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스트 발할라2 USB 2.0
USB가 오디오 신호 전송용 기술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리뷰 때문에 USB 단자가 제공되는 디지털 플레이어를 자주 경험하고, 집에서 사용 중인 D/A 컨버터도 USB 입력이 있지만 절대로 USB 단자를 음악 시청용 소스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USB Audio’라는 디지털 오디오 신호 전송 규격은 SPDIF나 AES/EBU 처럼 오디오를 위해 만들어진 규격이 아니다. 컴퓨터 데이터 전송 규격 속에 편법으로 오디오를 끼워 넣은 변종이자 돌연변이 같은 규격이다. 그런 이유로, 항상 USB Audio에는 복잡한 설정과 드라이버 설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별도의 DSP나 컴퓨터와 유사한 디지털 회로들이 뒤따르게 된다. 결국 오디오 장치에 컴퓨터를 끌고 들어와서 오디오 체인 사이에 엄청난 노이즈와의 전쟁을 만들어내는 악마 같은 존재가 USB이다.
물론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기술적 진화를 통해 USB Audio는 오디오 포맷으로서 상당 부분 안정화, 고음질화가 이루어졌지만 아직까지 USB Audio를 나의 메인 소스로 사용하기에는 음질과 순수한 오디오적 연결이라는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래도 최근에 이러한 USB Audi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금씩 벗겨내주는 기기들이 등장했다. 얼마전 리뷰한 일본의 오디오 전용 NAS, 멜코가 그러했고, 이번 리뷰에 등장한 USB Audio 케이블인 노도스트의 <발할라 2 USB> 또한 그런 제품 중 하나이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노도스트는 미국의 의료 장비 업체이자 케이블 제작 업체로 정밀 의료 기기 기술을 케이블에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입으로만 제품을 파는, 무늬만 하이엔드 업체가 아니라 과학 기술에서부터 제조, 생산 능력을 보유한 정밀 엔지니어링 컴퍼니인 셈이다. 그런 업체에서 500만원이나 되는 USB 케이블을 내놓았다니 기대과 의구심이 반반이다. 과연 얼마나 특별하길래 케이블은 기술 및 엔지니어링의 산물임을 주장하는 이 업체에서 이리도 비싼 USB 케이블을 내놓았을까? 과연 그 결과물은 가격에 걸맞은 값어치를 갖고 있을까?
노도스트가 USB 케이블을 처음 내놓은 것은 2011년의 일로 기억된다. 노도스트에서는 입문용 시리즈에 불과하지만, 20만원대의 USB 케이블을 시작으로 지난 7년 여 세월 동안 USB 케이블의 기술 개량이 꾸준하게 이어져 왔다. 흔히 고가의 제품을 내놓고 그 기술을 저가로 이전시키는 트리클 다운 방식이 아니라, 역으로 기본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 개선과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며 상위 레벨로 제품의 등급과 기술을 쌓아 올리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지난 해에 노도스트 담당자를 만났을 때, 오딘 2 급 USB 나 플래그십 시리즈에 이더넷 케이블이 없는 것에 대해 물어보니 답은 간단했다. 아직 플래그십에 걸맞은 기술과 성능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5년 넘게 USB 케이블을 만들어왔고, 이더넷 케이블 또한 몇 년 간 제품화를 해왔지만 플래그십에 걸맞은 기술과 성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품 개발에 대해서는 이처럼 보수적인 업체가 내놓은 첫 플래그십 등급의 USB 케이블이니 발할라 2 USB는 분명 기존의 노도스트 케이블들 뿐만 아니라 타업체의 USB 케이블들과는 다른 특별함이 분명히 들어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그 해답은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 발할라 2 USB의 특징을 꼽으면 크게 3가지이다.
트윈-엑셜 구조
듀얼 모노 필라멘트와 테플론
할로(Holo) 플러그
통상적인 USB 케이블들과 달리 발할라 2 USB는 플랫 타입 구조의 케이블이다. 네모 반듯한 직사각형 구조 속에는 USB 신호의 +선과 -선이 각각 양끝에서 평행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5v 전압과 접지선으로 구성되는 USB 전원 라인은 신호 라인과 별도로 분리되어 또 다른 통로로 역시 평행하게 분리, 연결되어 있다. 즉, 두 신호선이 꼬인 구조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나뉜 상태로 평행하게 전용 통로로 신호가 흐르도록 한 것이 트윈-엑셜 구조의 특징이다. 덕분에 단자와 단자사이의 거리는 최단 직선 거리로 완성되고, 전원 라인으로 인한 노이즈 및 영향의 문제가 대폭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이를 통해 훨씬 정확하고 빠른 데이터 전송 라인을 구축한 셈이다.
