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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파이 매거진 Aug 07. 2019

마르텐 콜트레인 3, 북유럽하이엔드스피커의 정점에 서다



마르텐(Marten)은 대단한 영감을 자랑하는 스웨덴의 작은 스피커 제조 업체로서 창립부터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포부가 실린 스피커들을 내놓아왔다. 스피커를 설계하는 이 회사는 레이프 마르텐 올로프손(Leif Marten Olofsson)에 의해 설립되었고, 그의 형인 요르겐 마르텐 올로프손(Jörgen Olofsson)은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CEO를 맡고 있다. 마치 체스키 레코드와 HD Tracks를 운영하는 데이빗 체스키와 노먼 체스키 형제의 창의적 협업 관계와 흡사하다.


마르텐 슈프림 2


마르텐의 야심찬 포부를 자랑하는 기념비적인 모델, 콜트레인 수프림 2(Contrane Supreme 2)는 높이 2미터, 개당 무게 240kg, 가격 6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스피커로, 자신들도 대형 스피커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하지만 설계하고 만드는 것과 이것을 판매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하지만 발매 후 1년 뒤, 오디오쇼에서 이들 형제를 만났을 때, 이미 4세트의 수프림 2가 판매되었다고 했다. 이들은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그들의 성공 사례는 훨씬 더 놀랍게 느껴졌는데, 그 이유는 지난 해 스웨덴 스톡홀름 방문 당시 예테보리에 있는 마르텐의 쇼룸, 사무실 그리고 리스닝 룸을 직접 눈으로 보았을 뿐만 아니라 거기서 몇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평범한 규모의 조립 및 포장을 담당하는 공장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수프림 2를 작업하기에는 너무 작다고 느꼈던 곳이었는데 그 뒤로 조립 공장까지도 예테보리로 이전했다고 한다.


마르텐의 밍거스, 헤리티지, 장고 라인업



방문 당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당한 공을 들여 만든 2개의 리스닝 룸이었다. 음향적으로 치밀함 준비가 된, 완전 격리 구조로 설계된 전문 리스닝 룸인 그곳은 레이프가 마르텐의 스피커들을 설계하는 곳이다. 둘 중 훨씬 더 큰 룸은 대중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데모하는 자리이자 콘서트가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콜트레인, 마일즈, 장고, 겟츠, 듀크, 밍거스, 몽크 등의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마르텐 형제는 재즈의 광 팬이다. 그래서 마르텐 레코드라는 자체 레이블의 음반사도 운영하고 있다.


대다수의 작은(그리고 일부 대형) 스피커 제조사들이 그렇듯이, 마르텐도 스피커 드라이버와 캐비닛의 제조는 외부 업체들에게 자신들의 스펙에 맞춰 생산하도록 아웃소싱하여 제품을 만들고 있다. 세계적인 스피커 드라이버 제조 업체들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여럿 있지만, 마르텐은 독일의 스피커 드라이버 업체, 틸 앤 파트너(Thiel & Partner GmbH)로부터 스피커 유닛을 공급받고 있다. 틸 앤 파트너는 회사 이름보다는 수 많은 스피커 업체들이 사용 중인, 높은 경도와 낮은 질량의 진동판 소재 세라믹 유닛의 대명사, 어큐톤(Accuton)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업체이다. 지금까지 대화를 나눠 본 다수의 스피커 설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레이프 올로프손도 그가 만든 스피커에 사용된 드라이버들이 범용으로 판매되는 유닛들이 아니며, 틸 앤 파트너와 밀접한 공동 개발 작업을 통해 만든 마르텐 전용 스피커 유닛들임을 강조했다.


