양은 추후 업그레이드 또한 C1 HD와 같은 수순을 밟도록 준비되어 있다. C1 HD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 MQA 공식 지원이 펌웨어 업데이트로 진행될 예정인데, 이 업데이트가 마무리되면 I1 또한 MQA로 공식 업데이트가 지원될 예정이다. 따라서, I1의 디지털 입력 및 기타 모든 디지털 소스들은 C1 HD와 유사한 기능적, 성능적 업그레이드를 누릴 수 있다. 이는 기존 C1 레거시보다도 한 단계 진화한 성능을 I1이 제공한다는 말이다.
디지털 입력만 막강한 것이 아니다. I1은 CH 기술력의 총집결지 답게 아날로그 입력에 포노 옵션도 함께 준비했다. 이 포노 옵션은 순수하게 I1을 위해서 개발, 제공되는 유일한 I1 전용 옵션 보드이다. 사실 과거에 C1 레거시 모델에서 아날로그 입력 옵션이 개발되었을 때, 당시 C1 레거시에 턴테이블 연결까지 구현하기 위해 C1용 포노 입력 회로를 개발했던 전력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일반 제품으로 발매하지는 않았고 이후 C1의 아날로그 입력 보다는 L1/P1 프리/포노 앰프가 등장하면서 포노 옵션은 공식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I1에서는 올인원 제품을 표방한 기기답게 아날로그 턴테이블 재생도 제공해야 하므로 다시 그 포노 옵션 회로를 제품화시키게 되었다. 과거와 달리 새로운 I1용 포노 옵션은 앞서 P1 포노 프리앰프 개발이 있었던 만큼, P1의 기능과 동일한 포노 EQ 커브로 6가지가 제공된다. 아날로그의 기본이 되는 RIAA와 eRIAA 커브 이외에 EMI, 컬럼비아, 텔덱(텔레푼켄) 그리고 데카 커브 등의 4가지 EQ 커브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아날로그 애호가라면 I1 포노 옵션을 추가하게 되면 RIAA 커브 이외에 다양한 모노럴 및 비정규 커브로 제작된 디스크들까지 재생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포노 회로 자체는 P1과 마찬가지로 전류 모드에 의한 증폭 회로로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MC 카트리지를 사용해야만하고, MC 카트리지의 출력 레벨에 상관없이 I1 내부에서 별도의 포노 게인 설정을 통해 다양한 MC 카트리지의 레벨 조정이 가능하다. 또한 전류 모드 설계 방식으로 인해 기존 포노 프리앰프들과 같은 로딩 임피던스, 커패시턴스 같은 설정도 해줄 필요없이, 그대로 턴테이블만 연결하고 게인 설정만 해주면 아날로그 설정은 마무리 되는 편리함을 제공한다.
테스트를 위해 ATC의 SCM40 스피커와 매지코의 A3 스피커를 준비했다. 소스로는 스트리밍을 통한 파일 재생을 활용했다.
사운드는 CH 다운 투명하고 깨끗하며 군더더기 없는 클리어 사운드 그 자체다. 특히 테스트에 사용된 두 스피커 모두 소스 대비 착색을 배제한 투명한 스피커들이기에 이런 소리가 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기본 테스트는 스트리밍을 통한 음원 파일들의 재생이었는데, 지금까지 들어본 일체형 앰프들의 수준과는 확실히 다르다. 물론 가격이 가격이니 만큼 1,000 만원 이하의 올인원 디지털 앰프들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자사의 A1 파워 앰프를 기본으로 만든 앰프인 만큼 앰프의 성능은 A1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의 팀파니와 금관 악기의 팡파레는 매우 극과 극을 이루는 사운드인데, 뛰어난 녹음이 지닌 입체감과 홀 톤 그리고 광대역이라 느낄 만한 초저역과 고역 끝이 화려함을 I1의 스트리밍 재생은 본래 녹음의 장점을 멋지게 소화해냈다. ATC SCM40의 자랑거리인 민첩성과 다이내믹스의 한계까지 모두 이끌어낸 듯한 극한의 다이내믹스가 제대로 터져나왔고, 매지코 A3에서는 여기에 해상도와 투명도 또한 한 단계 더 끌어올린 듯한 현대적인 디테일의 극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분명 스피커에 비하면 가격적인 밸런스가 맞지 않는 구성이긴 하지만, 이런 조합이라면 별 다른 하이엔드 시스템을 구입해야 할 명분이 생기지 않을 만한 가격 대비 성능과 가치를 지닌 조합이라 할 수 있다.
