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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파이 매거진 Oct 28. 2019

요르마 디자인 디지털케이블 리뷰

JORMA DESIGN DIGITAL 75Ω 


디지털 냄새를 벗겨내는 디지털 전송 통로의 아날로그적 변신


JORMA Design - DIGITAL 75Ω

디지털 동축 케이블






요르마 디자인(Jorma Design)은 2001년, 스웨덴에 설립된 하이엔드 오디오 케이블 전문 업체로 창업자인 요르마 코스키(Jorma Koski)는 회사를 세우기 전부터 이미 스웨덴의 하이엔드 스피커 업체인 마르텐(Marten)과 일렉트로닉스 업체인 블라델리우스(Bladelius) 같은 하이파이 업체들에 케이블을 공급하며 스웨덴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에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요르마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자체 회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케이블 시장에 등장했다. 제품군은 아날로그 스피커/인터커넥트 케이블과 파워 코드 그리고 디지털 케이블의 3가지 제품군을 갖고 있으며, 아날로그와 파워 코드의 경우 입문형 시리즈부터 하이엔드 시리즈인 프라임(Prime)과 얼티밋 하이엔드 시리즈인 스테이트먼트(Statement)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갖추고 있다. 이에 반해 디지털 케이블은 75옴의 BNC/RCA 모델과 110옴의 XLR 모델, 딱 두가지 뿐이다. 특히 스테이트먼트는 마르텐의 콜트레인 3 또는 콜트레인 수프림 2 같은 초고가 스피커의 유료 옵션 내부 배선재로 사용되고 있다.




요르마 코스키의 비밀 레시피로 만든 디지털 케이블


리뷰 제품인 요르마 디지털 75옴은 별다른 명칭이나 이름이 없는, 말 그대로 디지털 (동축) 케이블로 단자 마감에 따라 BNC 모델과 RCA 모델 2가지로 나뉜다. RCA 모델의 경우, WBT의 NextGen 단자를 사용한 반면, BNC 모델은 자체 제작한 순은 BNC 단자를 사용한다.


요르마 디지털 케이블은 요르마의 다른 아날로그 케이블 및 파워 코드와 마찬가지로 요르마의 3가지 기본 기술에 입각하여 제작된다.


첫 번째는 도체 소재로 구리를 사용하는 점이다. 요르마가 구리만 사용하는 이유는 다양한 소재들을 테스트해 본 결과, 구리 소재가 가장 중립적이고 투명하며, 가장 자연스러운 음악 신호 재생을 들려주기 떄문이라고 한다. 은 또는 금 같은 소재들 보다는 초고순도의 구리와 이를 이용한 다채로운 구조나 차폐 소재의 구성으로 최고의 성능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고의 사운드라는 것이다. 요르마는 최고 순도의 동선만 사용하는데, 단순한 무산소 동선이 아닌, 구리 이외의 모든 불순 요소를 걸러낸 진짜 고순도 동선임을 자랑한다. 이를 위해 엄선하여 전문 공급 업체로부터 동선을 공급받고 특수 배합으로 구성된 화학 처리 과정을 거쳐 피복 작업 전에 클리닝 과정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두 번째는 고압의 전기 통전 테스트 과정이다. 무려 6,000V의 고압 전기의 임펄스 신호를 통전시켜 동선의 전기적 특성을 만들어내고, 이 과정을 거친 동선들만을 케이블 제작에 사용한다고 한다. 이러한 소재 엄선 과정과 특수 처리 과정이외에도 최종 피복 처리 이전까지 공개할 수 없는, 다양한 케이블 처리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물론 미신 같은 작업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십 수년 전에 극저온 처리를 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사기(?)’라고 불렀지만 오늘날 극저온 처리는 케이블 제작의 일상적인 과정이 된 것을 보면 분명 요르마가 공개하지 않는 특수한 그 무엇(?)은 이 슬림한 케이블에 상당한 음질적 기여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도체의 구조와 피복 처리이다. 요르마는 매우 복잡한 차폐 기법을 적용하여 고주파 간섭과 전자기 간섭을 차단하고 진동과 마이크로포닉의 영향이 케이블의 신호 전달 과정에 끼어들지 않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98%의 고주파 및 전자기 간섭이 제거되어 최고 순도의 오디오 신호 전송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고정된 동축 구조 위에 다양한 소재와 두께로 튜닝된 디지털 케이블


