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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파이 매거진 Oct 23. 2019

로저스 LS3/5A 클래식 15ohm 스피커 리뷰


전설의 부활. BBC 모니터의 전설이 다시 시작된다


BBC가 개발하고 영국의 스피커 제조업체들이 라이센스로 생산, 판매했던 소형 모니터 스피커 LS3/5a가 부활했다. 다시 제작 내지는 재생산이 아니라, 부활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오래된 고전 스피커의 소재와 부품들은 이미 생산이 종료된 지 오래라서 더 이상 스피커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Sitrling 같은 업체들은 기술 라이센스를 받되,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유닛은 자체적인 개발 버전을 투입하고 'LS 3/5 v2' 같은 이름으로 생산, 판매를 해왔다. 하지만 몇 년 전에 이 전설적인 미니 모니터를 다시 만들겠다는 업체의 등장으로 LS3/5a 의 새로운 부활이 시작되었다.


영국의 스피커 부품업체이자 스피커 제조업체인 팰콘 어쿠스틱(Falcon Acoustic)이 LS3/5a의 미드베이스와 트위터 등의 드라이브 유닛에서부터 크로스오버까지 오리지널 사양 그대로 완벽하게 복원해냈다. 그리고 이 부품들을 키트로 발매함과 동시에 완제품으로 함께 생산을 시작했다. 팰콘이 이끌어낸 LS3/5a의 부활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이러한 결과는 LS3/5a의 주인이자 좌장이라 부를 수 있는 로저스(Rogers)에게 매우 큰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세계 최고이자 최대 LS3/5a 생산을 자랑했던 로저스도 이 역사적인 BBC 미니모니터 스피커 부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LS3/5a의 부활, 로저스의 부활


짐 로저스가 설립한 로저스 스피커는 몇가지 자체 개발 모델들도 있지만 세계적인 명성과 성공을 누렸던 것은 BBC 모니터 때문이었다. LS3/5a 와 LS5/8, LS5/9 같은 모니터들의 대표적인 제조사로 업계의 BBC 모니터 레퍼런스의 지위를 누렸다. 채트웰, 굿맨, 하베스, 스펜더 같은 업체들도 로저스의 뒤를 이어 BBC 모니터들을 내놓긴 했지만, 최초의 업체이자 선두주자는 로저스였다.


로저스의 초창기 모습

1947년 설립된 이 영국의 스피커 업체는 BBC 모니터의 라이센스 생산이 시작된 1975년 경, 회사의 임원들이 외부 자본의 힘을 입어 스위스톤(Swisstone)이라는 업체가 모체가 되어 Swisstone의 자회사이자 브랜드로 운영되었다. 이후 BBC 모니터 시리즈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1993년에 점점 쇠퇴해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스위스톤은 홍콩의 워키홍(Wo Kee Hong) 홀딩스에게 매각되었다.


워키홍이 인수한 로저스는 로저스 인터내셔널(Rogers International)이라는 자회사로 워키홍 홀딩스 산하 업체로 유지하되 영국 기반의 회사 운영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홍콩에서 벌이던 각종 리시버 및 홈시어터 사업에 로저스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1998년 이후 생산 거점을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로저스 스피커가 중국제 스피커로 불리우며 예전같지 않은 이름값으로 시장에서 점차 지위를 잃고 잊혀졌다. 2000년대 중반, 국내에도 중국에서 만들던 로저스의 스피커들이 수입되긴 했지만 별 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이후 거의 존재감이 사라졌던 로저스는 몇 년 전 다시 제조 기반을 재정비하고 새롭게 로저스 스피커의 부활을 알렸다. 팰콘 어쿠스틱의 성공에 자극을 받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로저스는 다시 영국에 공장을 설립하고 로저스 스피커의 생산을 준비했다. 단순히 로저스라는 이름과 생산 시설을 만든 것이 아니라, 스피커 설계 및 개발을 위해 90년대 중반까지 영국에서 로저스의 마지막을 책임졌던 엔지니어 앤디 위틀(Andy Whittle)을 불러들였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로저스의 엔지니어로 실제 로저스 스피커의 개발과 생산을 책임졌던 인물로 그 누구보다 LS 시리즈 스피커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인물이다. 로저스가 중국으로 이전된 뒤, 영국의 하이파이 잡지와 온라인에서 LS3/5a에 대한 리뷰나 평가 및 각종 지식을 공유하며 활동을 벌였고, 2000년대 후반부터 영국 오디오노트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로저스는 그를 컨설턴트로 합류시켜, 다시 LS3/5a를 시작으로 로저스의 BBC 모니터 부활 작업을 맡겼다.