나움 스타크만의 <쇼팽>은 극도의 투명도의 격렬한 피아노의 다이내믹스를 담아낸 녹음으로 재생 시스템에 따라서는 딱딱하고 차갑고 때로는 경질의 사운드로 들리기도 하는 녹음이다. 물론 대단히 훌륭한 해상도와 디테일 그리고 질감이 겸비된 시스템에서는 피아노의 무한한 에너지와 다이내믹스를 만끽할 수 있긴 하다. 그 만큼 재생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녹음인데, I1과 두 스피커의 조합에서는 난해한 녹음의 단점 보다는 현대 녹음이 추구한 넓은 다이내믹스와 피아노의 임펄스적 에너지의 분출이 훌륭히 재현되었다. 게다가 다소 딱딱하게 변질될 수 있는 피아노의 질감 또한 진공관 앰프들 같은 나무 냄새의 목질감은 아니지만 매우 안정되고 자연스러운 피아노의 목질감이 느껴지는 톤 컬러를 들려주었다. 파워 앰프가 지닌 안정된 힘과 여유 위에, D1의 디지털/아날로그 컨버터가 들려주는 순하고 아날로그적인 색채가 겸비되어 난해할 수 있는 녹음을 자연스럽고 투명하며 다이내믹스가 살아있는 피아노의 힘으로 바꾸어 놓은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보컬 또한 마찬가지다. 캐롤 키드의 ‘Sweet Chariot' 을 들으면 정중앙에 위치한 보컬의 정위감 그리고 좌우에 배치된 기타 그리고 객석의 울림은 훌륭한 사운드스테이지로 재현된다. 대형 공연장 같은 넓은 홀은 아니지만, 적당한 규모의 홀에서의 라이브 녹음이 지닌 현장감이 잘 살아있고 기타의 손가락 움직임이나 울림은 매우 또렷하고 명징하지만 쇳소리나 자극적인 고역 끝의 메탈릭한 음의 경질화 요소가 하나도 없다. 여성 보컬의 미세한 바이브레이션에서 느껴지는 공기의 흐름 같은 울림도 세밀하게 잡아낸다. 각기 다른 색채를 지녔지만 ATC와 매지코의 두 스피커가 지닌 스테이징과 해상력의 장점이 I1의 능력과 매우 좋은 시너지를 들려주는 부분이다. 자칫 건조할 법한 보컬 재생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고, 절대 차갑거나 홀쭉하게 줄어든 빈약한 중역 재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국내 아티스트로서는 최초로 ECM 단독 앨범을 낸
손성재의 니어 이스트 콰르텟(Near East Quartet, NEQ 이하 엔이큐)의 3집이자 아티스트 타이틀 앨범 <Near East Quartet>
을 들어보면 음반이 지닌 몽환적이면서도 약간은 난해한 음악의 분위기를 멋지게 살아난다. 전통 국악 위에 프리재즈 풍의 섹소폰과 퍼커션적 효과를 지닌 드럼, 잔잔히 깔려나오는 기타 그리고 창인지 스캣인지 모호한 국악 보컬의 노랫 소리는 쉽게 즐길 만한 편안한 음악은 아니다. 하지만, 녹음이 지닌 ECM 다운 투명함과 쿨한 분위기의 입체적인 스테이지는 몽환적 분위기와 판타지스러운 느낌을 제대로 들려주는데, I1의 음색과 스피커 제어 능력은 극한의 다이내믹스를 요구하는 녹음이 아님에도 스피커가 소리를 제대로 잡아 놓고 유연하게 자유자재로 음악을 풀어놨다 조였다 하는 느낌을 만들어냈다. 자칫 시스템의 스테이징과 해상력이 떨어지면 밋밋하고 평면적으로 덜 몽환적인 분위기로 들릴 수도 있는 분위기를 I1은 그 반대로 더 입체적이고 비현실적인 듯한 분위기의 음악의 색채를 훨씬 더 맛깔나게 살려주었다. 게다가 스피커가 ATC와 매지코인 만큼 ECM이 요구하는 현장감이나 색채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결과로 재현되었다.
