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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파이 매거진 Mar 20. 2019

한 대로 완성하는 벨칸토의 하이엔드 인티앰프 블랙EX


첨단 멀티미디어의 허브에서 파워 플랜트첨단 멀티미디어의 허브에서 파워 플랜트까지 갖춘 하이엔드의 올인원까지 갖춘 하이엔드의 올인원





Bel Canto Design


벨 칸토 디자인(Bel Canto Design Ltd.)은 1991년 설립된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 위치한 오디오 제작소다. 현재 이 미국의 하이파이 전문 업체는 각종 첨단 디지털 소스 재생 기기 및 하이 파워를 자랑하는 앰프로 유명하지만 이들의 출발은 의외로 진공관 앰프였다.


벨칸토 디자인 존 스크론저

설립자이자 현재까지 엔지니어링을 총괄하는 존 스크론저(John Scronczer)는 전통적인 아날로그 기기를 회사의 시작점으로 잡았지만, 정작 본인은 진공관 앰프보다는 각종 아날로그/디지털 신호 처리 전문가로 광학 이더넷 관련 디지털 데이터 스위칭 및 송수신 관련 특허를 갖고 있을 정도로 뼛 속까지 아날로그/디지털 이론과 회로에 정통한 엔지니어이다. 덕분에 벨 칸토는 올드한 진공관 앰프로 시작했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제품의 설계 기조를 바꾸게 된다.


기술에 능통한 존은 97년 발표된 트라이패스(Tripath)의 Class T라 불리우는 Class D 앰프의 또 다른 변형판인 스위칭 기반의 증폭 회로에 눈을 뜨게 된다. 이후 아날로그 앰프보다는 Class D 앰프를 메인 기술로 채택하고 시대마다 가장 앞선 Class D 앰프 회로를 제품화시키는 데에 전력을 기울였다. 앰프 회로 뿐만이 아니다. 디지털에도 일가견이 있는 만큼, 그는 벨 칸토의 오디오들이 하이파이에서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멀티채널 서라운드 프로세서와 다양한 DAC 기능의 프로세서 분야의 제품들까지 리드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제품을 내놓았다. 이러한 디지털 소스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현재는 최신예 스트리밍과 네트워크 오디오를 다루는 디지털 스트리밍 오디오 프로세서까지 내놓는 수준이 되었다.


Bel Canto REF600M Monoblock Amplifier


그러면서도 흥미로운 점은 철저히 미국 시장에 맞는 경제적인 기준의 눈높이를 지향했다. 즉, 첨단 기술과 고성능을 갖추되 고가의 하이엔드 보다는 훨씬 더 대중적인 미들 클래스의 하이파이 시장에 맞는 중급 모델로 하이엔드에 걸맞은 성능을 자랑하는, 가성비 최고를 자랑하는 제품들을 벨 칸토의 철학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분명 벨 칸토의 철학이자 가치는 미들급 하이파이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그러한 가격 대비 성능은 벨 칸토가 성공할 수 있던 뛰어난 무기였다.


하지만, 하이파이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벨 칸토가 힘을 발휘하는 중급 가격대의 미드파이라 불리웠던 저가와 하이엔드 사이의 사다리가 되는 시장의 몰락을 가져왔다. 아예 저렴한 엔트리급 오디오 내지는 아예 고가의 하이엔드로 대변되는 양분화된 시장 상황은 벨 칸토에게 풀어야 할 숙제였다. 그렇게 시작된 벨 칸토의 변신은 기존 강점을 보였던 미들급 시장은 eVo에 이어 eONE 시리즈로 유지하도록 했고, 벨 칸토에게 전례가 없던 뉴 하이엔드 플래그십 시리즈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다. 그렇게 대략 2년 의 개발 시간 끝에 지난 2016년 등장한 벨 칸토의 럭셔리 하이엔드 오디오가 바로 ‘BLACK’ 시리즈이다.