사실 아날로그 케이블들은 이러한 모든 과정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 아날로그 케이블이란 것은 특별한 표준이 없고, 만드는 사람의 장인 정신과 기술적 노하우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케이블은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신호 단자와 전송 방식에 따라 임피던스(50옴, 75옴 또는 110옴)가 정해져 있고, 동축이라는 기본적인 케이블 구조 또한 고정되어 있다.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은 신호를 전달하는 케이블의 도체 소재와 케이블을 에워쌓고 있는 유전체 및 절연체 소재의 물성을 어떤 것을 사용하는가 하는 정도일 것이다. 요르마 디지털 케이블은 아날로그와 같은 고순도 동선을 코어 소재로 사용하고, 테플론을 유전체로 사용하여 도체를 덮어 씌우고 차폐 피복 및 외피를 더하는 구조로 케이블이 만들어졌다. 물론 공개되지 않은 노하우로는 소재의 두께, 피복의 종류 등과 같은 파라미터들있다.


요르마 디지털 케이블을 보면 상당히 얇고 부들부들한 편인데 흔히 생각하는 고가의 케이블들이 팔뚝만한 굵기로 규모와 남성성을 보여주는 것에 비하면 왜소하기 그지 없다. 그럼 왜 이렇게 얇을까? 가격을 고려하면 훨씬 더 두꺼워야 할 듯 싶지만 요르마 디지털 케이블은 매우 왜소하다. 흔히 케이블의 굵기가 곧 퀄리티를 의미한다는 생각이 보편적이지만, 제작자 요르마 코스키는 역으로 더 두꺼운 케이블들은 사운드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신호 전송을 사실상 공기층 만이 있는 상태에서 신호가 전달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은 도체 위에 절연과 유전율을 감안하여 피복처리를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거의 공기와 동일한 조건에 가까우면서도 케이블의 안정성 그리고 전자기 간섭 및 고주파 간섭이 없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찾는 것이 케이블 설계의 핵심이다. 오랜 시간의 개발 및 테스트를 거쳐 완성된 것이 요르마 디지털 케이블의 피복 소재와 유전체 그리고 이러한 굵기가 된 것이다. 즉, 도체 주변에 최소한의 유전체를 두는 것이 최고의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것이 요르마의 설계 철학인 셈이다. 보기 좋게 하기 위해 더 두껍고, 더 단단하며, 더 무겁고 비싸 보이는 케이블은 만들기 쉽지만 문제는 음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요르마 코스키의 설명이다.



실제로 사용해 보면, 요르마 디지털 케이블은 매우 설치가 조작이 쉬운 편이라서 어느 환경에서나 어렵지 않게 기기 연결이 가능하다. 굵고 두꺼운 케이블들의 뻣뻣하고 잘 꺾이지 않는 문제를 이 케이블에서는 단 한 번도 경험할 수 없다.


참고로 이와 비슷한 케이블이 또 하나있다. 미국의 션야타 리서치의 디지털 케이블이다. 전기 신호의 전달 속도와 접점에서의 전압 강하, 노이즈 필터로 유명한 이 케이블 과학 업체의 디지털 케이블을 보면 신기할 정도로 요르마 디지털 케이블과 생김새가 다르지 않다. 물론 션야타의 시그마 모델들은 중간 별도의 필터 구조물이 장착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지만 전체적인 설계 방식은 두 회사의 비싼 디지털 케이블이 거의 같은 방식, 같은 컨셉으로 완성되어 있다. 이는 고가의 동축 케이블이 굵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구조와 소재, 배합이 어느 비율로 완성되었는가가 중요한지를 알게 되는 증거이다.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는 CH 프리시전의 D1 트랜스포트 및 오포의 203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C1 컨버터 사이의 동축 연결과 같은 회사의 T1 클럭 시스템과 C1 컨버터 사이의 10MHz 클럭 연결에 사용했다.