마르텐 콜트레인 3



겉 그리고 속


최초의 콜트레인 스피커를 리뷰한 것은 지난 2005년의 일이다. 당시 마르텐은 생긴지 6년째에 접어든 업체로 회사 이름도 머텐 디자인(MÜrten Design)으로 부를 때였다. 오리지널 콜트레인의 당시 가격은 $50,000였으며, 마르텐의 최고급 플래그십 모델이었다. 이후 두 차례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는데 새로 등장한 최신작 콜트레인 3는 오리지널과 매우 흡사한 외모를 지녔으며 여전히 22Hz에 튜닝한 직경 4인치 구경의 다운파이어링 위상 반전 포트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모두 바뀌었다. 캐비닛의 크기는 훨씬 더 커졌고, 드라이버들도 모두 바뀌었으며 가격도 바뀌어 이제는 2배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되새겨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콜트레인의 고난도 캐비닛 구조이다. 캐비닛에 사용되는 25mm 두께의 판재는 2개의 카본 파이버 레이어와 1인치 두께의 케블라 허니콤을 샌드위치 구조로 압착시켜 만든 소재이다. 이 캐비닛 소재는 300도의 진공 상태에서 구워내는 방식으로 제작되는데 일체형 모노코크 구조체로 몰딩 가공되어 완성된다. 덕분에 가벼우면서도 초강력 고강도의 경도를 자랑하는, 평행면과 각이 없는 곡면형 인클로저로 만들어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비닛은 다시 “특별 테스트”를 거쳐 만들어진 비튜멘 아스팔트로 댐핑 처리가 더해지고, 마지막으로 캐비닛 속은 깨끗이 세탁 및 가공 처리 되어 제작된 순수한 양의 울이 채워진다. 외부 마감은 7차례에 걸친 폴리싱 작업을 거쳐 피아노 글래스 마감으로 완성된다.



콜트레인 3의 새로운 캐비닛은 높이 1.2m, 폭 40cm, 안길이 64cm로 오리지널 모델보다 높이, 폭, 안길이 모두 10cm 씩 더 커졌다. 10cm 라는 숫자가 별로 크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고 얼핏 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차이가 상당히 크다. 이 스피커는 상당히 큰 스피커인데 오리지널 콜트레인의 무게는 47kg 정도였지만 콜트레인 3는 2배가 되는 95kg 이나 된다. 하지만 콜트레인 3는 가격도 2배로 올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르텐이 무게로 스피커 가격을 매겨서 파는 업체는 아니다.


전면 배플의 두께는 이제 68mm로 두꺼워졌다. 30mm 두께의 “특별히 엄선한” 매우 높은 댐핑 특성을 갖는 블랙 “파이버보드”를 양 끝에 놓고 그 사이에 6mm 두께의 알루미늄 플레이트를 샌드위치시키는데, 두 접합면에는 진동 및 소음을 죽여주는 1mm 두께의 접합 본드 소재의 접합층이 추가된다. 마르텐에 따르면, 이 샌드위치 구조는 스피커 드라이버에서 발생된 진동이나 각종 울림 등이 스피커 캐비닛에 전달되기 전에 모두 없애준다고 한다.


콜트레인 3의 드라이버들은 모두 새 유닛들로 엄청난 기술적 진화를 이루었고 2배로 오른 가격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트위터부터 우퍼까지 모두 어큐톤의 셀 컨셉(Cell Concept) 기술을 사용한 유닛들로 훌륭한 피스톤 운동 특성, 고차 하모닉스 성분의 스테디한 소멸 그리고 미드레인지와 트위터 간의 이상적인 음향 중심축 성립이 새 유닛의 진화 포인트이다.



스피커 1개마다 장착되는 2개의 10인치 우퍼는 새로운 스파이더 형태로 인해 ±16mm 진폭의 활동량을 자랑하는데, 그러면서도 초저 디스토션과 내부 에너지 축적이 없다. 우퍼의 독특한 외부 모양은 울트라급 견고함을 자랑하는 알루미늄 허니콤 샌드위치 소재로 인한 것이다. 이 특별한 우퍼의 소재는 상당량의 허니콤 구조 설계로 인해 다운파이어링의 포트에 꿀벌들이 날아오는 것을 기대해도 될 정도이다.


퓨어 세라믹의 7인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는 언더헝 네오디뮴 마그넷 모터로 설계되었는데, 모터(자석)의 직경이 돔 자체와 거의 같은 크기를 자랑한다. 이는 유닛 자체의 에너지 축적과 반사를 제거한다고 한다. 마르텐은 저손실 고무 서라운드와 얇은 패브릭 소재의 스파이더가 움직이는 부품의 정중앙에 위치하도록 하여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유닛들 중 높은 리니어리티와 가장 적은 디스토션을 제공하는 미드레인지 유닛이라고 한다. 디스토션이 2.83V 에서 0.05%, 110dB 출력에서 최대 0.4% 밖에 되지 않는다.