초하이엔드 Black vs 대중적 하이엔드 Black EX


2016년 발표된 벨 칸토의 첫 럭셔리 하이파이 시스템인 Black 시리즈는 DAC 및 네트워크 스트리머를 내장한 프리앰프/컨트롤러인 ASC2와 모노 블록 파워 앰프인 MPS1으로 구성된 'Black System' 이었다. 말 그대로 플래그십이자 럭셔리로 탄생된 블랙 시스템은 벨 칸토가 지닌 모든 디지털 기술과 Class D 앰프 회로의 끝을 보여주는 제품으로, 등장과 함께 하이엔드 시장에서 벨 칸토의 가치를 단숨에 하이엔드 클래스 반열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1년 뒤인 2017년, 3피스로 구성된 블랙 시스템을 1개의 섀시 속에 가득 채워 만든 일체형 블랙 시스템으로 블랙 인티 앰프인 ACI600이 등장하게 된다. 블랙의 인티앰프인 ACI600은 분리형의 모든 기능과 성능 심지어 회로 기판까지 그대로 공용화하여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전체 시스템의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낮춰 하이엔드 플래그십을 가성비의 또 다른 끝판왕으로 만드는 재치를 발휘하여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블랙의 또 다른 극한의 제품이 될 ‘Black Contrl DAC’가 준비중이다. 이는 기존 스트리머/DAC이자 컨트롤러인 ASC2의 프로세서부와 DAC 회로부를 모노블럭으로 각각 분리한 제품으로 또 한 번의 놀라운 진화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벨 칸토의 ‘드높은 가성비 철학’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eONE이라는 중급 가격대의 시리즈가 새 기술로 싹 바뀌긴 했지만, 블랙 시리즈와의 갭은 엄청나게 먼 거리로 느껴졌다. 따라서, 미들급인 eONE과 플래그십인 블랙 사이의 가격을 매우는, 또 다른 시리즈로 Black EX가 기획되었다. Black EX는 로고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기술에서부터 설계, 디자인, 스펙까지 Black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전이시킨 Black의 쌍둥이 동생이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Black 시리즈의 절반 가격 수준으로 디스카운트 된 블랙 시리즈의 가성비 모델로 탄생되었다. Black System은 8,000만원 정도나 되는 초고가의 럭셔리 시스템이지만 Black EX 분리형 시스템은 절반도 되지 않는 3,000만원 중반 수준이다. 즉, Black EX는 벨 칸토가 지향하는 가성비의 놀라움을 하이엔드로 풀어낸, 실질적인 블랙 시리즈의 핵심 시리즈인 셈이다.




Black의 모든 것을 하나로, Black EX Integrated


벨 칸토는 블랙 시리즈의 개발에서 많은 새로운 디지털, 아날로그 기술들을 탄생시켰다. 가성비로 존재하던 기술들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디지털 프로세싱과 D/A 변환 그리고 아날로그 증폭 회로 기술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기술들을 인티 앰프로 하나로 합쳐, 기술적 핵심을 집약 시킨 모델이 사실상 ACI600 이다. 그리고 블랙 시리즈의 중핵이 되는 ACI600 인티 앰프를 다운 사이징한 모델이 바로 Black EX Integrated(이하 ‘블랙 EX 인티’)이다. 따라서, 기술적으로는 블랙 시리즈나 블랙 EX나 같기 때문에 간략히 블랙과 블랙 EX 시리즈에 사용된 기술들을 정리해본다.



AMiP (Asynchronous Multi-Input Processor)


기술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다. 디지털 기술의 핵심은 AMiP와 HDR II 이다. AMiP는 Asynchronous Multi-Input Processor의 이니셜로 번역하자면 ‘다양한 디지털 소스들을 처리하는 비동기 처리 프로세서’라 할 수 있다. 2개의 32비트 ARM프로세서와 2개의 XMOS 프로세서 그리고 2개의 오디오 전용 DSP로 이루어진 AMiP 회로는 광, 동축, AES/EBU 같은 디지털 오디오 입력에서부터 USB Audio 입력까지 신호를 처리하는 XMOS 기반의 디지털 입력 처리 회로가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은 기기 전체의 동작과 제어를 책임지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하나와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와 ROON Ready, DLNA/UPnP의 미디어 서버와 렌더러 어플리케이션을 처리하는 리눅스 기반의 컴퓨터 하나가 미디어 처리 프로세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끝은 2개의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DSP가 책임진다. 앞서 두 프로세서가 만들어낸 각종 오디오 신호들을 모두 192kHz/24bit의 PCM 신호로 변환하고 여기에 Bass Management, Tile 그리고 Base EQ와 Phono EQ 까지 원하는 곡선대로 처리해주는 DSP 기능을 담당한다. 그리고 모든 처리가 끝난 오디오 신호는 마지막으로 384kHz/32bit 오디오 신호로 렌더링 처리가 되어 최종 DAC로 신호 변환을 넘기도록 한다. 이것이 AMiP 기술이다.