2018년, 앤디의 합류로 로저스는 다시 LS3/5a를 내놓게 되었는데, 새로 발매된 LS3/5a는 로저스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로 ‘LS3/5a 70주년 애니버서리’가 그 시작점이다. 70주년을 맞이하여 생산된 LS3/5a는 중국으로 이전하고 나온 로저스 스피커들과는 완전히 다른, BBC 오리지널을 새롭게 복원 및 재 개발하여 만든 모델이다. 발매와 더불어 완판이 이루어진 70주년 기념 모델은 2차례에 걸친 추가 생산을 통해 210조가 생산된 뒤, 제작이 완료되었다. 그리고 70주년 개발을 위해 완벽히 복원해낸 모든 기술과 소재, 부품들은 다시 로저스 스피커가 시작되는 완벽한 출발점이 되었다.




완벽하게 재현한 오리지널 드라이버, 크로스오버 그리로 캐비닛


앤디 위틀은 로저스의 출발점을 오리지널 부품의 생산으로 시작했다. 90년대 초부터 말까지, 로저스 스피커를 책임졌던 그는 누구보다도 LS3/5a의 드라이버 유닛과 크로스오버 그리고 캐비닛과 제작 방법 전체를 꿰뚫고 있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그는 세계 여러 부품 업체 및 제조 공장을 찾아, 오리지널 LS3/5a에서 사용된 미드베이스 유닛의 벡스트린와 마일러 콘지 소재를 찾아 공급처를 확보하고 오리지널을 완벽히 복원한 미드베이스 유닛과 트위터를 재탄생시켰다. 주요 소재는 중국에서 공수하여 실제 유닛 제조는 영국의 로저스 공장에서 직접 생산을 했다. 크로스오버도 마찬가지로 오리지널을 복원해내고, 부품은 과거보다 훨씬 현대적인 고급 부품들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오리지널 라이센스와 동일한 스펙을 재현해내면서도 사운드 퀄리티는 과거에 비해 훨씬 향상된 결과물을 얻도록 노력했다. 이렇게 시작된 복원 작업은 70주년 애니버서리 모델(Rogers ls3/5a 70th anniversary)을 통해 공식 생산의 가능성을 완전하게 확인할 수 있었고, 공식적인 LS3/5a의 정규 생산을 지난 5월 독일 하이엔드쇼를 출발점으로 발표하게 되었다.


사진 = Hifi Channel


일단 드라이버는 KEF가 만들던 오리지널 드라이버를 완전히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되살려 만든 순수 LS3/5a 드라이버지만 오리지널 품번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KEF가 드라이버인 미드베이스 B110과 트위터 T27에 대한 품명 및 품번의 권리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며, 앤디 위틀이 새로 부활해낸 드라이버가 과거 드라이버를 그대로 복제만 한게 아니라 일부 성능 개선을 노력을 더했기 떄문이다. 하지만 드라이버의 외형을 오리지널과 동일하여 그릴을 벗기면 50년전 LS3/5a 오리지널을 보는듯 하다. Kraft Nomex 보이스 코일을 지닌 마일러 돔 트위터와 벡스트린 콘의 미드베이스 그대로다.


드라이버들을 다시 설계하여 영국 공장에서 다시 생산해내는 작업도 쉽지 않았지만, 가장 어려운 작업 중 하나는 캐비닛 제작이었다고 한다. 일단 원가가 상승한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는데, 그 이유는 90년대까지만해도 영국내 수많은 스피커 제조 공장이 있었기에 목재 캐비닛의 대량 생산 및 캐비닛 제작 의뢰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영국내 스피커 제조사들이 과거처럼 존재하지 않고, 20여년 동안 상승한 물가로 인해 과거와 같은 가격으로 캐비닛을 조달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로 인해 제품의 가격 또한 상승 요인이 꽤 커지게 되었지만, 로저스와 앤디는 오리지널 방식 그대로 캐비닛 제작을 시도했다.



2019년산 LS3/5a의 캐비닛은 오리지널과 같이 활엽수 소재의 경도가 높은 목재를 사용하고 두께도 오리지널과 같은 12mm 두께의 목재를 사용했다. 단순히 두께와 소재만 오리지널을 따른 것이 아니라, 캐비닛 제조 과정도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나무용 나사를 사용하여 전면 배플을 캐비닛이 아니라 내부 보강목 소재에 고정시키는 등의 제조 공법 및 제조상의 디테일들 모두 오리지널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는 마지막까지 로저스를 책임졌던 앤디 위틀의 노하우 덕분으로, 이런 식의 캐비닛 제조를 시도한 이유는 음질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내주었던 방법이 이런 제조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12mm 러시아산 버치 합판에 고강도 밤나무가 더해진 소재로 마지막 외장 마감에는 월넛과 장미목 원목 마감 2가지가 제공되며, 추가 옵션으로 올리브 마감도 있다. 게다가 오리지널과 같은 타이건 소재의 그릴을 과거와 동일하게 만드는 일은 소재나 제작 모두 쉽지 않았다고 한다.