새 1인치 트위터는 초강력 경도에 좋은 댐핑 성능의 퓨어 다이아몬드 돔으로 공진이 발생되는 브레이크업 모드가 가청 대역 밖에서 발생된다고 한다. 트위터 또한 언더헝 모터에 더들 네오디뮴 마그넷과 구멍이 있는 알루미늄 보이스 코일 포머로 만들어져 있다. 마르텐은 이런 설계 덕분에 큰 진폭의 움직임이 가능하고 출력 저하 현상은 낮으며 디스토션은 초저 미세 수준에 불과하여 2.83V에서 0.04%, 최대 110dB 출력에서도 0.4%에 불과하다.



마르텐 크로스오버 기술영상


수프림 2에 처음 사용된, 콜트레인 3의 1차 크로스오버(220Hz와 3.8kHz)는 금속 소재를 더한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들(둘다 오일 속에 알루미늄과 실버/골드 메탈을 넣은)과 동-포일 코일들을 사용하여 완성되었다. 또한 어큐톤과의 공동 협업을 통해 완성된, 마르텐이 “미니멀리스트”라 주장하는 크로스오버인데 여전히 부품은 70개가 넘는다. 마르텐은 이 크로스오버는 “100% 시간과 위상이 일치”한다고 자랑한다.


콜트레인 3의 내부 배선재는 요르마 디자인(Jorma Design)의 순수한 동소재 케이블이다. 스피커 터미널은 WBT Nextgen 단자로 바이와이어링, 바이앰핑이 가능하며 싱글 와이어링에 대응하도록 마르텐에서는 점퍼를 함께 제공한다.



셋업


오리지널 콜트레인처럼, 콜트레인 3 또한 광택 마감 처리된 스테인리스 철제로 제작된 크로스 로드 위에 올려진 상태로 설치가 된다. 크로스 로드에는 블랙 다이아몬드 레이싱 콘과 받침용 퍽이 받침 기구물로 제공되어 바닥면으로부터 스피커가 띄워져 포트가 충분히 공간 위에서 숨 쉴 수 있는 여유가 있다(콘과 받침 퍽은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스피커의 저역 성능에 미묘한 튜닝을 할 수 있다).


마르텐의 올라프손 형제는 콜트레인 3 설치를 위해 스웨덴에서 직접 내 리스닝 룸을 찾아주었다. 워낙 고가의 스피커이다보니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오리지널 콜트레인의 리뷰 당시 내 리스닝 룸에서 스피커 자리 잡기는 대단히 까다로운 작업이었는데, 콜트레인 3는 훨씬 셋팅이 쉬웠다. 이렇게 개선된 이유의 상당 부분은 새 스피커의 훨씬 훌륭해진 저역 성능에 있었다. 하지만 오리지널 모델처럼, 새 콜트레인도 내 방에서 대부분의 스피커들이 최적의 소리를 들려주는 그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여기에서 토우-인을 주어 리스닝 위치에서는 스피커의 전면만 보이도록 설치를 완료했다. 이전까지 사용했던 윌슨 오디오의 알렉산드리아 XLF 보다 크기가 작아져서 마르텐 스피커는 옆 벽과 뒷 벽에 훨씬 넓은 공간적 여유를 갖게 되어 방 안에서 스피커가 숨 쉴 수 있는 여유가 늘어났다.



블랙 다이아몬드 레이싱 콘이 리스닝 룸의 카펫 위에서 완전히 밀착되지 않아서 레이프 올라프손은 별도의 날카로운 스파이크를 보내줄테니, 스피커가 콘크리트 바닥에 완전히 고정될 수 있도록 바꾸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박스에서 갓 꺼낸 스피커의 저역 퍼포먼스와 음상의 안정감이 충분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스파이크 유무에 대한 불만은 하나도 없었다. 과거 콜트레인에서 그랬듯이, 케이블도 마르텐에서 별도로 제공한 요르마 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와이어월드의 플래티넘 7과 타라랩의 오메가 에볼루션도 함께 테스트했다. 요르마가 오리지널 콜트레인에서 최고의 상성을 보여준 것과 달리 콜트레인 3는 와이어월드와 타라랩의 케이블들과도 괜찮은 상성을 내주었는데 이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나중에 스웨덴에서 보내 온 스파이크가 도착하여 함께 테스트에 비교 사용해보았는데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간에 저음은 오리지널 블랙 다이아몬드 레이싱 콘을 사용할 때가 더 좋았다.




1억원의 가격표 만큼 좋은가?


