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dorf MA30 Anniversary SilverGold
문도르프와 아큐톤.
30주년 역사에 특별함을 더하다
세계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부품 업체인 문도르프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85년이었다. 독일 쾰른에서 시작된 이 부품 업체는 콘덴서와 코일 같은 스피커 및 오디오 기기의 부속품 개발로 커다란 유명세를 얻었고, 상식적이지 않은 부품 제조와 고음질로 가격보다는 품질을 추구하여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 제조 업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문도로프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또 다른 독일의 스피커 부품 업체가 있었다. 스피커 유닛으로 유명한 틸 앤 파트너스(Thiel & Partners)였다. 독일의 스피커 업체였던 백스 앤 뮐러의 엔지니어, 베른하르트 틸이 회사를 떠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스피커 유닛 업체인 틸 앤 파트너스는 기존의 소재와 다른 새로운 금속 소재로 스피커 유닛을 만들어 큰 호평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1994년에 하이엔드 전문 드라이버 업체로 어큐톤(Accuton)을 설립했다.
문도르프와 어큐톤은 하이엔드 스피커 업계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부품 업체로 스피커를 위한 각종 부품과 유닛을 개발, 생산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업체들의 스피커를 직접 개발해주는 등의 ODM/OEM 스피커를 만들어왔다.
이 두 업체는 지난 2015년, 회사 설립 30주년을 기념하여 하나의 스피커를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이미 소개된 바 있는 MA30이 그 스피커이다. MA30은 문도르프가 만든 리본 방식 트위터와 어큐톤의 세라믹 미드베이스 유닛을 이용한 2웨이 스피커이다. 문도르프와 어큐톤이 30주년 기념 공동 프로젝트로 탄생된 이 스피커는 단품 스피커가 아니다.
스피커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완제품이 아니라 부품 제조사들이 내놓은 스피커 제작용 키트 상품이다. 두 회사가 유닛, 크로스오버, 부품 그리고 캐비닛까지, 스피커를 위한 모든 것을 전부 개발, 튜닝하여 완성한 제품이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단품 스피커가 아닌, 스피커 제작이 가능한 키트로만 내놓았다.
실제로 MA30에 사용되는 캐비닛은 이 두 회사가 만들지 않는다. 대신 캐비닛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설계 도면을 공개하여 소비자가 직접 캐비닛을 제작해서 스피커를 완성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두 회사 본연의 사업인 부품과 유닛은 모두 공급이 가능하지만, 자신들의 본업이 아닌 인클로저와 스피커 조립, 생산 같은 일은 하지 않는 셈이다.
이미 국내에 몇 차례에 걸쳐 소개된 바 있기 때문에 굳이 MA30의 기술과 부품들에 대한 설명은 덧붙이지 않기로 한다. 다만, 국내 수입된 버전들에 대한 오해와 정확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버전에 따른 내용 변화를 정리해본다.
2015년에 공개되어 하반기에 첫 수입된 MA30은 이 스피커 키트의 최초 생산분이었다. 당초 제품명 처럼 30주년을 기념하여 문도르프(M)와 어큐톤(A)이 자사의 이름을 붙여 만든 것이 제품명 MA30이 된 것이다. 처음 키트가 공개되고, 최초 생산분이 곧바로 수입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도르프와 어큐톤은 MA30의 크로스오버를 새롭게 튜닝한 버전으로 교체하게 된다. 2016년 상반기에 공개된 새로운 크로스오버는 오리지널 MA30의 크로스오버와는 전혀 다른 등급의 고품위 부품으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갖게 되었다. 웬만한 트랜스포머를 능가하는 코일 덩어리와 문도르프의 오일 함유 버전의 고급 필름 콘덴서들이 새로운 크로스오버 필터로 자리잡으며 최초 버전과 다르게 전체 음질을 대폭적으로 개선시키게 된다. 국내에는 이 새로운 버전의 키트를 MA30 Special Edition 이라는 이름으로 오리지널과 차별화시켜 ‘스페셜 에디션’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문도르프 본사에서는 이 제품에 대해 최초의 제품 기획 의도 그대로 MA30 Mundorf Anniversary Kit로 명명했다. 국내에 수입된 최초의 버전은 단종되고 애니버서리 에디션이 MA30의 기본 모델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스페셜 에디션과 오리지널 MA30 그리고 애니버서리 에디션 사이에 혼란이 있었고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지나쳐버렸다. 정확히 정리하면 MA30 애니버서리 에디션의 국내 명칭이 MA30 스페셜 에디션인 셈이다.
