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거장, 파라비치니의 모든 것이 담긴 진공관 사운드 발전소
아날로그의 거장, 파라비치니의 모든 것이 담긴 진공관 하이엔드 사운드 발전소
오디오 취미가 오래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에소테릭 오디오 리서치(Esoteric Audio Research, 이하 EAR) 라는 이름이 익숙치 않을 것이다. 혹시 일본 티악이 설립한 하이엔드 브랜드 에소테릭 컴퍼니(Esoteric Company)를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팀 데 파라비치니(Tim de Paravicini, 이하 파라비치니)라는 이름을 듣는다면 ‘아하!’ 하고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에소테릭 오디오 리서치는 파라비치니가 설립한 오디오 제조업체로 가정용 하이파이에서 프로용 녹음 및 재생 시스템 전반에 이르는 사운드 재생의 모든 것을 만들어 온 오디오의 거목으로 홈 오디오 분야에서는 특히 진공관 기반의 일렉트로닉스로 유명하다.
파라비치니와 EAR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그것만 별도의 주제로 다루어야 할 정도로 수 많은 스토리가 그의 뒤에 펼쳐져 있다. 그래도 초심자들을 위해 간단히 그의 과거 경력을 소개하자면, 70년대 일본의 럭스만(Luxman, 당시는 럭스 주식회사로 불리웠다)의 엔지니어로 스카웃되어 럭스만의 하이엔드 오디오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며, 80년대에는 영국의 뮤지컬 피델리티의 창업을 도와 세계적 히트를 거둔 Class A의 인티앰프, A1을 만든 엔지니어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는 하이파이 기기 이외에도 프로페셔널 오디오 업계에서도 특히 레코딩과 마스터링 관련된 장비들, 전체 시스템을 설계, 개조, 개선하는 컨설턴트로 세계 유명 스튜디오의 기기를 직접 제작하거나 관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미국의 고급 리마스터링 오디오파일 음반 제작사인 모빌 피델리티 사운드 랩스(Mobile Fidelity Sound Labs, MFSL)의 커팅 헤드도 그의 작품이다. MFSL 로고로 발매되는 수 많은 고음질 LP가 바로 그의 손으로 만든 기기와 셋업 하에서 생산되는 음반들이다. (관련 링크)
팀 파라비치니가 이끌고 있는 EAR은 프리앰프, 파워 앰프에서 포노 앰프, CD 플레이어 그리고 헤드폰 앰프에 이르는 다양한 하이파이 일렉트로닉스를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70년대 말에 설립된 이 회사는 지금까지 이러한 기기들을 내놓고 있으면서도 항상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기술의 출발점은 ‘아날로그’ 그리고 ‘진공관’이었다. 현재 EAR에서 발매되는 모든 제품들은 거의 대부분이 진공관으로 설계된 제품들로 심지어 CD 플레이어이자 DAC도 진공관과 출력 트랜스포머가 담겨있는, 소위 ‘뼛 속까지’ 아날로그적인 설계를 최우선시하고 있다. 파라비치니에게 아날로그와 진공관에 대한 집착을 물어보면 언제나 그의 답은 똑같다. 본인은 진공관 회로만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며 아날로그 사운드가 꼭 진공관으로만 구현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설계의 방식이며, 트랜지스터 같은 반도체 회로로도 그가 생각하고 EAR이 만들어내는 사운드 퀄리티를 똑같이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그가 진공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전자의 축적으로 인한 컨덕턴스 등으로 인해 반도체보다 전자의 흐름이 훨씬 빠르고 이를 기반으로 보다 리니어한 동작 특성을 구축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진공관을 사용할 뿐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는 EAR의 브랜드로 진공관이 아닌 트랜지스터 기반의 제품들을 내놓기도 했으며, 뮤지컬 피델리티의 앰프 설계 그리고 2000년대 초반까지는 영국의 또 다른 앰프 업체이자 반도체 위주의 앰프만을 제작하던 알케미스트(Alchemist)의 제품들을 설계를 책임졌었다.