블랙의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완성하는 것은 HDR II 이다. High Dynamic Resolution II를 의미하는 이 기술은 벨 칸토가 20년 동안 쌓아온 DAC 설계 기술의 노하우를 집약시킨 DAC 기술이다. Black EX에 입력된 모든 디지털 신호들은 AMiP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프로세싱을 거쳐 132dB의 다이내믹스를 유지한 고해상도 디지털 오디오 신호 상태로 DAC에 전달되는데, 이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최고 수준의 아날로그 출력으로 만들어내는 디지털/아날로그 변환 회로가 HDR II 이다. DAC의 출력 전류로부터 높은 출력 전압과 듀얼 디퍼런셜의 차동 모드 class A 버퍼 회로로 파워 앰프를 구동하도록 만들어준다. 이 과정에서 디스토션을 최소화하고, 아날로그의 높은 S/N과 Class A가 지닌 아날로그적 감성은 극대화시켜주는 것이 이 HDR II의 핵심이라고 한다. 실제로 HDRII에 의한 DAC 출력 회로의 측정 그래프를 보면 그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 지 알 수 있다. 그림에 보면, 1kHz의 신호를 -40dB 볼륨 크기로 재생할 경우, HDR II의 아날로그 출력 특성에서 노이즈 플로어가 무려 -150dB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디지털 회로의 아날로그 출력에서 -150dB 수준의 스펙이라면 24비트의 디지털 신호를 100% 재현해내고도 남는 놀라운 성능 수치이다!



디지털 기술과 달리 아날로그 회로의 특징은 Class D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벨 칸토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Class D를 제품화시킨 적극적인 이 분야의 선두주자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트라이패스의 앰프 회로를 최초로 도입, 제품화시키며 90년대 말부터 Class D 앰프 보급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밀레니엄을 맞이하며 발표한 eVo 시리즈 파워 앰프는 이러한 Class D 기반의 앰프 솔루션을 탑재한 저발열 고효율 파워 앰프로 업계에서 주목을 받게 되었고, 이후 Class D는 벨 칸토 디자인의 기본 기조가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Class D 기술들은 빠르게 하이파이 퀄리티 수준으로 성능 향상을 이루게 되었고, 트라이패스 이후 덴마크에서 뱅앤올루프센이 주도한 ICE 파워가 등장했다. 제프롤랜드의 플래그십 라인업에 사용되면서 벨 칸토 외의 업체들도 Class D의 도입이 하나둘 씩 늘게 되었다.


Bel Canto Custom nCore



ICE 파워 이후에는 다시 네덜란드의 필립스 출신 엔지니어들이 합류한 하이펙스의 UcD 그리고 이를 하이엔드 퀄리티로 끌어올린 nCore에 이르는 Class D의 하이엔드 앰프가 탄생하게 되었다. 벨 칸토는 이런 Class D 솔루션의 진화를 곧바로 제품들에 빠르게 적용하였다. 이런 제품의 진화 덕분에 벨 칸토의 파워 앰프들은 트라이패스 시대, ICE 파워 시대 그리고 이제는 Class D의 끝이라 부르는 nCore 모듈을 탑재한 nCore 파워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Black 과 Black EX에 도입된 nCore가 벨 칸토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제프롤랜드의 플래그십인 925와 825 그리고 MBL의 Corona 시리즈와 Noble 시리즈는 모두 nCore 모듈이 탑재되어 있다. 물론 각 회사마다 출력 용량에 따라 사용된 버전이 다르고 이에 맞춰 전원부를 개조하여 성능의 차별화를 추구했지만, 결국 같은 앰프 회로를 사용하고 있다.