MA30 스페셜 에디션이 되면서 국내에서 개선한 부분이 한가지 더 있다. 바로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가 장착되는 백플레이트이다. 기본 모델에서는 플라스틱 패널에 단자를 고정시켰지만, 스페셜 에디션이 되면서 이름에 걸맞게 알루미늄을 절삭 가공하여 바인딩 포스트가 장착되는 새로운 고급 백플레이트를 제작했다.
뿐만 아니라, 스페셜 에디션이 되면서 크로스오버는 싱글 와이어링 뿐만 아니라 바이와이어링이 지원되도록 바뀌었다. 따라서, 1조의 바인딩 포스트를 추가 구입하면 MA30 바이와이어 모델로 조립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스페셜 에디션의 백플레이트도 싱글 와이어 버전과 바이와이어 버전을 선택하여 구매가 가능하다.
더 큰 혼돈은 그 다음에 생겼다. 문도르프는 애니버서리 에디션을 내놓으면서 애니버서리 에디션을 한 차원 더 개선시킨 상위 모델 애니버서리 에디션 실버골드(Anniversary SilverGold) 버전을 내놓았다. 간단히 줄여서 이 모델은 MA30 SG 또는 MA30 SilverGold로 불리운다. MA30 애니버서리 에디션(국내에서는 스페셜 에디션)과 MA30 실버골드는 물리적인 스펙은 동일한 제품이다. 하지만, 새로운 부품으로 개선된 튜닝을 가한 실버골드는 MA30 애니버서리 에디션이 갖는 음질적 상한선을 뛰어넘어 한 차원 더 높은, 이 스피커 키트가 뽑아낼 수 있는 음질적 최고 한계점까지 성능을 밀어붙인 버전이다.
MA30 실버골드는 애니버서리 에디션에 비해 달라진 점이 크게 2가지다. 크로스오버 필터 회로에 사용된 콘덴서 2개를 실버골드 등급으로 교체한 것이다. 5.6uF의 MCap Supreme Evo SilverGold Oil과 8.2uF의 MCap Evo SilverGold Oil이 새롭게 콘덴서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수프림 에보 실버골드의 경우, 콘덴서 1개당 가격이 애니버서리 에디션에 사용된 콘덴서보다 20만원이나 더 비싼 부품임을 감안하면 원가의 차이와 음질적 차이가 어떨지 쉽게 상상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실버골드 에디션에는 스피커 내부의 흡음 및 댐핑 소재로 사용된 솜이 엔젤 헤어라 부르는 별도의 울 소재로 교체되었다.
재생 주파수 대역이나 감도, 크로스오버의 설정 등은 애니버서리 에디션이나 실버골드 에디션이나 차이는 없다. 하지만, 두 스피커가 들려주는 숫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명확한 음질적 차이를 자랑한다. 두 번에 걸쳐 개선된 문도르프와 어큐톤의 튜닝의 결과물로 MA30의 최고 버전이 바로 ‘실버골드’ 시리즈인 셈이다.
테스트에는 MA30 애니버서리 실버골드 바이와이어(이하 MA30 SG-Bi) 모델을 준비하고, 앰프는 그리폰의 디아블로120 소스 기기로는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DAC, Merlot을 사용했다. 스피커 케이블은 노도스트의 블루헤븐을 2조 준비했다. 국내에 수입된 오리지널 MA30이 없었기 때문에 음질적 차이는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유추할 수 밖에 없슴을 미리 알려드린다.