리뷰 제품인 V12 진공관 인티 앰프는 EAR의 인티 앰프 시리즈 중 최상위 모델로 가격이 1,000만원을 훌쩍 뛰어넘은 고가의 인티 앰프이다. 본래 이 앰프의 시작은 지난 1997년 발표된 V20이 오리지널이 된다. V20은 매우 독특하게 다른 진공관 파워 앰프나 인티 앰프들처럼 고출력의 커다란 출력관을 앰프 회로에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 대신 프리앰프에나 사용하는 12AU7/ECC83 같은 초단관을 채널당 10개씩 투입하는 새로운 회로 구성 방식으로 채널당 20W 출력의 앰프를 만들었던 것이다. 대형 출력관 대신 소출력 초단관으로 구성된 이 인티 앰프는 흥미롭게도 어지간한 스피커들을 여유있게 구동하면서 진공관 특유의 미음을 들려주었는데 더욱 놀라운 점은 구시대적인 진공관 사운드가 아니라 현대적인 투명함과 해상도를 겸비한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진공관 앰프였다는 점이다.
V20이 처음 등장한 지, 거의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파라비치니는 자신의 최고 인티 앰프 설계에 대해 새로운 변화를 가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V20을 대체하는 새로운 모델로 V12 인티 앰프를 설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완전 백지 상태에서 새로 설계’하기로 결정했다. 겉으로 보이는 생김새는 V12나 V20이나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 사실 외형이 바뀌지 않은 것은 파라비치니가 이 제품에 대한 디자인에 그의 애정을 쏟았기 때문이다. V20이 처음 등장할 당시, 이 앰프의 외형 디자인은 크게 2개의 자동차 디자인에서 컨셉을 가져왔다. 일반적으로 V12나 V20을 이야기할 때면 항상 영국의 재규어의 ‘V12 엔진’의 모습에서 앰프 디자인을 떠올렸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진공관과 트랜스포머의 배치 디자인 이야기일 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오리지널 V20 설계 당시 포드가 새로 내놓은 미니카 'Ka'가 그의 눈을 사로 잡았고, 기본 외형의 틀을 Ka의 컨셉에서 따왔다. 포드 Ka 디자인의 기본 틀에 재규어에 사용된 V12 엔진의 실린더 배치 디자인을 더해 V20의 앰프 디자인을 구현한 것이다. 파라비치니는 ‘덜 공격적인’ 느낌의 외모를 만들기 위해서 정사각형의 바닥 위에 회로를 설계하고 평탄하고 직선적인 구조의 표면 대신에 측면을 사선으로 깎고 그 자리에 다량의 진공관을 배치했다. 이런 디자인이 가능했던 것은 진공관 앰프들에서는 흔한 ‘전면 진공관, 후면 트랜스포머’의 배치 구조 대신 전혀 다른 특별한 구조로 ‘측면 진공관, 중앙 트랜스포머’ 배치를 만들어냈기에 가능해진 것이다. 트랜스포머는 별도의 특별한 마감 처리 없이 검게 매트 처리로 하고 상부에는 절연을 위한 크롬 도금의 커버만 씌웠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V20은 재규어의 V12 엔진 외형 컨셉을 차용했다고 했지만, 제품의 이름에는 V12가 아닌 V20이라는 모델명을 사용했다. 그 이유는 출력관이 채널당 10개씩 총 20개의 출력관 구조를 사용했기 때문에 V12라는 이름을 사용하길 꺼렸던 것이다. 하지만 새 앰프 V12는 최초의 디자인 설계 당시부터 V12 엔진의 V자 형태 구조에 맞춰 앰프의 출력관을 엔진의 실린더와 유사하게 배치하고 총 12개의 출력관을 지닌 프로토타입을 설계의 뼈대로 잡았다. 이를 최종 제품의 완성까지 이끌어갔고 그가 원했던 모델명 ‘V12’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그의 애정이 담긴 V20의 디자인은 특별히 바꾸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전작인 V20과 신작인 V12의 디자인이 똑같아서 여러모로 두 앰프의 차이에 대한 혼란이 남게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파라비치니는 V12에 대한 설명을 아주 간단히 요약했다. ‘모든 것을 싹 뜯어 고쳤다!’라고 말이다.
V12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던 전작 V20은 앰프 회로에 간접 가열 방식의 이중 삼극관 ECC83을 채널당 10개를 사용해서 이름이 V20이 되었다. 나머지를 채우는 다른 진공관들로는 6개의 ECC83/12AX7과 4개의 12AU7을 더하여 채널당 20W의 출력을 냈다. 출력관은 Class A 방식의 푸시풀 동작을 하는데 이는 EAR 859 싱글엔드 삼극관 앰프와 EAR 861 푸시풀 삼극관 앰프에서 사용한 ‘인헨스드 트라이오드(enhanced triode)’ 모드를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EAR 앰프들의 특징이자 핵심인 파라비치니의 ‘밸런스드 브릿지 모드(Balanced Bridge Mode)'로 구성한 초광대역을 자랑하는 출력 트랜스포머가 출력을 마무리하고 회로에는 일체의 피드백을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파라비치니는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주 일반적인 진공관의 사용을 고집해왔는데 V20에서도 어디에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ECC83/12AX7을 사용하여 앰프의 내구성과 사용 편의성을 모두 제공했다.