I1은 유니버설 인티 앰프라는 타이틀처럼, 모든 음악 소스에 대응하는 올인원 하이엔드 시스템을 표방하는 CH 브랜드의 기술적 총합체이자 완성체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모든 요소가 담겨졌고, 그 결과물은 1대당 몇 천 만원이 넘는 CH 제품들을 딱 한 제품으로 모든 것을 경험하게 해준다. A1 앰프의 힘과 구동력, D1의 자연스럽고 투명한 사운드 그리고 C1과 스트리밍 재생이 만들어내는 현대적인 디지털 소스의 해상력과 스테이지 여기에 추가된 C1 HD의 스플라인 필터가 들려주는 고해상도와 아날로그적 색채는 지금까지 발매된 모든 CH 기기들의 장점을 적절히 배합한 진정한 하이엔드의 올인원 하이파이임을 증명하고 있다.
리뷰에 사용한 스피커는 ATC와 매지코 였기 때문에 투명하고 입체적이며 스피드가 엄청난 다이내믹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었다. 자료를 찾다 보니, 이 앰프에 하베스의 플래그십 모니터 스피커를 연결하여 울린 경우도 볼 수 있었다.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대략 어느 정도 퀄리티의 음이 나올지는 쉽게 상상이 되었다. 워낙 앰프의 힘과 구동력은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안정되어 있고, 투명하고 세련미가 실린 소스 재생 능력은 스피커가 지닌 극한의 성능을 이 앰프 하나로도 충분히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이 앰프의 단점을 꼽는다면, 비싼 가격 그리고 아마도 빈티지 스피커들에서는 이 앰프를 써야 할 커다란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싶다는 점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외의 다른 모든 부분들에서는 딱히 뭔가 더 특별함을 요구할 것이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이 유니버설 하이엔드의 완성도나 성능은 두 말이 필요 없다. 게다가 I1은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에는 MQA에 대응하는 업데이트까지 준비가 되어있다. Tidal Master 같은 고해상도 스트리밍까지 I1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이엔드에서 하이 레졸루션 소스까지 단 번에 해결이 되는 진정한 하이엔드 올인원이다.
굳이 흠으로 잡은 비싼 가격도 사실 D1, C1 그리고 A1을 합친 가격을 감안하면, 4,0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표가 비싸지 않게 느껴지는 앰프라 해야 할 것이다. 단 한 번의 선택으로 모든 것을 끝마칠 수 있는 올인원 하이엔드를 찾는다면 I1은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제품이다. 직접 들어본다면 앰프의 진가를 몸소 느끼게 될 것이다.
Q : I1은 기본적으로 A1을 토대로 완성된 앰프로 알려져 있다. 두 앰프의 순수한 파워 앰프 회로의 차이를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A: 두 앰프의 회로 디자인은 똑같다. 입력, 드라이브단, 출력단 등 전체 회로와 기판 디자인이 똑같다. 다만, I1은 2페어의 출력 트랜지스터를 쓴 반면, A1은 5페어의 출력 트랜지스터를 사용했다. 출력 트랜지스터가 더 많은 이유는 A1은 파워 앰프로서 브릿지 모드 동작에서 낮은 임피던스의 스피커 구동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I1은 브릿지 모드 같은 동작을 할 필요가 없다.
CH Precision 앰프들의 특허 기술인 피드백 조정 또한 두 앰프가 동일하게 사용된다. 글로벌 vs 로컬 피드백의 비율은 0~100%까지 20% 단위의 5단계 조정이 가능하다.