크로스오버도 오리지널 회로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기판 및 부품은 모두 새롭게 다시 설계, 제조되었다. 듀얼 레이어 PCB에 넉넉히 구리를 덮어 충분한 신호가 흐르도록 했고, 모든 인덕터들은 오리지널 스펙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퀄리티는 훨씬 뛰어난 것으로 개선되었고, 저항과 콘덴서 또한 고급 오디오 전용 부품들로 역시 같은 스펙을 따르지만 하이 퀄리티 오디오 전용 부품만을 사용했다고 한다. 덕분에 부활한 로저스 LS3/5a는 오리지널과 동일한 15옴 사양으로 재탄생할 수 있게 되었고, BBC의 공식 라이센스 제품으로 15옴 버전으로 완성되어 이름에도 'Classic 15ohm' 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추가되었다. 완벽한 오리지널의 부활을 강조한 것이다.



제품 뒷면을 보면 이음새가 하나도 없고, 스피커 케이블 연결 단자는 바나나 전용 단자를 사용했다. 일반적인 말굽 단자 연결이 불가능한 이 스피커 단자는 스위스산 은도금 소재의 싱글 와이어만 가능한 4mm 스피커 케이블 단자인데, 앤디에 따르면 일반 바인딩 포스트 보다 이 단자를 사용한 이유는 전기적 연결이 뛰어나며 무엇보다도 테스트했던 모든 부품 중 음질적으로 가장 우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에는 루민의 T2를 소스로, 앰프는 마스터사운드의 300B 인티 앰프를 사용했다. 테스트 전에 가장 앞선 걱정거리이자 선입견은 80Hz로 표기된 저음역의 한계치가 요즘 북쉘프 스피커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할텐데, 최신예 스피커들과 겨룰 수 있을지 하는 부담이었다. 게다가 과거의 LS3/5a와 비교하면 많이 비싸진 가격으로 인해, 같은 가격대에 즐비한 고성능 북쉘프 내지는 슬림한 플로어스탠더 모델들과의 승부에서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물론 LS3/5a를 구매하거나 들으려는 사람이라면 저음, 임팩트, 대편성, 펀치력 같은 것을 원해서 이 스피커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애초부터 이 스피커는 야외 방송 중계를 위한 목소리와 현장 스케치를 위한 편의성과 음질을 감안한 소형 모니터 스피커이니 말이다. 또 한가지의 의구심과 선입견은 지난 20년 동안 스피커 업계도 소재와 제조 기술 덕분에 음질적인 개선과 향상이 꽤 있었다. 그런데 50년된 역사를 다시 되살려낸 과거의 스피커의 복원이 오늘날의 스피커들과 비교될 만한 음질을 갖고 있을까하는 점이다.


20년 전에 이 스피커를 들었을 때는 그저 좋게좋게 들었던 기억이 있지만, 당시에는 북쉘프가 즐비한 시절이고 비슷비슷한 수준의 스피커들 사이에서 나름 강점을 갖고 있었기에 그만한 평가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런 평가가 유효할 지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기우와 달리 새롭게 부활한 이 스피커는 왜 LS3/5a인지를 사운드로 증명했다. 명료하고 또렷한 음상과 음색 구분 그리고 진하고 선명하면서도 다채로운 음색의 보컬들을 모두 고유의 음색 그대로 들려주었다. 전체적으로는 약간 밝고 선명한 톤으로 모니터 스피커다운 성향을 보여주는데, 부드럽고 모호하게 끝을 둥글게 꺾거나 음영을 입혀 감상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등의 컬러링 현상이 하나도 없다. 확실히 모니터 스피커다운 사운드로 군더더기 없는 명료함과 깨끗하고 투명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일단 시작은 대편성 관현악부터 시작했다. 어차피 저음은 기대하지 않은터라 코플랜드의 팡파레처럼 저역을 듣기 위함이 아니라 전체적인 무대의 스테이징, 입체감 그리고 디테일한 요소를 보기 위함이었다. 티에리 피셔와 유타 심포니의 <말러: 교향곡 8번> 중 ‘피날레’를 들어보면 이 역사적 스피커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선입견이나 걱정과 달리, 로저스 LS3/5a Classic 15ohm은 좌우로 넓게 펼쳐지는 커다란 무대에 다양한 악기들과 합창단의 사운드를 보기 좋게 그려냈다. 이 작은 스피커가 무대는 크고 입체적으로 멋지게 그려줄 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다양한 이벤트들을 하나하나의 레이어들로 분리하여 들려주는 성능이 꽤나 놀랍다.