Black EX 또한 nCore 의 앰프 회로를 탑재했지만, 제프롤랜드, MBL이 그랬던 것처럼 벨 칸토 또한 자기들 만의 개조와 튜닝이 들어갔다. 파워 앰프의 입력 버퍼 회로를 앞서 소개한 HDR II의 출력 회로와 연동시켜 독자적인 커런트 모드 증폭의 Class A 아날로그 회로로 전압 증폭을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nCore의 장점인 Class D는 전류 증폭 회로만을 사용하여, 아날로그 전압 증폭에 이어 nCore의 Class D 전류 증폭의 회로 구조를 만들어냈다. 아날로그 입력 및 버퍼를 디자인하거나, 전원부를 스위칭 대신에 리니어를 쓰는 방식을 취한 두 업체와 달리 벨 칸토 또한 자기들 만의 회로로 Black EX의 사운드에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가장 뜨거운 화두, MQA Full Decoding과 ROON Ready 지원


Black EX의 또 하나의 강점 중 하나는 AMiP 프로세싱에서 MQA와 ROON Ready를 구현한 부분이다. Black EX 이전에 Black 시리즈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네트워크 스트리밍 회로의 어플리케이션 부분이 굉장히 불안했다. DLNA UPnP 네트워크 재생 기능 조차도 각종 앱과의 연동 문제, NAS의 뮤직 서버들과의 연동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벨 칸토의 조치는 매우 과감하고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미 완성된 Black의 스트리밍 회로와 소프트웨어를 과감하게 드러냈고, 그 자리에 새로운 하드웨어 회로와 소프트웨어를 심었다. 새로 도입된 네트워크 스트리밍 회로와 소프트웨어는 단 다고스티노의 럭셔리 올인원인 모멘텀 라이프스타일 인티 앰프와 에어 그리고 크렐 등에서 사용 중인 멀티미디어 스트리밍 솔루션이다. 덕분에 Black 시리즈는 빠르게 성능의 안정화와 더불어 업계에서 가장 핫한 디지털 소스 기기로 거듭나게 되었다. Black EX는 이러한 Black의 새로운 스트리밍 회로를 그대로 사용하여 역시 가장 최신예 스트리밍과 디코딩 능력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앞서 같은 모듈을 사용한 다고스티노나 에어와 달리 벨 칸토가 또 한번 차별화한 부분은 MQA의 기술적 장점을 빠르게 흡수하고 이를 Black 시리즈에 자신들의 장점으로 녹여낸 점이다. 사실 MQA는 고해상도 음원을 압축 해제하는 디코딩 과정도 있지만, 96kHz/24bit 이상의 HD 음원을 재생하는 과정에는 업샘플링 처리에 해당하는 렌더링 프로세싱이 들어간다. 중요한 점은 이 렌더링에 사용되는 디지털 필터가 기존의 미니멈 페이즈, 아포다이징 필터 같은 주파수 영역에 기반을 둔 디지털 필터가 아니라, 시간 축 기반에서 응답 특성을 엄청나게 개선시킨 신개념 디지털 필터를 사용하여 기존 디지털 오디오의 문제점을 개선시켰다는 부분이다. 벨 칸토는 이 부분을 캐치하고, 내부적인 테스트를 통해 새로운 MQA의 필터 시스템의 장단점을 파악, 이를 변형시킨 MQA 필터를 자신들의 디지털 프로세싱의 메인 필터 시스템으로 안착시켰다. 즉, Black EX에 입력되는 모든 디지털 입력 신호들은 새로운 MQA 스타일의 디지털 필터를 통해 352.8/386kHz의 24bit 데이터로 업샘플링 처리되어 HDR II DAC 회로를 거쳐 아날로그로 출력된다.




Black 그리고 Black EX, 소소하지만 미묘한 차이


그렇다면 Black과 Black EX의 차이는 대체 무엇일까? 본사의 전체 세일즈를 책임지고 있는 마이클 맥코믹(Michael McCormick)의 답변은 이러했다.  


- 섀시 및 섀시 구조

ACI600은 최고급 고강도 알루미늄 빌렛을 절삭 가공하여 만든 섀시로 진동 억제를 위한 댐핑 레이어가 별도로 설계되어 있다. 이에 반해 Black EX는 같은 고급 알루미늄을 사용하지만 도금 처리된 섀시지만 역시 구조나 진동 억제를 위한 댐핑 레이어는 동일하게 설계되어 있다.


