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락 CTO 롤프 얀케 인터뷰
스피커에서 오디오로, 하이파이에서 하이엔드로 ELAC의 화려한 변신
최근 몇 년 동안 독일의 스피커 제조 업체인 엘락(Elac)은 매우 큰 보폭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울트라 하이엔드 스피커로 콘센트라를 내놓은 바 있으며, 스피커가 아닌 일렉트로닉스 부문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까지 토털 오디오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 또한 스피커 부문에서는 콘센트로의 등장 이후 하이엔드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스피커들의 진화를 진행 중에 있으며, 유럽과 달리 미국 시장에 걸맞은 새로운 컨셉의 아메리칸 스타일 스피커들도 새로운 모델로 차별화를 꿰하고 있다.
많은 변화와 변신 중에 있는 엘락에 대하여 엔지니어링의 최고 책임자인 롤프 얀케(Rolf Janke)를 만나 현재 그들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롤프 얀케는 20년 넘게 엘락의 스피커 설계를 책임지고 있으며 콘센트로를 비롯한 엘락의 핵심적인 제품과 기술을 직접 만든 장본인이다.
새 시리즈의 이름, VELA는 무슨 뜻인가?
이탈리아 말로 항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스피커가 만들어지는 엘락의 본사도 독일 북부의 항구 도시이다. 항해라는 의미에는 여러 뜻이 담겨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범선이나 배들에는 특별한 커브 형태의 디자인이 담겨있다. 이러한 커브 디자인이 새로운 스피커의 디자인 컨셉이기도 하다.
기존에 있던 400 시리즈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리즈로 등장한 것이 벨라이다. 벨라의 개발 목표나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
전작이 되는 400 시리즈가 발매된 지 꽤 오래된 편이었다. 2011년경에 발매되었으니 무려 8년이나 지난 셈이다. 따라서, 너무 오래된 시리즈를 새롭게 개편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400 시리즈에 문제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400 시리즈에 대하여 특별히 음질적 불만이 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새로운 상품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새 시리즈로 업그레이드가 된 것으로 보면 된다.
그렇다면 400 시리즈에서 어떤 점들이 개선된 것인가?
가장 큰 변화는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음의 방사 특성, 음의 분산 정도와 방향성이 개선되었다. 전작에 비해 훨씬 넓은 폭으로 전면에 넓게 음을 펼쳐준다. 이전보다 훨씬 넓고 입체적인 사운드스테이지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엘락의 플래그십인 콘센트로 스피커 개발에 얻은 기술을 차용한 것이다. 콘센트로에는 스피커 뒷면에 음장 형성 조절 노브가 장착되어 있다. 스피커와 시청 위치의 거리에 따라, 이 노브를 조절하여 중고역 드라이버의 재생 위치가 달라지게 된다. 드라이버의 위치 조정을 통해 전체 공간에 형성되는 음장의 크기와 규모가 달라진다. 이런 기능을 통해 음장 형성의 폭과 깊이를 훨씬 더 깊고 입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데, 여기서 얻은 노하우를 벨라에 적용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콘센트로의 전체 디자인 보면 직선이 없는 곡선 디자인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면과 면이 만나는 모서리 그리고 면을 타고 흐르는 음파의 특성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직각의 모서리에서 생기는 음의 회절에 의한 2차 발생음은 유닛에서 발생된 직접 음에 의한 음의 분산 특성과 음장 형성에 잡음같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이를 억제하기 위해 스피커 디자인 전체가 곡면화된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새 시리즈인 벨라에도 적용하였다. 벨라 시리즈의 스피커들을 보면 시리즈 전체가 직선과 90도의 모서리가 없는, 곡률을 지닌 모서리로 스피커 디자인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전작인 400 시리즈보다 훨씬 더 넓고 투명하고 입체적인 음장 형성을 가져다 준다. 즉, 3차원적인 사운드스테이지 형성이 훨씬 좋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외형 이외에 드라이버나 크로스오버에는 어떠한 변화가 담겨있나?