기본 디자인은 전작인 V20의 형태 그대로지만 V12는 앰프 회로와 기계의 디테일들을 모두 바꾸어 완전히 달라졌는데 만듦새나 퀄리티는 EAR 이름에 걸맞은 수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실제 변화의 핵심은 사용된 진공관들과 이를 통한 회로의 신설계에 있다. V20에서 썼던 총 30개의 진공관을 12개의 EL84(채널당 6개씩 측면에 배치한)과 10개의 ECC83으로 교체했다. 출력관인 EL84의 개수를 드디어 V12라는 이름을 이 앰프에 붙이기에 충분한 조건으로 딱 맞춘 것이다.
새로운 설계의 V12 앰프는 간접 가열 방식의 5극관으로 출력단을 구축하고, 바이어스 및 동작은 여전히 Class A의 푸시풀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트라이오드 모드 대신 펜토드 모드로 출력관의 동작에는 변화를 주었다. 물론 전작과 마찬가지로 출력에는 초광대역을 자랑하는, EAR이 직접 제작한 최고급 출력 트랜스포머를 밸런스드 브릿지 모드(Balanced Bridge Mode)로 EL84의 출력단 회로와 연결하고, 역시 피드백 또한 하나도 쓰지 않은 ‘제로 피드백’ 방식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훨씬 더 튼실한 구동력을 자랑하는 채널당 50W의 출력과 훨씬 더 오랜 기간 사용이 가능한 내구성이 뛰어난 진공관 앰프’를 완성했다고 한다.
외부 입력은 5개의 언밸런스드 입력과 'Phono'라고 표시한 입력이 1개 더 있지만 포노 EQ 회로는 내장되어 있지는 않다. 출력은 'Tape Out' 만이 있고 별도의 프리아웃은 없다. 스피커 출력 단자는 제품 상판 뒤편에 배치되어 있다. 케이블은 말굽 단자 연결이 거의 불가능하고 오직 바나나 단자나 핀 단자만 연결이 가능하다. 스피커 터미널은 분명 말굽 단자 연결까지 가능한 단자지만, 전기적 합선과 안정성 문제로 인해 유럽 기준에 맞추느라 별도의 플라스틱 커버를 덧씌워 놓았기 때문이다. 연결 단자는 스피커 임피던스에 따라 4옴, 8옴 연결이 각각 구비되어 있으며 중간에 설치한 크롬 바를 통해 트랜스포모와 닿지 않도록 해두었다. 안전을 이유로 커브 형태로 디자인된 그릴 망 또한 아예 섀시에 고정되어 진공관에 손이 닿지 않도록 보호망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릴과 전면 패널에는 각기 나무와 크롬 도금으로 악센트를 주었다.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해 제공되는 컨트롤은 딱 3개의 버튼/노브 뿐이다. EAR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오렌지 불빛의 전원 On/Off 스위치 버튼, 금또금 처리된 볼륨 컨트롤 노브 그리고 외부 입력 선택의 펑션 노브만이 있다. 그리고 애초의 V12에는 리모컨도 없었는데, 최근에 발매되는 V12에는 고맙게도 리모컨이 지원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모컨에는 오직 ‘+’ 버튼과 ‘-’ 버튼 밖에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볼륨 조정이 전부이다.
테스트에는 매지코의 A3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를, 소스 기기로는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DAC Merlot을 사용하고 미디어 트랜스포트로는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PLINK 출력 보드가 장착된 OPPO 203을 사용했다.