말 그대로를 믿는 편이 좋을 것이다. 레이프 올라프손은 오리지널 콜트레인 리뷰에서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던 저음을 개선했고, 항상 일정하지 않아서 때때로 저역의 음표 대신 그냥 저음만이 재생되던 불균일한 음조를 일정하고 균일하게 재생되도록 개선했다.


같은 리뷰 공간에 오리지널 캐비닛 설계에서 한층 향상된 캐비닛으로 등장한 콜트레인 3는 이 리스닝 룸에서 지금까지 들어 본 저음 중 최고의 저음을 들려주었다. 마르텐의 공식 스펙은 20Hz-60kHz(±2dB)의 주파수 응답 특성을 갖는데, 실제로 들어본 뒤 이를 반박할 만한 점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비록 내 룸은 최저역 재생이 되지 않는 어려운 공간으로 악명 높긴 하지만, 콜트레인 3는 이 곳에서 들어본 저음 중 가장 깊은 저음을 들려주었다. 예외가 있다면 밴더스틴의 Model 7이 있지만, 이 스피커는 액티브 서브우퍼가 내장된 스피커였다.


대진폭의 운동 능력을 자랑하는 콜트레인 3의 새 스피커 드라이버들은 스피드, 펀치 그리고 다이내믹의 파괴력을 들려주면서도, 밀도감 넘치는 표현력이 가득한 풍부한 음조가 더해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붕붕거리는, 흔히 홈시어터 저음이라 부르는 저음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음표들은 폭발하고, 사그라들고 마지막으로 소멸되는 과정에서 끝에 꼬리를 남기는 흐릿한 음의 번짐이 없었다. 이는 콜트레인 3의 4개 포지션으로 조정 가능한 저음 감도 스위치(클릭당 1dB씩 줄일 수 있는)를 "Maximum" 상태로 놓고 테스트한 결과이다.


저음의 트랜지언트들이 깨끗하게 재생되었는데, 이는 제대로 정의된 저음의 텍스처와 하모닉 구조들 덕분이다. 이런 재생 특성은 실제 베이스의 음표들이 정확히 재생되도록 만들어준다. 결과적으로 음표들이 연주되는 악기들을 항상 믿을 만한 악기로 일정하게 그려낸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는 가장 낮은 밑바닥의 옥타브까지도 변함이 없는데, 그 어떤 악기, 그 어떤 음량으로 재생해도 항상 제대로 된 저음의 음표들을 재생해냈다. 방이 보통 크기의 방(폭 4.5m, 길이 6.7m 그리고 높이 2.4m)이였지만, 콜트레인 3를 대단히 큰 음량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는데도 일체의 압박감이나 소리가 억압되는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전반적인 음색이나 텍스처를 표현해내는 수준이 놀라우리 만큼 변함없이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최근에 환호성을 지를 만큼 인상적인 레코드였던 데이빗 머레이의 <Spirituals>는 1988년에 뉴욕에 있는 필 라몬의 A&R 스튜디오에서 거장 엔지니어 짐 앤더슨에 의해 녹음된 음반이다. ‘Amazing Grace'에서 머레이는 테너 섹소폰의 음역 전체를 매우 높은 곳에서부터 아주 깊은 바닥까지 휘졌고 다니며, 베이시스트 프레드 홉킨스는 깊은 음표들을 뜯어내고 드러머인 랄프 피터슨 주니어는 탐을 폭발시킨다. 피아니스트 데이브 버렐은 녹음 전반에 파묻혀있는데 가스펠 코드들을 크게 연주하여 온갖 연주들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정리해준다. 이 트랙은 정말로 영적인 느낌으로 가득한 연주로 마치 Saturday Night Live의 마지막 엔딩 연주 같은 사운드로 들린다. 이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며 폭력성마저 느껴지는 레코딩은 콜트레인 3가 지닌 최고의 특징들의 모든 것들, 스피드, 응답 능력 그리고 정확한 음조 그리고 인상적인 생동감과 초저역의 명료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같은 음반 중 ‘Blues for My Sisters(For Barbara and Michelle)’의 도입부 베이스 라인 꼭 들어봐야 한다. 여기서 콜트레인 3는 단단하고 근육질적이며 깨끗하게 쭉 뻗어나오는 낮은 옥타브의 음을 정말 제대로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 중독성이 있는 녹음을 마르텐으로 들으면 오장육부를 뒤흔드는 압력으로 저음의 웨이브를 들려주는데 내 방에서 이런 저음이 나오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모던 재즈 콰르텟의 <European Concert>는 1960년에 발매된 이래로 지금까지 자주 듣는 녹음이다. 퍼시 히스의 베이스 라인이 살아있는 듀크 엘링턴의 곡 ‘It Don't Mean a Thing'은 항상 애청하는 곡이지만 50년 전에 당시 부모님이 쓰던 오디오로는 재생이 어려웠던 곡이기도 하다. 아는 지인으로부터 어쿠스틱 리서치의 AR-2ax 스피커를 구했을 때, 히스의 연주는 드디어 무게감이라는 것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 뒤로, 내 침실의 짧은 벽면 쪽에 책장 안으로 스피커를 옮겨야겠다는 아이디어를 갖게 되었다. 물론 저음은 압도적으로 강해졌고 그 재미가 상당했다. 당시 이 곡을 틀었을 때, 아버지가 나를 불렀는데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방으로 와서 내 머리 너머에 있던 레코드를 부셔버렸다. 이 사건은 아버지와 부서질 듯한 관계를 완전히 부셔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다행히 애틀랜틱은 2개의 디스크로 분리하여 발매했기 때문에 다시 세트를 만들 수 있었다.