기본적으로 드라이버는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같은 버전의 JET5 트위터 그리고 크리스털 형태의 콘을 지닌 알루미늄 페이퍼 콘 드라이버 유닛은 그대로이다. 이미 이 드라이버들은 과거 엘락 스피커들로부터 많은 개선과 진화를 이룬 엘락의 최신 드라이버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100% 동일한 드라이버는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같은 유닛들이지만 미묘한 디테일의 요소들은 모두 바뀌었다. 새 시리즈에 맞춰 전체 구조와 특성에 대해 세부적인 개선과 변형이 가미되었다. 콘 디자인이나 기본 원리는 그대로지만 세부적인 개선으로 성능 향상을 도모했다.
따라서, 벨라 시리즈의 크로스오버 또한 전작과는 다르다. 트위터 대역의 응답 특성이 아주 플랫하고 자연스러운 재생이 되도록 했고, 중역과 저역의 크로스오버 또한 자주 자연스럽게 대역이 합쳐져 하나의 드라이버처럼 동작하도록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크로스오버 필터의 스펙이나 대역 특성을 설명한다면?
사실 필터는 전체의 일부이다. 버터워스, 채비채프, 노치 필터 그리고 -6dB냐 -24dB냐 하는 것을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한 이야기일 뿐이다. 필터는 음을 만들어내는 전체 과정 중 일부일 뿐이다. 신호가 지나가는 중간의 한 단계일 뿐이기에 필터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듣는 이의 자리에서 느끼는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가 하는 것이다. 입력부터 출력까지 여러 단계의 소리 재생 과정을 거쳐서 귀로 듣게 되는데 그 중 한 단계의 특성이 어떻다고 해서 그것으로 전체 소리를 판단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필터가 지닌 전기적 특성보다 크로스오버 회로와 스피커 드라이버 그리고 인클로저가 어우려저 만들어내는 어쿠스틱적인 특성이 어떻게 완성되는가 하는 점이다. 단순히 어떻게 음을 잘라주었는가 보다 드라이버 자체의 특성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드라이버간의 유기적 연결이 있도록 만들어주는 회로적, 물리적 특성이 받쳐줘야 그것이 하나가 된 소리이자 스피커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벨라의 크로스오버와 인클로저 그리고 드라이버는 음향적으로 유기적인 연결이 되는 대역 특성을 갖고 있다.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 스피커에 사용된 드라이버들이 음향적 특성으로 유닛 자체가 필터의 역할을 한다. 타 제품, 타사 유닛과 달리 엘락 스피커의 드라이버들은 재생 대역 바깥 영역에 특별한 브레이크업 모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우퍼는 중역에, 미드레인지는 고역에 특정 주파수에서 과도한 응답 특성을 내는 부분이 없다는 말이다.
어차피 크로스오버 필터가 재생 대역 이외의 부분은 잘라내기 때문에 재생 대역 이외에서 발생되는 브레이크업 모드는 별로 중요치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재생 음량을 올리게 되면 아무리 크로스오버로 잘라냈다고 해도 재생 대역 바깥에서 발생된 특이 성향 주파수의 음도 함께 올라오게 된다. 우퍼는 중역에 이상 신호를 만들고, 미드레인지는 고역에 이상 신호를 만들게 된다. 이 소리는 매우 듣기가 나쁠 뿐만 아니라 딱히 제거하기가 쉽지도 않다. 그 만큼 재생 대역 이외에서 발생하는 음들은 원천적으로 어찌할 방법이 많지 않다. 해법이라면 결국 애초의 드라이버 자체가 재생 대역 이외에서 별다른 특이 성향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다. 엘락의 드라이버에는 재생 대역 이외에서의 특별한 브레이크업 모드가 없기 때문에 크로스오버도 단순하고, 대역 이외의 재생음이 소리의 밸런스를 해치거나 노이즈를 만들지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이버 자체가 순수한 필터 역할을 같이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벨라 시리즈의 가장 눈의 띄는 변화라면 뒤로 기울인 캐비닛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캐비닛 디자인의 이유와 이로 인한 장점이라면?
