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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파이 매거진 Mar 25. 2019

하이엔드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벨칸토의 DAC/프리앰프

Bel Canto Design e.One DAC2.7




Black의 기술이 만들어낸 가성비 극대화의 소스 프리앰프


함께 등장한 벨 칸토의 e.ONE 시리즈의 모노 블록 파워 앰프 REF600M의 강렬한 존재감 덕분에 파워 앰프와 짝을 이루는 e.ONE 시리즈의 프리앰프이자 디지털 소스 기기인 D/A 컨버터인 DAC2.7에 대해서는 별 다른 기대가 있지는 않았다. DSD 재생도 지원되지 않고, 기능적으로는 특별한 무언가를 자랑할 만한 것도 없는 평범한 DAC 이니 말이다. 물론 가격이 비싼 제품은 아니다. 엔트리급 입문기에 가까운 가격이긴 하지만 이미 DAC2.7 가격의 절반 밖에 되지 않으면서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블루투스, AirPlay 그리고 똑같이 아날로그 프리앰프 기능까지 갖춘 Oppo의 Sonica DAC 같은 제품이 이 가격대의 절대 왕좌를 내어줄 일이 없으니 말이다. 그 만큼 기능면에서 벨 칸토의 DAC이자 프리앰프는 크게 구미를 당길 일이 없었다.


다만, 파워 앰프의 성능에 워낙 감동을 받은지라 그래도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리뷰를 계속 진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사용을 해보면 별 다른 기대가 없었기 때문인지, 만만치 않은 성능에 역시라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정도 가격에 이런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의문은 다시 기기 설계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데 역시 사운드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었다. 스펙으로만 본다면 아주 특별하지 않은(!) 제품이지만 실제 사운드와 기기 내부를 들여다 보면 충분히 수긍할 만한 요소들이 오디오파일을 기다리고 있다. 그 내부 이야기를 이제부터 시작해본다.




Black이 만들어 낸 새로운 기술적 변화


벨 칸토의 e.ONE은 지난 2015년 발매된 벨 칸토 엔트리급 라인업인 e 시리즈의 새로운 버전이다. 본래 벨 칸토는 하이엔드 보다는 대중적인 하이파이와 높은 가성비의 제품들로 북미 시장에서 탄탄한 지위를 유지해 온 브랜드이다. 지금은 엔트리 시리즈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이 회사의 주력 시리즈가 되는 모델들이 바로 e 시리즈의 제품들인 셈이다.


하지만 2015년에 발매된 새로운 e 시리즈인 e.ONE 시리즈는 전작 에볼루션 시리즈와는 많이 달라진 커다란 변화를 갖게 되었다. 외형적으로는 모두 같은 섀시와 거의 같은 디자인으로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 적용된 기술과 설계는 완전히 새로운 버전의 신기술로 교체된, 전혀 다른 제품으로 불리워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신제품 시리즈인 셈이다.



새로운 e.ONE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비슷한 시기에(정확히는 조금 더 나중에) 등장한 벨 칸토의 차세대 플래그십 시리즈인 블랙 시리즈가 있다. 이미 벨 칸토 제품들을 몇 차례 리뷰하며 소개한 바 있듯이, Black(블랙) 시리즈는 중저가에 가까운 벨 칸토의 이미지를 완전히 격상시키기 위한, 그러면서도 현존하는 가장 최고의 디지털 기술들을 적용하여 가장 아날로그적인 하이엔드 사운드를 내겠다는 제작자의 의도가 담긴 프로젝트였다.


2014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블랙 시리즈를 위한 기술들은 발매 시기에 따라 각 제품들에 순서대로 적용이 되었는데, e.ONE의 DAC2.7 또한 그 중 한 제품이다. 즉, 블랙 시리즈의 소스이자 프리앰프가 되는 블랙 시스템 중 파워 앰프의 입력단이자 파워 앰프의 드라이버에 해당하는 DAC 회로에 사용된 기술로 만들어진 DAC이다.