콜트레인 3가 그려내는 이 음반의 재생음은 몇가지 부분에서는 내가 들어본 음 중 최고의 재생음이었다. 이런 최고의 음이라 부를 수 있게 된 가장 요인 중 일부는 스웨덴 아날로그 테크놀로지의 톤암이 내주는 저음 퍼포먼스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르텐 스피커의 음의 어택, 유지 그리고 소멸이 이례적인 성능의 재생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이 콘서트는 중간 내지는 대형 홀에서 공간 특유의 잔향 특성이 실린 상태로 녹음된 음반이다. 방의 잔향은 베이스 라인을 삼켜버릴 수 있고 따뜻한 음색으로 만들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저음의 시작과 끝이 모호하게 흐릿해지고 리드믹한 드라이브를 답답하게 퇴색시키게 된다. 콜트레인 3는 이 방에서 지금까지 들어본 그 어떤 스피커보다도 그런 저역의 정보들을 풀어냄에 있어서 훨씬 뛰어났다.



제대로 된 고역


한 때, CNET.com의 오디오 관련 리뷰어인 스티브 구텐버그가 페이스북을 통해 ‘당신이 좋아하는 트위터는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한 적이 있었는데, 내 대답은 ’우퍼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최고의 트위터입니다’ 였다. 물론 그냥 말 장난식으로 내맽은 말이 아니었다. 스피커 시장에는 스피디하며 투명한 성향의 트위터들을 사용한 스피커들이 넘쳐난다. 불행히도 이런 트위터들과 짝을 이루는 우퍼들은 종종 트위터의 성능을 따라가지 못한다. 일반적인 결과물들은 의심의 여지없는 스펙타클한 고역의 응답을 들려주지만 나머지 오디오 대역들은 고역과 동떨어져 따로 노는 소리를 내버린다. 때로는 스피커 설계 엔지니어들이 이런 문제를 숨기려고 스피커의 저역 응답 특성에 제한을 두어 밸런스를 잡아보려고 한다.


오리지널 콜트레인 리뷰 당시, “다이아몬드 트위터의 압도적인 개성을 줄이고 갇혀있는 베이스를 살리기 위해, 일반 배치 때보다도 스피커의 토우-인 각도를 줄여야 했다. 트위터의 재생 축이 리스닝 위치보다 뒤에서 초점이 잡히도록 해주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사운드스테이지 공간이 좀 더 개방되고 스무드하고 달콤하면서도 여전히 넓게 개방된 고역의 재생 및 임장감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라고 했었다. 실측한 스피커의 응답 특성 커브는 중역이 다소 억압된 것을 보여주었고 중고역이 살짝 오목하게 패어있었다. 전반적으로 오리지널 콜트레인은 약간 밝고 고역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어 있으며 약간 얇은 저음역을 들려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토우-인은 중요했고 최종적으로는 요르마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트위터의 공격적인 고역 끝을 어느 정도 감쇄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콜트레인 3의 트위터는 훨씬 토우-인에 덜 민감한 것으로 입증되었는데, 이번에는 훨씬 더 개방적인 소리를 내주는 와이어월드와 타라랩의 케이블이 예전의 요르마에 비해 전반적으로 더 나은 밸런스를 들려주었다. 신형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레이저빔 같은 성향이 오리지널 보다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빠르고, 에어리하며 높은 해상력은 그대로이다. 오리지널 모델의 트위터에 대해서는 그 특성을 ‘위압적’이라고 평을 했었다. 신형의 트위터는 훨씬 스무드해졌지만 밝은 성향으로 녹음된 음반을 들을 때는 고역의 거친 톤이 그대로 재생될 여지는 아직도 조금 남아있다.