이러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총 3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보기 좋은 디자인을 얻기 위한 이유가 있고 두 번째는 스피커 드라이버들 간의 보다 정확한 타임 얼라인먼트(시간축 정렬) 특성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음상의 조금 더 위에 형성된다 점이다. 이는 전작보다 훨씬 넓고 입체적인 스테이징 형성이 듣는 이 앞에 펼쳐지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캐비닛의 또 하나의 눈에 띄는 점이라면 상부의 머리와 바닥의 지지대 부분이 알루미늄으로 설계된 점이다. 이전의 엘락 스피커들과 달리 특별히 알루미늄을 스피커에 도입한 이유가 있는가?
기본적으로 나무 종류의 소재보다 알루미늄이 훨씬 더 단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같은 부피를 같은 소재로 만들 경우, 나무로 만들었을 때보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었을 때가 훨씬 더 컴팩트하게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즉, 같은 규모라도 알루미늄을 사용하면 훨씬 더 큰 스피커의 체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부피가 더 커지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벨라의 캐비닛 또한 알루미늄을 추가하여 특별히 크기나 부피를 늘리지 않고서도 더 큰 스피커에 준하는 성능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디자인적인 성형 및 가공이 쉬워서 하단부의 다운파이어링 포트와의 연결도 유기적인 몸체 구조가 되도록 제작이 가능하며 손쉬운 포트와 바닥면의 연결을 구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알루미늄을 캐비닛에 적용하게 된 것이다.
벨라 시리즈 개발 과정 중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전작인 400 시리즈보다 더 좋은 음을 내는 스피커를 만들어야 하는 점이었다. 이미 400 시리즈의 성능 자체가 뛰어났고 특별히 이 스피커들에 대한 불만이나 문제점이 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점을 개선하고 어떻게 더 좋게 만들어야 하나 하는 점이 가장 큰 숙제였다. 결국 외형 디자인과 드라이버의 일부 개선 등을 거쳐 전작보다 더 향상된 성능의 새 스피커인 벨라를 완성하게 되었다. 다만, 전작보다 좋아진 것은 맞지만 두 스피커가 전혀 다른 스피커처럼 달라진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특성이나 추구하는 방향은 비슷하지만 그 성능의 질적인 차이가 더 좋아진 셈이다.
몇 년 전부터 엘락에서는 JET 트위터 모델들 뿐만 아니라 일반 돔 트위터를 장착한 모델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는 엘락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곧 JET 트위터를 쓰는 스피커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오히려 이런 돔 트위터 모델들은 엘락이 아니라거나 저가형이라는 인식만 만들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돔 트위터 모델들을 만든 이유와 이 스피커들이 갖는 차별점이라면?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이해한다. 엘락이 돔 트위터 모델들이 나오게 된 것은 크게 보면 주거 환경에 따른 음악 재생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돔 트위터 모델들은 주로 북미 지역에 맞춰 설계, 생산되는 제품들이다.
주거 환경의 문화를 보면 미국과 독일은 매우 상반된 주거 문화를 갖고 있다. 이는 건축 방식에서 오는 차이인데, 독일은 주로 돌이나 철골조 기반의 집을 짓고 산다. 반면에 미국은 나무로 된 집이 대부분이며, 거실이나 방들이 매우 크고 넓은 공간을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손쉬운 커스텀 인스톨레이션이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렇다보니 유럽과 달리 북미 지역에서는 전반적으로 공간도 넓고 음의 흡수가 쉽다 보니 중저역에 대한 여유있는 재생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에 걸맞은 출력과 넓은 음의 분산 특성이 갖춰져야 훨씬 쓰기 쉬운 스피커로 인식이 된다. 그래서 좀더 중저역이 더 강조되고 넓게 소리가 분산되는 특성에 맞춘, 그런 밸런스를 갖는 스피커가 더 알맞은 편이다.