진공관 앰프에 아날로그 대가가 만든 앰프라는 이유로 대단히 고풍스러운 진공관 사운드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V12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앰프는 전면 크롬 도금에서 느껴지는 번쩍거리는 광채를 화려하고 화사하게 들려줄 정도로 진하고 매끄러운 사운드로 고급스러운 진공관의 색채미를 들려준다. 그런데, 단지 색채만 살려놓은 그런 진공곤 앰프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투명한 무대 재현의 탁월한 입체감, 뛰어난 스테이징으로 연주 장소의 공기 냄새를 몸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애매모호하거나 평면적인 사운드와는 완전 반대 위치에 있는 재생 결과를 보여준다. 매우 투명하고 입체적인 녹음 공간의 무대 연출 속에 진한 색채의 사운드 이벤트들을 또렷또렷하게 그려 넣어 뛰어난 어쿠스틱 녹음들의 입체적이면서도 자연스럽고 진한 사운드를 아주 사실적으로 눈 앞에 펼쳐 놓는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점은 힘이다. 분명 KT88 내지는 대출력을 자랑하는 진공관들은 이 앰프에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EL84라는 소출력이지만 아름다운 음악적 사운드를 지닌 진공관만이 있을 뿐이다. 힘은 포기하고 색채와 질감이 우수할 것만 같은 이 Class A 방식의 50W 앰프는 강력한 구동력과 에너지로 매지코의 A3 스피커를 압도하는 힘을 보여준다. 베이스나 팀파니의 낮은 저역을 이끌어냄에 있어서 절대 뭉그러지너가 웅얼거리는 저력을 보여주고,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스케일과 에너지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뿐만 아니라 락이나 팝의 일렉트릭 사운드의 저역 효과음들도 전혀 어려움없이 탁월한 리듬으로 정확히 끊어내는 빠르고 기민한 명료도를 흐트러짐 없이 유지한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어떤 스피커를 물려도 스피커를 제압하는 능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를 들어보면 도입부의 첫 팀파니 타격음에서 V12의 힘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스피커를 어려움없이 컨트롤하는 빠르고 정확하고 타격음은 매우 깊고 꽉찬 에너지로 재생되는데, 7m x 9m 규모의 작지 않은 공간임에도 매지코 A3로 그런 강인하고 깊은 저음을 흐트러짐없이 들려준다. 스피커 구동에 전혀 힘들어하는 모습이 없으며, 팀파니의 타격음은 정확하고 여기에 금관 악기군의 시원하게 뻗는 팡파레 또한 절대 딱딱하고 밝게 변질되는 법이 없다. 본래 금관 악기의 색채 그대로 진한 음으로 뻗어준다. 저역에서 고역까지 에너지가 몰리거나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음의 열화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저음은 찰진 탄력과 질감이 실린 저음으로, 관악기들의 화려하며 투명한 울림도 진한 색채로 멋지게 살아난다.
마찬가지로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Mezzanine> 중 ‘Angel’에서도 일렉트릭 베이스 라인이 지닌 둔중하고 무거운 리듬의 사운드가 뭉게진 저음이 아니라 정확한 리듬의 선율로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된다. 중간중간 박자를 맞춰주는 퍼커션의 저음도 매우 정확한 음으로 깊고 선명한 타격감과 에너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된다. 스네어 같은 드럼의 사운드나 각종 퍼커션의 효과음 그리고 변조시켜 넣은 보컬의 사운드는 어쿠스틱보다는 인위적인 이펙트로 만든 사운드에 가까운데, 자칫 답답하고 딱딱하게 들리거나 저음에 묻혀 둔탁한 소리로 가려질 수 있지만 V12은 깊고 정확한 그리고 임팩트있는 저음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중고역의 이펙트들은 효과 그대로 재현해준다. 어쿠스틱한 녹음보다는 클럽 사운드에 가까운 이 곡을 V12는 다채로운 사운드 이벤트들의 입체적인 효과를 충분히 느끼게 하는 재생을 선사했다.
한편 노마 윈스턴(Norma Winstone)의 <Distances> 같은 보컬 녹음을 들어보면 V12의 색채나 분위기를 더 잘 알 수 있다. 대개 베이스나 드럼이 동반되는 재즈 트리오들과 달리, 노마 윈스턴은 트리오를 피아노와 클라리넷 그리고 보컬로 구성하여 특별한 리듬감이나 에너지를 분출시키기 보다는 차분한 보컬 톤에 피아노의 멜로디와 클라리넷, 섹소폰의 고즈넉한 분위기로 음악을 이끌어간다. V12는 이 음반이 지닌 ECM 스러운 깨끗하고 투명한 녹음의 명료함과 차가운 공기 냄새의 쓸쓸한 분위기를 투명하게 깨끗한 사운드의 이미징으로 선명하면서도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Everytime we say goodbye'를 들어보면 피아노의 터치의 목질감이나 여운이 남는 잔향감 그리고 아주 매끄럽고 끝까지 부드럽게 뻗는 섹소폰은 이 앰프가 고급 진공관 앰프라는 점을 인정하게 만든다. 여기에 차분하고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보컬에는 거친 입자나 쇳소리 같은 요소가 하나도 없는, 음의 끝의 입자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그러면서도 디테일이나 딕션의 변화를 세밀하게 들려준다. 한마디로 V12는 세련미 높은 진공관의 사운드로 ECM의 깨끗하고 매끄러운 녹음을 아날로그적인 자연스러움으로 풀어내준다.