- 파워 앰프 회로

ACI600은 Black EX 보다 훨씬 높은 출력을 제공하며, nCore 앰프 회로와 1,200W의 전원부가 탑재되어 있다. 또한 벨 칸토가 자체 설계한 싱글 스테이지 대전류 앰프와 디스크리트로 설계한 OP 앰프 회로가 적용되어 있다. 이 부분이 전체 앰프의 음색과 방향을 결정짓는다.  Black EX도 마찬가지로 벨 칸토에서 새로 설계한 입력 회로를 적용한 nCore 앰프 회로를 사용하였으며, 이 부분이 전체 음색과 원하는 성능의 사운드를 낼 수 있도록 튜닝이 더해진 것이다.


- 기판 상의 사용 부품들

두 제품에는 성능의 극대화를 위해 정밀하게 엄선된 저항들과 기타 부품들이 공히 사용되고 있지만, 부위에 따라 부품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 기본 사양

두 앰프가 제공하는 기능은 100% 동일하다. 포노 앰프, 이더넷 스트리밍, 광, 동축 입력, USB-A(스토리지의 뮤직 서버 기능)가 똑같이 제공되고, 다양한 입력들에 대한 차폐 처리가 적용된 입력 보드까지도 마찬가지로 동일하다.


또한 두 제품에는 SEEK 앱, 리모트, ROON Ready 기능도 동일하며, 각종 DSP 기능도 같은 소프트웨어로 최적화되어 제공되도록 했다.


본사의 답변을 읽어보면 분명 두 제품의 차이는 있는 것 같지만 사실상 거의 같은 제품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좀더 슬림해진 섀시와 미묘한 차이를 넣은 파워 앰프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에는 매지코의 S3 mk2 스피커와 인텔 NUC8로 구성한 Roon 전용 서버를 사용하고, 음원은 Tidal 스트리밍으로 시청했다. 사실상 스피커를 빼면 이 시스템의 사운드를 결정할 것은 Black EX 하나 뿐이다. 모든 것이 이 앰프 하나로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되는 것이니 말이다.


사운드의 가장 큰 특징은 정숙함이다. 적막한 뒷 배경의 정숙함이 가져다 주는, 청각적인 S/N의 느낌이 굉장히 높다. 이는 굉장히 진하고 선명한 음의 색채를 살려주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덕분에 전체 시스템의 사운드는 아주 다이내믹하면서도 풍부하고 색이 진한 소리가 되도록 만든다. 또한 이 앰프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점은 중저역의 탄력과 탄탄한 에너지 분출 능력이다. 어떤 곡을 틀어도 저음의 리듬을 선명하고 또렷하게 살려주는데 매지코의 S3 mk2의 저음 구사 정도는 어렵지 않게 컨트롤해낸다. 대개 Class D 앰프들이 음의 수는 많지만 요란한 소리에 비해 정착 밀도감이나 묵직한 중저역의 에너지는 부족한, 공허한 울림은 쏟아내는 대출력 앰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Black EX는 Class A 방식의 전압 증폭에 nCore의 전류 펌핑 능력을 더하여 진한 색감과 밀도감이 높은 출력과 짝을 이뤄 과거의 같은 Class D의 공허한 울림의 아쉬움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 굳이 Class D니 Class AB니 하는 방식의 차이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 가격에 걸맞은 높은 다이내믹스의 고음질 대출력의 아날로그적 사운드를 들려준다.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의 팀파니를 들어보면 이 앰프의 힘, 저역 컨트롤 그리고 밀도감이 어느 정도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여타 비슷한 스타일의 앰프들로 울렸던 것과는 사뭇다른 단단하고 꽉채워진 낮은 초저역의 울림을 어렵지 않게 술술 뿜어낸다. 웬만한 가정 공간에서는 차고도 넘치는 저음을 만끽할 수 있다. 제대로 우퍼를 잡고 흔들림없이 저음을 밀어내는 만큼 요란하기만하고 부밍이 많은 저음이 아닌, 음의 윤곽이 선명하고 깨끗하게 밀고 당기는 정확하고 빠른 저음의 기민함을 제대로 느끼게 만든다. 안정된 저음의 기조 위에 금관 악기들의 울림 그리고 전체 무대의 스테이징이나 긴 여운의 잔향등도 입체적으로 깨끗하게 재현된다.