DAC2.7의 기술적 특징


섀시를 벗겨서 내부를 보면 블랙 시리즈의 영향을 도처에서 알 수 있다. 먼저 전원부는 순수한 리니어 방식의 전원부 설계가 갖춰져 있다. 소스 기기로서는 충분한 토로이덜 트랜스포머를 중심으로 ON 세미컨덕터의 정류 소자들이 깨끗한 전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전기적 차폐가 이루어진 USB Audio


DAC 프리앰프답게 입력은 광, 동축, AES/EBU 및 USB Audio 입력을 지원하는데, 다소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 부분은 USB Audio 부분이다. USB Audio는 XMOS 기반의 DSP에 별도의 클럭 시스템을 장착하여 비동기 방식으로 컴퓨터로부터 오디오 신호 전송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만, USB 연결은 컴퓨터와 직결되어 전기적 연결이 이루어지므로, 컴퓨터의 각종 디지털 노이즈가 DAC로 넘어오게 되는 일종의 오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DAC2.7에서는 USB Audio 회로는 기판 상에 한정된 구역에 오밀조밀하게 설계 해 놓고 USB에서 벗겨낸 최종 오디오 신호의 스트림들은 아이솔레이터를 통해 오디오 회로로 넘어오도록 만들었다. 오디오 회로와 USB회로를 디지털 아이솔레이터로 분리하여 두 회로는 전기적으로 결합되지 않고 오디오 데이터만 DAC 회로로 넘어오도록 하여 USB Audio 재생을 최대한 안정적이면서도 깨끗한 오디오 재생이 이루어지도록 만들었다.



비동기식 업샘플링 기반의 HDR Core

DAC2.7의 또 다른 특징은 비동기식 오디오 재생이다. 블랙 시리즈의 ASC2나 블랙 EX 시리즈에서 본 것처럼, 벨 칸토는 내부 DSP에 특별한 디지털 필터를 설계하여 모든 오디오 신호를 192kHz/24bit 내지는 그 배수에 해당하는 디지털 신호로 비동기식 업샘플링 처리로 재생하는 방식을 구현했다. DAC2.7 또한 블랙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192kHz/24bit의 비동기식 업샘플링으로 모든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재생하도록 하고 있는데, 블랙 시리즈와 다른 점은 DSP 대신 샘플링 레이터 컨버터가 업샘플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DAC 회로는 블랙 시리즈에 사용된 것과 같은 TI/버브라운의 PCM1792로 이 반도체 회사의 DAC 부품들 중에는 최상위가 되는 DAC 칩을 사용하고 있다. 단순히 이 칩을 쓴 것이 이 DAC2.7의 특별한 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DAC 이후 아날로그 출력까지 포함하는 디지털-아날로그 변환 회로 전체가 블랙 시리즈에 사용되고 있는 HDR Core 회로로 완성된 점이다. HDR은 High Dynamic Resolution의 이니셜로 일반 해상도의 CD급 음원들을 최소 96/24 이상의 고음질 HD급 음원과 같은 수준의 고해상도 사운드로 만들어 내는 알고리듬이자 회로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DSP와 DAC가 함께 연동되어야 하는데, 블랙 시리즈에서는 고급 DSP에 DAC를 함께 사용하여 이 알고리듬을 정확히 구현해냈다. 이에 반해 DAC2.7에는 DSP 대신 샘플 레이트 컨버터로 업샘플링 처리를 하기 때문에 블랙 시리즈와 같은 HDR II Core는 아니지만 같은 원리와 같은 DAC 칩을 사용하여 HDR Core를 구현한 점이 상위 모델과 DAC2.7의 다른 점이다.