대개 고가의 디지털 케이블은 일반인이나 디지털 동일론자들에게는 최고의 사기(!)이자 사치성 품목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아주 요상하게도 디지털 동축 케이블은 아날로그 케이블 만큼이나 고가로 올라갈수록 재생음의 퀄리티 또한 매우 아날로그적이며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준다는 사실이다. 이는 요르마 케이블 뿐만 아니라 유명 케이블 업체의 하이엔드 디지털 케이블이 전부 유사한 음의 개선 효과를 가져다 준다. 다만, 그 방향성과 색채 그리고 음의 미세한 입자 크기의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격에 따라서 말이다.


먼저 기존에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디지털 케이블은 K사의 제품으로 역시 100만원을 훌쩍 넘는 모델로, 굵기는 요르마 디지털과 마찬가지로 얇고 가늘다. 이 케이블 또한 웬만한 디지털 케이블을 모두 뛰어넘을 수 있는 깨끗하고 명료한 사운드를 들려주기로 유명한데, 전반적인 결과물은 약간 밝고 선명하고 화사한 색채나 밝은 콘트라스트를 들려준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디지털 케이블이지만, 요르마 디지털을 끼자 색깔 그리고 분위기가 달라진다. 분명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요르마 케이블은 훨씬 북유럽적인 분위기를 가져온다. 전체적으로 음의 중심이 낮고 안정적으로 갈아앉으며 마치 뒷배경에 암막을 씌운듯 노이즈 플로어가 대폭 내려간 차분한 음이 된다. 이는 전면에 나오는 악기와 보컬 같은 음악적 신호들이 훨씬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는데, 최대 장점은 이러한 음악적 이벤트들이 요란스럽거나 시끌벅적한 것이 아니라 매우 부드러면서도 초점이 또렷한, 정확하고 선명한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밝고 화사하기 보다 약간의 그레이 톤에 가까운 음영을 지닌 공기냄새가 뒷배경으로 깔리며 음악적 사운드들의 울림이 훨씬 입체적으로 뒷배경과 떨어져 3차원적인 사운드를 내주는 것이다. 마치 ECM의 사운드에 부드러움이 더해진 듯한 효과를 가져다 준다. 그런데 이것이 아날로그 케이블의 변경이 아니라 디지털 케이블의 변화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의 팀파니 타격음은 들으면 팀파니의 진동판이 인조 가죽에서 천연 가죽으로 바뀐 듯한 찰지고 깊은, 탄력이 강하고 진한 타격의 음이 된다. 그런데 그 저음의 타격이 건조하고 메마르지 않고, 적당한 물기가 있는 말랑말랑한 질감이 살아있다. 여기에 오케스트라가 있는 콘서트 홀의 공기 냄새는 마치 온도가 2~3도 정도 더 내려간 듯, 차가운 분위기로 입체감과 홀의 크기가 훨씬 더 깊고 멀리 들어간 입체적 무대로 바뀐 듯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대개 이런 변화는 입체감과 분위기 조성에는 뛰어나지만 자칫 차갑고 인간미없는 하이파이 톤으로 퇴색될 수 있지만, 요르마 디지털은 이 부분에서 차이를 보여준다.