MA30 SG-Bi는 전반적인 톤 컬러는 과거에 들었던 MA30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도르프의 AMT 트위터가 들려주는 매혹적인 메탈릭 톤 컬러와 어큐톤의 세라믹 유닛이 갖는 중역과 단단함과 투명함이 변함없이 살아있었다. 투명하고 입체적인 사운드스테이지 그리고 크지 않은 세라믹 미드베이스 유닛이 뿜어내는 대단히 스피디하면서도 단단한 저음은 현대적이면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하이엔드 부품들의 이상적인 조화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레퍼런스 레코딩스에서 발매된 코플랜드 음반 중 <보통 사람들을 위한 팡파레>를 들어보면 이 스피커가 지닌 스테이징 능력과 다이내믹스 특히 저음의 깊이를 단번에 알 수 있다. 듣자마자 알 수 있는 것은 입체적인 공간 재현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 그리고 쿨하게 느껴지는 기분 좋은 공기의 냄새이다. 스테이징의 경우, 스피커를 벗어나 한없이 커지지는 광활한 스테이징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극대화된 과장된 인위적 공간 연출 같은 것은 없다. 3m x 4.5m 의 공간에서 문도르프가 제안한 스피커 배치법에 맞춰 설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공간은 스피커가 배치된 자리보다 약간 더 좌우로 벌어지고 뒤로 입체적인 깊이감이 깊게 연출된다. 무엇보다 특별한 점은 앞뒤 공간이 매우 입체적이고 두 스피커 사이에 악기들의 배치가 핀포인트적으로 명확하고 또렷하게 재현된다는 점이다.
또한 저음은 분명 2웨이 북쉘프 스피커의 수준을 넘어 플로어스탠더 스피커 같은 초저역의 깊이감은 어렵지만, 스피커 몸체 보다 훨씬 크고 깊은 저음을 들려준다. 무엇보다도 저음의 시작과 끝이 대단히 정확하게 그려지는데, 어느 하나 군더더기 없는 깨끗하고 정갈한 저음을 낸다. 초저역의 끝은 베이스리플렉스 방식으로 다소 부풀려지고 흐릿할 것 같았지만, 유닛 자체의 성능과 효과적인 튜닝으로 저역 끝이 무디거나 애매하게 번지는 현상이 하나도 없었다. 깊고 정확한 리듬감의 팀파니 타격음은 매우 인상적이다.
MA30 SG-Bi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음색이다. 흔히 높은 해상도와 빠른 저음을 들려주는 스피커들은 기술적 요소를 부각시켜 자랑할 만하지만 대개 고역의 에너지가 강하고 저음의 양감이 지나치게 많거나 너무 깊은 저음을 내도록 튜닝하다가 저음이 따로 노는 듯한 밸런스의 위상 차이를 경험하게 된다. MA30 SG-Bi의 강점은 이 부분에서도 빛을 발한다. 분명 고급 리본 트위터가 지닌 높은 해상도와 리본 트위터 특유의 메탈릭한 톤 컬러가 배어나오지만, 절대 밝거나 귀를 시리거나 고역이 강조되어 따로 분리된 느낌이 전혀 없다. 어떤 면에서는 약간 어둡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된 고역과 부풀리지는 않았지만 나름 탄탄한 두께감이 살아있는 중역과의 유기적인 밸런스 덕분에 대단히 자연스럽고 편안한 중고역을 들을 수 있다. 제인 몬하이트와 마크 오코너의 음반 중 ‘Misty'를 들어보면 그런 부분들을 정확히 알 수 있다. 보컬의 도톰하고 부드러운 톤 컬러가 멋지게 살아있고,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바이올린의 음에서는 리본 트위터 특유의, 좋은 의미에서의 묘한 메탈릭한 질감이 매혹적인 색채를 자아낸다. 또한 리듬을 담당한 베이스는 이 음반의 쉽지 않은 재생 부분인데, MA30 SG-Bi에서는 절대 튀거나 전체 밸런스를 흐트러뜨리는 일 없이, 정확한 리듬감과 적절한 양감으로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는 안정된 저음을 들려준다. 이 세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듣는 동안 6분여의 연주 시간은 음악에 흠뻑빠져든 감상의 시간이 되어버렸다.