반면에 유럽은 콘크리트 등의 소재로 만든 건물이며 방이 작고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소리를 듣는 환경이다. 따라서, 자칫 지나치게 저음이 많아질 수 있고 고역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산만하게 들릴 여지가 있다. 그래서 엘락의 스피커들은 정확하고 스피디한 저음과 JET 트위터의 고역으로 대역 밸런스를 맞춘 스피커가 알맞은 편이다.
이는 보편적인 이야기이며, 정말로 중요한 것은 공간 상에서 음향이 전달되는, 소리 전달 함수가 어떻게 되는가이다. 어떠한 공간이 되든 그 공간에 맞는 좋은 셋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들어 오디오 시장이 점차 액티브 스피커 내지는 멀티미디어 스피커와 같은 제품들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러한 스피커들은 별도의 오디오 시스템이 필요없고, 스피커 자체가 하나의 오디오 시스템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엘락에서도 이런 류의 제품들이 나올 계획은 없는가?
이번 쇼에 출품된 제품들 중에 나비스(Navis) 시리즈가 있다. 아마도 엘락의 제품들 중에는 그런 용도로는 가장 잘맞는 액티브 스피커일 것이다. 음질적으로도 뛰어나고, 사용자 환경에 맞춰 음질을 조정할 수 있는 다양한 출력 및 레벨 보정 기능도 탑재되어 있어서 오디오 시스템으로 쓰기에 좋은 모델이다.
하지만 이 스피커에는 스트리밍 기능이나 미디어 서버/클라이언트 같은 네트워크 기능 그리고 블루투스 같은 기능들은 없다. 음질도 음질이지만 기능적으로도 현대의 음악 소스에 맞는 기능성도 갖추어야 올인원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액티브 스피커는 기대하기 어려운가?
지금 당장 그렇게 모든 것이 통합된 일체형 스피커가 나올 계획은 없다. 모든 것을 스피커 속에 모두 집어 넣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엘락의 방식은 음질 우선주의이며 어떤 스피커를 쓰든지 다양한 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길 원한다. 그래서 엘락에는 뮤직 서버인 디스커버리와 스트리밍 플레이어이자 미디어 허브인 알케미가 있다. 이 기기들과 나비스 내지는 기타 엘락의 스피커들 하나로 사용하면 완벽한 일체형 오디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쉽게 보자. 나비스에 알케미 DDP-2를 연결하면 모든 디지털 소스 및 아날로그 소스를 모두 즐길 수 있다. ROON, Tidal, MQA, DSD, DXD 등등 현존하는 모든 미디어 재생이 완벽히 제공된다. 여기에 아날로그 입력이 있기 때문에 아날로그 턴테이블이나 기타 다른 아날로그 소스 연결까지 제공된다. 이보다 더 다기능적이며 더 음질이 뛰어난 액티브 올인원 시스템은 찾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JET 트위터가 장착된 액티브 스피커를 내놓을 계획은 ?
이미 검토 중에 있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시기나 세부적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 나비스 시리즈가 새로 발매되었고, 우리도 이 시장의 확장성 및 미래의 가능성을 평가중이다. 이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가야할 시장이라면 엘락에서도 곧 제품을 내놓을 것이다. 솔직히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미 다 만들어진 기술들을 활용해서 하나의 제품으로 집어 넣는 것이니 개발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는다. 시장의 반응과 상황을 보고 판단할 생각이다.
인터뷰어 : 성연진 (오디오플라자 편집장)
인터뷰이 : 롤프 얀케 (CTO of ELAC Electroacustic GmbH)
수입원 : 사운드솔루션 www.sscom.com , 02-2168-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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