이러한 기본 구조에 노도스트 하이엔드 모델들의 특징인 듀얼 모노 필라멘트 기술이 더해진다. 오딘 2과 발할라 2에 사용되는 듀얼 모노 필라멘트는 도체 주변에 낮은 유전율의 가는 심선(필라멘트)이 도체를 둥글게 에워쌓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 위에 차폐를 위한 은도금 심선을 직조한 은도금 커버를 씌워 차폐 레이어를 만든다. 그리고 또 다시 그 위에 테플론으로 된 피복을 입힌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도체 위에 공기로 된 막을 하나 형성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차폐 소재로 덮어서 하나의 물리적 파이프 라인을 형성해 놓고 마지막으로 그 위에 최종 피복을 입히는 것이다.
피복과 필라멘트 소재로는 유전율이 가장 낮은 소재인 테플론을 사용한다. 노도스트에서는 FEP라는 이름으로 명명한 피복 및 필라멘트 소재가 바로 테플론이다. 테플론은 유전율이 공기에 가장 근접한 소재로, 전기가 통하더라도 소재에 전하가 축적되는 현상이 가장 낮기 때문에 교류 전기나 신호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낮출 수 있는, 현존하는 소재 중 가장 이상적인 절연 소재이다.
케이블의 마지막 끝단에는 오딘2에서 처음 개발되어 사용되기 시작한 할로(Holo) 플러그가 사용된다. 할로 플러그는 단자 무게를 최소화시켜 연결시 단자로 인한 물리적 접촉면의 변형이 없도록 개발된 플러그이다. 단지 가볍게 만든 단자가 아니라, 할로의 핵심은 선재와 단자의 이상적인 연결 구조에 있다. 오딘2와 발할라2는 듀얼 모노 필라멘트와 FEP 소재 등으로 고난도의 공기 차폐층과 피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아무리 잘 만들어 놓은 연결 통로라 할지라도 입출구가 그에 걸맞은 구조를 갖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범용 단자나 플러그 대신 케이블 구조와 단자 형태에 맞춰 개별 핀과 접촉면을 커스텀 방식으로 일일이 만든 것이 할로 플러그다. USB용 할로 플러그는 트윈-엑셜 구조의 데이터 라인과 전원 라인, 그리고 그 사이의 공기로 된 유전체 층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케이블과 핀을 연결하도록 만든 특별 단자이다. 그리고 케이블 차폐를 위해 들어간 은도금 선재를 직조한 차폐 레이어는 할로 플러그의 메탈 섀시에 연결시켜 케이블의 입구에서 출구와 차폐 메쉬망이 연결되어 전자파 차폐의 역할을 소화하도록 했다. 즉, 할로 플러그는 발할라2 와 오딘 2 수준에 걸맞은 연결력, 신호 전달력 그리고 차폐 능력이 담긴 커넥터인 셈이다.
소재, 구조 그리고 최종 구현한 만듦새까지.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제품으로 만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노도스트의 듀얼 모노 필라멘트는 제작이 굉장히 까다롭고 일반적인 케이블 도구로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의료 기기용 정밀 제작 기술과 장비가 있어야 가능하고 그러한 기술적 배경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노도스트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앞서 노도스트 담당자의 이야기처럼 ‘아직 발할라나 오딘에 걸맞은 성능과 기술이 없어서’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닌 것이다. 최초의 USB 케이블을 내놓은 지 6년이 지나서야 발할라급으로 USB 케이블이 등장하게 된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딘2 에서는 어떤 케이블이 등장할 것인지 또 다른 기대감이 앞선다.
제품의 테스트는 멜코의 N1Z-H60/2와 CH Precision C1의 DAC를 USB로 연결하여 청취했으며, 비교로는 킴버의 USB-Ag와 오디언스의 Au24 SE USB 케이블을 사용했다. 비교로 준비한 USB 케이블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들이지만, 가격으로는 훨씬 아랫 등급에 해당한다. 킴버는 약 30만원선이며, 오디언스의 제품이 약 100만원 정도하는 수준이다.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직 500만원에 근접한 고가의 USB 케이블은 경험해본 적이 없슴을 밝혀둔다.
기존에 사용하던 케이블들을 발할라 2 USB로 교체하자 그 변화는 굳이 차이점을 느끼려 애쓰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다. 소리의 모든 면면이 단번에 좋아진다. 하이엔드 케이블들을 경험한 사용자라면 익히 예측이 가능할텐데, 해상력과 투명도, 선명함의 개선은 마치 DVD를 보다가 Full HD 내지는 4K급으로 교체한 느낌이다.