그러한 오케스트라의 입체적 울림은 같은 악단이 같은 미네소타 홀에서 연주한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Mazeppa> 중 ‘Hopak'을 들어보면 투명하고 입체적인 스테이징의 멋진 재현을 쉽게 알 수 있다. 전체 홀이 갖는 넓고 입체적인 울림의 분위기를 멋지게 재현해주며, 전체 오케스트라의 디테일한 변화와 울림을 퇴색시키거나 둔중하게 만드는 일 없이 깨끗하고 투명하게 살려낸다. 현이나 관의 각기 다른 사운드의 색채를 선명하게 그려내고, 각 악기들의 주변에는 충분한 공기의 흐름이 잘 느껴진다. 소위, 공기반 소리반 같은 악기들의 자연스러운 울림과 입체적인 무대의 분위기가 홀로그래픽에 가깝게 그려져있다. 특히 전체 총주시에도 많은 악기들의 많은 음들이 쏟아지더라도 음상이 둔탁하게 몰리거나 딱딱하게 변질되지 않고 끝까지 입체적이면서도 투명한 사운드를 그대로 유지하는 지구력을 선보인다.



입체적인 스테이징을 자랑하는 대형 콘서트홀 대신 런던의 소규모 재즈 카페에서 녹음된 노라 존스의 <Live At Ronnie Scott's>은 아주 온도감이 높은 열기의 카페 분위기 속에서 피아노, 베이스, 드럼 그리고 매우 진한 보컬의 사운드가 매우 짙게 배어있는 녹음이다. 어떤 면에서는 훨씬 더 아날로그적 온도감이 살아있고, 어떤 면에서는 현대 고해상도 디지털 녹음이 지닌 선명도와 콘트라스트가 높은 음이 담겨져 있는 사운드이다. Black EX는 이런 녹음의 장점과 매우 부합된 재생음을 들려준다. 노라 존스가 부르는 ‘Don't Know Why'는 유화로 그린 듯한 매우 진한 보컬 사운드로 재현되는데, 단순히 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매우 예리한 선명도와 한 치도 퇴색되지 않는 깨끗한 톤과 억양의 변화를 화려하게 만들어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리듬의 밀당으로 노래를 꺾거나 늘리는 보컬의 변화 그리고 노라 존스의 억양과 음색을 고해상도 녹음의 높은 정보량을 그대로 쏟아내는 듯한 높은 밀도감의 충실도 높은 사운드를 매지코 S3 mk2에서 여유롭게 뽑아내준다. 특히 베이스나 드럼 연주의 리듬을 깨끗하게 살려내고, 작지만 카페의 무대라는 공간적인 입체감 또한 놓치지 않고 그대로 옮겨서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해준다.




이번에는 노라 존스보다 좀 더 큰 무대로 자리를 바꿔본다. 마커스 밀러의 <Laid Black> 중 첫 곡인 ‘Trip Trap'은 라이브 녹음으로 넓은 라이브 무대 위에 키보드, 퍼커션, 섹소폰, 트럼펫 그리고 밀러의 다이내믹한 베이스 연주가 담긴 5중주의 재즈 퀸텟 녹음이다. 입체적인 라이브 무대의 분위기 그리고 넓게 벌려있는 악기들 사이의 거리는 자칫 해상력이나 입체적 스테이징 능력이 떨어지는 재생에서는 산만하고 요란하기만 할 뿐, 스피커 한가운데에 덕지덕지 소리가 붙어있는 재생이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Black EX는 매지코 S3 mk2를 거침없이 몰아붙여 밀러의 베이스 연주에서 에너지를 분출시킨다. 저음의 밀도와 에너지는 굉장히 훌륭하고 5개의 악기들이 모두 제소리를 내더라도 여유로운 앰프의 재능 덕분에 입체적인 라이브 무대와 넓게 벌려져 있는 악기들의 거리감 그리고 낮은 저음에서 높은 고역까지 베이스, 키보드, 관악기들이 서로 다른 대역의 사운드가 하나도 엉김없이 아주 쉽게 술술 풀려나온다. 특히 탄력 넘치는 저역의 리듬과 에너지가 유지되면서 이런 안정감을 유지하는 재생은 분명 Black EX의 힘과 여유 그리고 매지코 S3 mk2가 지닌 다이내믹스와 높은 해상력과 입체감의 시너지이다.