Q: I1은 다양한 기능들이 옵션 보드로 제공된다. 일전의 설명으로는 I1의 모든 보드는 C1과 D1의 것이 그대로 사용된다고 했다. 그러면 C1이나 D1의 옵션보드가 I1에 끼우면 그대로 동작하는가?
A: 그렇다. I1의 옵션들은 C1의 옵션 보드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D1의 경우는 I1에 끼울 옵션 카드가 없다. 굳이 있다면 클럭 입출력용 싱크 보드 정도가 D1과 I1에서 사용되는 옵션 보드랄까. 싱크 보드는 C1도 공용이긴 하다. 모든 옵션 보드가 기존 제품들의 보드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지만 유일하게 I1 전용 옵션 보드가 한가지 있다. 바로 포노 옵션 보드이다. 이 포노 옵션 보드는 C1과 호환되지 않는다. 하지만, 포노 옵션 보드는 기본적으로 포노 프리앰프인 P1의 기능을 차용한 것으로, P1과 같은 EQ 회로(컬럼비아, 데카, 텔덱 등등)가 탐재되어 있다.
Q: 파워 앰프는 A1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프리앰프와 볼륨 컨트롤 회로는 어떻게 되는가?
A: I1의 프리앰프는 대단히 심플한 구조로 설계했다. 일단 D/A 회로의 출력단이 파워 앰프의 입력단으로 동작하는 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과정에서 6dB 단계의 볼륨 변화가 있도록 해주는 게인 제어 회로를 L1에서 차용해서 설계해 넣었다. 즉, 6dB 단계의 아날로그 볼륨 컨트롤 회로를 L1에서 가져왔고, 이를 통해 0, -6dB, -12dB, -18dB, -24dB, -36dB, -42dB의 볼륨은 L1와 같은 순수한 아날로그 볼륨 컨트롤의 결과물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 사이에 0.5dB 단계로 조정되는 세부 볼륨 제어는 디지털 도메인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C1이 프리 기능을 수행하는 컨트롤러 모드로 동작하는 제어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다이렉트 입력’ 모드를 위해서, 아날로그 입력에서 볼륨 컨트롤로 이어지는 다이렉트 신호 경로가 설계되어 있으며, 이때에는 A/D나 D/A 처리가 신호 재생 과정 중에 하나도 개입하지 않는다.
Q: L1은 DC 커플링 모드로 설계되었었다. I1 또한 DC 커플링 방식인가?
A: 그렇지 않다. 볼륨 컨트롤의 입력단에 커패시터들이 있는 회로로 DC 커플링 방식은 아니다. 이러한 볼륨 컨트롤 입력단에 설계된 커패시터들이 파워 앰프의 입력단으로 일체의 DC 옵셋이 유입되거나 발생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Q: 그렇다면 I1 인티 앰프의 프리앰프 L1과 비교한다면 다른 어떤 차이가 더 있는가?
A: L1은 100% 아날로그 볼륨 컨트롤로 동작하는 프리앰프이다. 모든 볼륨 스텝들이 R-2R 저항의 사다리형 회로망을 통해 제어되는 스위치 방식의 저항 네트워크식 볼륨 회로를 쓴다. 이에 반해 I1은 믹스드-볼륨 컨트롤 회로로 일부 스텝은 L1과 똑같은 R-2R 볼륨 회로를 쓰고 또한 좀더 세밀한 볼륨 스텝에서는 디지털 제어에 의한 볼륨 스텝을 구사하는 방식이다. L1은 커런트 소스들이 수반된 DC 옵셋 보상 회로와 각 증폭 단계마다 정밀 측정 회로가 동작을 제어하는 반면, I1은 DC 옵셋을 제거하기 위해 커패시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른 점으로 꼽을 수 있다.
Q: I1 도 C1 HD와 동일한 스플라인 필터를 지원하는가?