마리스 얀손스가 로열 콘서트헤보와 연주한 말러 교향곡 2번 같은 대편성 녹음을 들어보면 무대의 입체감, 무대 속에 들어있는 모든 디테일의 정교한 재현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커튼을 몇 겹 벗겨 놓은 듯한 투명하고 넓은 시야가 눈 앞에 펼쳐지고, 현, 관, 팀파니, 종과 합창단의 배치나 레이어 감각이 전혀 다른 수준으로 연출된다. 특히 오케스트라 전체와 합창단까치 최고조를 향하는 피날레에서는 다이내믹스의 확장이 체감될 정도로 좋아지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굳이 다른 녹음으로 일일이 체크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교향악 녹음 체크 만으로도 이 케이블의 성능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궁금한지라, 키스 자렛의 <쾰른 콘서트>로 피아노 녹음도 체크해 본다. 시작하자마자, 라이브 녹음이 주는 피아노 울림의 잔향이 상쾌함과 투명함으로 전혀 달라지는 공기의 냄새를 느끼게 한다. 아주 투명하면서도 유려한 울림이 잘 담겨진 녹음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 빠르고 정확한 피아노의 음을 들려준다. 흔히 빠르고 정확함은 다소 자극적이고 메탈릭한 피아노의 음으로 잘못 오해할 수 있는데, 발할라 2 USB는 피아노에 덧씌워있던 딱딱한 목질감과 메탈릭한 피아노 터치의 엣지감을 싹 걷어낸다. 멜코 NAS의 USB 음이 이 정도 수준까지 내줄 수 있다면 웬만한 CD/SACD 트랜스포트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멜코 NAS가 지닌 성능의 병목 현상이 USB 연결에 있었슴을 알게 해준 셈이다. 물론 NAS 가격 만큼이나 비싼 USB 케이블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결코 이상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외에도 재즈 보컬이나 다양한 팝 음악을 들어봐도 역시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하이파이를 충족시키는 음의 파라미터들이 기존 USB 케이블로 들었을 때 느끼지 못하거나 찾아볼 수 없던 음의 새로운 영역을 경험할 수 있었다.
USB 케이블 하나에 500 만원 가까운 비용을 투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 좋은 CD 플레이어나 네트워크 플레이어 같은 제품을 쓰고 있다면 굳이 USB를 새로운 소스로 준비하고 사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USB가 갖는 음질적 한계를 이미 경험한 하이파이 유저라면 특히 더 USB 케이블에 대한 관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노도스트의 발할라 2 USB는 케이블 자체보다는 소스로서의 USB의 존재감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지금까지 USB 갖고 있는 성능의 한계로 치부했던 음질적 문제점이나 한계점으로 여겨지던 부분들이 상당 부분 해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NAS로만 사용하던 멜코의 NAS가 이 정도로 수준 높은 음을 들려주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USB가 갖는 기능적 장점들이 많이 있었지만 음질적인 한계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번 발할라 2 USB로 인해 멜코 NAS의 기능과 성능을 되돌아 보게 되었고 USB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이 살아났다. 거의 포기하고 있던 오디오로서의 USB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한 셈이다. 단지 케이블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USB 출력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이정도로 좋아질 수 있었다니 말이다.
물론 이 정도 케이블을 쓰려면 좀 더 생각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케이블 값에 걸맞는 소스 기기가 있어야 할테니 말이다. 예를 들어 오렌더의 사용자라면, 특히 S10 이나 W20 같은 중급 내지는 최상위 미디어 트랜스포트라면 발할라 2 USB 케이블이 지금까지 USB로 인해 갇혀 있던 성능과 잠재력이 터져나올 것이다. 또한 멜코 NAS를 단순히 서버로만 사용하는 유저들이라면, 특히 멜코의 새로운 v2 모델들을 사용중인 유저라면 노도스트의 이 럭셔리한 USB 케이블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단순 NAS에서 최고급 파일 재생용 트랜스포트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분명 상상을 뛰어넘는 고가의 USB 케이블이긴 하지만 6년 여의 시간 끝에 내놓은 이 미국 하이엔드 케이블 업체의 노력은 충분히 그 만한 노력의 가치가 있었다. 지금까지 USB에서 경험할 수 없던 새로운 차원의 사운드 세계가 펼쳐진다.
Insulation: Fluorinated Ethylene Propylene (FEP)
Construction : Mechanically tuned length, Dual Mono-Filament, Flat, Twin-axial design, with individually shielded power and signal conductors
Conductors : 4 x 19 AWG
Material : Solid core, silver-plated 99.999999%OFC
Overall Shield Coverage : 100% Total coverage, dual-layer silver foil and braid, with full metal HOLO:PLUG® backshell
Velocity of Propagation : 90%
Termination : Gold plated HOLO:PLUG® Type A or B USB 2.0
수입원(주) : 다미노 (02 719 5757 www.damin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