보컬 사운드에 따뜻한 질감과 선명하고 진한 색채를 더해주는데, 커트 엘링의 <The Questions> 중 ‘Endless Lawns'에서 남성 보컬의 실버톤의 묘한 울림을 차가움이 없는,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넉넉한 울림이 있는 아날로그적 톤으로 들려준다. 이전의 타사 케이블이 선명도와 생동감은 살렸지만 색채면에서 차갑거나 선이 얇아지는 건조한 사운드였다면, 요르마 디지털은 훨씬 진한 색채에 유려한 색채 변화 그리고 매끄러운 보컬 톤의 질감을 아주아주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이러한 변화는 바이올린 색채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에미리 미야모토가 연주한 'Vitali Chaconne'에서 금방 알 수 있었다. 현의 색채는 정말로 진하고 아날로그적 매끄러움이 잘 살아났으며, 이전 케이블보다 훨씬 더 아날로그적 색채가 진하고 강하게 풍겨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노와의 거리, 무대 분위기, 잔향감은 훨씬 더 입체적이었다.




클럭 케이블로서의 아날로그적인 변화


흥미로운 것은 트랜스포트와 DAC 사이의 연결 뿐이 아니다. CH 프리시전의 C1과 T1에 클럭 케이블로 사용을 해보았는데, 결과는 마찬가지로 비슷한 사운드적 색채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훨씬 더 부드럽고 리퀴드한 유연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결과를 가져다 준다. 이는 클럭이 음질에 미치는 영향과 유사한데, T1이 더해질 때 가져다 주는 고역의 해상력과 미려한 음의 입자감과 분위기의 변화를 한층 더 배가시켜주는 효과를 이끌어냈다.


여기에 한 차례 더 시도해 본 것은 네트워크 재생 시스템에 적용한 경우다. 네트워크 오디오 용도로 사용중인 SOtM의 10G 오디오 전용 스위칭 허브의 클럭 입력을 CH의 T1과 요르마 디지털 케이블로 연결했다. T1으로 동작하는 10G 스위칭 허브와 네트워크로 재생한 Qobuz의 고해상도 음원 재생들은 디지털 네트워크 오디오의 사운드 퀄리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다 준다. 기존에 있는 저렴한 동축 케이블을 클럭 케이블로 사용했을 때와 달리, 스트리밍 재생에서도 아날로그적 유려한 색채의 변화와 리퀴드한 질감의 변화를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이 정도의 퀄리티면 네트워크 스트리밍 재생음이 디스크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음이라 할 수 있다.




정리


디지털 케이블의 효용 가치는 경험한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체험으로 얻은 한가지 결론은 고가의 디지털 케이블은 디지털 소스가 지닌 디지털의 냄새를 가장 아날로그적인 톤 컬러로 확실하게 바꿔준다는 점이다. 물론 개인에 따라 그 체험의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고가의 하이엔드 디지털 케이블은 아주 오래된 CD 재생에서도 디지털 초기 녹음이 지닌 딱딱함을 훨씬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최신예 고해상도 DAC들에서 사용하면 더욱 그렇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가격 대비 성능의 포인트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면 돈에 비하여 변화하는 음질적인 차이가 급격히 줄어드는, 일종의 골디락스 포인트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바로 그 지점이 요르마 디지털이 서 있는 그 가격이자 그 포인트이다. 굳이 이 스웨덴의 하이엔드 케이블 업체가 더 비싼 고가의 스테이트먼트 디지털 케이블을 내놓지 않고, 요르마 디지털 하나로 디지털 케이블 시리즈를 마무리 지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분명히 이 케이블은 저렴함과는 아주 거리가 멀지만, 디지털 케이블이 들려줄 수 있는 가장 음악적이고 가장 부드럽고 아날로그적 색채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최적의 케이블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가격이자 성능을 겸비한 케이블이다. 트랜스포트든, 블루레이 플레이어든 아니면 클럭 시스템이든 또는 네트워크 스위칭 허브든, 디지털 신호 전달이 필요한 곳에서는 가장 디지털 색깔을 지워주는 마술봉 같은 케이블이다.


수입원 : 큐브 코포레이션 / 02-6925-7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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