결론


작년 하반기에 등장한 벨 칸토의 새로운 하이엔드 시리즈인 Black EX는 초고가를 자랑하는 Black 시리즈의 강점을 벨 칸토스러운(!) 그리고 가장 미국적인 경제적 가성비를 담아낸, 실질적인 벨 칸토 블랙 시리즈의 정점인 제품이다. 플래그십이 지닌 최고 수준의 디지털 재생 능력과 현대 오디오 기기들이 제공하거나 갖춰야 할 모든 기능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하이엔드 퀄리티로 구현해낸 점은 이 올인원 인티 앰프가 갖춘 굉장한 무기이다. 물론 최근에 여러 업체들이 스위스 아미 나이프 처럼 안되는 것이 없는 기능성을 강조한 올인원 제품들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하이엔드 이름에 걸맞은 퀄리티와 퍼포먼스 그리고 어느 정도 용인이 가능한 수준의 가격표를 달고 나오는 제품들은 결코 많지 않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벨 칸토의 이번 Black EX의 등장은 진정한 올인원의 다기능과 하이엔드 퍼포먼스를 높은 가성비로 완성한, 정말로 뛰어난 올인원이자 하이엔드의 수작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Class D에 대한 의구심이나 선입견으로 이 앰프를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리뷰처럼 매지코의 하이엔드 스피커와 짝을 이룬 Black EX의 색채감 풍부하고 밀도감 높은 사운드를 들어보면 절대 그런 말을 쉽게 내뱉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벨 칸토에 대한 중저가 이미지도 머릿 속에 있다면 그것까지도 함께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만큼 벨 칸토의 새로운 올인원은 벨 칸토의 하이엔드 스토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올인원이 지닌 강력한 기능성, 최신예 디지털 포맷에 대한 완벽한 대응 능력 그리고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풍부한 색채감의 사운드는 지금까지 찾아보기 힘들었던 하이엔드의 기능성과 가성비가 하나로 완성된 새로운 벨 칸토의 기술적, 성능적 완성의 결과물이다. 단 하나로 모든 것을 하이엔드적으로 즐기겠다면 이 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것이다.



제품사양


최대 데이터 입력 비율

24bit Data to 192ks/s : AES, SPDIF, TOSLINK

24bit Data to 192ks/s, MQA, and DSD64 : Ethernet

24bits to 384ks/s, MQA, and DSD64/128 (DoP) : USB2 Audio


저레벨 출력

Line Level Analog : 4.5Vrms with Bass Management

Headphone : 4.5Vrms maximum, 32ohm minimum load


MM/MC 입력

입력 감도 : MM: 2.5mV to 5mV; MC: 0.25mV to 0.5mV

입력 부하 : MM: 47K ohms; MC: 50, 100, 500, 1000

RIAA 정확도 : +/- 0.25dB, 50Hz-15kHz

THD+N : <0.01% 1kHz A-Weighted

SNR : >70dB A-Weighted


라인 입력

최대 입력 : 2.2 Vrms RCA

입력 임피던스 : 10k ohms RCA

THD+N : 0.001/belcanto_ex%, 1kHz

다이나믹 레인지 : 110dB, A-weighted 20Hz-20kHz


스피커 출력

최대 파워 출력 : 500W-4ohm, 250W-8ohm

최저 임피던스 : 2 ohms

최고 출력 전류 : 25A

주파수 응답 : 전부하에서 -3 dB 0.5Hz-50kHz

스피커 단자 : 2쌍의 WBT Nextgen 바인딩 포스트


성능

다이나믹 레인지 : 126dB A-weighted

THD+N : <0.001% 1W, 1kHz, 4 ohms

IMD (CCIF) : <0.001%, 1W, 18.5:19.5kHz 1:1, 4 ohms


일반

전원 사용 시 : 40W

전원 미사용 시 : 0W

내장 세팅 구동 전압 : 100-120VAC, 220-240VAC 50/60 Hz

크기 : 451 x 394 x 89mm

Weight : 12 kg

수입원 : 소리샵 (www.sorishop.com / 02) 3446·7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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