하지만 오리지널 콜트레인의 우퍼와 달리, 마르텐의 새 우퍼들은 콜트레인 3의 트위터에 발을 맞춰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완전한 능력을 갖고 있다.



중역의 세련미


오리지널 콜트레인의 중역은 약간 억눌린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일부 오디오파일들이 원하는 크림같이 달콤한 중역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콜트레인 3의 중역도 여전히 달달한 크림같은 느낌은 강하지 않지만 중음역대 주파수들은 훨씬 튼실하고 진하게 채워져 있어서 전반적으로 훨씬 스무드해지고 보다 풍부해진 음색 밸런스를 들려준다.


예전 리뷰에서 오리지널 콜트레인 사운드에 대해 “인접한 공간들을 모두 도려내어 음상들이 3차원 공간 상에 입체적으로 자유롭게 떠있다. 콜트레인의 음악적 그립감은 단단하고 중역에서부터 잘 제어되어 있으면서도 밝거나 귀를 시리게 하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임장감은 녹음과 재생 과정에서 수반되는 모든 단점들을 다 끄집어 보여준다”고 썼다.



콜트레인 3는 여기서 훨씬 더 나아가 카멜레온처럼 변한다. 과거와 같은 길에서 훨씬 멀리 달아나서 레코딩이 레코딩 그 자체로 들리도록 해준다. 스피커의 중역이 약간 억압된 것으로 들었을 때는 케이디 랭의 <Ingenue> 같은 것을 들어보았는데 그러자 더 이상 중역의 표현력이나 해상력에 대해 뭔가 지적할 필요가 없어졌다.


일련의 현악기군 연주나 솔로 바이올린 또는 솔로 첼로 연주에 대한 스피커의 중립적인 재생은 개인적인 리스닝 취향에 딱 들어맞는다. 조금 더 따뜻하고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중역을 원했다면 소스 기기 쪽에 그런 소리의 제품을 연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하지난 내 시스템에서 반도체 앰프인 다질의 NHB-458 모노 블록으로 구동한 콜트레인 3는 모든 재생에서 만족감과 충분히 설득될 만한 음을 남겨주었다. 하지만 쿼드의 정전형 스피커 같은 사운드에 중독된 분이라면 마르텐에서 재생된 음에, 아니 보이스 코일로 동작하는 그 어떤 스피커의 음에도 마음이 움직일 일이 없을 것이다.





단 한가지의 목적으로


오리지널 콜트레인의 리뷰를 되돌아 보면, 레이프 올로프손의 설계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그 뒤 바뀐 것은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바뀌었고, 이것을 통해 훨씬 더 추구했던 목표에 더 가까이 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콜트레인을 “빠르고 타이트하며 트랜지언트 에너지와 디테일이 수반된 예리함을 지닌 스피커라서 하모닉 오버톤을 살려내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스피커이다. 리듬과 페이스는 콜트레인의 장기인데, 이 스피커의 설계자가 지닌 다채로운 음악적 취향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라고 정리했다. 이러한 표현은 콜트레인 3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데, 그 면면들이 모두 오리지널보다 3가 훨씬 뛰어나다. 초기 모델처럼 콜트레인 3 또한 전체 사운드가 술술 풀려나오며 힘들이는 법이 없고, 대음량이나 미세음량의 성능이 추구하는 방향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특히 미세한 디테일의 해상력과 베이스 다이내믹스에서도 그렇다. 다만, 새 우퍼들은 모든 부분에 있어서 그 정도가 훨씬 더 뛰어나게 바뀌었다.