무려 50년 전에 만들어진 스피커라고 믿기엔 너무도 현대적인 사운드로 멋진 디테일과 뛰어난 명료도, 선명함으로 또렷한 포커싱과 입체적인 무대를 훌륭히 들려주었다. 스피커보다 훨씬 비싼 앰프 덕도 있겠지만, 총부 부분에 모든 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부분에서도 소리가 몰리거나 딱딱하게 변질되는 문제가 부각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총주를 빠져나온다. 물론 저역의 한계치로 인해 저역 깊이감은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저음이 싹뚝 잘려나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낮은 주파수에서 롤오프가 이루어지는 사운드라서 매우 듣기에는 편하고 자연스러운 음을 들려주었다. 이 정도면 요즘 기준으로 봐도 대편성 관현악이나 스케일이 큰 어쿠스틱 녹음도 매우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보다 제 성능이 뛰어난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보컬로 바꾸어보았다. 엘리엇 가디너가 연주한 <모차르트: 마술피리>를 들어보면 원전 악단 특유의 차별화된 악기 음색 그리고 이 녹음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인 입체적인, 실제 오페라 현장과 같은 무대 연출을 그대로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 보컬들의 무대 위에서의 거리, 자연스러운 공기 냄새의 홀 톤 그리고 각기 다른 색깔의 보컬들의 목소리 등이 아주 명료하고 또렷하게 살아났으며, 고역의 투명도와 선명도, 명료함이 정말로 훌륭했다. 모니터 스피커 답게 목소리의 정확한 그리고 투명하고 명료한 재생은 충분히 뛰어났다. 특히 입체적인 무대 형성과 더불어 각 보컬들 사이의 거리 및 이동 같은 것도 정확하게 묘사해주는 등 어느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오페라 사운드의 재현으로 음악에 푹 빠져들게 해주었다.




마술피리 만큼이나 현대적이며 개성적인 사운드를 자랑하는 ECM의 음반 중 신예원의 <Lua Ya>를 들어보면 정말로 ECM적인 사운드의 개성을 한껏 체험할 수 있다. 교회에서 녹음된 음반답게 입체적인 울림과 잔향이 풍부한데, LS3/5a는 녹음 현장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투명한 공간과 자연스러운 잔향, 울림으로 현장감과 입체감 넘치는 사운드를 펼쳐놓고 그 위에 보컬의 차가운듯 하면서도 성스러운 느낌이 드는 허밍 부분을 매우 투명하면서도 선이 뚜렷한 선명함으로 보컬의 색을 제대로 그려주었다.




이와 달리 매우 오래된 재즈 녹음으로 엘라 핏츠제랄드와 루이 암스트롱의 <엘라와 루이스>를 들어보면 스테레오 초창기인 50년대 말 녹음이지만, 매우 밀도감과 선명하고 진한 색감을 담아 놓은 두 보컬 사운드를 뛰어난 선명도와 질감을 살려 재현해준다. 흔히 진공관 앰프나 빈티지 스피커들에서 느낄 수 있는 평면적이면서 큰 울림과는 다른, 마치 현대 고해상도 모니터인듯한 뛰어난 해상력과 선명도로 대조적인 두 남녀의 보컬 음색 차이를 선명한 대비로 그려준다. 두껍지 않은 보컬의 중역 두께감 덕분에 고해상도 리마스터링 음원의 개성과 현대적 의미의 온도감이 실린 아날로그적 사운드의 원본 톤 컬러를 있는 그대로 재현해주었다.




커트 엘링의 <The Questions> 중 ‘Endless Lawns'를 들어보면 도입부의 발구름 사운드의 저음과 리듬은 매지코의 A1 같은 스피커와는 다르게 한결 가볍고 경쾌하게 들렸는데, 이는 스피커가 지닌 저음의 특성이나 기본 설계 자체가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 깊숙하게 끌어당기는 음과 길게 이어지는 유니즌의 보컬은 다른 플로어스탠더나 하이엔드 스피커들처럼 은은한 남성 보컬톤 컬러가 그대로 살아있었으며, 보컬의 질감 표현과 잔향감도 우수했다. 모니터 스피커 답게 음색적 차이와 개성을 명확히 들려주었고, 모니터 스피커지만 무미건조한 사운드가 아니라 음악적인 감흥이 충분히 실린 명징하고 명료한 보컬 톤으로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보컬 다음으로 등장하는 트럼펫 연주도 자극적이지 않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녹음 특성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었다.