네마냐 라둘로비치의 <Paganini Fantasy> 중 ‘Sonata No.12’ 나 요요마의 <Six Evolutions - Bach: Cello Suites>의 바이올린과 첼로는 현악기 특유의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톤에 풍부한 배음이 실린 유려한 사운드로 재생된다. 바이올린의 경우, 높은 온도감이 수반되고 중역대가 두터운 녹음으로 온도감과 함께 반주를 맡은 피아노의 타건과 울림이 수반되어 매우 부드럽게 따스한 현악기의 색채와 피아노의 목질감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요요마의 첼로는 현대 첼로 녹음으로 과거와 같은 온도감이나 중역대의 두께감보다는 투명도와 세련된 디테일과 공간적 울림이 담겨있는데 V12는 부드러우며 아날로그적 색채로 첼로의 움직임을 그려주며 여기에 기분좋은 청량감을 더하여 풍부한 공기 냄새와 울림을 실어준다. 분명 하이엔드 반도체 앰프들과 같은 높은 해상도와 투명도가 담겨있지만 반도체 앰프들과는 다른, V12 특유의 색채감과 울림, 질감 표현은 현악기 재생과 EL84로 구현한 음악적인 사운드의 증거이다.
팀 파라비치니가 15년 만에 개정판으로 내놓은 두 번째 플래그십 인티 앰프인 EAR의 V12는 EAR 최고의 인티 앰프이자, 진공관 앰프 전체를 놓고 보아도 최고의 진공관 인티 앰프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는 앰프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백지 상태에서 새로 만들었다는 이 앰프는 똑같은 디자인의 외형만 제외하면 지금까지의 EAR의 인티 앰프들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설계와 비약적으로 향상된 사운드를 선사한다. 대출력 진공관 대신 EL84 을 병렬배치하고 EAR 특유의 최고급 출력 트랜스포머로 구현한 밸런스드 브릿지 방식의 설계는 피드백이 하나도 없으면서도 안정된 출력과 높은 구동력과 다이내믹스로 어줍잖은 분리형 앰프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스피커 구동 능력을 선사한다. 고출력 회로가 아님에도 탁월한 드라이빙 능력에 EL84가 지닌 음악적 그리고 미적 사운드 그리고 피드백이 없는 하이스피드 설계 사상으로 이끌어낸 광대역의 재생 및 응답 특성은 단순히 이쁘고 진공관적인 사운드가 아니라, 하이엔드적인 높은 투명도와 해상력 그리고 하이스피드로 현대적인 고해상도 사운드를 들려준다.
물론 저렴한 진공관 앰프는 아닌 만큼, 이 앰프가 갖는 가치나 재생의 기준은 상당히 높아야 한다. 그리고 V12는 가격에 걸맞은 그런 높은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해도, 가격 이상의 충분한 실력을 보여주며 사운드로 제 값어치를 입증한다. 인티앰프스럽지 않은 높은 에너지와 힘 그리고 빠른 반응과 투명하고 입체적인 스테이징과 스케일 등, EAR이 추구하는 아날로그 사운드 그리고 팀 파라비니치가 추구하는 설계와 사운드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귀로 그리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제 몇 명 남지 않은 사운드 전설들이 사라져가는 하이파이 시장에서 거장의 명기를 직접 경험해보시길 바란다.
Valves : Twelve EL84 (6BQ5) / Ten ECC83 (12AX7)
Frequency Response : 12-60Khz -3dB
Signal-to-nosie Ratio : 93dB
Input Sensitvity : 0.4V
Input Impedance : 47kΩ
Output Damping Factor : 10
Connectivity : Five Line Inputs (RCA) / One Tape Output (RCA)
Output : Power Output (20-20KHz) : 50W / nto 4 & 8Ω (8 & 16Ω optional)
Total Harmonic Distortion: <0.03%
Weight: 22kg (48lb)
Dimention : Length: 420 x 440 x 135mm
Power Consumption: 200 watts
Power : 240 volt / 110 Volt / 100 Volt (depending on model)
수입원 : (주)다미노 www.damino.co.kr / 02-719-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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