현재로서는 그렇다. 현재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MQA 때문이다. I1에도 머지 않아, 곧 MQA 기능까지 추가가 될 예정이다. 하지만 MQA 기능이 업데이트 되면 C1 HD에 사용되는 스플라인 필터를 I1에서 동작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는 내장된 DSP의 동작 한계 때문인데, 아직 100%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둘 다 동시에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 MQA와 C1 HD의 스플라인 필터가 둘 다 동작하게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Q: I1에도 MQA 풀 디코딩 기능이 추가될 예정인가?
A: 당연히, 물론이다. 현재 CH Precision의 MQA 업데이트 계획은 C1 HD가 최우선 순위이며, C1 다음으로는 D1이 업데이트 될 것이다. D1의 경우 내부 DAC를 설치한 제품들에 대해 MQA 업데이트가 진행될 예정이며, 그렇게 되면 D1에서 MQA CD를 틀면 별도의 DAC 없이도 MQA 사운드를 100% 풀 디코딩 음질로 듣게 된다. I1은 그 다음 순위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Q: I1도 C1이나 L1 처럼 별도의 캘리브레이션 메뉴가 제공되는가?
A: 별도의 캘리브레이션 기능은 없다. I1은 채널당 1개의 DAC 칩을 사용하기 때문에 1개의 칩은 별도의 캘리브레이션을 할 필요가 없다. C1의 경우 여러 DAC 칩이 병렬로 사용되기 때문에 칩들 간의 오차를 제거하기 위해 캘리브레이션 기능을 넣은 것이다. 즉, 캘리브레이션 관점에서 보면 한 채널 내에서는 리니어리티의 오차가 없지만, 좌/우 채널 간에는 DAC 칩의 오차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아주 미세하여 최대치가 0.1dB 미만 수준의 차이일 뿐이다. 물론 DAC 변환 과정에는 전혀 음질적 영향을 끼치거나 하는 일도 없고, 스피커로 듣는 음량의 차이에도 일체의 차이가 없다.
- AES/EBU, S/PDIF, Toslink 및 CH-Link HD 디지털 입력 기본 제공
- 이더넷 오디오 스트리밍 입력 (옵션)
- USB audio 1.0 및 2.0 입력 (옵션)
- 아날로그 밸런스드 XLR 및 RCA 입력
- RIAA, eRIAA, Emi, 컬럼비아, 데카, 텔덱(텔레푼켄) EQ 커브(옵션) 지원의 MC 카트리지 포노 입력(전류 모드)
- C1 HD의 독자적인 스플라인 디지털 업샘플링 엔진
- 24비트 이하 오디오 신호를 위한 해상도 개선 기능
- 디지털 방식 제어의 초저 지터 VCXO 오실레이터 및 클럭 전원 회로
- 채널별 멀티비트 델타 시그마 컨버터
- 퓨어 class A 완전 대칭형 아날로그 출력 회로
- 풀 디스크리트, 초저 노이즈, 높은 슬루율 설계
- -100dB부터 +18dB까지, 0.5dB 스텝의 118dB 볼륨
- 각 입력마다 개별 볼륨 프리셋 설정
- 게인 조정 가능한 포노 입력
- 볼륨 컨트롤 적용된 아날로그 프리아웃(XLR) 제공
- 극저 오차율의 고정밀 메탈 필름 저항 사용
- 퓨어 class A 초저 노이즈 전압 증폭 및 class AB의 퓨어 이미터 팔로어 전류 증폭
- 0-100%까지 20% 단위로 설정 가능한 로컬/글로벌 피드백 컨트롤 비율
- 독자 특허 회로인 ExactBias 회로
- 자동 모니터링에 의해 제어되는 파워 트랜지스터 및 방열판 온도
- 릴레이가 없는 출력단
- 아르젠토의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 사용
- 차폐 처리된 1000VA 파워 트랜스포머
- 극초고속 리커버리 다이오드 브릿지 정류 회로
- 총 100,000uF의 4폴 커패스터 구성의 전원 필터 뱅크
- (주) 씨에이취 프리시즌 코리아 (02-6925-7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