다시 클래식 중 길 샤함과 괴란 젤셔가 연주한 <Paganini for Two>를 들어보면 매우 선명하고 대비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기타와 바이올린의 음색을 투명하게 깨끗하게 들려준다. 이 녹음은 재생 기기에 따라 자칫 바이올린의 경질 내지는 지나치게 밝은 톤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루민과 마스터사운드의 조합에서는 매우 듣기 기분좋은 바이올린의 아날로그적 색채가 살아났으며, 기타의 울림도 메탈락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낭랑하고 부드러운 울림으로 재현되었다. 모니터 스피커라서 LS3/5a는 매칭 기기의 색깔들이 극명하게 반영되는 편인데, 특히 300B 앰프의 개성이 좋은 시너지를 이룬 결과일 것이다.




정리


로저스의 'LS3/5a Classic 15ohm'은 긴 이름처럼, 긴 역사에 걸쳐, 긴 생명력으로 자리를 유지해왔으며, 다시 한번 부활의 날개를 펼쳐 또 다른 그리고 새로운 LS3/5a의 시대를 시작했다. 로저스와 마찬가지로 다시 만들어지는 몇몇 LS3/5a들이 있긴 하지만, 현재 오리지널의 완벽한 부활로 인정받는 것은 팰콘과 더불어 로저스의 이 스피커가 유일하다. 무엇보다도 최초이자 가장 많은 양을 전 세계에 쏟아냈고, BBC 엔지니어들이 인정한 공식 LS3/5a의 주인공인 로저스가 만든 스피커라는 점이 이 스피커에 다시 손길을 가게 만든다. 게다가 로저스가 영국에서 철수하기 전까지, 마지막까지 로저스에서 이 시리즈의 스피커를 만들었던 엔지니어의 합류로 완벽한 복원 작업을 시도하여, 다시 영국에서 영국인의 손으로 제작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LS3/5a Classic 15ohm'은 다른 LS3/5a들과는 큰 차별화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오리지널의 장점을 완벽하게 되살려냈을 뿐만 아니라, 현대화되고 더 고급스러운 부품들 특히 스피커 단자 하나까지 일일이 테스트하여 오리지널의 사운드와 한층 개선된 음을 얻어내려는 튜닝 노력으로 과거의 전통과 현대의 진화를 동시에 이루어냈다.



모니터 스피커로서의 객관성, 정확성, 선명도, 디테일, 투명함, 입체적 무대와 음색의 구분 등 기본 덕목을 완벽히 소화하면서 현대 스피커들이 지닌 더 세련된 입자감과 더 입체적이고 포커싱이 뛰어난 입체적 사운드 재생 능력은 분명 오리지널의 장점을 더 고급스럽게 개선했다. 물론 크기의 한계와 본래의 목표가 중고역 위주의 현장 모니터링인 만큼 스튜디오용인 LS5/8, LS5/9과 달리 저음의 재생에는 어느 정도 타협이 있지만, 그것이 이 스피커의 단점이거나 이 스피커를 쓰지 말아야 할 문제점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로 인해 더욱 이 스피커를 써야 할 목표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그 어떤 스피커보다도 선명하고 또렷하며 음색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주는 능력으로 보컬과 악기들의 사운드를 듣기 즐겁고 음악 자체에 집중하게 해준다.


다만, 과거의 모델들에 비해 가격이 오른 만큼 크기에 비해 비싸진 가격이 LS3/5a의 가성비라는 옛날의 장점이 다소 희석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이 역사적인 스피커의 부활은 충분히 박수쳐 줄 만하며, 개인적으로도 별도의 시스템으로 이 스피커를 구입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쉽지 않았다. 여유가 된다면 꼭 구매하고 싶은, 오디오 역사상 하나의 아이콘과 같은 스피커의 등장에 박수를 보낸다. 꼭 한번 경험해 보시길 권한다.



제품사양


Type : Two way infinite baffle

Frequency response : 80Hz-20KHz +/-3dB

Nominal Impedance : 15 Ohms

Bass/midrange : 110mm Bextrene cone

Tweeter : 19mm Mylar dome

Crossover frequency : 3KHz

Sensitivity : 82.5dB/W/M

Dimensions : 305 x 190 x 165mm (HxWxD)

Weight : 4.9Kgs

수입원 : (주)태인기기  | www.taein.com 02-971-8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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