펨토급 클럭 시스템


DAC2.7의 또 다른 중요한 점은 클럭 시스템이다. DAC2.7에는 블랙 시리즈와 같은 ULPN(Ultra Low Phase Noise) 마스터 클럭 회로가 탑재되지는 않았지만, ULPN의 핵심 부품인 발진 소자는 ULPN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회사의 펨토 레벨에 준하는 클럭을 사용했다. 44.1kHz와 48kHz에 맞춰 각기 두 주파수의 클럭을 담당하는 2개의 펨토급 클럭을 샘플레이트 컨버터와 DAC를 위한 메인 클럭 시스템으로 디자인함으로써 전체 DAC 회로의 지터 레벨을 극소화시켜 HDR이라 명명한 고해상도급 재생음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DAC2.7은 DAC이자 디지털 소스를 다루는 디지털 컨트롤러지만 아날로그 기기를 연결하여 아날로그 프리앰프로도 사용할 수 있다. 1개의 RCA 입력이 준비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입력된 아날로그 신호는 192kHz/24bit로 변환되어 DAC 회로를 통해 볼륨 컨트롤이 이루어져 아날로그로 다시 출력되는 형태로 프리앰프 기능이 동작하도록 되어 있다. 전 과정은 고정밀 클럭 시스템에 의해 동작이 이루어지며, 볼륨 컨트롤은 DAC 회로를 통해 0.5dB 단계로 0-100dB의 볼륨 제어가 이루어진다.


이 외에도 DAC2.7은 헤드폰 앰프 기능도 제공한다. DAC의 출력 뒤에는 별도의 헤드폰 구동을 위한 드라이버 회로가 탑재되어 헤드파이 시스템의 메인 앰프이자 컨트롤러로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사용상 편의를 위해 32개의 버튼이 있는 전용 리모컨이 제공되어 볼륨 조정과 입력 선택, 디스플레이 변경 등 DAC2.7의 모든 기능을 편리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에는 Oppo의 203 UHD 블루레이 플레이어, REF600M 모노 블록 파워 앰프 그리고 매지코의 S3 mk2 스피커를 사용하고 케이블은 션야타 리서치의 알파 인터커넥트 케이블과 스피커 케이블 및 전원 케이블을 사용했다.


전체 사운드는 높은 해상력을 느끼게 하는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는 중고역이 특징이면서도 절대 밝거나 귀를 거북하게 만드는 거친 입자감이 없다. 지나친 해상도 개선으로 인한 거친 입자나 엣지 주변의 링잉 같은 현상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미 파워 앰프인 REF600M를 들으면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인데, 벨 칸토의 e.ONE 시리즈는 밝거나 가늘고 얇은 그리고 귀를 시리게 하는 문제들이 없다. 오히려 파워 앰프는 약간 어둡다고 느낄 수도 있을 정도로 고역 끝에 자극감이 없는데, 프리앰프이자 DAC인 DAC2.7 또한 그런 기조의 상당 부분을 이어간다. 하지만 파워 앰프에 비하면 훨씬 밝고 회사한 톤인데, 파워 앰프와 짝을 이루게 되면 두 기기의 조합은 매우 중립적인 내추럴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길 샤함이 연주한 <시벨리우스/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https://listen.tidal.com/album/4351315)는 녹음 자체가 높은 디지털 해상도의 한계선에 다다른 녹음이다. 90년대 초반의 20비트 디지털 녹음을 시도한 결과물로 재생 시스템에 따라서 고역의 지나치게 강성 위주의 밝고 귀가 시린 음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아주 치밀한 해상도로 디테일하면서도 자극감이 없는 기분좋은 디지털 사운드를 즐길 수도 있는 녹음이다. 그 만큼 재생에서 극과 극을 오가는 경우가 많은데, 벨 칸토는 후자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녹음이 이루어진 런던 근교 교회의 입체적인 울림을 기분 좋은 스테이징으로 그려주고, 바이올린의 선열한 사운드도 절대 오버드라이브로 자극적이거나 귀가 아픈 현의 엣지감 같은 문제없이 HDR 처리에 의한 고해상도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세련된 고역, 해상도 높은 고역의 디테일을 기분 좋게 들려준다. 전체 무대의 음상 크기도 적지 않고 음이 딱딱하거나 건조하지도 않은, 적절한 온도감도 배어있다. 마찬가지로 정경화의 를 들어도 역시 비슷한 바이올린의 투명하고 매끈한 고역의 울림과 보잉에 따른 셈여림의 변화도 제대로 그려내며, 뒷 배경을 받쳐주는 피아노의 울림도 디지털적이기 보다는 아날로그적인 톤 컬러의 목질감과 울림을 느끼게 한다.