마지막으로 바이와이어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같은 앰프에 노도스트 블루헤븐 스피커 케이블을 한 조 더 준비하여 중저역과 고역을 나누어 연결했다. 일단 케이블의 양적인 증가가 2배로 늘어나고 저역과 고역의 소통로를 나누어주자 스테이징과 고역의 색채나 분위기가 확실히 더 진하고 선명해진다. 리본 트위터의 기분좋은 울림과 묘한 색채는 음악의 분위기를 더욱 밀도감있는 상황을 연출하도록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보컬의 톤 또한 한층 도톰하고 온기있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저음에서도 약간의 양적인 변화와 리듬의 명료함이 개선되었다.
분명 바이와이어의 효과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앰프를 바꾸어 바이앰핑으로 한 단계 더 올라가보았다. 마땅한 바이앰핑 앰프가 없어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CH Precision의 M1 파워 앰프를 바이앰핑 모드로 설정하고 같은 음악들을 들어보았다. 사실상 스피커에 맞는 체급의 앰프가 아니기 때문에 음질을 논하는 것이 맞지 않겠지만, 스피커의 성능이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마치 평범한 일반 세단이 스포츠카로 변신한 듯한 스피드와 다이내믹스 그리고 화려한 색채를 뿜어낸다. 스테이징의 투명도와 입체감은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저역의 깊이감도 한 옥타브 더 내려간 느낌이다. 중저역과 고역의 완벽한 분리 증폭은 극대화된 투명도와 다이내믹스로 무대 위에 커튼을 두세겹 더 볏겨낸듯 투명해지고, 보컬은 입술 속까지 들어다 보이는 듯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하이파이적 요소들이 확연하게 개선되면서 음질적 쾌감이 높아지는 것 이상으로 음악이 훨씬 더 음악적으로 들린다는 사실이다. 바이앰핑으로 울린 MA30 SG-Bi는 클래식, 재즈 또는 팝의 어느 음악을 들어도 절대 밀리거나 아쉬운 부분이 없다. 과연 이 가격대의 스피커인지 의심이 들 정도의 새로운 차원의 사운드로 음악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문도르프와 어큐톤의 30주년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경험해 본 이 가격대의 스피커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사용되던 고급 리본 트위터와 세라믹 미드베이스 유닛 그리고 최고급 콘덴서와 코일로 구성된 럭셔리한 크로스오버는 입문기나 초심자들에게는 절대 쉽게 만나 볼 수 없는 스피커 레시피였다. 물론 일부 자작 동호회 등지에서 가끔 이런 류의 부품으로 만든 스피커들이 있긴 했지만, 이처럼 부품 제조사와 스피커 유닛 제조사가 직접 이름을 걸고 내놓은 스피커는 이제까지 만나볼 수 없었다. 이 정도 가격으로 이런 소재와 이런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하이파이 애호가들에게는 커다란 기쁨이다.
특히 이번 MA30 SG는 일전에 소개되었던 오리지널 MA30과는 많은 음질적 개선을 거쳤고, 거기에 실버골드라는 마지막 궁극의 튜닝을 거친 완성형 에디션이다. 게다가 싱글 버전이 아닌 바이와이어 버전 구성에 바이앰핑까지 시도해주면 지금까지 들었던 MA30과는 전혀 다른 퀄리티의 새로운 MA30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싱글 버전에 비해 단자 비용이 더 추가되는 부분이 있지만, 바이와이어/바이앰핑이 주는 음질적 극대화를 고려한다면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 1조의 비용 추가는 공짜나 다름없다.
이미 MA30을 쓰고 있거나, MA30 스페셜 에디션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또는 문도르프와 어큐톤 유닛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오디오파일이라면 이번 MA30 SG는 반드시 들어봐야 할 스피커 키트이다. 특히 싱글보다는 바이와이어와 바이앰핑을 적극 추천한다.
제조사: Mundorf www.mundorf.com
수입 및 문의: (주)다미노 / (02-719-5757) www.damino.co.kr
오디오 리뷰
음반 리뷰
오디오플라자 플러스 친구 바로가기 : http://pf.kakao.com/_uDRBC