콜트레인 3는 홀로그래픽적이며 핀포인트적인 음상을 재현해주는데 음상은 전면 배플 앞과 뒤에 형성되고 그것도 아주 적절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오리지널 콜트레인에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소리의 영상의 크기는 여러분을 연주 현장으로 옮겨다 주기 보다는 연주 현장을 여러분의 앞으로 더 가까이 가져다 주는 편이다. 그런 경험을 했던 것은 내 리스닝 룸에서 윌슨 오디오의 대형 스피커를 듣기 전인 몇 년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대형 스피커를 듣게 되면서부터는 그 차이가 훨씬 더 명확해졌다. 비슷한 크기의 밴더스틴 Model 7 처럼, 마르텐의 사운드스테이지의 전반적인 폭과 높이는 윌슨 알렉산드리아 XLF이 보여주는 음상의 폭과 높이에 비교되지 않는다.


하지만, 윌슨 알렉산드리아 XLF의 드라이버 출력과 좀 더 작은 축에 속하는 밴더스틴 Model 7의 출력은 물리적으로 시간축 일치가 되도록 개별 모듈 인클로저를 단계별로 쌓아 올린 구성이다. 내 생각에는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처럼 배플면이 따로 없고 분리된 인클로저 모듈로 나뉜 구조의 스피커들의 보여주는 악기들의 레이어링 같은 것들을 하나의 평면형 전면 배플을 지닌 스피커들이 따라잡기는 어렵다고 본다. 배플을 경사지게 만들고 크로스오버의 고난도 정확함을 기울인다 해도 말이다. 이에 대한 그 모든 노력들이 더해져도 그런 대형의 모듈 타입의 스피커들이지닌 공간적인 재현 능력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그 대신에 콜트레인 3는 훨씬 큰 윌슨이 하지 못하는 것들을 확실히 더 잘하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훨씬 더 날렵한 스포츠카 같은 성능이며 다른 하나는 훨씬 더 로드스터 같은 점이다. 나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긴다.




결론


스피커의 성능 측정의 결과는 오직 숫자 뿐이다. 스피커를 듣는 즐거움은 숫자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어떤 스피커의 측정 수치가 얼마나 좋은지는 무관하게 그 스피커를 통해 듣는 음악에 아무런 즐거움이 없다면 그 좋은 숫자들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확신하건데 콜트레인 3는 측정 결과도 좋을 것이며 오리지널 콜트레인과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수치가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보다 중요한 점은 이 스피커는 듣는 즐거움을 100% 충족시켜주며 언제나 음악적 만족감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이 스피커가 재생한 모든 장르의 음악들은 음색/음조, 텍스처 그리고 다이내믹스에서 모두 완벽하게 설득된다. 풀 레인지의 체험을 선사하며 1억원이라는 가격표에 걸맞은 모든 미세한 디테일들까지 세련되게 풀어낸다.


하지만 콜트레인 3의 감도가 88dB/m/2.83V 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제대로 울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파워가 필요하다. 윌슨 알렉산드리아 XLF는 높은 감도로 인해 높지 않은 출력으로도 방 안을 큰 소리로 채울 수 있지만, 내 시스템에서 마르텐을 듣는 동안, 다질 NHB-458 앰프의 피크 파워 미터는 거의 일정하게 100W 부근을 유지했다.


진화된 기술과 10년이라는 세월의 경험치가 더해진, 레이프 올라프손은 아마도 그의 설계를 최대한 갈 수 있는 그 목표점으로 점점 더 도달해가고 있다. 여러분이 그의 목표점으로 함께 가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여러분의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이전의 모든 문제점들은 해결되었고, 한층 커진 새로운 콜트레인은 거의 오리지널의 2배에 달하는 가격과 2배에 걸맞은 무게와 내용물을 자랑하게 되었다. 즉, 콜트레인 3는 2배 이상 좋아졌다는 말이다.



제품사양  


Drivers : 2 x 10 ” Aluminium sandwich / 1 x 7 ” Ceramic / 1 x 1 ” Diamond

Frequency range : 20-60000 Hz +-2dB

Power rating : 350 W

Sensitivity : 88 dB / 1 m / 2.83V

Impedance : 6 ohm (3.7 Ohm min)

Type : 3-way bass reflex

Crossover frequency : First order: 320 & 3800 Hz

Terminals : WBT bi-wiring

Internal wiring : Jorma Design (optional Statement)

Cabinet : 25 mm:s carbon fibre laminate cabinet,

Stands : 68 mm laminated wood / Aluminium front brushed stainless steel with Black Diamond Racing pucks and cones

Dimensions :  W x H x D39.5 x 122 x 64 cm

Net weight : 87 Kg

수입원 : 큐브코퍼레이션 02-6925-7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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