재즈로 넘어와서 행크 존스가 동생인 앨빈 존스와 함께 한 The Great Jazz Trio의 <Collaboration>을 들어보면 디지털 색채가 강한 앞선 두 녹음과는 또 다른 고해상도적인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일본의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산하 레이블인 에이티에이츠에서 발매된 이 음반은 시작부터 끝까지 DSD로 녹음된 음반으로 최종 마스터링까지 DSD로 이루어진 음반이다. 도쿄의 소니 뮤직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전형적인 스튜디오 녹음이지만, 악기들의 잔향과 무대 공간이 느껴지는 기분좋은 스테이징이 적절히 살아있으며 아주 높은 선명도와 자연스러운 악기들의 아날로그적인 음색이 살아있다.


DAC2.7은 피아노의 음색은 행크 존스의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연주를 디지털적인 냄새없이 부드럽게 들려주고, 앨빈 존스의 브러시 워크가 많은 드럼 연주의 디테일도 덩어리지거나 뭉게진 톤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잘 살려 들려주고 드럼과 베이스의 저역 에너지도 빠르고 정확하게 부밍없는 사운드로 깨끗한 저음 재생을 들려준다. 탄력적인 저음의 리듬감과 피아노의 목질감이 잘아있는 아날로그적 색채로 녹음이 지닌 장점을 있는 그대로 선사하여 음악적 즐거움과 하이파이적 쾌감도 함께 느끼도록 해준다.




정리


벨 칸토의 e.ONE 시리즈의 프리앰프이자 소스 기기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DAC2.7은 시리즈의 모토에 어울리는 높은 가격 대비 성능을 자랑한다. 음악적 성능은 분명 벨 칸토가 생각했던 그리고 원했던 수준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그렇긴 해도 아쉬운 점은 몇 가지가 있다. 같은 가격대의 제품들이 지닌 높은 기능성이 DAC2.7에는 빠져있다. DSD 재생이나 네트워크 재생, 블루투스 연결 같은 활용도 높은 요즘 음악 감상에 어울리는 소스 기기로서의 기능들은 빠져 있다. 또한 발매 시기가 약간 빨랐던 덕분에 MQA 같은 디코딩 기능도 없다. 대신 그러한 기능성을 생각한다면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제품인 e.ONE Stream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다.


여기까지가 이 제품이 갖고 있는 단점의 전부이다. 이런 부분들만 제외한다면 DAC2.7은 소스 기기이자 프리앰프로서 높은 가성비의 하이파이 사운드를 선사한다. 블랙 시리즈와 같은 DAC 칩과 같은 개념의 회로 구성 그리고 블랙 시리즈에 준하는 클럭 시스템 등으로 알차게 무장하여 고급스러운 컨버터 성능과 프리앰프 기능을 선사한다. 무엇보다도 밝지 않으면서도 높은 해상도의 정보량이 많은 디지털 사운드를 들려주는 하이파이적 쾌감과 자연스러운 아날로그적 사운드를 겸비하였으며, 제짝인 REF600M과 함께 하면 아주 중립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음을 선사한다. 모두 감상한 뒤, 가격표를 보면 절대 만족을 안겨주는 높은 경제성마저 느끼게 한다.


마지막으로 DAC2.7에 대한 한가지 팁이라면 DAC 임에도 약간의 초기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두길 바란다. 적어도 30분에서 한시간 정도는 지나야 본격적인 제 성능이 발휘가 된다.



제품사양


Digital Input : AES XLR, SPDIF BNC/RCA, TOSLINK, USB (192kHz/24bit)

Master Clock : jitter70 femtoseconds RMS, 100Hz-1MHz

Analog Output : XLR (4.4Vrms), RCA(2.2Vrms)

THD+N : <0.0015%, 4Vrms balanced out, 1KHz

Dynamic Range : 124dB A-weighted 20Hz-20KHz

Headphone Output : 300mA peak at 4Vrms

Dimensions(WHD) : 216 mm x 88 mm x 318 mm

Weight : 6.5kg

제조사 : 벨칸토 디자인 http://www.belcantodesign.com

수입원 : (주)소리샵 (www.sorishop.com, 02-3446-7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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